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라 하시면?"
"아! 글쎄, 이 사람들이 엄청난 양의 지전과 향을 소신녀에게 모조리 떠넘긴거 있죠"
"예?"

소림사의 젊은 무승은 초혜의 말을 듣고도 이해가 안간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아이 참! 상인들이 지전과 향을 사러 온 소신녀를 살살 꼬드겨서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지전과 향을 모조리 팔아치웠다니까요"
"그,그런 일이... 설마?"
"어허! 스님께서는 설마가 사람잡는다는 말 모르세요. 소신녀가 양손으로 다 안아들지도 못할 만큼 엄청난 양의 지전과 향을 사들고 왔다니까 그러시네"

사실이 그러했다. 어린 사도연이 양손 가득 지전과 향을 들어봐야 그 양이 얼마나 되겠냐만 문제는 함께 갔던 설아가 사도연 보다 훨신 더 많은 지전과 향을 가지고 돌아왔다는데 있었다. 객잔으로 돌아온 설아의 꼬리 뒤로 커다란 보따리 하나가 둥실둥실 따라 왔던 것이다. 어디 그 뿐인가. 그것도 부족해서 설아도 양손 가득 지전과 향을 안고 있었다. 소원을 빌기 위한 양이라고 생각하기엔 그 양이 과해도 너무 과했던 것이다.

"허! 아미타불, 하마터면 빈승이 소요선자께 큰 결례를 범할 뻔 했습니다"
"호호, 아니예요. 이제라도 아셨으면 된거죠."

초혜가 그렇게 말하면서 널브러져 있는 상인들을 한 차례 째려 보았다. 그 시선에는 아무런 기운이나 살기가 없었지만 마주하는 상인들은 찔끔하여 황급히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이봐요!"
"예? 예"

그런 상인들 중의 하나가 갑자기 자신을 부르자 화들짝 놀라 엉겁결에 대답했다. 공교롭게도 지목당한 상인은 사도연에게 맨 처음으로 지전과 향을 팔아치웠던 이였다.

"어쩔거예요?"
"예? 아! 예! 돈 돌려드리겠습니다"
"그거야 당연한건데... 지전과 향을 다 돌려주면 연이가 실망할거란 말야... 음.. 에이"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초혜가 상인을 향해 손바닥을 내보이면서 다시 말했다.

"소신녀가 사간 지전과 향에 합당한 금액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돌려줘요. 설마 제 가격을 받았다고 하는건 아니겠죠?"
"예! 예, 물론입니다"

당연했다. 제 가격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이 상황에서는 돈을 내놓아야할 판이었다. 그러다 보니 상인들은 스스로 자신들이 더 받은 금액을 도로 토해내고 있었다.

"뭐야? 이렇게나 많이 받은거였어요?"
"죄, 죄송합니다. 성수의가의 소신녀님이신줄도 모르고 저희가 큰 실수를 했습니다"
"됐어요. 돈 벌기 위해서 그런건데 이해는 해요. 스님! 이제 됐죠?"
"아,아미타불. 되다 뿐이겠습니까. 빈승들이 주의를 기울여 이후로는 상인들이 폭리를 취하지 않도록 돕겠습니다"

말이야 돕는다고 했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소림사에서 상인들의 불합리한 거래를 지켜보겠다는의미였다. 그 말에 담긴 의미를 깨달은 초혜가 새삼스럽다는 표정으로 젊은 무승을 바라 보았다. 평범한 무승이라면 절대로 쉽게 할 수가 없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스님의 법명이 어찌 되시는지 제가 묻지 않았군요"
"아미타불, 빈승은 계율원의 원영이라고 합니다. 원각 대사형의 사제가 됩니다'
"아! 원영 스님! 호호호, 반갑네요. 원각 스님은 잘 계시죠?"

"예. 무탈하십니다"
"어찌 변하셨는지 궁금하네요"
"대사형 께서도 가끔 세 분 소저의 이야기를 하시면서 잘 계시는지 궁금해 하셨습니다"
"호호호, 그랬나요?"

"예. 천하제일미는 세 분 중의 한 분이 될거라고 늘 말씀하셨는데 이제 보니 대사형의 말이 조금도 부족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호호호"

자신의 미모를 찬양하는 남자의 말을 어떤 여인이 싫어하겠는가. 설사 그 남자가 스님이라고 할지라도 마찬가지였다. 천하제일미라는 명칭에 천하의 초헤도 껌뻑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모습을 그대로 보고 넘어갈 밍밍이 절대 아니었다. 초혜가 즐거워 하는 것을 본 밍밍이 뒷발로 땅바닥을 몇번 뒤집어 흙을 모으는가 싶더니 그대로 발을 굴러 초혜를 향해 날려버린 것이다.

"응? 야! 너 이 자식 죽을래?"
"푸르릉"

초혜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딴청을 피우면서 콧방귀만 뀌는 밍밍이었다. 생각 같아서는 볼기짝이라도 짝 소리나게 한 대 때리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는 일이었다. 밍밍 녀석에게 밉보이게 되면 잠자리가 더러워지 는 경험을 그 동안 수차례 했던 것이다. 초혜가 마련한 잠자리로 슬그머니 다가와서 오줌을 누고 도망간다든지 한 무더기나 되는 똥을 아무렇지도 않게 싸질러 놓고 나 몰라라 하는 밍밍의 모습을 그간 보아 왔던 것이다. 또 워낙에 영악한 녀석이라서 초혜가 화라도 낼라치면 어느 틈에 설지에게 바짝 다가가 애교를 부리는 통에 미처 손쓸 틈을 주지 않았다. 그러니 생각을 달리해야 했다.

"야! 령령은 어디 있어? 설지 언니가 령령과 꼭 붙어 있으라고 했던 것 같은데?"

초혜가 그렇게 말하자 움찔한 밍밍이 황급히 돌아섰다. 객잔 입구에 있는 령령에게 돌아가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없었다. 당연히 있어야 할 자리에 령령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이에 좌우로 고개를 돌려 령령을 찾던 밍밍이 다급한 울음 소리로 초혜를 찾았다.

"히~하! 히~하아아아!"
"응? 왜 그래?"
"히하!"
"설마? 령령이 사라진거야?"
"푸르릉"

대답 대신 콧바람을 토해내는 밍밍을 보며 자신의 짐작이 맞았음을 깨달은 초혜가 밍밍이 보고 있는 객잔 쪽으로 서둘러 고개를 돌렸다. 분명 자신이 객잔에서 나올 때 밍밍과 함께 객잔 앞에 있던 령령을 보았었다. 그런데 지금은 객잔 앞 어디에서도 령령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이런! 스님! 나중에 뵈어요. 저는 급한 일이 있어서 이만"
"아미타불"

원영 스님의 입에서 불이라는 소리가 나올 때 쯤에 초혜는 이미 객잔의 입구를 들어서고 있었다. 보고 있어도 믿기지 않는 경악할만한 경공이었다. 이에 원영은 다시 한번 등룡객잔을 향하여 반장하며 불호를 되뇌었다.

"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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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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