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점소이를 따라 이층으로 올라온 설지는 창가의 전망 좋은 곳에 위치한 제법 넓은 탁자 하나를 차지하고 앉아 다리를 까불거리며 일층에서 올라오는 계단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곧 이어 교혜린을 시작으로 철무륵과 나운학 등이 이층으로 올라 오자 그 모습을 발견한 설지가 오른 손을 번쩍 들어 흔들며 커다랗게 외쳤다.
"교언니! 여기야, 여기."

설지가 외치기 전에 이미 설지 쪽으로 걸음을 옮기던 일행은 설지의 커다란 목소리를 듣고는 얼굴에 미소를 띠며 설지가 앉은 탁자로 가서 차례로 자리를 잡고 앉았다.  
"크하하하, 설지 너 무척 신나는가 보구나."
"응! 응! 무지하게 좋아. 헤헤헤"

철무륵과 설지가 말을 주고 받는 사이에 일성 도장과 혜명 대사를 비롯한 나머지 일행도 자리를 잡고 앉기 시작했다. 설지를 공식적으로 호위하는 입장이었던 왕포쾌 까지 자리에 앉자 탁자 한쪽 옆에 서 있던 점소이가 주문을 받기 위해 다가왔다.
"헤헤. 손님들 무엇을 드릴까요?"
 
점소이의 말에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설지였다.
"응, 응. 먼저 차부터 줘요. 난 무지하게 맛나는 위음차!"
설지의 입에서 위음차라는 말이 나오자 철무륵이 가장 먼저 의문을 제기했다.
"엥? 설지야. 위음차가 뭐냐?"
"응? 철숙부는 위음차도 몰라? 달콤한 과일 향이 나는데 장복하면 무병장수한데."
"으응, 그래? 무병장수한다고... 이봐 점소이, 나도 그 위음차라는 걸 가져다 다오."

설지의 무병장수한다는 말에 철무륵이 선뜻 위음차를 주문하자 나머지 일행들도 고개를 끄덕여 동의를 표했다. 그러자 교혜린이 나서서 모두를 대신하여 점소이에게 몇가지 요리를 주문했다. 매운 양념을 뺀 요리 몇가지가 추가되고 혜명 대사를 위한 산채 위주의 요리 까지 모두 주문을 받은 점소이가 아래 층에 자리 잡은 주방을 향해 서둘러 이층에서 내려가자 초롱 초롱한 눈망울로 점소이를 지켜 보던 설지가 양다리를 까불거리며 교혜린에게 입을 열었다.

"교언니! 그런데 여기 의자가 너무 높아. 봐, 다리가 바닥에 닿지를 않아."
"호호! 그렇구나. 우리 설지가 아직은 좀더 커야겠구나."

설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을 하는 교혜린의 모습을 지켜보던 나운학의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걸리자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철무륵이 한마디를 툭 내뱉었다.
"아우! 정신차리게."
"예? 아, 예"
"크흐흐흐"

철무륵이 던진 농담 한마디에 얼굴을 붉게 물들이는 나운학과 교혜린의 모습을 본 사람들의 입가에도 훈훈한 미소가 퍼져나갔다. 그렇게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일행들이 주문한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설지는 연신 주변으로 고개를 돌려가며 객잔 안을 살펴 보고 있었다.

객잔의 이층은 일층과 달리 조용한 분위기였는데 간혹 병장기를 휴대한 몇명의 무림인들로 보이는 사람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값비싼 비단 옷을 걸친 사람들 뿐이었다. 아무래도 이층은 일층과 달리 부유한 자들이나 시끄러운 것을 싫어하는 이들이 주로 찾는 장소인 듯 하였다. 


그렇게 설지가 주위를 살펴 보는 사이 일행과 탁자 몇개 정도 떨어진 곳에 앉아 있던 네명의 청년들도 설지가 있는 탁자 쪽을 유심히 살펴 보다가 자신들 끼리 무슨 말인가를 주고 받더니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서서 설지가 있는 탁자 쪽으로 걸어 오고 있었다. 영준하게 생긴 네명의 청년들이 일어서자 그들의 허리에 걸린 병장기가 눈에 띄었다. 아마도 무림인인 듯 했다.

설지가 앉아 있는 탁자 쪽으로 걸어와 멈춰선 네 명의 청년들은 자신들에게 설지 일행의 시선이 집중되자 대표로 한명이 한걸음 나서서 자신들을 소개했다.
"무림 말학 후배 남궁 소유가 소림의 혜명 대사를 뵙습니다."
"아미타불! 허허허, 남궁 소협이셨군요. 반갑소이다. 허나 인사는 빈승이 아니라 이쪽에 계신 일성도장께 먼저 하시는게 순서일 듯 합니다."

남궁 소유의 인사를 가장 먼저 받은 혜명 대사의 입에서 일성 도장이라는 이름이 나오자 남궁 소유는 자신의 실책을 깨닫고 황급히 일성 도장을 향해 정중히 포권하며 사과를 했다.

"무림 말학 후배 남궁 소유가 미처 무당 검선을 몰라 뵙고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혜량해 주시기 바랍니다."
"허허허, 됐네. 허명 뿐인 무당 검선일세. 그래 자네 뒤에 있는 다른 사람들은 누구신가?"
"예 검선 어르신. 커다란 덩치에 도를 들고 있는 친구는 팽가의 소가주인 팽화유라 하고 창을 든 친구는 진주 언가의 소가주인 언문기라는 친구입니다. 그리고 나머지 한 친구는 당가의 소가주인 당조일이라는 친구입니다."

자신들의 이름이 불릴때 마다 한걸음 나서서 정중히 포권하는 이들은 요즘 한참 이름을 날리고 있는 후기지수들이었다. 헌앙한 용모와 뛰어난 무공으로 무림을 종횡하고 있는 이들은 팔대세가의 후기지수들 중에서 단연 돋보이는 네 가문의 소가주들로 무림에서는 이들 네사람을 가리켜 사룡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사룡과 반대로 오봉이라고 불리는 이들도 있었는데 오봉이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침어낙안, 화용월태의 다섯 여인들에게 붙여진 별명이었다. 이런 오봉 중에서 으뜸으로 무림에 알려진 이가 바로 무림 제일화이자 신비화인 성수의화 교혜린이었다. 일성 도장은 후기지수들의 소개가 끝나자 일행들을 한사람씩 사룡들에게 소개해 주었다. 

교혜린의 차례가 되자 사룡들의 눈에서는 어떤 열기 같은 것이 스멀 스멀 흘러나오는 것 같았다. 설지를 마지막으로 소개가 끝날 무렵 막 점소이가 주문한 차와 요리들을 내오기 시작했다. 찻잔과 차를 먼저 내려 놓은 점소이가 요리들을 하나씩 내려 놓기 시작하자 그때 까지 서있던 사룡들은 정중히 포권하며 자신들의 자리로 물러 났다.
"그럼 식사 즐겁게 하십시오. 식사후에 뵙겠습니다." 
"그래 그러세나."

사룡들이 자리로 돌아가기 무섭게 젓가락을 쥔 설지는 점소이의 손을 떠난 요리들을 살펴보다가 빨간 국물이 먹음직스럽게 보이는 요리 하나를 슬며시 끌어 당겨 자신 앞으로 오게 했다.
"도사 할아버지. 많이 드세요."

이렇게 말하며 일성 도장에게 먼저 음식을 권한 설지는 말을 끝내기가 무섭게 누가 말릴 사이도 없이 빨간 국물이 있는 요리 속의 고기 한점을 집어 냉큼 입속에 털어 넣고는 몇번 씹지도 않고 꿀꺽 삼켜버렸다. 설지의 옆에 앉은 교혜린이 뭐라고 할 사이도 없이 벌어진 일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목을 움켜 잡은 설지의 입에서는 이런 말이 고통스럽게 흘러 나왔다.
"크윽, 화, 화독이다. 크으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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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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