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설지와 초혜가 가사 상태에 빠져 있는 설수련의 상태에 대해서 이야기를 주고 받는 사이에 사도연은 누워 있는 설수련의 얼굴에 시선을 고정하고는 눈을 반짝거리고 있었다. 

"눈꽃 처럼 예쁘다."

설수련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 보고 있던 사도연이 무심코 툭 던진 말에 마차 안에 있던 이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호호! 소궁주께서 그렇게 예쁘시니?"
"응! 언니들 다음으로 눈꽃 언니가 예뻐"
"뭐? 오호호!"

초혜의 교성이 마차 밖으로 흘러나가고 있었다. 예쁘다고 하는데 싫어할 여자가 없는 것 처럼 초혜 역시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그만들 하고 병자나 살펴보자꾸나"
"응! 헤헤"

초조한 기색을 드러내고 있는 매향의 얼굴을 흘낏 살핀 설지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이며 설수련의 완맥으로 손을 가져 갔다. 그리고는 부드러운 기운을 흘려 넣으며 몸의 내부를 살피기 시작했다. 그렇게 일각 정도를 진맥한 설지가 마침내 손을 떼고 초혜에게 시선을 주었다.

"혜아! 어떻게 하는게 좋겠니?"
"음! 내 생각엔 적실영과를 복용시켜서 양기를 보충한 후 흐트러진 균형을 잡아주면 될 것 같은데 언니 생각은 어때?"
"내 생각도 같아. 청청 언니는?"

"저도 혜아의 생각과 같아요"
"그럼 우리 연이는 어떻게 생각할까?"

갑자기 사도연에게 질문이 날아 들었다. 사도연이 성수의가의 소신녀라고는 하나 아직은 어리기도 하고 의술 역시 일천하여 치료법에 대해서 알고 있을 리가 없었다. 그것을 누구 보다 잘 아는 설지가 사도연에게 질문을 한 것은 의견을 말하게 함으로써 의가의 일원이라는 동질감을 갖게 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니 어떤 대답이 나오더라도 상관은 없었다.

"응! 난 무조건 언니들이 맞다고 생각해"
"호호호"

"그게 뭐야?"
  
항상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사도연이었다. 그런 사도연의 말에 초혜와 진소청도 입가에 미소를 매달았다.

"자! 그럼 치료는 그렇게 하기로 하고 누가 할래? 내가 할까?"
"내가 할게. 내가 먼저 진맥했으니까 내가 할게"
"그럼 그렇게 해. 연아!"

"응?"
"지금 부터 치료를 할거니까 밖에 있는 아저씨들 더러 마차가 움직이면 안된다고 해"
"응!"

짧게 대답한 사도연이 팔랑거리듯이 걸어가서 마차 문을 발로 뻥 찼다. 그런데 걷어찬 마차 문에서는 큰 소리가 나지 않았다. 신기하게도 소리없이 스르르 열리며 바깥 풍경이 사도연의 시선 속으로 들어 오고 있었다.

"초록이 아저씨!"
"예! 작은 아가씨"
"설지 언니가 지금 부터 치료할거니까 마차가 절대로 움직이면 안된대요"
"아! 예. 잘 알겠습니다요"

그렇게 대답한 두자성이 돌아서기가 무섭게 빙궁 수호대 무인들은 일체의 다른 언급 없이 곧장 마차 주위를 포위 하듯이 둘러싸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두자성이 입맛을 쩝쩝 다셨다. 할말이 없어진 덕분이었다.

"언니! 말씀드렸어"
"그래! 수고했어. 이제 조용히 지켜보고 있어"
"응! 헤헤"

"설아. 적실영과 한 알만 부탁해"
"캬오!"

대답과 동시에 설지가 메고 있는 잡낭 속으로 날아 들어간 설아가 무언가를 뒤적거리는가 싶더니 영기가 감도는 붉은 영과 하나를 들고 잡낭 밖으로 날아 나왔다. 그리고 곧바로 설지에게 적실영과를 건네 주려다가 잠시 멈칫했다. 왠지 아깝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던 것이다. 그런 설아의 마음을 너무나 잘 안다는 듯이 미소를 지어 보인 설지가 부드럽게 말했다. 

"오랜 시간 지켜오던 영과라서 아깝니? 사람을 살리는 일이니까 설아가 양보해. 괜찮지?"
"캬오"

설지의 말을 들은 설아가 뒷통수를 긁적이며 적실영과를 내밀었다. 건네 받은 적실영과를 잠시 살펴본 설지가 초혜에게 다시 건네주며 말했다.


"시작해!"
"응"

초혜는 건네받은 적실영과를 설수련의 입에 넣어준 후 천돌혈을 눌러서 삼키게 했다. 곧바로 단전 부근의 기해혈에 손을 가져간 초혜가 내가요상술을 운용하기 시작했다. 설수련은 과도한 음한지기로 인해 기의 균형이 무너진 상태였다. 그러하기에 양기의 결정체인 적실영과로 음양의 기운을 바로 잡으려는 것이었다. 평소에는 천방지축으로 행동하던 초혜가 지금 이 순간만은 너무도 진지한 모습이었다. 그런 초혜의 모습을 신기하다는 눈으로 바라보는 사도연이었다.

한편 빙정을 복용한 후 운공을 하던 설수련은 갑작스러운 암습으로 인해 주화입마에 빠지고 말았다. 다행히 암습자는 모두 물리쳤지만 제대로 갈무리 하지 못한 빙정의 기가 내부를 뒤흔들면서 음한지기가 급격히 몸 구석구석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이에 대책을 찾지 못한 설수련은 어쩔 수 없이 스스로 가사 상태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주화입마의 속도를 늦추기 위한 방법이 달리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가사 상태에 빠져 있던 설수련은 갑자기 알 수 없는 강렬한 화기가 단전에서 불쑥 솟아나오는 바람에 가사 상태에서 살짝 빠져 나와야만 했다.

하지만 완전히 정신을 차린 것은 아니기에 현재 자신의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자신은 빙정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해 음한지기의 침범을 받은 상태였다. 그런데 난데없는 화기라니?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는 중에도 화기는 음한지기를 빠르게 몰아내며 세력을 넓혀나가고 있었다. 그 덕분에 설수련은 또 다른 고통과 싸워야 했다. 뜨겁고 차가운 기운이 서로 잡아 먹지 못해서 맹렬히 날뛰다 보니 그 고통이 고스란히 설수련에게 전해지고 있었던것이다. 무슨 일인지 파악하기도 전에 음기와 양기의 충돌로 인한 고통을 참아야만 했던 설수련의 머리 속으로 문득 어떤 말이 들리기 시작했다.

 

'제 목소리가 들리시죠? 저는 성수의가의 나설지입니다. 현재 소궁주님을 치료하고 있으니까 고통스럽더라도 참으셔야 합니다.'

설지가 헤광심어로 이야기 하고 있었다. 그제서야 샹황을 파악한 설수련은 고통 속에서도 왠지 모를 안도감 같은 것을 느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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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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