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저.."
"허허, 그것 참..."
"저럴수가..."
"대관절..."

설지와 두마리 영수가 하는 양을 지켜 보던 사람들의 입에서는 참으로 다양한 반응들이 담긴 목소리들이 앞다투어 광장을 향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설지는 사람들의 그런 반응에는 조금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반짝거리는 눈을 들어 백아와 호아의 뛰어 노는 모습을 좇고 있었다. 그렇게 잠시의 시간 동안 백아와 호아를 올려다 보던 설지가 이내 무슨 생각을 떠올렸는지 얼굴 가득 짙은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초롱초롱한 눈망울과 짙은 미소는 설지가 무언가 재미있는 것을 발견했다는 증거였다. 짙은 미소와 함께 두마리 영수를 올려다 보던 설지는 자신의 온몸을 두르고 있던 호신강막을 순식간에 해제해 버렸다. 그 바람에 위에서 뛰어 놀던 두마리 영수는 어정쩡한 자세를 취한채 아래로 떨어져 내려야만 했다. 그렇게 떨어지는 백아와 호아를 양팔을 벌려 받아 든 설지는 백아와 호아를 바닥으로 내려 놓으면서 입을 열었다.

"재미있어? 나도 그거 해볼거야. 헤헤"

설지가 그렇게 말하자 곧이어 지켜보는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또 다른 기사가 벌어졌다. 호아와 백아가 자신의 몸에서 호신강막을 만들어 내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작은 체구의 백아와 호아가 만든 작은 호신강막은 설지가 올라서서 뛰어 놀기에는 공간적으로 너무 협소했다. 잠시 실망한 기색이던 설지의 시선이 주변을 둘러 보다가 어느 한곳에 이르러 고정되었다.

소림 십팔나한들이 모여서 금강권을 펼치던 넓은 광장 쪽에서 약간 벗어난 그곳에는 한자 정도 높이의 잡초들이 무성하게 자라나 있는 초지가 자리하고 있었다. 잡초가 우거진 풀밭을 응시하며 염두를 굴리던 설지가 부리나케 초지 쪽으로 달려가 쪼그려 앉자 지켜 보던 사람들의 시선도 자연히 그쪽을 향하게 되었다. 초지 앞에 쪼그려 앉은 설지가 백아와 호아를 향해 무언가 이야기를 하고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더니 이내 손을 휘저으며 잡초들을 만지기 시작하자 놀라운 광경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설지의 손길이 스치고 지나간 잡초들 마다 어김없이 호신강막이 생겨나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렇게 일다경 정도를 설지가 허리를 숙여 잡초들을 매만지며 초지를 지나가자 빠른 속도로 구역을 넓혀 나가던 잡초들의 호신강막이 어느 사이엔가 반경 일정 정도에 이르러 있었다. 손을 휘저어 가며 잡초들에게 호신강막을 입혀주던 설지는 그제서야 손을 멈추고 허리를 곧추 세웠다. 그리고는 자신이 만든 초지 강막을 눈을 반짝이며 둘러 보았다.

넘실 거리는 구름인 양 서로를 부대끼며 화려한 군무를 추고 있는 강막에 휩싸인 잡초들의 모습은 말 그대로 장관이었다. 아침 햇살을 받아 더욱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는 호신강막에 둘러 쌓인 초지의 모습을 보는 사람들은 할 말을 잃고 멍하니 그 모습을 지켜볼 뿐이었다. 하지만 정작 엄청난 충격을 받은 인물들은 따로 있었다. 바로 팔대세가의 후기지수들 중에서 네 가문의 소가주들로 구성된 사룡들이었다.

어제 우연히 객잔에서 교혜린의 아름다운 자태를 목격한 후 그 미모에 이끌려 성수의가에 잠시 머무르고 있던 남궁 소유를 비롯한 사룡들의 놀라움은 이 자리에 있는 누구보다도 컸다. 어제 성수의가에 합류한 직후 일성 도장의 깨달음을 목격할 때만 해도 우연히 자신들이 도착한 시기에 깨달음을 얻은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으나 이른 아침 부터 소림 십팔나한들의 의도된 금강권 수련 과장을 지켜 보면서는 고개를 갸우뚱 하였던 것이다. 

금강권을 시전하는 십팔나한을 지켜 보던 혜명 대사가 자꾸만 어느 한곳의 천막 쪽으로 시선을 주며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런 사룡의 의문에 답을 하기라도 하듯이 천막 안에서 뛰어 나온 것은 어린 소녀였다. 아니 정확히는 성수의가의 소공녀였다. 그 순간 사룡들은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성수의가 소공녀의 등장에 반색하는 혜명 대사의 모습을...

한편 설지는 자신이 만든 초지 강막을 한차례 쓰윽 둘러본 후 만족한 미소를 입가에 두르고는 비명을 내지르며 초지 강막 위로 몸을 던졌다.
"꺄아아..."

경쾌하기 까지 한 비명성과 함께 초지 강막 위로 몸을 던진 설지는 이내 강막들의 반발력에 공중으로 튀어 오르기 시작했다. 때로는 선 자세로 때로는 누운 자세로 자세를 바꿔 가며 초지 강막 위에서 통통 튀어 오르는 설지의 모습을 지켜 보던 백아와 호아도 이내 통통 대열에 합류하였다. 설지와 두마리 영수가 통통 거리며 초지 강막 위에서 뛰어 놀자 그 모습을 지켜 보던 일성 도장의 입에서는 탄식에 가까운 음성이 흘러 나왔다.
"허허허, 그래, 그래, 모든 걸 내려 놓으면 저리도 재미있는 것을..."

뜻모를 일성 도장의 음성에 이어 철무륵의 커다란 목소리가 교혜린과 다정히 앉아 있는 나운학을 향해 날아갔다.
"이보게 아우, 저거 지금 말이 되는 상황인가?"
"하하, 글쎄요. 설지 저놈이 또 신기한 걸 발견했군요."
"큼, 아니, 대관절, 도대체, 어떻게, 한낱 잡초가 호신강막을 두를수가 있느냐고, 어떻소 혜명 대사께서는 이해가 되시오?"
"아미타불, 빈승도 당황스럽기는 철대협과 마찬가지 입니다."
"그나저나 소림의 기연은 잠시 미뤄두어야 겠소이다. 설지 저놈이 저렇게 뛰어 노는데 정신이 팔려 있으니 말이오."
"아미타불! 허허허, 그래야겠지요."

하지만 설지의 통통 놀이는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왜냐하면 숙수인 왕삼의 징소리가 커다랗게 숙영지에 울려 퍼졌기 때문이다. 백아, 호아와 뒤엉켜 통통 놀이를 하던 설지는 식사 준비가 완료되었음을 알리는 징소리가 들리자 이내 통통 놀이에 빠져 있던 정신을 수습하고는 교혜린을 향해 커다랗게 외쳤다.
"교언니! 밥시간이야. 밥!"

한소리 외침과 함께 초지 강막에서 폴짝 뛰어내린 설지는 아쉽다는 표정을 지으며 초지 강막을 향해 손을 한차례 허공으로 휘저었다. 그러자 강막에 휩쌓여 있던 잡초들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 순식간에 잡초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초지를 원래의 상태로 되돌린 후 설지는 나운학과 교혜린이 앉아 있는 곳으로 쪼르르 다가와 앉으며 반짝이는 눈으로 두사람을 향해 입을 열었다.

"숙부, 교언니, 밥시간이야, 밥. 얼른 밥 먹으러 가"
"호호, 녀석, 그래 가자꾸나."

교혜린이 설지의 머리를 한차례 쓰다듬어 준 후 자리에서 일어나자 나운학도 뒤따라 일어섰다. 두사람 사이에 선 설지는 두사람의 손을 양손으로 각각 나누어 잡고는 식당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식당에 도착하여 자리를 잡고 앉은 설지는 식사가 배식되기를 기다리다 조금전의 아쉬움을 기억해내고는 교혜린을 향해 입을 열었다.

"교언니!"
"응? 왜그러니"
"혹시 말야, 자연지기를 일정한 공간 안에 계속해서 잡아 두는 방법이 있어?"
"자연지기를 가둬둔다고? 음, 아마도 기문진법을 살펴보면 답을 구할수 있을지도 모르겠구나"
"기문진법?"
"그래, 진법의 기본이 자연지기를 인위적으로 극대화 시켜 작용하게 하는 것이니 진법을 살펴보면 답을 구할 수 있을거야"
"진법이란 말이지..."
그렇게 말하며 설지는 주위를 둘러 보았다. 가장 먼저 설지의 시선에 사로잡힌 것은 철무륵이었다.

"철숙부, 모르지?"
"크음, 흠"
"스님 할아버지는요?"
"아미타불, 허허, 빈승도 철대협과 마찬가지로 진법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오이다."
"그럼 도사 할아버지는요?"
"허허, 이 할애비도 진법은 영 꽝이구나."

설지가 장내를 둘러 보며 다시 질문을 던질 사람을 찾고 있을 때 나운학이 입을 열어 말했다.
"설지야, 서점에 한번 가보려무나. 오백년전 기문진법으로 천하에 위명이 쟁쟁했던 천기자 어르신이 남긴 필생의 역작인 기문진법 총람을 쉽게 구할 수 있을게다."
"으응, 기문진법 총람?"
"그래. 기문진법 총람, 처음 그 책이 강호에 흘러 들었을 때는 책속에 기연이 감추어져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고 하더구나. 그로인해서 그 책을 서로 차지하려는 무인들간에 혈풍이 불기도 했단다. 하지만 책의 내용이 기문진법에 대한 기초적인 내용 부터 시작해서 단계적으로 기문진법을 익혀 나가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책을 차지하려는 다툼은 사라지게 되었지. 그런데 시간이 흐른 후 언제부터인가 기문진법 총람의 필사본이 서점들에서 팔리기 시작했단다. 그러니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을게다."
"이야, 기연이라고? 헤헤헤, 좋았어. 그럼 오전에는 청청 언니와 놀고, 오후에는 현청에 갔다가 서점에 들러야겠다."
"크하하, 조그만 녀석이 하루를 아주 바쁘게 사는구나. 어떠냐 서점에 갈때 이 숙부도 함께 따라가 줄까?"
"응? 철숙부가...마음대로 해."

그렇게 설지와 철무륵의 대화가 마무리 되어 갈 무렵 식당의 입구를 지나 안으로 들어오는 두사람이 있었다. 진소청과 소청의 어머니인 유씨 부인이었다. 공청석유의 공능 덕분에 그토록 심하게 다쳤던 진소청이 하루도 지나지 않아 거동이 가능할 만큼 몸 상태가 좋아졌던 것이다. 때 마침 진소청을 발견한 설지가 큰 소리로 진소청을 불렀다.
"우와, 청청 언니, 이제 걸어 다녀도 괜찮은거야?"
"예, 아가씨, 많이 좋아졌습니다."
"응, 응, 그렇구나, 이리 와서 앉아."
설지는 자신의 맞은 편에 비어 있는 자리를 가리키며 진소청을 서둘러 그 자리에 앉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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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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