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교혜린은 식사 때가 되면 늘 재빨리 자신을 찾아와서 손을 이끌고 식당으로 향하던 설지가 오늘은 저녁 식사 때 임에도 별다른 기척이 없자 직접 설지를 찾아 나서서 천막들을 하나씩 살펴 보고 있던 중이었다. 그렇게 천막들을 살펴 보며 걸음을 옮기던 교혜린의 귀에 때마침 설지의 요란한 탄성이 들려 왔다. 설지의 탄성이 흘러 나오고 있는 곳은 교혜린이 서 있는 곳에서 일장 정도 떨어진 곳에 처져 있는 진소청이 누워 있는 천막 안이었다. 설지의 요란한 탄성을 들으며 얼굴 가득 미소를 떠올린 교혜린은 조용한 걸음으로 진소청이 누워 있는 천막 안으로 들어 갔다.

"설지야. 뭐하니? 저녁 먹어야지?"
"응, 응, 헤헤, 알았어, 교언니"
"청청 언니! 나 밥먹고 올테니까 좀 있다가 봐."

교혜린의 등장에 반색한 설지가 손에 든 책을 내려 놓고 자리에서 일어나자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 보고 있던 교혜린은 설지의 손을 잡고는 진소청의 어머니인 유씨 부인을 향해 입을 열었다.
"소청이와 부인의 식사는 따로 챙겨다 주는 분이 있을거예요."
"아! 예. 저희 모녀 걱정일랑은 마시고 소공녀님과 아가씨께서는 배고프실텐데 어서 식사하러 가세요."
"예, 그럼 저희는 이만 식사하러 가겠습니다."
"청청 언니 갔다 올께, 아줌마 다녀 올께요."

설지의 인사를 끝으로 교혜린과 설지는 백아와 호아를 앞세우고는 천막에서 빠져 나와 식당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식당으로 사용하는 천막 쪽으로 다가드는 두사람에게 가장 먼저 들려온 것은 철무륵의 호탕한 웃음 소리였다.
"크하하, 설지 덕분에 이 놈의 신수가 훤해진 것 같소이다."

호탕한 웃음 소리와 함께 무엇이 그리 좋은지 연신 싱글 벙글인 철무륵이 다시 한번 입을 열려던 순간 설지가 교혜린의 손을 잡고 식당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입가에 헤벌쭉한 웃음을 달고 있던 철무륵이 두 사람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기꺼운 듯 손짓과 함께 큰 목소리로 설지를 불렀다.
"크하하, 설지야. 이리 오너라, 이리 와."

철무륵의 커다란 목소리를 듣고 철무륵과 나운학, 일성 도장과 혜명 대사 등이 함께 모여 앉아 식사를 하고 있는 쪽으로 걸어간 교혜린과 설지는 빈 의자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자리에 앉기가 무섭게 설지가 이상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철무륵을 보며 입을 열었다.
"응? 철숙부 뭐 좋은 일 있어?"
"그럼, 그럼, 이 숙부를 좀 보거라, 어떠냐? 한 십년은 젊어진 것 같지 않느냐?"
"응? 응! 그러고보니 진짜 진짜 젊은 왕산적 같기는 해."
"크하하, 그래, 그렇지, 왕산....뭐?"
"헤헤헤'
"호호호"
"허허허"

웃음 소리와 함께 화기애애한 기운이 감도는 성수의가의 저녁 식사 시간은 그렇게 밤과 함께 깊어 갔다. 그리고 다음 날 이른 아침, 백아를 끌어 안고 잠자리에 들었던 설지가 괴상한 자세로 침상 위에 늘어져 꿈 속을 헤매고 있을 때 설지의 귓가를 간질이는 어떤 소리들이 설지의 잠을 조금씩 밀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소리들은 곤히 잠들었던 설지를 마침내 깨우는데 성공하고 말았다. 그 소리의 정체는 다름아닌 기합성이었다.
"아웅~ 무슨 소리야?

하품과 함께 침상에서 몸을 일으킨 설지가 백아를 향해 입을 열면서 빼꼼히 천막 바깥을 내다 보았다. 설지의 작은 머리를 시작으로 차례대로 천막 바깥으로 불쑥 빠져 나온 머리들은 용아, 호아, 백아의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눈에 잡힌 것은 우렁찬 함성과 함께 권법을 시전 중인 스님들의 모습이었다.

소림 십팔나한이 아침 부터 소림 금강권을 시전한다며 광장을 떨어 울리며 부산을 떨고 있는데에는 어제 아침에 있었던 무당의 기연을 목격한 혜명 대사의 노림수가 다분히 존재하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런 혜명 대사의 의도는 후다닥 천막 밖으로 뛰어 나오는 설지의 모습에서 적중하고 있었다.
"우와. 소림 권법이다. 구경, 구경, 앗! 내 옷, 옷."

천막 안팎을 오가며 잠시 부산을 떨던 설지가 순식간에 장포를 잠옷 위에 걸치고 소림 십팔나한이 있는 곳으로 달려 오는 모습을 발견한 혜명 대사의 얼굴에서는 숨길 수 없는 짙은 미소가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한달음에 소림 십팔나한 쪽으로 달려온 설지는 이미 소림 십팔나한의 모습이 잘 보이는 곳에 나란히 앉아 있던 교혜린과 나운학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냉큼 두사람 쪽으로 다가가 두사람 사이를 비집고 들어 앉으며 밝은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다.

"헤헤, 숙부님, 교언니, 잘 주무셨어요?"
"그래, 우리 설지도 잘잤나 보구나."
"응, 응, 무지무지 잘잤어. 헤헤헤"

나운학과 말을 주고 받던 설지는 이내 눈을 돌려 반짝이는 눈으로 장내의 모습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런 설지의 눈에는 소림 금강권을 시전하고 있는 십팔나한의 모습과 그들의 몸속을 흐르는 기운들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우와, 멋있다."

연신 탄성을 토해내는 설지의 모습은 어제 아침과 별반 다른 것이 없었다. 그리고 한참을 지켜 보던 설지의 반응도 어제 아침과 별반 달라진 것이 없었다. 십팔나한의 금강권을 한참 지켜 보던 설지가 백아를 눈 높이로 들어 올려 '그렇지?'라는 말을 입 밖으로 뱉었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고개를 끄덕이는 백아의 모습도 어제 아침과 별반 달라진 것이 없었다. 하지만 그런 설지의 모습을 발견한 혜명 대사의 얼굴에서는 화색이 돌며 옳다구나 하고 급히 설지에게 다가가 입을 열었다.

"아미타불! 소공녀, 무엇이 이상하다는 것인지요?"
"응, 응, 스님 할아버지. 저기 스님 아저씨들도 무당의 보표 아저씨들 처럼 기운의 활용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 말씀은..."
"음, 공각 아저씨!"
"아미타불! 예, 소공녀. 말씀하시지요."
"그거 금강권이라고 했죠. 운기 한번 해보세요. 제가 살펴봐도 되죠?"

설지의 말에 공각이 혜명 대사를 바라보자 혜명 대사의 고개가 아래 위로 끄덕여졌다. 그런 혜명 대사의 모습을 일별한 공각이 설지를 향해 말을 이었다.
"예. 소공녀께서 원하시는대로 하시지요."

말을 끝낸 공각이 금강권의 기수식과 함께 운기를 시작하자 설지가 그런 공각의 내부를 살펴 보기 시작했다. 채 일다경이 지나기도 전에 공각을 살펴보는 일을 마친 설지가 혜명 대사를 향해 입을 열었다.
"음, 스님 할아버지, 그러니까 소림 금강권은 수비에 중점을 둔 무공인 것 같은데 맞아요?"
"예. 그렇소이다."
"헤헤, 그렇구나. 그러니까 스님 아저씨들이 제대로 펼치지 못하는게 맞아요. 잘 보세요."

말을 끝낸 설지가 어설픈 동작으로 금강권을 펼쳐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순간 지켜보는 모든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상황이 어린 소녀의 몸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설지가 기수식을 취하기가 무섭게 설지의 주위로 뿌연 막이 몰려 드는 것 같더니 어느 사이엔가 금강권을 펼치고 있는 설지의 온 몸을 뿌연 막이 둘러 싸고 있었던 것이다.

그 모습은 분명 절대 고수의 호신강기가 극대화 될때 나타나는 현상인 호신강막의 일종으로 보였다. 놀란 사람들이 벌린 입을 다물줄 모르고 멍하니 그 모습을 지켜 보고 있을 때 어설프지만 나름대로 금강권을 시전해 나가던 설지가 어느순간 발이 꼬이는가 싶더니 이내 금강권의 시전을 더이상 이어가지 못했다. 제대로 배운 적이 없는 금강권이었기에 끝까지 시전하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지의 몸은 여전히 호신강막에 둘러 쌓여 있었다.

"햐! 이거 무지 신기하다. 호아, 이리와서 공격해봐"
자신의 몸을 둘러 싼 호신강막을 신기한 듯 두리번 거리며 바라보던 설지가 호아에게 이렇게 말하자 성큼 다가 선 호아가 앞발로 세차게 호신강막을 두들겼다. 사람들은 그런 호아의 모습에서 어제 아침에 강기를 터뜨려 버리던 모습을 떠올리며 이번에도 호신강막이 깨질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설지의 호신강막은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오히려 호신강막을 두들겼던 호아의 앞발이 뒤로 튕겨나기만 했다. 몇번 더 호신강막을 두들겨 보던 호아는 두드릴때 마다 통통 튕겨 나오는 자신의 앞발을 한번 보고는 다시 호신강막을 한번 보더니 무엇을 떠올렸는지 이내 훌쩍 설지의 머리 위쪽으로 뛰어 올랐다. 그리고는 이내 설지의 머리 위에서 통통 튀어 오르기 시작했다. 그런 호아의 모습을 지켜 보던 백아도 이내 설지의 머리 위로 뛰어 올라 호아와 함께 통통거리며 뛰어 놀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호신강막이 두마리 영수의 놀이터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창작 연재 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협 연재] 성수의가 46  (0) 2011.10.30
[무협 연재] 성수의가 45  (0) 2011.10.23
[무협 연재] 성수의가 44  (0) 2011.10.16
[무협 연재] 성수의가 43  (0) 2011.10.09
[무협 연재] 성수의가 42  (0) 2011.10.02
[무협 연재] 성수의가 41  (0) 2011.09.25
Posted by 까만자전거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