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떨어대던 설지가 조금씩 안정이 되어 가자 설지를 안고 있던 성수신의 나운학이 부드럽고 나직한 음성으로 설지의 귀에 대고 갑자기 돌변한 장내의 사태에 대해 질문을 했다. 숙부의 품에 안겨 몸을 떨어대던 설지는 초아의 덕택으로 조금씩 편안함을 되찾아 가던 중에 숙부의 질문을 받자 그만 서러움을 주체하지 못하겠는지 이내 커다란 소리로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으아앙~ 흑흑, 엄마가, 아빠가..."

그것으로 족했다. 성수신의 나운학은 설지의 입에서 엄마, 아빠라는 이야기가 나오자 대번에 모든 사태를 짐작하고 흐느껴 우는 설지의 등을 토닥여준 후 교혜린에게 설지를 맡겼다. 호아와 백아의 난데없는 표사들을 향한 공격과 갑자기 울음을 터트리는 설지의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던 성미급한 철무륵이 더이상은 궁금함을 이기지 못하겠다는 듯 나운학을 향해 입을 열었다.
"아우! 도대체 무슨일인가?"

철무륵의 질문에 나운학이 막 입을 열려는 순간이었다. 좀 전에 호아와 백아에게 공격당했던 세명의 표사들이 허공을 격하고 날아와 나운학의 반장 정도 앞에서 하나씩 처박히기 시작했다. 호아와 백아가 표사들의 부러지지 않은 왼쪽 다리의 발목을 물어서 나운학을 향해 휙 던져 버린 것이다. 마지막으로 백아에게 공격당했던 표사까지 세명의 표사들 모두가 날아와 처박힌 후에야 할일을 다했다는 듯 백아와 호아는 교혜린의 품에 안겨 있는 설지를 향해 허공을 걸어 나아갔다. 그러자 하남 표국의 일행들 사이로 놀라는 소리와 함께 작은 술렁임이 물결 처럼 퍼져 나갔다. 

"신의! 무슨일인게요?"
"신의! 무슨일인겐가?"
세명의 표사들이 나운학의 발치에서 나뒹구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소림의 계율 원주 혜명 대사와 무당 검선 일성 도장의 입에서 거의 동시에 비슷한 말이 튀어나와 나운학을 향해 날아들었다. 두사람의 질문을 동시에 받은 나운학은 잠시 장내를 일별한 후 나지막하지만 장내에 있는 모두에게 분명하게 전달되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아무래도 혈사교의 잔당들이 남아 있었던 모양입니다."

혈사교! 나운학의 입에서 혈사교라는 말이 나오자 장내의 모든 인물들은 그 자리에 얼어 붙은듯 자신들이 하던 동작을 일순 멈추었다. 잠시의 시간이 흐른 후 장내의 무거운 분위기를 깨트리며 혜명 대사가 재차 나운학을 향해 무겁게 입을 열었다.
"신의! 지금 혈사교라고 하셨소?
"예! 설지의 말로 미루어 아무래도 이들 세명이 형님과 형수님의 죽음에 직접 관련 있는 자들 같습니다."
"허어! 이럴수가..혈사교라면 이미 성수의가와 관부에 의해 간부급 이상의 모든 인물들이 체포, 압송되고 현판이 내려졌거늘, 어이 이런 일이..."

혜명 대사와 이야기를 나누던 나운학은 교혜린의 품에 안겨 있던 설지를 바라보며 확인을 하듯이 다시 질문을 던졌다.
"설지야! 이들이 그날의 흉수들이 맞는 것이냐?"
나운학의 질문에 잠시 생각하는듯 하던 설지는 도리질 하듯이 고개를 좌우로 두어번 흔들더니 이렇게 말했다.
"음, 음, 얼굴은 틀려! 그런데 호아와 백아가 그 사람들이 맞데."
"얼굴이 틀리다고?"

설지의 말에 나운학이 무언가 생각난듯 바닥에 쓰러져 있는 세사람을 살펴보려는 순간 그보다 먼저 나서서 쓰러진 세사람을 살펴보는 이가 있었다. 얼굴이 틀리다는 설지의 말에 철무륵이 곁에 있던 엽정에게 살펴보게 한 것이다.
"아우! 엽정으로 하여금 살펴보게 하게."
철무륵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한 나운학이 다시금 하남 표국의 인물들을 한명씩 찬찬히 살펴보고 있을때 세사람의 표사들을 살펴 보던 엽정이 손에 무언가를 들고 철무륵과 나운학을 향해 입을 열었다.
"인피면구입니다."
"역시 그렇군. 하남 표국에서 설명해야 할 말이 꽤 많을 것 같네. 아우!"

엽정의 말을 들은 철무륵이 나운학을 향해 이렇게 말할때 교혜린의 품에 안겨 있던 설지가 교혜린의 품에서 내려와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나운학의 곁에 와 서서 인피면구가 벗겨진 세 사람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런 설지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 보고 있던 나운학이 설지의 어깨에 손을 올려 놓자 설지가 나운학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렇구나. 그런데 호아와 백아는 인피면구를 쓰고 있는 이들을 어떻게 알아 보았다고 하더냐?"
"응, 응! 백아가 그러는데 이 아저씨들에게서 느껴지는 기를 보고 알았데. 호아와 백아는 한번 본 사람의 기는 절대 잊지 않거든."

설지의 설명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던 나운학은 설지의 말이 끝나자 자신의 앞에서 나뒹굴며 괴로운 신음을 토해내는 세명의 표사들에게 시선을 주었다. 자신이 그토록 존경하고 따르던 형님과 형수님의 원수들이었다. 그리고 설지에게는 살부지수들이었다. 단번에 숨통을 끊어버린다 해도 누구 하나 탓할 사람이 없겠지만 나운학은 먼저 이들에게 사실 확인 부터 하고자 했다.

"묻겠소! 나는 당대의 성수신의 나운학이고 여기 이 아이는 전대의 성수신의셨던 내 형님의 유일한 혈육인 설지라는 아이요. 당신들이 내 형님과 형수님을 해한 장본인들이 맞소?"
장내를 얼어붙게 만들 정도로 싸늘한 목소리가 나운학의 입에서 나와 쓰러진 세사람을 향해 쏘아져 갔다. 나운학의 질문을 받은 세사람은 뇌전을 맞은 듯 한차례 몸을 부르르 떨더니 힘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자포자기한 듯한 음성으로 말하기 시작했다.
"으으, 그렇소이다. 살려주시오. 우리는 그저 명령을 충실히 따른 죄 밖에는 없소이다. 그러니 제발 살려주시오. 신의!"

쓰러진 세 사람중에서 우두머리인 듯한 사내의 입에서 이 같은 말이 나오자 나운학의 곁에 서 있던 철무륵의 입에서 광포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
"갈! 이 쓰레기 같은 잡놈들아. 뭐라고? 명령을 충실히 따랐다고? 이 개잡놈들아. 네놈들이 죽인 운해 형님과 형수님은 무공을 모르는 평범한 분들이셨다. 무림인들이라는 놈들이 평민들에게 손을 쓰다니 게다가 네놈들 손에 죽은 운해 형님은 성수신의셨단 말이다. 네놈들이 감히 성수의가를 향해 칼을 들이대고도 정녕 무사할성 싶었더냐?"

철무륵의 쩌렁 쩌렁한 분노의 외침이 장내를 휩쓸고 지나 갈 즈음 여태껏 잠자코 있던 하남 표국의 일행 중에서 한명의 준수한 청년이 걸어 나와 나운학과 철무륵등의 일행이 있는 쪽으로 다가왔다. 영준한 용모를 가진 청년이 다가서자 이를 지켜보고 있던 설지의 미간이 찡그려지기 시작했다.

'창작 연재 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협 연재] 성수의가 22  (0) 2011.04.10
[무협 연재] 성수의가 21  (0) 2011.04.03
[무협 연재] 성수의가 20  (0) 2011.03.20
[무협 연재] 성수의가 19  (0) 2011.03.13
[무협 연재] 성수의가 18  (0) 2011.03.06
[무협 연재] 성수의가 17  (0) 2011.02.27
Posted by 까만자전거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