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철무륵과 설지가 만병서고를 떠나자 그때 까지 만병서고에 머물고 있던 낭인들도 서둘러 자리를 떴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입을 통해 성수의가의 소공녀가 우는 칼의 주인이 되었다는 소문이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설지야!"
"응? 응!"
무당의 도사들을 대동하고 성수의가의 숙영지를 향해 걸음을 옮기던 철무륵은 문득 묵혼에 박혀 있는 구슬 이야기가 생각나 자신의 손을 잡고 걷고 있는 설지를 향해 입을 열어 말했다.

"묵혼에 박혀 있는 그 보주말이다. 그게 아무래도 범상치 않아 보이는데 혹시 검을 잡고 있을 때 별다른 점이 없더냐?"
"응? 아! 맞아. 검을 잡고 있으면 시원한 기운이 계속 흘러 들어 와서 단전으로 향해"
"단전으로 향한다고? 그럼 내공으로 쌓인다는 말이냐?"
"응! 응! 근데 그렇게 많은 기운이 흘러 들어오는건 아냐."
"호! 그렇다면 그 보주가 영수의 내단이 맞긴 맞는가 보구나."
"음, 음, 아!"
"응? 왜그러느냐?"
"용아가 그러는데 묵혼에 박혀있는 구슬이 여의주 같데"
"여의주라고? 틀림없느냐?"
"응! 응!"
"허, 그것 참. 설지 네가 기연을 만났구나. 기연은 기연인데 그것 참..."
"응? 철숙부, 왜 그래?"
"허허. 그게 말이다. 네가 기연을 만나니 기연이 기연 같지가 않아서 그런다."
"음. 근데 용아 말에 의하면 묵혼의 여의주는 용아의 여의주와는 좀 다르데"
"다르다고? 어떻게 말이냐?"
"응, 용아의 여의주와 달리 이 구슬은 벽옥색이잖아. 아마도 죽은 용에게서 나온 구슬인가봐."
"그래? 천수를 누린 용의 내단이라? 그렇다면 우리가 모르는 또 다른 어떤 힘이 그 보주에 존재하고 있을지도 모르겠구나. 아뭏든 설지야 그 보주에 대해서 어디 가서 함부로 이야기 하지 말거라. 알았지?"
"응, 응. 걱정마, 걱정마, 나도 그 쯤은 알아. 헤헤"
"녀석, 어서 가자. 네 숙부에게 묵혼을 자랑해야지"
"응! 응!"

두 사람의 대화를 뒤따르며 듣고 있던 무당의 도사들도 용의 내단이라는 말에 유심히 설지가 들고 있는 검을 쳐다 보며 호기심을 드러내다가 두 사람의 걸음이 빨라지자 서둘러 뒤를 따랐다. 그렇게 걸음을 빨리 하여 성수의가의 숙영지로 막 도착한 설지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이는 혜명 대사와 담소를 나누고 있는 일성 도장이었다.

"도사 할아버지!"
큰 소리로 일성 도장을 외쳐 부르며 달려 가는 설지의 뒷모습을 바라 보던 철무륵과 무당의 도사들도 곧이어 설지를 따라 일성 도장이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겨 가기 시작했다.
"오! 설지구나. 그래 구경은 잘 하고 왔느냐?"
"예. 그것보다 이것 보세요. 묵혼이야. 묵혼!"
설지가 자신의 손에 들린 검을 보여주며 이렇게 말하자 영문을 모르는 일성 도장은 무슨 소리인가 싶어 설지를 향해 반문했다.

"묵혼이라니? 네 손에 들린 그 검의 이름인게냐?"
"응! 응! 우는 칼인데 이제부터 이 설지거예요. 헤헤"
"우는 칼이라고? 그럼 만병서고에 있다는 그 우는 칼이 그 검이라는 말이냐?"
"응! 응! 맞아요. 근데 이 검은 철숙부 손에서는 막 울다가 제 손에서는 안 울어요."
"아미타불! 허허, 소공녀께서 명검을 얻으셨군요. 경하드리오이다."
"헤헤, 고마워요, 스님 할아버지."

설지가 그렇게 일성 도장과 혜명 대사에게 묵혼을 자랑하고 있을 때 평소 처럼 병자들을 둘러 보고 있던 나운학과 교혜린도 잠시 쉬기 위해 병자들이 있는 천막에서 막 빠져 나오다가 설지를 발견하고는 설지 쪽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나운학과 교혜린이 다가 오자 일성 도장에게 묵혼을 자랑하며 웃고 있던 설지가 나운학을 향해 고개를 돌려 인사를 하고는 짤랑 짤랑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숙부님! 다녀왔습니다아."
"훗! 녀석. 그래 구경은 잘 했느냐?'

설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나운학이 이렇게 묻자 설지는 커다랗게 고개를 끄덕여 대답을 대신하고는 입을 열어 말을 이었다.
"응! 응! 숙부, 이것 봐, 묵혼이야. 묵혼. 만병서고의 학사 할아버지가 선물로 줬어."
"응? 검이구나. 그런데 만병서고의 학사 할아버지가 누구시냐?"
"아! 헤헤, 만병서고의 주인이신가 봐. 그렇지? 철숙부?"
"그래, 네 말대로다. 이보게 아우, 설지의 손에 들려 있는 저 검이 바로 그 우는 칼이라네"
"예? 우는 칼이요?"
"그래, 그렇다네. 자네도 한번 잡아 보게나."

철무륵의 이 같은 말에 설지의 손에 들린 묵혼을 유심히 살펴 본 나운학이 호기심어린 목소리로 설지를 향해 말했다.
"호! 그 유명한 우는 칼이라. 설지야, 이 숙부가 그 검을 한번 잡아봐도 되겠느냐?"
"응! 응! 여기 있어"

설지가 내민 묵혼을 스스럼없이 잡아간 나운학이 묵혼을 살펴볼 때였다. 별다른 반응이 없을것 같았던 묵혼에게서 검명이 흘러 나오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점점 큰 소리로 울기 시작하는 묵혼의 울음 소리가 귀를 자극할 무렵 설지에게 검을 돌려준 나운학이 고개를 설레 설레 저으며 신기하다는 듯 설지의 손에 들린 검을 바라볼 때 철무륵의 호탕한 웃음 소리가 들려 왔다.
"크하하, 운학 자네도 별수 없구만, 크하하하"
"그러게나 말입니다. 신기하긴 신기하군요. 검이 저렇게 큰 소리로 검명을 토해내다니"
"흠, 그건 말일세. 이건 비밀인데..."

철무륵은 음성을 낮추어 묵혼에 박혀 있는 보주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그러니까 형님 말씀은 용의 원정 내단이 검을 울게 만드는 것 같다는 이 말씀입니까?"
"그렇다네. 도장 어르신! 어르신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흠, 듣고 보니 자네의 말이 맞는 것 같구먼. 용의 원정 내단이라..."

일성도장의 나직한 읊조림을 듣던 나운학은 묵혼을 들고 초롱 초롱한 눈망울을 반짝이고 있는 설지를 향해 입을 열었다.
"설지야! 너도 잘 알겠지만 검은 함부로 뽑아서는 안된단다. 두번, 세번 생각하고 뽑아야 하는 것이 검인 것이야."
나운학의 진중한 목소리에 고개를 끄덕인 설지가 말을 이었다.
"응! 응! 나도 알아. 할아버지가 말씀하셨어. 성수의가의 식솔들이라면 누구라도 함부로 검을 뽑아서는 안된다고 하셨어"
"그래. 잘 알고 있구나. 우린 의원이니 더욱 생명을 귀하게 여겨야 한단다."
"응! 응! 걱정마, 걱정마!"
"그래. 그럼, 이 숙부는 다시 병자들을 살펴봐야 되니 도사 할아버지와 스님 할아버지 귀찮게 하지 말거라."
"응! 응! 헤헤"

짤랑 짤랑한 음성으로 대답하는 설지를 보며 미소를 지어준 나운학이 일성 도장과 혜명 대사를 향해 가볍게 목례를 하고 교혜린과 함께 장내를 벗어나자 기회를 기다리고 있던 혜명대사가 설지를 향해 기대어린 시선을 주며 입을 열었다.
"아미타불! 소공녀, 혹시 뭐 잊으신 것 없소이까?"
"응? 뭐를... 아! 금강권, 헤헤"
"허허, 아미타불"
"헤헤, 그럼 지금 알려드릴까요?"

이제나 저제나 하고 설지를 기다리던 소림 십팔나한들은 혜명 대사가 설지와 이야기를 주고 받기 시작하자 어느 틈엔가 다가와 혜명 대사의 명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미타불! 제자들은 주위를 경계하라."
"아미타불!"
굉량한 음성으로 주위를 환기시킨 소림 십팔나한들이 자리를 잡자 혜명 대사는 고개를 끄덕여 준비가 끝났음을 설지에게 알리고는 진중한 자세로 금강권의 심법을 운기하며 자세를 잡아갔다.

"그럼 시작할게요."
설지의 외침이 끝나기가 무섭게 곧바로 이질적인 기운이 설지에 의해서 혜명 대사의 몸 속으로 거침없이 들어 오더니 이내 혜명 대사의 내력을 이끌기 시작했다. 강력한 힘으로 혜명 대사의 내력을 끌어 당기던 기운이 향한 곳은 피부 쪽이었다. 설지에 의해 인도된 내력은 전신 세맥을 거친 후 피부 쪽을 향하더니 자연지기와 어우러지며 자연스럽게 혜명 대사의 몸 주위로 호신 강막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약간 흐릿하던 강기막이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뿌연 강기막으로 형상화 되어가며 혜명 대사를 무도의 새로운 길로 접어들게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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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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