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캬캬캬"

잘 구운 닭과 오리를 이용해서 만든 소채 덩이를 바라보며 설아가 흡족한 웃음을 터트릴 때 공양간 입구 쪽에서는 몇 사람의 노승이 젊은 제자들의 안내를 받으며 들어서고 있었다. 소림사의 방장인 혜공 대사와 그의 사제인 혜명 등이었다.

"아미타불! 빈승이 조금 늦었나 보구려. 죄송하외다"

설지 일행이 앉아 있는 탁자 위의 소채 덩이 십여 개를 보며 의문 섞인 표정을 지어 보이던 혜공 대사가 불호와 함께 사과의 말을 전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혜공 대사의 곁으로는 이십대로 보이는 젊은 승려 하나가 자리하고 있었는데 그에게서는 범상치 않은 기도가 잔잔히 흘러나와서 사람들에게 전해지고 있었다. 혜공 대사가 들어오자 분분히 일어서서 인사를 나누던 설지와 진소청 그리고 초혜는 그런 젊은 승려를 잠시 바라보다가 무언가를 깨닫고 서로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세 사람이 거의 동시에 젊은 승려의 법명을 반가운 마음을 담아서 외치듯이 불렀다.

"원각 스님!"
"아미타불! 오랜만에 뵙습니다. 세 분 소저"
"호호호. 반가워요"
"오호호호. 잘 컸네"

딱!

"크윽, 언닛"
"잘 커긴 누가 잘 커?"
"봐봐! 잘 컸잖아. 근데 조금 아깝다"
"허허허! 초소저께서는 뭐가 그리 아까우신게요?"

오랜만에 만난 원각 스님을 향해 쓸데없는 말을 늘어 놓으며 당황하게 만들던 초혜가 흐뭇한 표정으로 원각 스님을 바라보며 질문하는 혜공 대사의 말을 듣고서는 그녀다운 반응을 보여주고 있었다.

"방장 스님! 혹시 원각 스님을 파계시킬 계획 같은거 없으세요? 혹시 있으시다면 제가 아주 성심성의껏 도움을 드릴게요. 오호호호"

왠지 모를 사악함이 묻어 나는 초혜의 웃음 소리를 들으며 한 차례 흠칫 몸을 떨어대는 원각을 보고 설지와 진소청도 함께 웃음을 터트렸다.

"호호호"
"호호호"
"하여튼 마녀 맞다니까"

초혜의 말이 정확히 무슨 뜻인지는 모르지만 뭔가 불측한 의도가 포함된 말이라는걸 알 수 있었던 사도연이 혼자 중얼거리듯 말했다.  그런데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 가운데 사도연의 말을 알아듣지 못할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 때문에 좌중에서는 폭소가 터져나왔고 초혜의 사나운 눈초리가 획하고 사도연을 향했다.

"허허허! 그만들 하시고 식사나 하시지요. 차린건 별로 없지만 귀빈들을 위해서 초소저의 말대로 성심성의껏 준비했으니 많이들 드시지요. 아미타불"

혜공 대사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정갈한 소채로 구성된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물론 설아가 만든 소채 덩이 앞에는 호아와 백아 그리고 용아가 하나 씩 골라서 자리를 잡은 후 빠른 속도로 소채 덩이를 먹어 치우기 시작했다. 설아 역시 뺏길세라 소채 덩이 하나를 마구 입 안으로 집어넣기 시작했다. 그런데 바로 그 때 사도연이 비명을 토하며 탁자 위로 쓰러지듯이 머리를 살며시 처박았다.

"크윽! 푸,풀독이다. 서,설아! 해독제, 해독제"

그런 사도연의 입에서는 얼핏 이해하기 힘든 괴이한 말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사도연을 입안 가득 채워넣은 고기를 씹고 있던 설아가 힐끗 바라보는가 싶더니 갑자기 오른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아직은 주인이 없는 소채 덩이 하나에서 닭다리 하나가 쑥하고 빠져나오더니 허공을 날아서 사도연의 밥그릇 위로 스르르 내려앉고 있었다. 가히 가공할만한 허공섭물 능력이었다. 한편 자신의 밥그릇 위로 사뿐히 내려앉는 닭다리를 보며 함박 웃음을 지어보인 사도연이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이 빠른 속도로 닭다리를 입 안으로 욱여넣고 있었다.

"헤헤헤, 이제 살았다"

사람들은 사도연과 설아의 그 어이없고 기발한 행동을 보며 감탄을 토해내지 않을 수 없었다. 가장 먼저 호걸개가 부러움 가득한 시선으로 말했으며 뒤이어 초혜가 끼어 들었다. 

"켈켈켈! 저런 기발한 방법이 있었구나"
"아~ 나도 갑자기 풀독이 오르는 것 같은데... 도마뱀! 나도 해독제 하나 줘"
"설아는  도마뱀 아냐"
"그래, 그래, 용이다, 용. 애기 용. 됐지?"

식사 하다 말고 설아의 정체성에 대해서 다시 한번 승강이를 벌이는 사도연과 초혜였다. 그렇게 시끌벅적한 점심 식사가 끝나고 오후가 되자 사도연은 옮겨심은 보리수 나무 아래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사실 옮겨심은 보리수 나무 근처는 금지아닌 금지로 지정되다시피 했다. 소림사의 방장인 헤공 대사가 보리수 나무에게 영성이 깃들어 있는 것을 확인한 후 일반인의 접근을 엄격하게 금지시켰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현재 보리수 나무 주위로는 무승들이 자리하며 사람들의 접근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 중에서 사도연은 예외였다. 따지고 보면 사도연 외에는 그 누구도 보리수 나무에 영성이 깃들어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그런데 사도연은 보리수 나무 그늘 아래에서 무얼 하고 있는 것일까?

"헤헤! 한 장 더 완성"

사도연이 그렇게 말하며 손에든 한지를 설아에게 넘겨주자 설아가 받아든 한지를 입으로 후하고 불어서 말린 후 옆으로 내려놓고 있었다. 그런 설아의 옆으로는 서툰 글씨로 무언가가 적혀있는 한지 십여 장이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그러고 보니 지금 사도연은 먹물을 잔뜩 묻힌 붓으로 한지에 뭔가를 적어내려가고 있었다. 그런 사도연의 혀는 이미 까맣게 변해 있었다. 붓에 묻은 먹물이 전부 한지로 옮겨가고 붓 끝이 벌어지자 그 붓을 혀로 가져가 다듬는 것을 반복한 까닭이다. 그런 사도연과 설아의 모습을 때 마침 지나가던 초혜가 발견하고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너희들 여기서 뭐하냐?"

초헤의 말에 고개를 들었던 사도연이 별일 아니라는 듯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아무 것도 아냐"
"아무 것도 아니긴.... 보자! 응? 이게 뭐야?"

설아 옆에 쌓여 있던 한지 한 장을 집어들고 살펴보던 초혜가 의아하다는 듯한 반응을 보여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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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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