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아의 입에 물려준 커다란 자루와 함께 마차 곁으로 온 설지는 이내 호아에게서 자루를 건네 받아 잠시 안의 내용을 살펴 본 후에 마차 문을 열고 들어가 마차 안 깊숙한 곳에 내려 놓고는 서둘러 마차 문을 닫고 마차에서 빠져 나왔다. 설지가 이렇게 서두르는 이유는 오늘 밤 소림 승려들의 몸에 침입한 사기를 초아의 도움과 공청석유의 힘을 빌려 제거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었다.

"헤헤, 백아, 호아 가자!"
비아의 간식꺼리인 보령환을 내려 놓고 마차 문을 닫은 설지는 백아와 호아를 보고 이렇게 말한 후 냉큼 앞장서서 마차 한쪽 옆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설지의 발걸음이 멈춘 곳은 설지가 오늘 밤 지낼 천막이 쳐진 곳에서 몇걸음 떨어지지 않은 공터였다. 한발짝만 벗어나면 바로 숲으로 연결되는 위치에 있는 공터는 소림 십팔 나한 모두가 자리해도 될 만큼 비교적 넓고 평평한 형태로 존재하고 있었다.

"흠, 여기가 딱 좋네. 초아도 좋지?"
초아에게 말을 하면서 시선을 공터 주변으로 돌려 천천히 살펴 보던 설지는 이내 만족한 듯 고개를 주억거리며 백아를 안아들었다. 그리고 부드러운 백아의털을 쓰다듬으며 식당으로 사용하는 천막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지금 식당 안에는 나운학과 철무륵 뿐 아니라 혜명 대사와 십팔 나한 모두가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식사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백아를 안고 식당으로 사용하는 천막으로 들어 선 설지는 이내 숙부를 발견하고 쪼르르 그쪽으로 달려가 나운학의 앞에 있는 의자에 앉더니 주변을 쓱 한번 살펴보더니 이내 턱을 괴고는 숙부의 식사하는 모습을 초롱 초롱한 눈망울로 지켜 보기 시작했다.

"응? 왜 그러니?"
"헤헤, 아냐! 아냐! 숙부가 밥먹는 모습이 보기 좋아서, 헤헤헤"
"원 녀석도 싱겁기는, 그래 뭐 다른 할말이라도 있는게냐?"
"응! 응! 오늘 밤에 스님 아저씨들 몸속에 있는 나쁜 기운 빼낼려고 하는데 아까 내가 가지고 온 공청 석유가 필요해."
"그래? 얼마나 있으면 되겠느냐?"
"응? 그건 숙부가 알아서 해"
"그래 알았다. 식사가 끝나면 준비해주마"

별다른 내용이 없는 듯 덤덤히 나누는 두 사람의 대화였지만 두 사람의 주위에서 식사를 하던 혜명 대사와 소림 십팔 나한의 얼굴에서는 흥분한 기색이 역력할 정도로 상기된 표정이 드러나고 있었다. 뉘라서 그렇지 않겠는가? 무림인에게 공청 석유란 어떤 무가지보 보다 더 소중한 것이거늘...

"크하하! 오늘 소림 십팔 나한은 기연을 만난 것 같소이다."

철무륵의 이 같은 호탕한 웃음 소리와 말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이 자리에 있는 소림 승려들 모두는 철무륵과 같은 생각들을 하고 있었다. 철무륵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끝나갈 즈음 자리에서 일어난 혜명 대사는 나운학을 향해 반장을 하며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아미타불, 성수신의와 성수의가의 소공녀께 소림이 큰 신세를 집니다. 소림은 이 은혜를 결코 잊지 않을 것 입니다."
혜명의 이렇게 나오자 자리에 앉아 있던 나운학도 서둘러 일어서서 포권을 하며 말을 받았다.
"아닙니다. 대사님. 작은 도움이 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미타불, 겸양의 말씀에 몸둘바를 모르겠소이다. 허허허"
서로가 얼굴에 금칠을 하며 겸양을 떨던 두 사람은 다음과 같은 설지의 말에 동시에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숙부, 그게 무슨 소리야? 이거 공짜 아냐! 스님 할아버지가 분명히 나중에 내 부탁 한가지 들어준다고 그랬단 말이야."

설지는 식사가 모두 끝난 십팔 나한을 미리 봐 두었던 공터로 데리고 가며 혜명 대사를 향해 말을 이었다.
"스님 할아버지! 원래는 몸 속에 자리잡은 사기를 뽑아 내기 위해서는 초아의 곁에서 몇번 밤을 보내야 되지만 공청석유의 도움을 받는다면 오늘 밤만으로도 충분할거예요."
"허허허! 그렇소이까? 정말 우리 소림이 오늘 기연을 만난 것 같소이다."
"응! 응! 그런데 내가 먼저 스님들을 살펴봐야 되는데 괜찮으시겠어요?"
"허허허, 물론이외다. 소공녀. 하시고 싶은데로 하시지요."
"헤헤헤. 그럼 됐네."

깡총 깡총 뛰듯 발걸음을 옮겨 가던 설지는 공터의 중심지로 들어서서는 뒤따라 오던 십팔 나한들을 살펴 보다가 십팔 나한들의 대사형이며 수좌승인 공각을 가리키며 그에게 말을 걸었다.
"스님 아저씨가 내게 보여주세요. 운기하는 거요."
"아미타불, 그렇게 하지요."

대답을 마친 공각은 풀썩 자리에 주저 앉더니 가부좌를 틀고는 운기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 갔다. 그런 모습을 지켜 보던 설지는 이내 공각을 향해 주의 사항 하나를 알려 주었다.
"지금 부터 운기 하시되 몸 속으로 다른 기운 하나가 들어갈 거예요. 거부하시지 마시고 그냥 두셔야 해요. 해는 없을거예요."

설지의 말에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인 공각이 운기에 들어가자 설지도 초아를 향해 말을 이었다.
"초아, 보여줘!"

설지의 입에서 이런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운기에 들어있던 공각은 자신의 몸 속으로 알 수 없는 기운 하나가 들어 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으나 자신의 몸 속으로 들어 온 이 알 수 없는 기운은 자신의 내력과 거슬림 없이 어울리더니 몸 속 구석 구석의 세맥 까지 하나 하나 살펴 나가기 시작했다. 이각 정도의 시간이 흐르도록 공각의 몸 속을 누비고 다니던 기운은 공각이 미처 눈치 챌 사이도 없이 어느 사이엔가 공각의 몸 속에서 사라져 버렸다.

그때 까지 진지한 얼굴로 공각을 지켜 보던 설지는 초아의 기운이 회수되자 머리를 갸우뚱 거리며 무언가 생각에 빠져 들었다. 그런 설지를 지켜 보는 혜명 대사는 물론이거니와 십팔 나한을 비롯하여 일성 도장과 철무륵 등도 잔뜩 긴장된 표정을 숨기지 않은 채 설지를 지켜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이제 막 공청석유를 이용한 약 조제를 마친 나운학이 성수보령환이 담긴 상자를 들고 설지의 모습을 지켜 보고 있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설지야! 무슨 일이냐?"
"응? 응! 그게 이상해."
"이상하다고? 뭐가 말이냐?"
"스님 아저씨의 몸 속에 있는 내력이 흐르는 길이 이상해, 그 때문에 몇 몇 주요 세맥들이 다 막혀 있고 그 막힌 자리에는 어김없이 사기들이 들어 앉아 있어."

놀라운 이야기였다. 설지의 이 말을 풀이하자면 소림의 심법이 이상하다는 이야기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었다. 대표적인 정종 심법이자 불문 최고의 심법인 금강 부동 심법을 익힌 십팔 나한의 심법에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이니 놀라울수 밖에 없었다. 그때 두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혜명 대사가 당황한 표정으로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 들었다.

"아, 아미타불, 소공녀 그게 무슨 말씀이시오? 내력이 흐르는 길이 이상하다니?"
"응? 아! 스님 할아버지, 심법에서 무언가 빠진 부분이 있나봐요. 그렇지 않음 이렇게 이상하게 흐를리가 없어요."
"빠, 빠진 부분이라고 하셨소?"
"응! 응! 분명해, 무언가 빠진게 분명히 있어요."

설지의 이 같은 말을 듣던 혜명 대사는 잠시 깊은 생각에 빠져 들었다가 설지를 향해 다시 말을 이었다.
"아미타불! 아마도 삼백년 전에 한차례 소실 되었다가 복원되었던 금강 부동 심법이 문제가 있는 것 같소이다."
"응! 그렇구나. 헤헤, 걱정하지 마세요. 잘못된 길은 고치면 되니까 별로 어려울 게 없어요."

아무렇지도 않게 툭 내뱉는 설지의 이 말에 혜명 대사는 물론 그 자리에 있는 모두의 얼굴에서는 경악한 표정이 드러나고 있었다. 잘못된 금강 부동 심법을 고치는게 별게 아니라니, 그것도 십세 소녀의 입에서 이런 말이 흘러 나왔으니 모두가 경악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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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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