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철무륵은 녹림이십사절객으로 하여금 철장산의 채주 마평을 도와 녹림의 부상자들을 수습하게 하고는 장내가 정리되어 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가 조금 떨어진 곳에서 장총관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나운학을 발견하고는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아우! 우리 쪽 부상자들은 대충 정리가 되어 가는 것 같은데 하남 표국의 부상자들은 어떻게 할텐가?"
"아, 예. 글쎄요. 의당 부상자는 우리 의가에서 살펴보아야겠지만 하남 표국 쪽에서 어떻게 나올지 알수가 없군요."
"흠. 그렇겠지. 그나저나 하남 표국 놈들의 행적이 수상쩍은 것 같은데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예. 그렇지 않아도 형님께 말씀 드릴려고 했습니다. 곽철승이라는 표국의 소국주가 아까 저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쓰러져 있던 혈사교의 인물에게 보내는 전음을 설지가 들었답니다."
"엥? 전음을 들어? 허, 그것 참. 그놈 별 재주가 다있군 그래."

설지가 곽철승의 전음을 엿들었다는 말에 놀라는 철무륵을 보며 미소를 지은 나운학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뭐. 저도 가끔 그놈이 신기하니까 당연히 형님도 그러시겠지요. 하하. 하여간 설지가 들은 전음의 내용으로는 곽철승이 혈사교 잔당들에게 가족들을 들먹이며 입막음을 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하남 표국과 관련해서 무슨 일이 진행되고 있는 것 같은데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거기다 설지가 곽철승의 몸속에 있다던 아주 나쁜 기운이란게 아마도 금지된 어떤 마공의 수련으로 인해 생겨난 사기 같습니다."
"뭐, 뭐라고. 마공?"

금지된 마공이라는 소리에 화들짝 놀란 철무륵이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이며 반문하자 재빨리 주위를 둘러본 나운학이 철무륵의 경각심을 일깨우듯 무겁고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쉿. 목소리를 낮추십시오. 형님."
"아. 그, 그래. 아니 그보다 확실한가 마공이라는 것이?"
"예. 아무래도 마공에 의한 기운이 맞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아무래도 하남 표국을 조사해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흠, 마공이라... 그렇겠지. 이건 소홀히 넘길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 같군. 알았네. 이번 조사는 소림과 개방, 그리고 우리 녹림에서 하도록 의논해서 조치하겠네."
"예. 형님 잘아시겠지만 은밀하게 접근하셔야 합니다. 타초경사의 우를 범할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걱정말게. 혜명 대사님과 개방의 취걸개와 의논한 후 은밀히 조사를 시작할테니 자네는 부상자들이나 신경쓰시게."
"그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나운학과 대화를 마친 철무륵은 나운학을 향해 고개를 한번 끄덕여주고는 서둘러 자리를 떠 소림사의 혜명 대사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한편 그 시각 하남 표국 쪽에서는 표국의 부상자들을 수습하여 마차에 태우고는 서둘러 길을 떠날 채비를 하고 있었다. 표행 준비에 들어간 일행들을 살피던 하남 표국의 소국주 곽철승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표두 관일해를 보며 입을 열었다.
"관표두님! 서둘러 출발 준비를 마치도록 독려하십시오."
"예. 소국주님. 그나저나 저들과 이대로 헤어져도 괜찮겠습니까?"

관표두라 불린 중년 사내는 소국주인 곽철승의 말에 성수의가 쪽을 가느다란 눈으로 살펴보며 답변을 겸한 질문을 던졌다. 관표두의 말에 곽철승은 입가에 비릿한 미소를 베어 물고는 성수의가 쪽을 노려보면서 차가운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아직은 때가 아니니 이대로 헤어질 밖에... 의가 나부랭이들이 감히 천하제일가를 자처하고 있다니... 아직은 때가 아니라 참는 것이다. 네 놈들 기대하고 있거라. 우리 하남 표국이 새롭게 등장할 날을..."

의미모를 말을 중얼거리는 곽철승의 모습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던 관표두는 곽철승을 향해 가볍게 목례를 하여 예를 표한 후 표행 준비에 바쁜 표국 식솔들을 독려하기위해 자리를 떠났다. 관표두의 뒷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곽철승은 내키지 않는다는 듯한 걸음 걸이로 성수의가의 마차 쪽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떼어 놓고 있었다.

한편 한걸음에 마차 쪽으로 달려온 설지는 마차 안의 상자에서 말린 과일 한움큼을 꺼내 그 중에 하나를 자신의 입에 넣고 나머지는 자신이 메고 있던 가방 속에 집어 넣은 후 백아와 호아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마차 옆에 쪼그리고 앉아 무언가를 의논하기 시작했다. 셋이서 머리를 맞대고 무언가를 의논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한 밍밍도 어느틈엔가 슬그머니 다가와 셋 사이로 머리를 집어 넣고는 그들만의 회의에 참가하였다.

소녀와 당나귀, 그리고 두마리의 작은 호랑이는 제법 진지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머리를 맞대고 있었지만 외부에서 보기에는 그저 귀여운 모습일 뿐이었다. 설지를 찾던 나운학은 넷이서 머리를 맞대고 쪼그려 앉아 있는 모습에 빙그레 미소를 띄우고는 가만히 다가오며 설지를 불렀다.
"설지야! 뭐하는게냐?"
"응?"

숙부의 부름에 고개를 들어 올린 설지는 숙부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대답했다.
"회의 중이야. 회의! 아주 아주 중요한."
"회의? 그래 무슨 의논이기에 그토록 중요한 것인게냐?"
"응! 응! 오늘 밤 초아를 숲속에서 재울 것인지 아니면 마차 곁에서 재울 것인지 그걸 의논하고 있는 중이야!"
"하하하. 그래 그렇구나. 그래 결론은 내렸느냐?"
"응. 아, 아니, 아직 좀더 회의해 봐야해."
"그래. 그럼 회의가 끝나면 내게로 오너라. 할아버지께 보낼 서찰을 비아를 통해서 보내야겠구나."
"비아에게? 응! 응! 알았어!"

씩씩하게 대답한 설지가 다시 고개를 돌려 자신들만의 회의 석상으로 돌아가자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나운학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발길을 돌려 마차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나운학이 마차로 돌아가자 다시 열띤 회의에 들어갔던 설지와 백아 등은 한참만에야 결론을 내린듯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물론 그래봐야 밍밍은 근처의 풀을 뜯어 먹기 위해 자리를 옮긴 것이고 백아는 다시 설지의 품에 안겨 들었지만 말이다.

설지와 백아 등이 회의를 마칠 무렵 하남 표국은 표행 준비를 마치고 막 길을 떠날 채비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곽철승은 내키지 않는 걸음을 옮겨 나운학과 혜명 대사 등을 향해 다가와 짧은 인사를 남기고 발길을 돌려 표행을 이끌고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하남 표국의 마지막 마차가 사라져 갈 즈음 성수의가 쪽에서는 몇마리의 전서구가 하늘로 날아 오르고 있었다. 소림사와 개방으로 날아가는 전서구들의 발목에는 하남 표국에 대한 일이 기록된 서찰이 묶여 있음은 당연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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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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