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그 시각 사도연은 소면 한 그릇을 앞에 두고 대나무저로 쿡쿡 찌르거나 이리저리 뒤적거리고 있었다. 초혜가 비아와 금아를 데려가는 바람에 설아와 둘이서 오리 고기를 실컷 먹어서 배가 부른 탓도 있었지만 등봉객잔의 소면이 사도연의 입맛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사도연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던 설지가 입가에 미소를 드리우며 입을 열었다.

"왜 그러니?"

그러자 사도연이 주위를 휙휙 둘러보더니 행여나 점소이가 들을새라 벙긋거리는 입모양으로 대답했다.

"맛이 없어"

사도연의 그런 행동에 설지의 입에서 옥이 서로 부딪칠 때 울리는 소리 처럼 낭랑한 교소가 흘러나왔다.

"호호호"
"왜 그러는게야?"
"소면이 입에 맞지 않나 봐요"

"켈켈켈, 오리 고기를 많이 먹어서 그런게 아니고?"
"헤헤"
"어떠냐? 이 할애비가 그 소면을 아주 맛있게 만들어주랴?"

"예? 어떻게요?'
"켈켈켈. 다 수가 있느리라. 이보게 점소이"

호걸개가 소면을 맛있게 만든다며 느닷없이 점소이를 찾았다. 그러자 객잔 2층의 구석에서 대기하고 있던 어린 점소이가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찾으셨습니까"
"켈켈켈, 불렀으니까 왔겠지?"
"예?"

"켈켈켈, 농이니라. 그보다 가서 지마장과 화성장 좀 가져 오너라"
"예? 지마장과 화성장 말씀이십니까?"
"왜 없느냐? 아니면 무슨 문제라도 있는게냐?"
"아, 아닙니다. 금방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월궁 항아들과 같이 앉아 있던 호걸개의 별난 주문에 점소이는 잠시나마 당황했다. 객잔에 와서 요리나 술을 주문하는 것이야 하등 이상할 것이 없지만 통깨를 볶은 후 갈아서 기름과 섞은 지마장이나 땅콩을 볶은 후 으깨서 만든 화성장은 요리에 들어가는 양념들이었다. 그러니 그런 양념을 주문하는 호걸개의 말에 점소이가 잠시 당황한 것이다.

하지만 손님이 원하면 그것이 설령 봉황의 알이라고 할지라도 구해서 대령하는 것을 좌우명으로 삼고 있는 점소이의 입장에서는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었다. 원하면 구해서 가져다 주면 그만인 것이다. 전설에나 등장하는 봉황의 알이 아니라 주방에서 손만 뻗으면 잡히는 지마장과 화성장 쯤이야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이다.

"숙수 아저씨!"
"무슨 일이야?"
"2층의 귀빈들 께서 지마장과 화성장을 찾습니다"

"뭐? 지마장과 화성장을? 어디 쓸려고?"
"그게 귀빈들 중에 아주 어린 소공녀가 한 분 계신데 그 분 소저가 소면이 입에 맞지 않는지 잘 드시지 않자 일행 께서 찾으셨습니다."
"응? 소면이라고... 허면 지마장과 화성장을..."

그 순간 등봉객잔의 주방을 책임지고 있는 동숙수의 머리 속으로 깨달음 하나가 빠르게 스치고 지나갔다. 새로운 요리에 대한 깨달음이었다.

"그래, 그렇구나. 하하하"
"숙수 아저씨! 갑자기 왜 그러세요"
"하하, 아무 것도 아니다. 얼른 가져다 드리거라"
"예. 그럼"

자신과 이야기를 나누던 숙수가 무언가를 중얼거리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트리자 점소이는 무슨 일인가 싶어서 고개를 모로 틀었다. 그러자 숙수가 귀찮다는 듯 손 까지 휘휘 저어가며 지마장과 화성장을 내주었다.

"지마장과 화성장으로 무얼 하려고 그러세요?"
"글쎄다. 뭐할거 같으냐?"

자신의 질문에 다시 질문으로 대답하는 호걸개를 바라 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던 설지가 다시 입을 열어 말했다.

"혹시 소면에 지마장과 화성장을 넣을려고 그러세요?"
"엥? 어찌 알았느냐? 이거 나만의 비법인데 이리 쉽게 맞춰버리면 재미가 없잖느냐"
"거지 할아버지, 소면에 지마장과 화성장을 넣어서 먹으면 맛있어요?"

"그럼! 이 할애비의 직업이 뭐더냐?"
"그야~! 헤헤, 거지시잖아요"
"옳거니! 그러다보니 이 할애비는 쪽박 하나에 여러가지 음식을 한데 섞어서 먹는 경우가 많았단다. 그런데 간혹 그렇게 먹다 보면 뜻하지 않게 별미 아닌 별미가 만들어지기도 하더구나"

호걸개와 사도연이 그렇게 말하고 있을 때 주방으로 내려갔던 점소이가 지마장과 화성장을 가지고 탁자로 다가왔다.

"가져왔습니다. 지마장과 화성장입니다"
"켈켈, 수고했네"

지마장과 화성장을 탁자 위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은 점소이가 뒤로 물러나자 기다렸다는 듯 사도연이 눈을 반짝거리며 지마장과 화성장을 노려보았다.

"인석아! 지마장과 화성장을 그렇게 노려보면 어쩌누?"
"노려보는게 아니고 주문을 외우고 있는 거예요. 헤헤"
"엥? 주문? 주문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더냐"

"거지 할아버지도 따라 해보세요. 맛있어져라, 맛있어져라"  
"엥?"
"크하하하"
"호호호"
"허허허"

사도연의 엉뚱한 모습이 일행들에게 웃음을 안겨 주었다.

"근데 어떻게 하는거예요?"
"켈켈켈, 어려울 것 없느니라. 소면을 맛있게 만들려면 지마장과 화성장을 조금씩 넣어가면서 입맛에 맞추면 되니까 아주 쉽고 간단한 일이라고 할 수 있는게지"
"아! 헤헤"

그때 부터 사도연은 자신의 입맛에 맞는 소면을 지마장과 화성장을 이용해서 만들어나가기 시작했다.

"우와! 고소하고 맛있다"
"켈켈켈, 어떠냐. 내 말이 맞지?"

"예~ 설지 언니, 먹어 봐. 청청 언니도"
 
자신이 특별히 심혈을 기울여(?) 만든 소면의 맛에 스스로 탄복한 사도연이 설지와 진소청에게 먹어볼 것을 권유했다. 그러자 오리 고기를 얼머나 먹었는지 숭산만한 배를 하고 탁자 위에 널브러져 있던 설아 마저 평소에는 근처에도 가지 않던 소면을 향해 눈길을 보내고 있었다.

"설아도 먹을래?"

하지만 관심은 있을지언정 정작 먹기는 싫은 설아였다 세상에는 맛있는 고기가 얼마나 많은데 기껏 소면을 먹겠는가 말이다. 그러니 사도연의 권유에 생각할 필요도 없다는 듯 곧바로 고개를 도리도리 저어버리는 설아였다. '난 고기가 좋아'를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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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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