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됐어?"
"캬오!"
"어디 봐. 꺄르르르"
"캬캬캬"

소림사의 모든 승려들이 삼시세끼를 해결하는 공양간으로 가는 길목에는 커다란 만년거암 하나가 언제부터인가 길 옆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지금 그 바위 뒤에서 도란도란 들려오는 목소리의 주인공들은 당연히 사도연과 설아였다. 그런데 그런 둘의 행색이 조금 이상했다. 둘 다 하얀 천으로 눈 아래를 가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둘의 모습이 이상했던지 공양간으로 가기 위해 바위를 지나치는 승려들이 힐끔거리며 지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사도연과 설아는 승려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서로를 바라보며 웃음을 터트리고 있었다. 하얀 복면을 한 채 눈만 빼꼼히 내놓고 있는 서로의 모습이 우스웠던 것이다. 둘이 그렇게 희희낙락하고 있는 바로 그 때 바위가 있는 곳으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언니! 연이는 어디갔어?"
"저기 있잖아"
"어디?"

설지가 가리키는 곳으로 시선을 주었던 초혜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말했다.  

"저 녀석들 바위 뒤에서 뭘 하는거야?"
"글쎄?"

초혜의 그러한 의문은 금새 해소될 수 있었다.

"캬오!"
"왔어?"
"캬오"

일행들이 길을 따라서 바위 근처로 다가 왔을 때 이런 대화가 들려오는 것과 동시에 뒤쪽에서 작은 인영 둘이 튀어 나왔던 것이다. 둘은 눈 아래를 하얀 천으로 가린 3척이 조금 넘는 신장의 사도연과 1척 정도 되는 신장의 설아였다. 그런 둘의 행색이 괴이하다 보니 일행들은 자연스럽게 가던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더라도 일행들은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엄청나게 많은 숫자의 나비들이 길 위로 내려 앉아서 길을 가로막았기 때문이다. 이에 발작하려던 초혜였지만 그보다 사도연이 빨랐다.

"멈춰라!"
"캬오오"

복면을 하고 어깨 위에는 참마도를 떡하니 걸친 사도연이 제법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외쳤던 것이다. 이에 초혜가 '너 뭐하냐? 하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멈췄다. 어쩔래"

하지만 사도연은 그런 초혜의 말에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고 자신의 할 말만 하고 있었다.

"크하하! 본녀는..."
"캬오!"
"아! 헤헤, 다시... 흠흠, 본좌는 숭산채의 채주인 고금천추천하제일최강무적도객(古今千秋天下第一最强無敵刀客) 대력패웅(大力覇熊) 연도사라고 한다"
"캬오오오!"
"흠흠, 그리고 이쪽은 부채주인 천상천하절대무적화신(天上天下絕對無敵火神) 아설이라고 한다"

사도연과 설아의 거창한 별호와 소개에 사람들은 황당해 하면서 다시금 그 말을 곱씹고 있었다.

"숭산채 채주?"
"고금천추천하제일??"
"대력패웅?"
"연도사?"
"절대무적화신?"

사람들의 그런 반응에 복면을 하고 있는 사도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해하고 있었다.

"대숙! 숭산에는 언제 또 분타를 내셨수?"
"흠흠. 그게... 쩝"

철무륵과 초혜의 대화를 들으면서 기막혀 하는 것은 비단 설지 일행 뿐만 아니었다. 공양간 가는 길이 나비들에 의해서 졸지에 막혀 버린 탓에 설지 일행의 뒤쪽에서 귀를 쫑긋거리며 멈춰 서있던 승려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승려들 중에는 설지 일행과 인연이 있는 원각 스님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니까 지금 우리 앞을 가로막은게 산적이란 말이지?"
"크하하. 그렇다. 숭산은 본좌의 구역이므로 지나가려면 통행세를 반드시 내야한다. 크하하"

사도연이 철무륵의 흉내를 내면서 커다랗게 웃음을 터트리자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설지 일행의 뒤에서 호들갑스러운 경탄성이 흘러 나왔다.

"어머, 어머. 너무 귀여우셔. 어떡해, 어떡해"

물론 경탄성의 주인공은 성수의가의 의녀들 가운데 있던 소홍이었다. 한편 그런 소홍을 한 번 째려봐준 초혜가 일행을 대신해서 다시 입을 열었다.

"통행세를 내라고?"
"그렇다. 크하하"
"그렇게 웃지마"

"싫어"
"캬오"
"헙! 흠흠, 나를 아는 것이더냐?"

"아느냐고? 모르는게 더 이상하다. 이 자식아! 죽고 싶어?"
"어허! 고금천추천하제일최강무적도객인 본좌에게 죽고 싶냐니 너야말로 정녕 죽고 싶은게냐?"

둘 사이의 입씨름이 점입가경(漸入佳境)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너? 저게 정말. 크윽"

바로 그때 발작하려는 초혜의 뒤통수를 설지가 손바닥으로 가격했다.

"갑자기 왜 때려?"
"고금천추천하제일최강무적도객에게 덤비다니 제 정신이니?"
"고금천추천하제일은 무슨"
"호호호. 소녀가 대신 대력패웅께 사과 드리죠. 헌데 통행세라 하시면 얼마나 내야 하는지요?" 

설지가 그렇게 말하자 사도연이 오른손 검지를 척 펼쳐 보이며 대답했다.

"한 사람당 철전 하나면 된다"

사도연의 그 같은 말에 순간 난처한 표정을 지어 보이는 설지였다. 수중에 지니고 있는 전낭 속에 철전이 있을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이는 다른 일행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잠시 주위를 둘러본 설지가 다시 대력패웅(?)에게 말했다.

"호호, 별로 과하지 않은 통행세로군요. 허면 은원보 하나를 드릴 테니까 거슬러 주실 수 있으신지요"

설지의 그 같은 말에 이번에는 사도연의 복면 뒤 표정에 난처함이 떠올랐다. 은자를 받고 거슬러줄 만큼의 철전을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사도연의 난처함을 가장 먼저 간파한 것은 그녀의 산적질에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초록이 두자성이었다. 그 때문에 슬쩍 지나가는 투로 다시 조언을 하는 두자성이었다.

"철전이 없다면 은자 하나 씩 받으면 되고 은자 마저 없다면 금자가 있는데..."

조용한 장내에 끼어든 두자성의 말은 제법 파장이 컸다. 설지 일행들의 매서운 눈이 한꺼번에 두자성을 향했으며 조언을 들은 사도연은 눈을 반짝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흠흠. 방금 규칙이 바뀌었다. 철전이 없다면 각자 은자 하나로 대신할 수 있다. 그리고 은자도 없다면 각자 금자 하나를 대신 받겠다"
"야! 무슨 셈법이 그래?"
"흠흠, 그야 본좌 마음이다"

실로 황당한 셈법에 기막혀 하는 초혜를 보며 고소를 베어문 설지가 다시 입을 열었다. 문득 통행료를 받아서 어디 쓸 것인지 궁금해졌던 것이다. 갑자기 많은 돈이 필요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헌데 대력패웅께서는 거두어들인 통행료로 무엇을 하려 하시는지요?"
"그야 본 숭산채를 찾은 병자들이 집으로 돌아갈 때 노자로 챙겨주려고 한다. 허니 잔말 말고 통행세나 내놓거라"

그런 사도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설지가 대견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전낭을 꺼내려할 때 뒤에서 호걸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켈켈켈, 혹여 대력패웅께서는 본개와 같은 거지들에게도 통행세를 받으려고 하시오"

호걸개의 말에 사도연과 설아는 서로를 잠시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시 시선을 돌린 사도연이 대답했다.

"크하하, 본좌는 가난한 사람에게 통행세를 받지 않는다. 거지, 승려, 도사들도 마찬가지다"
"켈켈켈, 허면 본개는 그냥 지나가도 되겠구려?"

그렇게 말하며 앞으로 나서는 호걸개를 바라본 사도연이 말했다.

"그렇다. 통과, 화화"

다음 순간 길 위를 빼곡히 차지 하고 앉아서 날개를 움직이고 있던 나비들의 일부가 한꺼번에 날아 올랐다. 그러자 거짓말 처럼 사람 한 명이 지나갈 수 있을 만큼의 길이 중간에 만들어졌고 그 길을 따라서 호걸개가 걸음을 옮기며 재미있다는 듯 웃음소리를 흘려냈다.

"켈켈켈"

그런데 더욱 신기한 것은 그렇게 호걸개가 걸음을 옮기면 곧바로 날아 올랐던 나비들이 차례대로 다시 내려 앉아서 길을 막아버린 다는 것이었다. 그런 나비들을 보고 있던 초혜가 문득 깨달았다는 듯이 설지에게 시선을 주며 입을 열고 있었다.

"언니! 저거 지금 서로 심령이 통한다는 그런 이야기지? 그렇지?"
"아마 그럴 걸"
"하! 미치겠다. 언니는 도대체 저 녀석에게 뭘 가르치는거야?"
"글쎄? 호호호"

설지의 웃음소리가 그칠 무렵 날아 올랐던 나비들도 어느새 모두 내려 앉아서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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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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