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박한 모습의 노팔룡과 헤어진 설지는 자신이 나아가는 방향 앞쪽의 왼쪽과 오른쪽에 백아와 호아를 앞세운 채 부지런히 숲을 헤치며 나아가기 시작했다. 숲 속으로 들어오기 전에 교혜련에게 숲 속에 들어가 놀다 온다고 이야기는 해놓았었지만 그 시각이 어느덧 한시진이 훌쩍 지나 버렸기에 걸음을 빨리 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한참을 숲을 헤치며 나아가던 설지의 눈에 성수의가에서 쳐 놓은 천막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무심코 나아가던 설지는 무언가가 생각난듯 자신의 왼쪽 어깨 위에 마치 장신구 처럼 가만히 앉아 있는 용아를 향해 말을 걸며 왼쪽 손바닥을 내밀었다.

"아참! 용아 네게 물어볼게 있어. 용은 여의주를 가지고 있다던데 너도 그거 가지고 있어?"
설지의 천진난만한 질문을 받은 용아는 그때 까지 꼼작않고 있던 몸을 움직여 허공을 향해 가볍게 날아 오르더니 이내 설지의 펼쳐진 왼손바닥 위에 살포시 내려 앉으며 작은 고개를 끄덕였다.

"우와! 그럼 그거 나 보여줘. 나 한번도 여의주란걸 못봤는데 어떻게 생겼는지 무지하게 궁금해!"
설지의 이 말이 끝나자 무언가를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던 용아가 한차례 몸을 꿈틀 하는 것 같더니 입속에서 무언가를 토해 내었다. 뜻밖에도 용아의 입속에서 튀어 나온 것은 영롱하기 그지없는 칠채보광을 흩날리는 작은 구슬 하나였다.
 
크기가 설지의 새끼 손톱만 하던 그 영롱한 구슬은 용아의 입에서 튀어 나오기 무섭게 조금씩 크기가 커지는 것 같더니 설지가 구슬을 받아 들기 위해 펼친 오른 손바닥 위에 내려 앉을 무렵에는 주먹 크기 만큼이나 커져 었었다. 자신의 오른 손바닥 위에 내려 앉은 용아의 여의주를 신기한 듯 찬찬히 살펴보던 설지는 무언가를 발견한 듯 이렇게 불쑥 내뱉었다.

"햐! 이거 무지하게 신기하다. 빛깔도 너무 예뻐. 응? 그런데 이거 왜 눈이 안부셔?"
그랬다. 설지의 주먹 크기 만큼이나 커다란 여의주가 발하고 있는 너무도 아름다운 칠채보광은 여의주를 바라보고 있는 설지의 안력에 어떠한 영향도 끼치지 않은채 그저 황홀할 정도의 보광만 뿌리고 있었던 것이다. 또한 그 황홍할 정도로 아름다운 칠채보광은 서서히 영역을 넓혀 나가는 것 같더니 어느 사이엔가 수십장 멀리 떨어진 사람들에게도 보일 정도로 허공 높이 까지 화려한 빛무리를 뿌려대기 시작했다.

한편 설지가 용아의 여의주를 들고 감탄성을 토해내고 있을 무렵 철무륵은 나운학과 함께 녹림 철장채 소속의 부상자들이 누워 있는 천막을 돌아 보다 막 천막을 벗어나고 있던 중이었다. 철무륵은 나운학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고 부상자들의 천막에서 벗어날 무렵 갑자기 허공으로 솟구치는 영롱하기 그지 없는 칠채보광을 발견하고는 흠칫 놀라 옆의 나운학을 바라 보았다 그리고는 약간 놀란 음성으로 말을 이었다.
"아니! 도대체 저게 무언가?"
"글쎄요? 설지 녀석이 무언가를 들고 있는 것 같은데요?"
"응? 설지가?"

나운학의 말을 들은 철무륵이 안력을 돋구어 칠채보광이 뿌려지는 아래 쪽의 숲속을 살펴보니 과연 그러했다. 어렴풋 하긴 하지만 분명 숲 속에는 설지의 모습이 보이고 있었으며 그런 설지의 손에서는 영롱한 칠채보광이 허공으로 솟구쳐 오르고 있었던 것이다.

"허! 그렇군. 자넨 안력도 좋으이. 그나저나 저 녀석은 또 무엇을 주워 들고 오기에 저리도 요란한 빛무리를 허공으로 뿌려대는겐지, 원 녀석하고는"
"하하하. 그러게요. 녀셕이 워낙 엉뚱한 짓을 잘해서 그런지 은근히 기대가 되는데요."
"그런 소리말게. 아무래도 저 보광이 인근을 지나던 사람들 눈에 죄다 띄었을 것 같은데 무림인들이 저 보광을 보았다면 신병이기의 출현이라며 죄다 이쪽으로 달려올게야."

사실이었다. 설지의 손에서 시작된 영롱한 빛무리는 대낮임에도 산 아래의 상직현에서 까지 관찰할 수 있을 정도로 영롱한 빛무리를 하늘 가득 수놓았던 것이다. 상직현은 호남성과 호북성의 경계에 위치해 있었기에 두성을 오가는 장사치들과 각 성을 오가는 표행 행렬들로 인해 늘 붐비는 도시였고 그 많은 사람들 중에는 무림인들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무림인들 가운데는 도사 복장을 한 십여명의 무인들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그들 도사들의 눈 속에서도 허공에 뿌려지는 영롱한 빛무리가 비치고 있었다.

같은 시각, 설지는 자신의 손바닥 위에 놓여져 있던 여의주를 한번 더 살펴본 후 용아에게 돌려 주고는 천막 쪽을 향해 냉큼 달음박질 치기 시작했다. 백아와 호아가 먼저 숲속에서 튀어 나왔고 설지가 뒤를 이어 숲속에서 튀어 나왔으며 설지의 뒤를 커다란 덩치의 토인이 땅을 쿵쿵 울리며 튀어 나왔다. 보주의 영롱한 빛을 발견하면서 부터 설지 쪽을 지켜 보고 있던 사람들은 갑자기 튀어 나온 커다란 덩치의 흙인형을 보고는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여기에는 소림의 고승 혜명 대사도 예외는 아니었다. 영롱한 빛무리가 허공을 수놓을때만해도 물욕에 소탈한 승려 답게 별로 놀란 기색이 없이 덤덤히 하늘을 올려다 보던 혜명 대사도 순식간에 숲 속에서 튀어 나온 커다란 흙인형에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아, 아미타불, 나신의, 대관절 저게 무엇이오?"
"글쎄요. 흙인형 같긴 한데 저도 자세한건 모르겠습니다."

혜명 대사의 질문에 마땅한 대답을 찾을 수 없었던 나운학은 사람들의 궁금함을 풀어주기라도 하려는 듯 숲에서 튀어 나온 설지를 향해 손짓하며 크진 않지만 설지가 듣기에 충분한 목소리로 설지의 이름을 불렀다. 숲에서 막 튀어 나와 이리 저리 고개를 돌려 가며 숙부를 찾고 있던 설지는 때마침 자신을 발견하고 소리쳐 부르는 숙부의 목소리에 반색을 하며 숙부를 향해 달려 갔다. 그런 설지의 허리에는 양가죽으로 만든 물통 하나가 달랑 거리며 메달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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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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