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뭐라고?  공청석유라고?"
설지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터져 나온 철무륵의 경악에 가까운 외침은 설지의 주위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심정을 대변한 것이기도 했다. 전설상에서나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인세에서는 지극히 구하기 어렵다는 그 공청석유를 한낱 매의 간식으로 먹인다고 하니 경악이 장내를 휩쓸고 지나 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대저 공청석유가 무엇이던가? 오묘한 자연의 조화 속에서 만들어진다는 공청석유는 사람의 손때가 전혀 묻지 않은 심산심처에 자리잡은 끝모를 자연 동굴에 오행지기가 자연스럽게 스며들어야 하며 동굴 인근의 숲에서는 영약들이 자라고 있어야 한다는 극히 까다로운 조건들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영약들의 기운들과 오행지기, 그리고 자연 동굴이라는 천혜의 조건들이 두루 완비되어야지만 간신히 몇방울이 생성이 된다고 알려져 있는 영약이 바로 공청석유였던 것이다.

영약의 기운과 오행지기를 바탕으로 깊은 동굴 속에서 자라난 종유석이 만들어내는 공청석유는 일백년에 걸친 장구한 세월 동안 겨우 한방울이 생성된다고 알려져 있으니 공청석유야말로 무가지보 중의 무가지보인 것이다. 마치 염소 젖처럼 탁한 색을 띤 이 공청석유의 잘 알려진 효능으로는 무공을 익힌 무림인이 공청석유 한방울을 섭취하고 운기행공을 하면 단숨에 일갑자에 해당하는 내공력을 증진시킬 수 있으며 일반인이 한방울을 마신다면 무병장수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는 영약이었다.

이런 무가지보를 비아의 간식으로 먹이고 있다는 설지의 말에 놀라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으랴? 경악에 가까운 외침을 토해내었던 철무륵이 다시 한번 확인하듯 설지와 설지가 메고 있는 가방을 힐끗 한번 본 후 입을 열었다.
"설, 설지야! 정말 그 보령환에 공청석유가 들어 있느냐?"
"응, 응! 예전에 내가 숲속에 백아랑 호아랑 놀러 갔다가 깊은 동굴에서 발견한거야! 음, 정확히는 초아가 알려줬다고 해야겠지만, 헤헤"
"허! 그것 참."

허탈함에서 나오는 탄식 같은 중얼거림을 내뱉은 철무륵은 입속으로 무언가를 중얼거리다가 갑자기 대소를 터트리기 시작했다.
"으하하하! 으하하!"
"응? 철숙부 왜그래?"
"아, 아니다. 하하하. 무림인들이라면 목숨을 걸고라도 노릴 공청석유를 비아의 간식으로 주고 있다니 성수의가의 소공녀가 아니라면 뉘라서 감히 그런 생각을 할 수 있겠느냐? 내 그것이 통쾌해서 그런다. 으하하하!"

과연 그러했다. 무가지보인 공청석유로 만든 환단을 매의 간식으로 주고 있다는 소문이 퍼져 나가기라도 한다면 무림인들이 느낄 절망감과 안타까움은 말로는 다 표현하지 못할 것이었다. 어쨌건 한바탕 대소를 터트린 철무륵은 은근한 눈길로 설지를 바라보며 이렇게 이야기했다.
"설지야! 혹 그 보령환 한알만 이 산적 숙부에게 주지 않겠느냐?"

철무륵이 은근한 눈길로 이렇게 말하며 자신을 바라보자 설지는 옆에 메고 있던 가방을 잽싸게 등 뒤로 돌린 후 세차게 고개를 가로 저으며 이렇게 대답했다.
"안돼! 저~얼대 안돼! 이 보령환은 비아에게 맞게 할아버지가 만든거란 말야."
"허, 고놈 참, 그래, 그래 알았다. 내 달라고 하지 않으마."
철무륵이 설지에게 보령환 한알을 달라고 부탁했지만 실상은 그리 탐내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단지 보령환을 한번 살펴보고 싶은 무림인으로써의 호기심이 작용했던 것이었다.

철무륵을 향해 고개를 잘레 잘레 흔들며 거절한 설지는 뒷걸음질로 마차를 향해 움직여 가기 시작했다. 설지의 그런 모습에 빙그레 미소를 띄어 올린 철무륵이 다시 한번 설지를 향해 입을 열었다.
"이 녀석아! 내 치사해서 달라고 안할테니까 걱정하지 말거라."
철무륵이 이렇게 말하자 뒷 걸음질로 마차를 향해 가던 설지도 철무륵을 향해 입을 열었다.
"정말이지? 철숙부, 거짓말 아니지? 그렇지?"
"그래, 이 녀석아."
"헤헤헤, 알았어! 휴, 큰일날뻔 했네."

장난스레 말한 설지가 몸을 돌려 마차 쪽으로 걸음을 옮겨 가자 둘의 대화를 듣고만 있던 혜명대사가 그제서야 나운학을 향해 입을 열었다.
"신의! 도대체 비아라는 매는 어떻게 소공녀와 함께 지내게 된 것이오?"
"아! 예. 대사님, 두어해전에 설지와 제가 약초 채집을 함께 나갔다가 철형님이 계신 산채에 잠깐 들렀던 적이 있었습니다. 저와 철형님이 잠시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산채 주변을 구경하러 나갔던 설지가 둥지에서 떨어져 다 죽어가는 갓 태어난 비아를 발견했었지요. 다 죽어가던 비아를 밤낮으로 돌보며 다시 살려 놓은게 설지였습니다. 그때 부터 비아에게 설지는 어미와 같은 존재가 되었지요."

"아미타불, 그렇게 된 것이군요. 그런데 공청석유를 먹여가며 저렇게 크게 키우는데는 무슨 연유라도 있소이까?"
"하하하! 그게 연유라면 연유겠지요. 하루가 다르게 체격이 커지는 비아를 보고 제가 어느 날 물어보았었지요. 도대체 저놈에게 뭘 먹인거냐? 그리고 왜 저렇게 크게 키우느냐고 말이지요. 그랬더니 이렇게 대답하더군요."
"뭐라고 했소이까?"
"응, 더 키워서 타고 다닐거야 라고 말이지요. 하하하!"
"아미타불, 허허허, 예전에 선인들이 학을 타고 다녔다는 이야기는 저도 들어 보았지만 이제 성수의가에서는 소공녀가 매를 타고 다니는 진풍경이 연출되겠소이다. 그려. 허허허!"
"그렇다고 봐야겠지요. 워낙에 엉뚱한 생각을 잘하는 녀석이라서 말이지요."

그때 나운학과 혜명대사의 대화를 듣고만 있던 철무륵이 얼굴 가득 웃음을 머금고 불쑥 끼어 들어 이렇게 말해 주변을 웃음 바다로 만들어 놓았다.
"하하하! 아무래도 설지 저놈 이번 행로에서 용이라도 한마리 데려오는게 아닌가 모르겠네."

한편 마차 쪽으로 걸어 갔던 설지는 백아를 품에 안고 마차에 기댄채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듯 하더니 백아와 호아, 그리고 초아에게 무언가를 의논하기 시작했다. 설지와 세 영물들 사이의 긴한 논의는 의외로 쉽게 마무리 되었다. 설지는 잠시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살펴 보더니 큰 목소리로 교혜린을 찾기 시작했다.

"교언니! 교언니! 어디있어?'
설지의 부르는 목소리에 부상자들을 돌보고 있던 교혜린은 하던 동작을 일시 멈추고 몸을 일으키며 소리가 들려온 쪽을 바라 보았다. 
"왜 그러니? 설지야."
"응, 응, 거기 있었네, 헤헤헤"
교혜린을 찾은 설지는 부상자들이 누워 있는 천막을 향해 단숨에 달려와 교혜린의 앞에 와서 멈춰 섰다.

"교언니! 나 숲속에 들어가서 놀다 올테니까. 걱정하지말라고, 그리고 양가죽 물통 하나 가지고 갈거야."
"그래. 알았다. 백아와 호아랑 같이 있으니까 걱정은 되지 않지만 그래도 모르니 조심해야 한다. 무슨 일 생기면 큰 소리로 부르고 알았지?"
"응, 응, 걱정마, 걱정마. 나 놀다 올께."
씩씩하게 대답한 설지가 양가죽 물통 하나를 들고 나운학과 철무륵 등의 일행이 모여서 담소를 나누고 있는 곳을 스쳐 지나 숲으로 사라져 가자 잠시 설지의 모습을 좇던 일행들은 이내 웃음 소리와 함께 다시 담소를 나누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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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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