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 안도감이 고통을 상쇄시켜주는 것에도 한계가 있었다. 음기와 양기의 충돌이 정점에 도달하고 막혔던 기혈들이 강제로 개방되는 한편 두 개의 기운이 백회혈에 모여서 서로를 마주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두 개의 기운은 서로를 잡아먹을 듯이 거세게 충돌했고 그 여파가 가져다 주는 엄청난 고통으로 인해 소궁주는 결국 혼절히고 말았다. 소궁주는 아버지인 빙궁주의 도움으로 이미 어린 시절에 임독양맥을 타통한 상태였지만 내력화하지 못한 두 개의 기운이 백회혈에서 충돌하면서 일으킨 파장을 감당하지 못한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충돌한 두 개의 기운이 상대의 영역을 넘나들기 시작하면서 소궁주의 몸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토록 치열하게 다투었던 두 개의 기운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서로 흡수하며 섞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섞이기 시작한 기운은 마침내 하나로 온전히 합쳐지더니 초혜의 내가요상술을 거부하지 않고 그 흐름을 따라 일주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번, 두 번... 연이어 십이주천을 한 기운은 마침내 소궁주의 단전으로 흘러들어가더니 내력으로써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바로 그 순간 초혜가 긴 숨을 불어내며 소궁주의 몸에서 손을 뗐다.

"휴~"
"어? 다 된거야?"

초혜의 그런 모습을 본 사도연이 의아한 음성으로 묻고 있었다.

"당연하지. 이 언니가 누구냐?"
"소요나찰!"

새삼스럽게 뭘 그런걸 묻느냐는 듯이 사도연의 입에서 단호한 대답이 흘러 나왔다.

"이게 죽을라고, 선자, 선자,선자"

씨알도 먹히지 않는 초혜의 항의를 가볍게 묵살한 사도연이 손가락 여섯 개를 척하니 펼쳐보이며 다시 한번 강조했다.

"나찰! 나찰! 나찰"

둘의 아옹다옹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설지와 진소청이 결국 웃음을 터트렸다.

"호호호"
"호호호"

한편 매향은 소궁주의 치료가 어떻게 된 것인지 궁금하여 막 입을 열려던 차에 설지와 진소청이 교소를 터트리자 그제서야 다소 마음이 진정되었다. 분위기가 좋다는 것은 소궁주의 치료가 잘 되었다는 반증일 테니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설지와 초혜의 대화에서 그걸 확신할 수 있었다.

"호호호! 혜아, 수고했어"
"수고는 뭐, 천하의 소요선자가 주화입마 정도도 고치지 못해서야 어디 얼굴이나 들고 다니겠어"

장난스럽게 한껏 거드름을 피우는 초혜를 향해 다시 한번 단호한 음성이 날아갔다.

"나찰! 나찰!"
"죽는다"

가볍게 주먹을 쥐어 보이는 초혜를 향해 다시 손가락 여섯 개를 척하고 들어 보이는 사도연이었다.   

"호호호! 장난들 그만 치고 소궁주를 옮기도록 하자"
"그래야지, 객잔으로 옮길까?"
"아니. 객잔 보다는 소림사로 올라가는게 좋을 것 같아. 청청 언니 생각은 어때?"

"저도 번거로운 객잔 보다는 소림사가 나을 것 같아요"
"그럼. 그렇게 하자. 매향이라고 했죠?"

소궁주의 주화입마를 치료했다는 말에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내심으로는 무척 기뻐하고 있던 매향은 갑작스럽게 자신이 지목당하자 당황하여 허둥댔다.

"예? 아! 예"
"호호호, 당황하실 것 없어요 그보다 소궁주의 치료가 끝나기는 했지만 당분간은 안정을 취해야 하니까 곧바로 소림사로 올라가도록 하죠"
"예. 고, 고맙습니다"

갑자기 털썩 무릎을 꿇으며 매향이 기쁨의 눈물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어! 매향 언니 운다"
"그럼 우리는 그만 나갈까? 준비되는 대로 저희에게 알려주세요"
"흑, 예!"

울음섞인 매향의 대답을 뒤로 하고 사도연이 다시 한번 마차의 문을 뻥하고 걷어 찼다. 그리고 곧바로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두자성에게 이렇게 말했다.

"초록이 아저씨! 받으세요"
"예? 뭐,뭘?"

엉겁결에 대답하면서도 양팔을 벌려 무언가를 받으려고 시도하는 두자성이었다. 그런 두자성의 품으로 사도연이 마차에서 폴짝 뛰어 내렸다. 그러니까 사도연이 받으라고 한 것은 바로 사도연 자신이었던 것이다. 한편 사도연과 설지 등이 마차에서 내려오자 잔뜩 긴장하고 있던 단유영이 다가와 입을 열었다.

"어찌 되었소"
"다행히 치료할 수 있었습니다"

설지의 그 같은 말에 여기저기서 탄성이 흘러 나왔다. 탄성의 주인공은 당연히 단유영을 포함한 빙궁 수호대 대원들이었다.

"정말 고맙소이다"
"아니예요. 허나 아직은 안정을 취해야 하니까 속히 소림사로 올라가는게 좋을 것 같아요. 준비되는 대로 저희에게 알려주세요" 
"예. 잠시만 기다려 주시지요"

목례로 대답을 대신한 설지가 일행들과 함께 객잔으로 들어가자 단유영은 서둘러 출발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그런 빙궁 수호대를 령령이 밍밍과 함께 호기심어린 눈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령령과 밍밍의 머리 위쪽으로는 두 마리 매가 창공을 천천히 선회하면서 아래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비아와 금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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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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