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청 언니, 아줌마, 인사드리세요. 무당이라고 아시죠? 도를 아십니까 라며 접근하는 돌팔이 도사들 말고 진짜 도사들이 사는 곳 말예요. 거기 무당에서 제일 큰 어르신인데 일성 도장 할아버지세요."
소청과 유씨 부인은 자리에 앉다 말고 설지의 소개에 화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일성 도장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말로만 들어 왔던 무당산의 도사가 자신들의 앞에 앉아 있다는 설지의 말에 진소청 모녀가 느끼는 놀라움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경외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일성 도장을 조심스레 살펴 보던 진소청 모녀에게 설지의 다음 말이 전해져 왔다.

"헤헤! 청청 언니! 일성 도장 할아버지는 진짜 도사야, 도사, 아! 그리고 저기 스님 할아버지는 소림사라고 알지? 소림사에서 오신 혜명 대사 할아버지셔, 인사드려"
"진소청이 대사님을 뵈어요."
"아미타불! 시주 반갑소이다."
"그리고, 그리고, 여기는 설지의 큰 숙부야! 청청 언니, 내가 이야기했지, 무시 무시한 산적들이 우리 의가에 있다고? 헤헤, 철숙부가 바로 그 산적들 두목이야"
"크흠, 욘석아, 산적 두목이 아니라 녹림 총표파자가 바로 이 숙부니라."
"응, 응, 그러니까 산, 적 , 두, 목 맞잖아!"
"하하하"
"허허허"
"호호호"

철무륵이 항변해 봤지만 본전도 건지지 못한 모습에 사람들은 웃음을 터트렸다. 조금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산적 두목이라는 철무륵에게 인사를 건넨 진소청에게 설지의 말이 이어졌다,.
"청청 언니! 철숙부의 이마를 자세히 봐봐"
"예? 무슨.."
"아이참, 잘봐봐, 철숙부의 왼쪽 이마에 보면 적 자가 쓰져 있고 이마 가운데에는 산 자가 쓰여 있어, 그리고 이마 오른쪽에는 왕 자가 쓰여져 있거든, 그지? 그지? 바로 읽으면 무슨 말일까?"
"그, 그것이, 아가씨 말씀대로면 왕, 산, 적이 되는 것이 아니온지요?"
"맞아! 맞아! 왕산적, 헤헤헤"
"하하하"
"호호호"
"허허허"

낭패한 표정의 철무륵과 사람들의 웃음 소리로 시작된 성수의가 식당의 아침 식사 시간은 그렇게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흘러갔다. 아침 식사를 서둘러 마친 후 서책을 한아름 안아 들고 진소청과 함께 천막 속으로 사라진 설지는 오전내내 '우와'라는 탄성을 토해내며 진소청과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점심 식사를 마치자 말자 철무륵의 손을 이끌고 왕포쾌를 앞장 세운 설지는 백아와 호아와 함께 아침에 이야기 한 현청 견학(?)에 나섰다.

"음, 그런데 철숙부!"
"응? 왜 그러느냐?"
"철숙부는 산적이잖아, 그런데 현청에 가도 괜찮아?"
"왜? 이 숙부가 걱정되느냐? 그리 걱정할거 없다."
"으응? 아니 왜?"
"크하하, 녀석, 그건 저기 왕포쾌에게 물어보거라"
"응?"
"마마! 그건 철대협께서 녹림의 총표파자이시기 때문입니다. 무림인이시기 때문에 관과 무림 사이의 상호 불간섭 원칙에 따라 별다른 제지가 있지는 않을것이옵니다."
"아! 그렇구나. 헤헤"
"녀석!"

철무륵은 자신을 걱정해 주는 설지의 머리를 한차례 쓰다듬어 준 후 설지의 작은 손을 잡고 현청을 향해 나아 갔다. 잠시 뒤 그런 두 사람의 시선에 기품있게 지어진 현청의 모습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현청 앞 출입문을 지키는 몇 사람의 관병 모습을 일별한 두 사람은 왕포쾌의 안내에 따라 성큼 성큼 출입문 쪽으로 다가 갔다. 설지와 철무륵이 현청의 출입문 쪽으로 다가가자 관병들 중에서 수문위사로 보이는 자가 다가서는 두 사람의 발걸음을 제지하며 이들의 신분을 왕포쾌에게 물었다.

"왕포쾌, 그 분들은 뉘신가?"
"예, 위사 나으리, 성수의가의 소공녀님과 숙부 되시는 분이십니다. 그리고 저기 뒤에 계시는 무당의 도사 분들은 소공녀님을 보호하기 위해 따라 오신 분들이십니다."
"응? 그, 그러면 봉황옥패의 패주시라는..."

말을 채 끝내지 못한 수문위사가 황급히 오체투지의 예를 취하자 당황스러운 것은 설지였다. 번거롭기도 하거니와 매번 이런 식으로 자신을 대하면 현청을 자주 드나들수가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서둘러 수문위사의 예를 거두게 한 설지는 수문위사를 향해 입을 열었다.
"헤헤, 위사 아저씨, 다음 부터는 오체투지를 하지 않으셔도 돼요. 아셨죠?"
"아, 예, 예, 소신 명심 봉행하겠사옵니다."
"헤헤, 그럼 나 들어가도 되죠?"

손을 살랑 살랑 흔들며 두 마리 고양이와 함께 현청 안으로 들어서는 설지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그제서야 긴 한숨을 토해낸 수문위사는 눈에 잔뜩 힘을 주고 관병들을 둘러 보았다. 철통 경계의 원칙을 지키겠다는 듯이... 한편 현청 안으로 들어온 설지가 연신 우와를 외치며 현청 내부를 둘러 보고 있는 사이 도현령에게 설지의 방문을 알리러 갔던 왕포쾌가 도현령과 장포두를 대동하고 돌아 왔다. 두 사람과 인사를 나눈 설지는 장포두를 향해 먼저 입을 열었다.

"포두 아저씨, 어떻게 되었어요?"
"아! 예, 마마, 어제 소신과 관병들이 소청이가 발견된 주변을 샅샅이 수색한 결과 열구의 시신이 추가로 발견되었사옵니다. 아마도 범인은 관도 쪽과 현청 뒷산의 중턱 두 군데에 시신을 유기해 왔던 것 같습니다."
"흐음, 그럼 피해자가 서른명이 넘는다는 이야기가 아니오?"
철무륵의 질문에 장포두가 고개를 주억 거리며 말을 이어 갔다.

"예, 그렇지요. 시신을 일정한 장소에 유기하는 것과 범행 대상이 십대 여아들임을 감안하면 아무래도 범인은 살인 행각을 재미로 하는 것 같소이다."
"씨! 잡아, 잡아, 반드시 잡아야 되요. 잡히기만 해봐!"
"예. 마마,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왕포쾌 아저씨도 오늘 부터 범인 잡는 일에 합류하세요. 난 저기 보이는 도사 아저씨들이 있으니까 괜찮아요. 아셨죠?"
"예. 마마, 봉행하겠사옵니다."

"아참! 현령 아저씨 여기 상직현에서는 서책을 구하려면 어디로 가야 해요?"
"흠, 서책이라... 어떤 서책을 찾으시는지 모르겠지만 구하기 힘든 서책이라면 병기점과 서점을 겸하고 있는 만병서고를 한번 찾아가 보시지요?"
"만병서고?"
"예, 마마, 만병서고는 위씨 일가에서 조상 대대로 이어져 내려 오며 운영하고 있는 곳이옵니다. 고대로 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병장기는 물론이고 휘귀한 서책도 제법 많은 곳이지요."

도현령의 입에서 만병서고라는 말이 나오자 갑자기 무언가가 생각난 철무륵이 입을 열었다.
"잠, 잠시만, 만병서고라고 하셨소? 혹시 그 만병서고가 이십년전에 갑자기 나타난 우는 칼이 있다는 그 서고를 이름이 아니오?"
"하하, 맞습니다. 철대협께서도 잘 알고 계시는군요."
"으응? 우는 칼? 철숙부 우는 칼이 뭐야?"
"응? 아! 설지 넌 모르는구나. 우는 칼이 뭐냐 하면 한 이십년전에 만병서고에 진귀한 검 한자루가 나왔단다. 그런데 이 검은 평소에는 다른 검들과 별다른 차이가 없지만 내공을 익히고 있는 사람이 검을 들기만 하면 시끄러운 소리를 내기 시작하는데 그 소리가 마치 검이 우는 소리 처럼 들린다고 하더구나. 아마도 명장의 손길을 거친 희대의 명검인듯 한데 내공을 익힌 무인의 손에만 들어가면 시끄럽게 울어대니 무기로써의 효용 가치는 없다고 봐야겠지."

"우와, 신기하다, 그럼 지금도 그 검이 있어요?"
"예, 마마, 지금도 주인을 기다리는 그 검을 만병서고에 가시면 보실 수 있습니다."
"주인을 기다린다는 말이 뭐야?"
"예, 마마, 아마도 그 검은 자신의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듯 합니다. 그렇기에 주인이 아닌 자의 손에 들어가면 우는 소리를 내는 것이겠지요. 혹시 모르니 마마께서도 그 검을 한번 쥐어 보시지요."
"우와, 우와, 무지하게 신기하다. 철숙부, 나 만병서고에 갈래."
"그래, 그러자꾸나. 현청은 더 안돌아보고 그냥 가려느냐?"
"응, 응, 내일 또 와서 구경하면 되지 뭐, 빨리 가"
"예. 마마, 그러시지요. 만병서고 까지는 왕포쾌가 안내해 드릴겁니다."
"응, 응, 알았어요. 현령 아저씨 오늘은 이만 갈게요."
"예. 마마"

도현령의 배웅을 받으며 현청을 나선 설지는 철무륵의 손을 이끌고 만병서고를 향해 걸음을 재촉했다. 그런 설지의 옆에는 백아와 호아가 따르고 있었으며 그들과 한발짝 떨어진 뒤 쪽에서는 무당 십이검의 세 사람이 조용히 따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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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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