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다음 순간 향화객들은 또 다른 놀라운 일을 목도할 수 있었다. 성수신녀의 가벼운 손짓을 따라서 보리수 주위의 땅이 움푹 움푹 파이면서 떠오르는가 싶더니 한쪽 옆으로 쌓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가히 절정에 달한 허공섭물이었다. 하지만 자세한 내막을 알리 없는 향화객들은 성수신녀가 이적을 행하는 것으로 여겼으며 그에 따라 관세음보살의 현신이 아니냐는 웅성거림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저,저..."
"허! 어찌.."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이시네"

"그, 그런 것 같으이"
"아!"
"나무관세음보살"

한편 향화객들의 소란스러움에도 아랑곳 않고 보리수 주위의 흙을 퍼올리던 설지는 어느 순간 한걸음 앞으로 다가가 자신이 파낸 아래를 살펴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설지의 옆으로 다가온 사도연이 그 자리에 쪼그려 앉아서 내려다 보다가 감탄성을 토해냈다.

"와! 뿌리가 엄청 길다"
 
사도연의 말대로 거의 드러난 보리수의 뿌리는 굵고 길었으며 또한 넓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뿌리 아래에서 물이 조금씩 새어나오고 있었다. 보리수 아래를 흐르던 지하수가 흙을 파냄으로 인해서 새로운 물길을 찾은 것이다. 그 모습을 보던 설지가 초혜와 진소청을 불렀다.

"혜아! 청청 언니! 좀 도와줘"
"알았어"
"예"

그렇게 보리수 주위로 다가선 세 사람은 그때 부터 조심스러운 손짓으로 허공을 격해 뿌리 아래의 흙을 털어내기 시작했다. 향화객들은 숨죽여 그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길 한참 여 마침내 보리수 아래의 흙이 완전히 제거되고 보리수는 세 여인에 의해서 허공으로 들려졌다. 

"와! 신기하다"

사도연의 탄성 처럼 향화객들은 지금 신기한 광경을 목도하고 있었다. 땅 속에 깊이 뿌리를 박고 있던 보리수가 인위적이기는 하나 절대로 평범하지 않은 힘에 의해서 천천히 허공으로 솟구치고 있었던 것이다.

"설지 언니! 어디다 심을거야?"
"글쎄? 일단 저쪽에 내려 놓자"

초혜의 말에 대답한 설지가 가리키는 곳은 현재의 위치 반대편이었다.

"알았어"

보리수가 옮겨지는 장면을 보고 있던 사도연은 문득 지하수가 흐른다는 아래가 궁금해졌다. 그래서 고개를 돌리고 보리수가 뽑혀져 나간 텅빈 공간 쪽으로 시선을 주었다. 그런데 그런 사도연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이 있었다. 보리수의 뿌리가 자리하고 있던 자리의 한쪽은 커다란 암석이 자리하고 있었는데 그 암석의 표면에 돌기 처럼 무언가 잔뜩 붙어 있었던 것이다.

"응? 저게 뭐야?"
"캬오?"

함께 내려다 보고 있던 설아도 궁금한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그때 사도연을 부르는 설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연아!"
"으응?"
"이리 와"

설지가 부르자 궁금한 것은 잠시 접어두기로 하고 쪼르르 뛰어 가는 사도연이었다.

"왜 그래?"
"여기 아래가 나무가 자라기에는 최적의 장소 같은데 어떤지 여쭤봐"
"아! 헤헤, 나무 할아버지 들으셨죠? 여기에 심어드린다고 해요? 괜찮죠"

땅 속으로 뿌리를 내리는 대신에 땅 위로 넓게 뿌리를 펼치고 있던 보리수가 사도연의 말에 가지를 흔들며 대답했다.

- 괜찮을 것 같구나. 아이야!

"헤헤, 괜찮으시데"
"알았어. 연이는 저쪽으로 물러나 있어"
"응!"

사도연이 한쪽으로 물러나자 설지가 아까 처럼 땅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속도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빨랐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보리수의 뿌리가 안착할 수 있을 만큼 커다란 구덩이만 파면 되는 것이니 손속에 거칠 것이 없었던 것이다. 채 일다경도 지나기 전에 설지에 의해서 커다란 구덩이가 만들어졌고 보리수는 다시 허공을 날아서 구덩이 속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옮겨진 보리수 뿌리 위로 흙이 쏟아지기 시작했고 순식간에 이목(移木) 작업은 마무리 되었다. 한편 뿌리를 덮은 봉토 위를 돌아다니면서 발로 꾹꾹 눌러주던 사도연도 두 손을 탁탁 털고 뒤로 물러나 보리수의 모습을 살펴보고 있었다.

"다 됐구나"
"응! 헤헤"
"괜찮은지 다시 한 번 여쭤 봐"
"응! 나무 할아버지 어때요?"

- 허허허, 좋구나. 아이야 고맙다.

"헤헤 아니예요. 언니, 나무 할아버지가 좋으시데"
"다행이구나"

그렇게 말하며 사도연의 머리를 쓰다듬는 설지였다. 보리수를 바라보면서 설지의 그런 손길을 고스란히 음미하던 사도연은 갑자기 무언가 생각난 듯 고개를 돌렸다. 사도연이 바라보고 있는 곳은 보리수가 원래 있 던 자리였다.

"왜 그러니?"
"저기 아래에 이상한게 있어"
"이상한거라니? 당과라도 있어?"

불쑥 끼어든 초혜의 허무맹랑한 말에 콧방귀를 뀌어준 사도연이 말을 이었다.

"커다란 바위가 있는데 뭐가 잔뜩 붙어 있어"
"그래? 가보자꾸나"
"응!"

설지가 살펴보니 과연 사도연의 말대로 커다란 암석의 표면에 뭔가가 잔뜩 붙어 있었다. 그런데 그 모습을 바라보는 설지의 눈에서 한 줄기 이채가 피어 올랐다.

"저거 아무래도..."

뒷 말을 흐리는 설지를 보며 진소청과 초혜도 안력을 돋워서 살펴보기 시작햇다.

"응?"
"어라?"
"맞는거 같지?"

"그러게"
"맞는거 같아요"
"언니들 왜 그래?"

"응? 아! 호호, 우리 연이가 또 귀한걸 발견해서 그래"
"귀한거라고? 저게?"
"그래! 자세히 살펴봐야겠지만 저건 아무래도 빙하석균인 것 같구나. 설아 내려가서 조금만 가져와 보겠니?"
"캬오"

설지의 말에 아래로 뛰어 내린 설아가 암석에 붙어 있던 것을 양 손 가득 들고 돌아 왔다. 그런데 그 모양이 특이했다. 어른의 손톱만한 크기로 그 모양은 은행잎과 비슷햇는데 색깔은 온통 하얀색이었던 것이다. 

"우와! 예쁘다. 이게 빙하석균이라는 거야?"
"그래. 그런데..."
"왜 그래?"

"빙하석균은 원래 극음빙한지기가 있는 곳에서 자라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극음빙한지기?"
"응!"

"설지 언니! 아무래도 지하수에 극음빙한지기가 섞여 있나봐"
"아무래도 그렇겠지? 어디선가 극음빙한지기가 섞인다는 말은 극음빙맥이 있다는 이야긴데..."

빙하석균! 세상에서 가장 차가운 기운이 자리한 극음빙맥에서 흘러나오는 극음빙한지기로만 자란다는 영초였다. 음한지기를 지닌 특성 탓에 빙공을 익힌 무인이 복용하면 일갑자의 내공을 얻을 수 있으며 음기가 부족한 체질의 일반인에게 약재로 사용하면 무병장수할 수 있는 영초가 바로 빙하석균이었다. 그리고 극음빙한지기의 원천인 극음빙맥은 빙공을 익힌 무인에게 더할 나위 없는 장소였다. 극음빙맥에서 수련하면 환골탈태 조차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알려져 있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지하수가 흘러내려 오는 방향을 역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살펴보는 설지였다.

"언니야! 이거 먹어도 돼?"

그런 설지의 상념을 사도연이 깨트려주고 있었다.

"응? 안돼? 음한지기를 가지고 있어서 잘못 복용하면 빙궁의 소궁주 처럼 주화입마에 빠질 수 있어"
"아! 헤헤"

먹지 못한다는 말에 이내 관심을 끊어버리는 사도연이었다. 바로 그때 또 다른 궁금한 것이 생각난 사도연이 다시 입을 열었다.

"언니! 그럼 저 물은 먹을 수 있는거야?"
"물? 어디보자"

그렇게 말하며 설지가 가볍게 손을 휘젓자 지하수 한줄기가 위로 솟구쳐 올라왔다.

"우와!"

그 모습을 본 사도연이 다시 탄성을 토해내는 것과 함께 솟구친 물줄기로 손바닥을 가져간 설지가 받아낸 지하수를 입으로 가져갔다. 잠시 지하수를 음미하던 설지가 꿀꺽 삼키고는 말을 이었다.

"마셔도 돼. 빙하석균과는 달리 극음빙한지기가 아주 미량 포함되어 있어서 몸에도 좋을 것 같구나"
"와! 그럼 나도 마셔볼래"

그렇게 말하는 사도연의 앞으로 다시 지하수 한 줄기가 솟구쳐 올라왔다. 그러자 사도연이 입을 딱 벌리고 그 물을 받아 먹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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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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