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빵과 달력


우리가 어렸을 때 철썩 같이 믿고 있었던 사실이며 지금도 믿고 싶은 사실 하나가 있다. 그것은 바로 지구상의 모든 어린이들이 만나뵙기를 간절히 소망하고 있는 산타 할아버지가 성탄절의 전날 밤에 선물을 한아름 가지고 온다는 이야기이다. '착한 아이에게만'이라는 단서가 붙기는 하지만 성탄절을 앞두고 착해지지 않는 어린이가 지구상에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니 산타 할아버지의 선물을 나눠주기 위한 하루 동안의 바쁜 일정을 누구라서 쉽게 짐작할 수 있을까?

이런 산타 할아버지의 고달픈 일정을 감안해서인지 정확히 언제 부터였는지는 모르지만 또하나의 단서 조항이 사람들 몰래 슬그머니 생겨버렸으니 바로 우는 아이에게는 선물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 해 12월 23일, 우는 아이에게는 절대 선물 안주기로 유명한 짠돌이 산타 할아버지가 오시기로 예정되어 있는 날의 하루 전에 파티마 병원에서도 자체적으로 각 병실을 돌며 선물을 나눠주는 행사가 마련되어 있었다.

몹시도 차가운 바람이 불던 이날 잠시 볼일을 보고 돌아오는 길의 사거리 횡단보도에서 거동이 불편해 보이는 노숙자 한분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그 노숙자는 횡단보도에서 마주보이는 가게 앞의 차가운 길 바닥에 앉아 비닐 껍질을 반쯤 벗겨낸 초코파이 하나를 손에 쥐고 있었다. 신호를 기다리며 그 분을 가만히 지켜보니 그 분은 한입이면 다 먹어 버릴 것 같은 조그만 초코 파이를 무척 느린 속도로 조금씩 입속으로 가져가고 있었다. '참 사는게 힘들다'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왠지 모를 불편한 마음을 안고 병실로 돌아 오니 갑자기 간호사들이 우르르 병실 쪽으로 달려가는 신기한 구경거리가 날 기다리고 있었다. 산타 복장을 한 의사 한명과 수녀님, 그리고 담당의로 이루어진 행렬의 선물 전달식이 간호사들의 분주한 발걸음으로 시작되고 있었던 것이다. 간호사들이 한꺼번에 몰려간 이유는 다른게 아니고 각 병실에 쳐져있는 커튼들을 걷기 위해서였다. 병원의 침대에는 개인 사생활 보호를 위해서 침대를 둘러쌀 수 있게 커튼이 달려 있는데 대부분의 커튼들이 조금씩이나마 침대를 가리고 있었던 것이다.

선물 전달식의 행렬에는 어김없이 사진을 찍는 분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아마도 시야를 가리고 있는 이 커튼들을 모두 걷어 버려야 좀더 좋은 선물 전달식의 분위기가 사진으로 표현되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간호사들이 우르르 몰려와 커튼들을 정리하고 사라진 조금 후에 노래 소리와 함께 선물을 전달하기 위한 행렬이 요란스럽게 저쪽 병실에서 부터 선물을 나눠주기 시작하였다.

산타 복장을 한 그 의사와 행렬들은 혹시 알고 있을까? 산타 할아버지는 절대 자신의 모습을 공개하지 않고 소리 소문 없이 아이들의 머리 맡에 선물을 놓고 사라지신다는 것을... 그렇게 병실을 돌며 선물을 나눠주던 행렬이 우리 병실에 도착하여 담당의가 전해준 선물은 다름 아닌 빵 하나와 2011년 달력이었다. 그 순간 잠시 전에 보았던 노숙자의 손에 들린 초코파이가 생각나는 것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요란하게 시작된 보여주기 위한, 혹은 사진을 찍기 위한 선물 전달식은 나에게 씁쓸함만을 남긴채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파티마 병원 관계자분들!
정말 이것이 최선인가요? 확실합니까? (계속)

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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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1.26 10: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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