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지의 입에서 잡아와 라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호아가 숲속의 한방향으로 쏘아져 갔으며 호아의 바로 뒤를 따라 백아도 숲속으로 사라져 갔다. 그렇게 백아와 호아가 뛰어 들어간 숲속의 세군데에서 돌연 괴이한 음성이 흘러 나왔다.
"어헛, 이, 이게 뭐야"
"크헉"
"크악"

당혹성과 신음성이 뒤섞인 소리가 흘러 나온 후 철무륵을 비롯한 사람들의 시야에는 허공을 가르며 날아오는 시커먼 물체 하나가 잡히고 있었다. 허공을 가르며 날아와 설지와 철무륵의 앞에 나딩구는 그 물체는 다름아닌 검은 무복 차림의 중년 사내였다. 다리가 이상한 각도로 꺾어진걸로 보아 호아에게 당한 듯한 그 사내의 뒤를 이어 또 다른 중년 사내 하나가 허공을 가르며 날아와 처박혔다.

그리고 호아의 뒤를 따라 숲속으로 사라졌던 백아의 입에 발목을 물린채 끌려나오는 중년 사내를 끝으로 장내에는 더이상 허공을 가르며 날아와 처박히는 사람은 없었다. 한바탕의 소란으로 인해 혈사교 잔당들이 구금되어 있던 마차 쪽으로 함께 갔던 나운학과 도현령도 서둘러 돌아와 장내에 널브러져 있는 세사람의 검은 무복 차림 사내들을 살펴보고 있었다. 그리고 나운학이 무어라고 이야기 하기도 전에 철무륵의 입에서 놀란듯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아니! 설지야! 이놈들은 뭐냐?"
"누군지 내가 어떻게 알아! 그 아저씨들 몸속에 무지 나쁜 기운들이 가득한 걸로 봐서 절대 좋은 사람들은 아냐!"
"그래? 이놈들아, 네놈들은 누구냐?"

철무륵의 이 같은 질문에 쓰러져 있던 세사람 중 하나가 발끈하는 것 같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크윽, 우, 우리는 호북삼협이다!"
"호북삼협?"

호북삼협이라는 말을 들은 철무륵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엽정을 바라보자 엽정 역시도 금시초문인 듯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그런 사람들을 바라보던 개방의 취걸개 방융이 개방 제자 하나를 불러 무언가를 물어보더니 고개를 끄덕이고는 입을 열었다.

"철대협! 이놈들은 호북성을 무대로 부녀자 납치 강간을 일삼는 호북삼귀라는 놈들 입니다. 지닌바 무공은 일천하지만 은신술만큼은 절대지경에 도달해 있는 자들로 이놈들을 단죄하기 위해 추적하던 절대고수들 조차 이놈들의 은신에 의한 기습 공격에 곤혹을 치를 정도로 골치를 앓게 하는 놈들 입니다."
"호! 그렇단말이지요. 이런 잡놈들이 있나. 뭐라 호북삼협!'

말과 함께 철무륵이 간단하게 휘저은 발길질에 호북삼협이라고 외쳤던 사내가 복부를 강타당해 삼장이나 날아가 처박혔다. 사내 하나를 간단하게 날려버린 철무륵은 나운학을 향해 다시 입을 열었다.
"아우! 자네도 알았는가? 이 놈들이 은신해 있다는 것을?"
"아닙니다. 형님, 저도 형님 처럼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허! 설지 저놈도 참"

신기한 물건을 생전 처음 보게 된 어린아이 같은 시선으로 설지를 바라보던 철무륵은 숲속 주위를 한바퀴 쓱 훑어 본 후에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러고보니 주위에 꽤 많은 무림인들이 은신해 있구만"
"예, 형님, 그런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할텐가?"
"돌려 보내야겠지요."

말을 마친 나운학은 성큼 한걸음 앞으로 나와 사방을 향해 포권을 해보인 후 정중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무림 동도 여러분, 본인은 성수의가의 중원 의행을 책임지고 있는 가주 나운학입니다. 무슨 일로 이렇게 왕림하신지는 모르겠으나 우리 의가는 번잡한 일에 휘말리는 것을 원치 않으니 모두 돌아가 주셨으면 합니다."
나운학의 말이 이렇게 끝을 맺자 듣고 있던 철무륵이 한걸음 내딛어 나운학의 옆에 서면서 커다란 목소리로 나운학의 말을 이었다.

"들으시오, 본인은 녹림의 철무륵이라고 하외다. 굳이 우리 녹림과 척을 지시겠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모두 물러가시오"
"아미타불! 소림의 혜명이라고 합니다. 본승도 철대협의 말에 동의합니다. 모두 이만 물러나시오"
"무량수불! 무당의 일성이라고 하네. 모두 이 자리에서 물러나도록 하시게. 이 자리에서 떠난다면 문제삼지 않겠으나 굳이 피를 보겠다면 무당은 피하지 않는다네."

철무륵의 뒤를 이어 혜명 대사와 일성 도장의 외침이 터져 나오자 숲속 여기저기에서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서둘러 숲속을 벗어나는 소리들이 뒤를 이었다. 무림인들 대부분이 서둘러 떠난 자리에 마지막 까지 남아있던 무림인이 떠나 가자 한동안 어수선했던 숲속은 다시 고요를 되찾았다. 그렇게 무림인들이 모두 떠나간 것을 확인한 철무륵은 설지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입을 열었다.

"자! 이제 몰려들었던 무림인들은 해결이 되었고.. 설지야! 이놈들은 어떻게 할거냐?"
말을 하면서 쓰러져 있던 사내 중 하나를 툭 걷어 찬 철무륵이 설지를 바라보며 이렇게 묻자 설지는 손을 들어 누군가를 가리켰다. 설지의 손가락이 향한 곳은 현령 도일이 서있는 곳이었다.

"나쁜 아저씨들이잖아, 현령 아저씨께 맡겨"
"그래, 그러면 되겠구나. 내가 맡아도 되는데..."
입맛을 다시며 뒷말을 삼킨 철무륵은 쓰러진 사내들을 아까운듯한 표정으로 도령에게 넘겨 주며 이렇게 말했다.
"이 놈들 이거 아주 악질범들 같은데 죽지 않을만큼 패버리슈"
"허허! 예, 그렇게 하지요. 죗값을 톡톡히 치르도록 하겠습니다."

설지가 용아의 보주를 들고 살펴보는 바람에 무림인들을 불러 모았던 소동이 일단락 되자 무당 십이검의 대제자 청진이 낮은 목소리로 일성 도장을 향해 질문을 했다.

"사숙조님! 호북삼귀라는 저자들이 은신해 있다는 것을 소공녀가 어떻게 알았을까요?"
"글쎄다. 뭐라고 이야기해야 정확한지 모르겠지만 자연지기를 느끼게 되면 가능한 일이 아닐까 생각되는구나."
"예? 자연지기라고요."
"그래! 자연지기를 느끼게 되면 절대 고수도 알아채지 못하는 기운을 감지하게 되니 제 아무리 은신의 대가라고 한들 무슨 소용이겠느냐? 나도 설지 저놈이 지닌 능력에 대해 자세한 것은 알지 못하나 자연지기를 느끼고 마음 먹은대로 이용하는 경지에 도달해 있는 것 같더구나."
"무량수불! 도대체 지닌 바 내공이 얼마나 되기에 그런 능력을 보인다는 말씀이십니까?"
"내공? 허허허, 내공이라, 설지 저놈 몸속에 있는 내공이라고 해봤자 겨우 겨자 씨 만큼도 되지 않을 것이야"
"예? 아니 어떻게 그럴수가..."

일성 도장의 이 말에는 듣고 있던 무당 십이검 모두가 대단히 놀란 눈치였다. 어찌 그렇지 않겠는가? 겨자 씨 만큼도 안되는 미미한 내공으로 자연지기를 느끼고 마음먹은대로 운용이 가능하다니.

"사숙조님! 어떻게 그런게 가능한 것인지요."
"허허, 내 너희들에게 이야기 해주지 않았더냐?"
"예. 듣지 못했습니다."
"흠, 그랬구나. 너희들 저녁 식사 시간에 설지의 가슴 팍 어림에 달려 있던 풀뿌리 같은 걸 본 기억이 있느냐?"
"예! 사숙조님,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래, 그 풀뿌리 처럼 생긴게 바로 만년삼왕이니라."
"헉, 마, 만년삼왕..."
"그래, 만년삼왕, 인간의 힘으로는 어떻게 해볼수 없는 절대의 영물이자 영초이지. 그 만년삼왕의 도움으로 자연지기의 운용이 가능한 것 같더구나."
"무량수불! 그러면 그 만년삼왕은 늘 그렇게 소공녀의 가슴팍에 매달려 있는 것 입니까?"
"허허, 아니야, 그 만년삼왕은 때로는 동자의 모습으로 화해 설지와 함께 놀아주기도 하더구나. 그리고 휴식을 취할때면 땅속으로 뿌리를 내리기도 하고.."
"무량수불! 제자들이 이번에 좋은 구경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허허허1 그렇지, 좋은 구경만이 아니라 어쩌면 기연을 만나게 될지도 모르니 그렇게만 알고 있거라"
"예! 사숙조님, 그리하겠습니다."
"이제 그만 저쪽으로 가보도록 하자꾸나. 소림이 어떻게 기연을 만나는지 구경도 할겸"

말을 하면서 일성 도장이 가리킨 곳에는 설지를 가운데 두고 소림의 십팔 나한들이 원형을 이루어 가부좌를 틀기 시작하고 있었다. 이미 어두워지기 시작한 광장의 주변으로는 관솔불들이 대낮 처럼 환한 불빛을 내며 타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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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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