"아으아!'

설지는 자신의 무릎에 앉아서 열심히(?) 잉어 고기를 먹고 있던 사도연이 갑자기 이상한 비명을 지르자 머리를 비스듬히 기울여 내려다 보았다. 그러자 사도연이 손가락으로 자신의 입을 가리키며 미간을 잔뜩 찡그리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응? 왜그러니?"
"가시, 가시"
"응? 호호호, 그러니까 천천히 먹어야지"

그렇게 말하며 사도연을 무릎에서 내려 놓은 설지가 다시 말했다.

"언니가 뽑아줄테니까 아~ 해 봐"
"아~"
"움직이면 안돼"

목에 걸린 가시의 찌르는 듯한 고통이 짜증스러웠던 사도연이 제 딴에는 한껏 크게 입을 벌린 채 고개를 아래 위로 끄덕였다. 그런 사도연의 모습이 귀엽기만 한 설지가 다시 말했다.

"움직이지 말라니까"
"아! 헤헤"
"다시 아~ 해"

"응"
"그대로 가만히 있어"
"아아어"

입을 벌린 채 대답을 하려니 정확하게 발음이 되지 않는 사도연이었다. 그런 사도연의 입속을 바라보던 설지가 어렵지 않게 목구멍 근처에서 깊숙히 박혀있는 작은 가시 하나를 찾아내고 손을 움직였다. 엄지와 검지를 이용하여 마치 무언가를 잡는 듯한 동작을 취해 보이는 설지의 손길을 따라서 가시가 뽑혀 나오는가 싶더니 이내 사도연의 입 속에서 빠져 나왔다.

"다 됐다. 어때?"
"아! 아! 헤헤, 시원해. 그거야?"

입을 벌렸다 다물었다 하며 아프고 찝찝한 곳이 더 있는지 확인한 사도연이 설지의 손바닥 위에 놓인 작은 가시를 바라보며 말하고 있었다.

"그래! 요 작은 녀석이 우리 연이 입을 아프게 한 범인이야"
"나쁜 가시, 태워버려"
"그럴까?"

그렇게 말한 설지가 기운을 일으키자 작은 가시가 손바닥 위로 떠오르는가 싶더니 이내 불꽃을 일으키며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종내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말은 길었지만 순식간에 벌어진 일을 가만히 지켜보던 중인들은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초절정 고수의 문턱을 넘게 되면 누구나 삼매진화 정도는 가볍게 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방금 설지가 했던 것 처럼 정교한 내력 운용은 절대로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화섭자를 이용하여 커다란 불꽃을 일으키는 것은 쉽다. 하지만 작은 가시와 같은 자그마한 물체에 꼭 필요한 만큼의 화력만을 얻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설지가 방금 시전했던 삼매진화가 바로 그러한 것이었다.

"우와! 멋져"

사도연이 부지불식 간에 내뱉은 탄성이 바로 중인들의 공통된 심정이었다. 한편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는 가시를 지켜보다가 탄성을 내뱉었던 사도연은 다시 원래의 자리인 설지의 무릎 위를 향해서 몸을 움직였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설지의 고개가 옆으로 돌려졌다. 멀리서 다가오는 영수의 기척을 느꼈기 때문이다. 아울러 진소청과 초혜, 그리고 당태령의 기운도 감지되는 것으로 보아 천년오공 사냥에 나섰던 일행들이 돌아오는 모양이었다.

"언니! 왜 그래?"
"응? 아! 혜아가 돌아오는구나"
"초혜 언니가? 어디? 어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 사도연이 까치발을 하고서 설지가 바라보는 곳으로 시선을 주었다. 하지만 잔잔하게 불어오는 바람의 손길을 따라서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는 풀잎들만 자리하고 있는 그곳에서는 조용히 풀을 뜯는 령령과 밍밍의 모습만 보일 뿐이었다.

"호호! 아직은 안보일거야"
"멀리 있는거야?"
"응! 하지만 금방 보일거야'
"그렇구나. 헤헤, 응?"

그렇게 말하던 사도연의 눈이 갑자기 커졌다. 무언가가 허공을 날아서 자신들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건 바로 설아에 의해서 강제로 허공을 헤엄치게 된 잉어들과 설아였다.

"언니야! 잉어가 하늘에서 헤엄쳐"
"호호호. 정말 그렇구나"

설지가 사도연의 말에 웃음을 터트릴 때 날아오는 잉어들 쪽에서 기음 하나가 동시에 들려왔다.

"캬오!"

설아가 일행들 보다 앞서 날아오면서 터트린 기음이었다. 한편 먼저 가겠다며 급하게 날아가는 설아를 보며 무언가가 찝찝했던 초혜는 그 찝찝함의 정체를 미처 파악하지 못하고 더욱 찝찝해 하고 있었다.

"이상하네?"
"왜 그래?"
"응? 아! 아무 것도 아냐. 설아 녀석이 날아가는 걸 보고 있으려니까 갑자기 뭔가 찝찝해서 말이야"

그렇게 말하는 초혜를 본 진소청과 당태령이 서로 시선을 맞추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호호호, 내가 알려줄까?"
"응? 뭘?"
"그 찝찝하다는 거 말야"

"언니가 그걸 어떻게 알아?"
"호호호, 나만 아니라 당할버지도 아시는데"
"뭐?"
"호호호. 설아가 저렇게 허겁지겁 날아가는 이유가 뭐겠어? 사람들에게 네 꼴을 미리 알려주려는거지"

진소청이 초혜의 옷을 가리키며 말하고 있었다. 진소청의 시선을 따라서 아래 쪽을 내려다 뵜던 초혜가 그제서야 무언가를 깨달았다. 그리고 갑자기 십년묵은 체증이 확내려 가는 것 같은 시원함을 느끼는 초혜였다. 그러다 '시원해? 뭐가?'라는 생각을 하던 초혜가 일순 발작하듯이 괴성을 토해냈다.

"크아악! 너 이 자식"
"호호호"
"허허허"

한편 초혜의 갑작스럽고 서슬퍼런 발작을 지켜보며 화들짝 놀란 천년오공은 자신의 몸에 구원자 처럼 달려 있는 많은 발을 기민하게 놀려서 되도록 초혜에게서 떨어지려 노력하고 있었다. 인간들과 함께 살게 된 천년오공에게 닥쳐온 첫 번째 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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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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