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직현에서 올라온 하남 표국의 표행이 철장산의 중턱에서 녹림의 철장채와 격돌을 벌인 후 부상자를 수습하여 성수의가의 행렬이 올라 왔던 방향 쪽으로 내려간 후 표행의 마지막 마차 꼬리가 산 아래 쪽에서 서서히 사라져 갈 무렵 몇 마리의 전서구가 하늘을 나르는 것과 때를 같이 하여 백아와 호아 그리고 밍밍과 함께 장고에 들어 갔던 설지도 백아를 안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백아를 품에 안은 설지가 숙부인 나운학이 있는 마차를 향해 다가설 즈음 설지의 기척을 알아챈 나운학이 손에 서찰 하나를 들고 막 마차에서 내려서고 있었다.

"설지야! 그래, 회의는 다 했느냐?"
"응. 응! 회의 끝. 헤헤헤"
"그래. 그럼 비아를 부르거라. 비아는 어디있느냐?"
"응. 응. 알았어. 비아는 저쪽 커다란 나무에 있잖아."

설지가 이야기 하며 손가락으로 가리킨 쪽에는 길이가 칠,팔장씩은 족히 될 커다란 나무들이 빽빽히 자라고 있는 지역이었다. 워낙에 울창한 수림들로 인해 시야 확보가 어려운 지역이었기에 보통 사람이라면 그 속에서 무언가를 찾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로 보였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설지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어느 한쪽을 가리키며 비아가 그 곳에 있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설지의 말에 나운학이 안력을 돋우어 설지가 가리킨 쪽을 세밀히 관찰해 보았으나 전혀 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었다. 

"허, 그것 참. 어떻게 기척을 저리 숨길 수 있는지 모르겠구나. 이 숙부는 도저히 못찾겠으니 네가 부르려무나."
"응. 응. 알았어. 비아! 비아! 이리 와."
숙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설지는 별로 크지 않은 목소리로 자신이 가리켰던 방향을 향해 비아를 부르기 시작했다. 설지가 두번 비아를 외치자 십장 쯤 떨어진 숲속 한 곳에서 요란한 날개 짓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이내 천공을 향해 무언가 커다란 물체 하나가 빠른 속도로 나무들 사이에서 솟구쳐 올랐다. 그리고 그 물체는 이내 커다란 날개를 활짝 펼친채 한바퀴 선회를 하는가 싶더니 이내 설지가 있는 쪽을 향해 날아오기 시작했다.

숲속에서 갑작스럽게 요란한 날개 짓 소리가 들리더니 커다란 물체 하나가 사람들의 위에서 한바퀴 선회를 하자 장내에 있던 모든 이들의 시선이 천공을 향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들의 눈에 들어온 것은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매였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이들 중에서 가장 먼저 철장채의 채주 마평의 입에서 경악의 외침이 터져 나왔다.

"저, 저게 뭐야. 총표파자. 저, 저게 도대체 무엇입니까?"
"하하하. 마채주 놀라셨소? 저놈이 바로 성수의가 소공녀의 애조인 비아라는 놈이오이다." 

호탕한 웃음과 함께 철무륵이 비아에 대해서 이야기 하자 철무륵의 곁에서 비아를 보고 있던 혜명 대사 역시 약간은 놀란듯 한 음성으로 철무륵에게 질문을 했다.
"아미타불! 철대협. 겉모습으로 보아 분명 매 같은데 어찌 저리 클수가 있소이까? 언뜻 보기에도 양날개 길이가 십장은 되어 보이는데 말이오이다."
"하하하. 글쎄요. 저도 예전 부터 그 점이 궁금했습니다. 도대체 저놈에게 뭘 먹여 키웠길래 저리 큰 것인지 말이지요. 대사님께서 직접 물어보시지요. 그 참에 저도 궁금했던 것을 풀어버릴 수 있게 말입니다. 하하하."

철무륵과 혜명 대사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십장은 족히 될 양 날개를 활짝 펼친채 설지를 향해 날아왔던 엄청난 크기의 비아는 설지의 바로 앞에 조용히 내려 앉고 있었다. 땅에 내려 앉자마자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뒤뚱거리며 설지에게 다가온 비아는 반갑다는 듯 엄청난 크기의 부리를 설지의 몸에 부벼대기 시작했다.

"앗! 떨어져, 떨어져."

설지는 비아가 커다란 부리로 자신의 몸을 부벼대자 비아의 머리를 콩콩 때리며 몸에서 떼어냈다. 그리고는 비아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기 시작했다. 한편 비아와 설지가 세세세를 하며 어울리고 있는 사이에 둘의 주위로는 호기심에 가득찬 수많은 눈들이 다가서기 시작했다. 일성 도장을 비롯하여 혜명 대사와 철무륵, 그리고 녹림 이십사절객과 소림 십팔나한, 개방 사룡이 바로 그들이었다.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나운학은 설지에게 자신이 들고 있던 서찰을 넣은 끈 달린 가죽 주머니를 설지에게 넘겨 주며 비아의 다리에 단단히 묶게 하고는 당부의 말을 했다.

"설지야! 그 서찰은 중요한 것이니까 비아에게 서둘러서 다녀오라고 하거라."
"응, 응. 걱정마. 이 녀석 무지 빨라. 헤헤"

설지는 숙부의 말에 이 같이 대답하고는 메고 있던 가방에서 주머니 하나를 꺼내들더니 그 속에서 밀랍에 싸인 환단 하나를 꺼내 밀랍을 벗겨내기 시작했다. 그런데 밀랍을 벗겨내기 시작하자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향기로운 선향이 환단을 중심으로 퍼져 나오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주변에서 설지와 비아를 구경하고 있던 사람들은 환단에서 흘러나오는 선향에 가슴 속이 시원해짐을 느끼며 환단의 정체가 몹시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가장성질 급한 철무륵이 설지를 향해 입을 열었다.

"설지야! 그 환단은 무엇이더냐?"
"응? 이거? 이거 보령환인데 왜 그래? 비아 간식이야."

설지는 철무륵의 질문이 이상하다는 듯 보령환이라고 이야기한 후 밀랍이 다 벗겨진 보령환을 비아에게 먹인 후 목 주위를 손 바닥으로 쓸어 내렸다. 한편 보령환이라는 말에 고개를 갸우뚱 하던 철무륵은 곁에 있는 나운학을 향해 입을 열었다.

"아우! 저게 보령환이 맞는겐가? 내가 알기로 보령환에서는 저런 선향이 안 나는걸로 아는데 말이야."
"예. 형님, 외양은 보령환이 맞는데 그 선향의 정체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허, 그것 참, 저 선향은 아무래도 영약의 기운인 것 같은데 비아 저놈 호강하는구만 그래."
 
철무륵의 약간은 시기어린 말이 끝날때 쯤 비아의 목을 쓸어내리던 설지가 갑자기 무언가 생각난 듯 후다닥 마차를 향해 뛰어 가기 시작했다. 마차를 향해 뛰어 갔던 설지는 무언가를 찾는듯 자신의 소지품들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찾고 있던 것을 발견 하지 못한 듯 이내 고개를 잘레 잘레 흔들더니 다시 비아 곁으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비아의 다리에 묶어 두었던 가죽 주머니를 풀어내더니 숙부를 향해 초롱 초롱한 눈망울을 깜빡거리며 미소와 함께 천진난만한 목소리로 입을 열어 이렇게 말했다.

"헤헤. 숙부, 할아버지께 비아에게 먹일 보령환 보내달라고 해줘. 주머니에 스무개 정도 챙겨 넣었었는데 다 먹어가."
"녀석. 또 덤벙대다가 빠트리고 왔나 보구나 알았다. 서찰 이리다오. 그냥 비아에게 먹일 보령환이라고 하면 되느냐?"
"응, 응! 그러면 돼."
"그래 알았다. 잠시만 기다리거라."

나운학이 서둘러 서찰에 몇자 더 적어 넣은 후 설지에게 가죽 주머니를 돌려 주자 가죽 주머니를 받아든 설지는 다시 가죽 주머니를 비아의 다리에 단단히 묶은 후 비아의 머리를 몇번 쓰다듬어 주었다. 그리고는 비아에게 무어라고 조용히 이야기하자 그 말을 알아들은 듯 고개를 끄덕인 비아가 힘차게 천공을 향해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날아오르기 무섭게 순식간에 까마득한 천공으로 솟구친 비아는 긴 울음 소리를 남긴 채 이내 사람들의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져 갔다.

비아가 사라져 가자 그때까지 잠자코 지켜 보던 철무륵이 다시 설지를 향해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설지야! 그 보령환이라는거 말이다. 거기에서 선향이 흘러 나오던데 어찌된 일이냐?"
철무륵의 질문을 받은 설지가 철무륵을 한번 바라 본 후 숙부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을 둘러보니 모두가 자신의 대답을 몹시도 기다리는 듯한 표정으로 자신에게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말할까 말까 잠시 고민 하는 듯 하던 설지의 입에서 나온 대답은 의외로 짧고 간단했다. 하지만 그 말의 내용은 절대로 간단한 것이 아니었다.

"응, 그거 공청석유 향이야."

'창작 연재 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협 연재] 성수의가 25  (0) 2011.05.15
[무협 연재] 성수의가 24  (0) 2011.05.08
[무협 연재] 성수의가 23  (0) 2011.04.24
[무협 연재] 성수의가 22  (0) 2011.04.10
[무협 연재] 성수의가 21  (0) 2011.04.03
[무협 연재] 성수의가 20  (0) 2011.03.20
Posted by 까만자전거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