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막히도록 치열한 접전 아닌 접전을 치루며 식사를 끝낸 설지는 왕삼이 가져다 준 차 한잔을 마시며 호흡을 가다듬고 있었다. 그렇게 다른 사람들의 식사가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던 설지가 문득 천막 바깥 쪽의 하늘 너머를 한차례 바라보는 것 같더니 막 식사를 끝내가는 일성 도장을 향해 이렇게 말을 이었다.

"할아버지! 비아가 벌써 오는데?"
"그래? 예서 성수의가 까지 거리가 얼마인데 그 녀석 참 대단하구나."
"우헤헤. 그건 이 설지가 맛난걸 많이 먹여서 그런거예요. 헤헤헤" 

말을 하며 의자에서 일어선 설지는 천막 바깥을 향해 쏜살 같이 뛰쳐 나갔다. 그리고 그런 설지의 뒤를 이어 일성 도장을 비롯한 무당 십이검과 교혜린도 자리에서 일어나 천막 바깥을 향해 천천히 걸어 나온 후 설지의 모습을 눈으로 쫓았다. 그들의 눈에는 설지가 아무 것도 없는 빈 허공을 향해 손을 흔드는 모습이 잡히고 있었다.

무당 십이검은 무슨 일인지를 몰라 설지가 손을 흔드는 허공 쪽으로 시선을 향한채 무언가가 보이는지 찾고 있었다. 그런 그들의 눈에 작은 점 하나가 보이는 듯 하더니 차츰 커다란 형태를 갖춰가는 새 한마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무당 십이검의 시야를 꽉 채우며 다가오는 그 새는 언뜻 보기에도 무당 십이검이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보는 엄청난 체구를 가진 것으로 보였다. 커도 너무 컸던 것이다.

비아의 엄청난 크기에 놀란 무당 십이검 모두가 입을 딱 벌린 채 허공을 바라보고 있을 때 성수의가에서 부터 신나게 날아온 비아는 커다란 덩치에 어울리는 커다란 울음 소리를 토해내고는 설지를 향해 내려 앉기 시작했다.
"꺄악~"

자신을 향해 손을 흔들어 주는 설지를 향해 주변의 온갖 먼지를 죄다 날리며 내려 앉은 비아는 뒤뚱거리며 설지 쪽으로 다가 와 가슴팍에 부리를 비벼대다가 갑자기 무언가에 화들짝 놀란 듯 하는 몸짓을 보이더니 한걸음 뒤로 훌쩍 물러났다. 그렇게 뒤로 훌쩍 물러난 비아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은 자신을 놀라게 한 주인공인 설지의 어깨 위에 자리 잡은 용아를 향해 고정되어 있었다.
"응? 아하하하! 비아, 너 놀랐구나? 인사해, 용이야 용, 용아라고 하는데 앞으로 사이좋게 지내야 해, 알았지?"

깜짝 놀란 비아의 모습이 재미있다는듯 한차례 웃음을 터트린 설지가 용아를 소개시켜 주자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이리 저리 굴리던 비아는 그제서야 다시 설지를 향해 다가 와서는 자신의 커다란 부리를 설지에게 부벼대기 시작했다.
"앗! 떨어져, 떨어져!"

놀란 기색이 완연한 표정으로 설지와 비아의 반가운 해후를 지켜보던 무당 십이검의 대제자 청진은 자신의 사제들도 자신과 같이 놀란 표정들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는 사제들을 대신해서 일성 도장에게 비아의 정체에 대해서 낮은 목소리로 질문을 했다.

"사숙조님! 저 커다란 새는 무엇인지요? 제자가 결코 긴 생을 살았다고는 할 수 없으나 그래도 저렇게 큰 새가 존재한다는 것은 제자 평생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일이옵니다."
"허허허! 무슨 새는 무슨 새겠느냐? 성수의가 소공녀의 애완조지. 다 죽어가던 매 새끼를 주워다가 설지가 저렇게 커다랗게 변신시켜 놓은게야. 좀전에 듣기로는 공청석유를 먹여 키웠다고 하더구나."
"예? 공, 공청석유라고요?"

공청석유라는 말에 무당 십이검 모두가 화들짝 놀라는 모습이 재미있었든지 일성 도장은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청진의 경악이 섞인 질문에 마저 대답을 해주었다.

"그래! 나도 오늘에서야 비아가 공청석유를 먹고 자랐다는 것을 알았구나. 하긴 여기 있는 일행들 모두가 공청석유를 먹여 키웠다는 설지의 말에 다들 너희들 처럼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느니라. 허허허"
"무량수불, 제자가 너무 놀라 경망스러웠습니다. 죄송합니다. 사숙조님."
"허허허, 아니다, 놀라기는 나도 마찬가지였느니라. 그리고 이건 짐작이다만 아마도 이번에 너희들 모두 어쩌면 기연을 만날지도 모르겠구나?"
"예? 기연....이라고요?"
"허허허. 그런게 있다. 두고보면 자연히 알게 될거다. 내 당부하니 설지의 곁을 늘 떠나지 말고 있어야 하느니라. 뭐라도 시키면 군말 없이 따라주는 것 잊지 말고, 알겠느냐?"

일성 도장의 이상한 당부에 무당 십이검들은 잠시 의문이 들기도 했지만 사문의 존장이 내린 엄명을 감히 거역할 수 없었기에 도호를 외우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하고 일성도장에게서 물러났다. 한편 설지는 비아와 한바탕 푸닥거리를 한 후에 비아의 발에 단단히 묶여 있는 가죽 주머니와 커다란 자루 하나를 끌러 내었다. 자루를 호아의 입에 물려준 설지는 가죽 주머니를 들고 나운학을 향해 다가갔다.

이미 비아의 커다란 울음 소리와 날개 짓 소리에 식당으로 향하던 발걸음을 멈추고 있던 나운학과 철무륵은 설지가 가죽 주머니를 들고 다가오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중이었다. 서찰이 담긴 가죽 주머니를 나운학에게 건넨 설지가 커다란 자루 하나를 물고 있는 호아와 함께 마차 쪽으로 사라져 가자 나운학은 서칠을 개봉하여 천천히 읽어 내려 가기 시작했다.

"그래? 아버님께서는 무어라고 하시는가?"
"예, 형님! 아버님께서는 제 생각대로 혈사교 잔당들을 관군에게 맡겨 의가로 호송해 오라고 하시는군요."
"흠, 그렇군, 그리고 마공에 대한 이야기도 알려드렸는가?"
"예, 형님, 보통 일이 아니니 주의깊게 살펴보라고 하십니다."
"그러시겠지. 그럼 저녁이나 먹으러 가세나."
"예, 그러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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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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