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꺄르르"
"캬캬캬"

반으로 잘린 대나무 줄기를 따라서 흘러 내려오는 차가운 물에 손을 담그고 사도연과 함께 장난을 치던 설아가 다음 순간 풀쩍 뛰어 올랐다. 그리고는 물이 흘러 나오는 대나무 줄기의 상단으로 가더니 그대로 몸을 던졌다. 대나무 줄기를 따라서 흘러 내려오는 물살에 몸을 맡긴 것이다. 그러자 설아의 작은 몸이 차가운 물에 실려 빠른 속도로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에 신이난 설아와 사도연의 웃음 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었다.

"캬캬캬"
"꺄르르"

그 모습을 본 초혜가 어이없다는 듯 피식하고 웃으며 입을 열었다.

"잘들 논다"
"응? 뭐가?"

초혜의 말에 미처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던 설지가 의문 섞인 표정으로 물어 왔다.

"저기 봐! 도마뱀 녀석 아주 신이 났어"
"응?"

초혜의 말에 고개를 돌린 설지의 눈에 대나무 줄기를 타고 내려오는 설아의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본 설지와 혜공 대사가 거의 동시에 웃음을 터트렸다.

"호호호"
"허허허"

같은 시각, 등봉현으로 한 대의 화려한 사두 마차가 들어오고 있었다. 윤기가 흐르는 검은 털로 뒤덮인 준마 네 필이 끄는 마차에는 화려한 장식들로 치장이 되어 있었는데 모두가 황금색이었다. 그런데 햇빛을 받아서 더욱 반짝이는 장식들은 아무리 봐도 가짜가 아닌 진짜 황금으로 만들어진 것 처럼 보였다. 또한 등봉현을 찾은 수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한데 집중시키며 느린 속도로 천천히 움직이는 마차의 마부석에는 날렵한 흑색 무복 차림의 무사 둘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로 미루어 마차에는 지체 높은 명문가 사람이거나 혹은 사해를 떨어 올리는 명성 높은 무가의 사람이 타고 있을 것으로 여겨졌다.   

한편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등봉현으로 들어선 마차는 객잔이나 다루(茶樓)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숭산 쪽으로 길을 잡고 있었다. 등봉현을 찾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이 화려한 사두마차 역시 그 목적지가 소림사였던 것이다. 오가는 사람들로 분주했던 거리를 지나쳐서 숭산 초입의 한산한 길로 마차가 들어서자 기다렸다는 듯 마차 안에서 한 줄기 묵직한 소리가 흘러 나왔다.

"아직 멀었느냐?"
"아닙니다. 곧 당도할 것입니다. 대인"
"서두르거라"
"예! 대인"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지는 저음의 목소리가 지닌 기운에는 평소에도 사람들을 다루는 것이 몹시도 익숙할 것이라는 느낌이 묻어 나오고 있었다. 이로 미루어 마차 주인의 신분이 결코 평범하지는 않은 것 같았다. 한편 자신들이 대인이라 지칭한 사람의 명을 받은 무사들은 말 고삐를 잡은 손에 힘을 주고 채찍을 휘둘렀다. 그러자 경쾌한 타격음이 한 차례 들리는가 싶더니 사두마차가 빠른 속도를 질주하기 시작했다. 산을 오르는 것이 아니라 마치 평지를 달리는 듯 했다. 화려한 사두마차가 숭산을 오르던 그 시각 설지는 설아와 사도연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혜공 대사를 바라 보며 일을 열고 있었다.

"방장 스님!"
"말씀하지요"
"긴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허허, 허면 제 거처로 자리를 옮기시겠소이까?"
"그게 좋겠네요. 연아!"
"응?"

설아와 함께 물장난을 치고 있던 사도연이 설지가 부르자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방장 스님과 잠시 이야기 나누고 올 테니까 놀고 있어"
"어디 가는데?"
"방장실에 갈거야"
"어? 나도, 나도 갈거야"

방장실로 간다는 말에 사도연이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런 사도연의 손에는 설아의 한쪽 날개가 잡혀 있었다.

"캬오!"
"응? 아! 헤헤"

설아가 기음을 터트리자 그제서야 자신이 설아의 날개를 잡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사도연이 날개를 놓아주었다. 그러자 재주 넘기 하듯이 몸을 빙글빙글 돌리며 몸에 묻은 물기를 제거한 설아가 사도연의 어깨 위로 내려 앉았다.

"어서 와"
"응!"

설아 때문에 잠시 지체한 사도연이 설지가 재촉하자 뽀르르 달려가 그녀의 손을 잡으며 귀여운 웃음을 터트렸다.

"헤헤"
"옷 안 젖었어?"
"응! 괜찮아"

"그럼 가자, 철숙부 뒷정리 좀 해줘"
"염려말고 다녀오너라"
"응! 방장 스님!"
"허허, 이리로 가시지요"

한 걸음 앞서 걷는 혜공 대사의 뒤를 사도연의 손을 잡은 설지와 진소청 그리고 초혜가 따르고 있었다.

"와아! 신기하다. 여기가 방장실이야?"

사도연의 탄성과 함께 방장실에 도착한 일행은 주위를 천천히 살펴보고 있었다. 오랜만에 다시 찾은 소림사 방장실이었기에 그동안 바뀐게 있나 싶어서였다. 하지만 소림사 방장실 주변은 변한게 하나도 없었다. 심지어 불쑥 솟아오르듯이 앞마당에 자리잡은 돌부리 까지 변함없는 모습이었다.

"여긴 바뀐게 없군요"
"허허, 그렇소이까? 부처님의 은덕 때문이겠지요. 아미타불!"
"흠! 설지 언니 말은 고리타분하다는 것 같은데..."

혼잣말 하듯이 중얼거리는 초혜의 말에 혜공 대사가 웃음을 터트렸다. 가식이라고는 일푼도 가미되지 않은 기분 좋은 웃음이었다.

"허허허! 고리타분한게 맞소이다."

혜공 대사의 말과 함께 경쾌한 타격음이 들려 왔고 곧바로 괴상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딱! 

"크악"

생각 없이 입을 여는 초혜에게 설지가 알밤을 먹인 것이다.

"크아악! 언닛"
"덜 맞았지?"
"아, 아냐. 다 맞았어"
"꺄르르"
"웃지마. 죽을래"

사도연이 펼쳐 보이는 손가락 여섯 개와 함께 일행은 방장실로 들어갔다.

"귀한 손님들이 오셨으니 차 한 잔씩 드리리다. 잠시만 기다려주시오"      

그렇게 말한 혜공 대사가 찻주전자로 손을 가져갔다. 그러자 잠시 후 찻주전자에서 김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한낱 찻물을 데우기 위해 고절한 공부인 삼매진화가 동원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혜공 대사의 모습에 사도연만이 감탄을 터트리고 있었다.

"우와"

그런 사도연의 머리를 한 차례 쓰다듬어준 설지가 앞에 놓인 찻잔에 물이 채워지기를 기다렸다가 입을 열었다.

"귀한 차 같습니다"
"허허, 귀한지는 모르겠으나 성수신녀께 대접하기에는 부족하지 않을 정도는 되는 것 같소이다"
"무슨 차야?"

차에서 은은한 꽃 향기가 나자 궁금해진 사도연이 묻고 있었다.

"복건성에서 나는 백호은침이라는 차야"
"백호은침?"
"하얀 솜털이 송송하게 붙어 있고 침과 같이 뾰족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야"
"아! 어디"

고개를 끄덕인 사도연이 찻잔으로 손을 가져가서 홀짝이며 맛을 보기 시작했다. 

"허허허! 그래, 하실 말씀이라는게 무엇이외까?"

혜공 대사의 말에 대답 대신 미소를 지어 보인 설지가 초혜를 향해 입을 열었다.

"혜아. 그거 드려"
"응!"
 
설지의 말에 무언가 주섬주섬 꺼내 놓는 초혜였다. 초혜가 꺼내 놓은 것은 다름아닌 비단으로 만든 두 개의 주머니였다. 초혜가 꺼내 놓은 주머니를 보고 있던 혜공 대사가 다시 입을 열어 말했다.

"이게 무엇이오?"
"열어보세요"

열어보라는 설지의 말에 서슴없이 비단 주머니를 열어 젖히는 혜공 대사였다. 설지가 아닌 다른 이가 그랬다면 혹여 비단 주머니에 어떤 술수라도 부려 놓지 않았는지 의심했겠지만 상대는 성수의가의 성수신녀였다. 소림사에 크나큰 은혜를 베푼 성수신녀였기에 아무런 의심없이 비단 주머니를 열어 젖힐 수가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비단 주머니를 열어 젖히고 내용물을 확인하는 순간 혜공 대사는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 나올 만큼 깜짝 놀라고 말았다. 주머니 속에는 상상 이상의 물건이 담겨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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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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