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숙부! 좀더 빨리 가."
"응? 아니 왜 그러느냐?"
"응, 응! 긴급으로 회의할 일이 생겼어"
"회의? 무슨 회의 말이냐?"
"응, 응! 설지의 기막힌 색마 때려 잡기 작전!"
"뭐? 색마잡기, 이 놈아 그러다 다치기라도 하면 어쩔려고 그런 생각을 하는게냐?"

설지의 손을 잡고 걷던 철무륵이 설지의 입에서 나온 색마 때려 잡기라는 말에 화들짝 놀라 이렇게 이야기 하자 설지는 걱정 말라는 듯 따라 오는 무당 도사들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이렇게 이야기 했다.

"헤헤, 걱정마, 걱정마, 저기 도사 아저씨들도 계시고 또 도사 할아버지도 있으니까 걱정할거 없어. 반드시 때려 잡을거야."
"끄응, 아무튼 섣불리 행동해서는 안된다. 알았느냐?"
"응, 응! 그보다 빨리 가. 밍밍과 비아 까지 한꺼번에 다 불러서 회의 해야 돼"
"그래. 알았다. 빨리 가자꾸나"

철무륵을 재촉하여 서둘러 숙영지로 돌아온 설지는 제일 먼저 장촌관을 찾아가서 초혜와 할머니의 이야기를 하고 그녀들에게 거처를 마련해 줄 것을 부탁했다. 그런 연후에 나운학을 찾아간 설지는 시전에서 있었던 일들을 자세히 이야기 하고는 초혜와 할머니에게 의가에 들어와서 살라고 했다며 허락을 구했다.

"그러니까 네 말은 초혜와 초혜의 할머니더러 우리 의가에 들어와서 함께 살자고 했단 말이지?"
"응, 응! 숙부! 초혜 할머니가 만든 전병이랑 당과가 무지하게 맛있으니까 다른 사람들도 좋아할거야. 특히 거지 아저씨들은 무지 좋아할걸?"
"하하하!"

능청스런 설지의 말에 한차례 웃음을 터트린 나운학은 장난스런 음성으로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런데 설지 너 말이다. 나에게 오기 전에 장총관에게 먼저 들린 것 같던데..."
"으응? 아! 헤헤. 그건 초혜가 오면 거처를 마련해 주라고 그런거야"
"에라, 요 녀석아, 네가 이미 다 정해놓고는 나에게 통보하는거냐? 알았으니 그렇게 하도록 하거라."
"꺄아!"

설지의 이마에 알밤을 한대 먹이며 나운학이 이렇게 이야기 하자 그 자리에서 폴짝 폴짝 뛰며 기뻐하던 설지는 이내 휭하니 나운학의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그렇게 사라진 설지가 다시 나타난 곳은 마차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는 곳 옆의 빈 공터였다. 공터에 도착한 설지는 나뭇 가지 몇개를 주워들더니 낮게 자란 잡초들을 향해 몇번의 손짓을 해서 초지강막을 만들고는 손에 들고 있는 나뭇가지들을 초지강막 주위의 땅바닥 여기 저기에 꽂기 시작했다.

그렇게 잠시 동안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직경 일장 정도의 초지강막을 둘러보며 만족한 미소를 지은 설지는 초지강막 위에 백아와 호아를 올려 주고는 자신도 그 위에 편안한 자세로 주저 앉았다. 일명 설지의 회의실이 급조된 것이다. 그렇게 회의 준비를 마친 설지는 주위를 휘휘 둘러 보며 밍밍을 찾았다.

때 마침 숙영지를 어슬렁거리며 돌아 다니고 있던 밍밍도 설지가 돌아와서 무언가 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자 입속의 풀을 씹으며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던 중이었다.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당나귀 밍밍을 발견한 설지는 손짓으로 밍밍을 부르는 동시에 숲 쪽을 향해 큰 목소리로 비아를 불렀다.
"비아! 비아도 이리 와. 회의 시간이야. 회의"

설지의 큰 목소리가 숲을 울리자 숲 속 어느 한곳에서 거대한 물체가 대단히 빠른 속도로 비상하며 숨겨졌던 몸체를 드러냈다. 상상을 초월하는 거대한 몸집의 매 한마리가 설지의 부름에 커다른 울음 소리를 토해내며 허공으로 날아 오른 것이다. 양 날개를 펼친 길이가 무려 삼장에 이르는 거대한 매는 모습을 드러내기가 무섭게 까마득한 허공으로 솟아 올랐다.

그렇게 허공을 향해 힘차게 날아 올랐던 매는 이내 숙영지의 허공을 중심으로 선회하며 서서히 속도를 줄이더니 설지가 있는 쪽을 향하여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설지와 백아, 호아에게 먼지를 잔뜩 뒤집어 씌우며 날아 내린 비아가 제일 먼저 취한 행동은 설지에게 애교를 부리는 것이었다. 커다란 날개를 접고 뒤뚱거리는 종종 걸음으로 설지에게 다가간 비아는 이내 커다란 부리를 설지의 몸에 비벼 가며 반가움을 표시했던 것이다.
"헤헤. 비아 이 녀석, 오늘도 기분이 좋은가 보네"

비아가 거대한 몸집을 드러내며 날아 오를때 부터 설지가 하는 행동을 유심히 지켜 보고 있던 일성 도장은 비아의 목 주위를 손으로 쓸어주는 설지의 모습을 바라보다 걸음을 떼어 청진을 향해 다가서며 입을 열었다.
"설지 저놈에게 또 무슨 일이 있는게냐?"
"무량수불! 예. 사숙조님. 실은 시전에 들렀다가..."

청진 도사로 부터 자초지종을 전해들은 일성 도장은 묘한 표정을 얼굴에 떠올리며 다시 입을 열어 말했다'
"그러니까 설지 저놈이 색마를 잡겠다고 했다고?"
"예. 사숙조님!"
"허허. 또 무슨 일을 벌릴려고, 그 놈 참!"

일성 도장과 청진 도사가 대화를 주고 받는 사이 잠시 어디론가 사라졌던 설지는 이내 진소청의 손을 잡아 끌며 다시 나타나 초지강막 위로 몸을 던졌다. 그리고는 밝은 목소리로 입을 열어 말했다.
"자! 다들 모였지. 그럼 지금 부터 설지의 기막힌 색마 때려 잡기에 대해서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말을 마친 설지가 손을 들어 올리자 초지강막 위에 옹기 종기 모여 앉아 있던 백아, 호아, 용아, 그리고 밍밍과 비아는 설지와 진소청의 주위로 다가 앉아 머리를 맞대고 설지의 주도로 무언가를 의논하기 시작했다. 설지의 회의에 처음 참석한 진소청은 처음에는 무척 당황스러웠지만 이내 설지의 질문에 답하며 회의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한참을 그렇게 무언가를 의논하던 설지와 일당들이 회의를 마친 것은 반시진 정도가 지나서였다.

회의를 마치자마자 밍밍은 다시 숙영지를 어슬렁 거리며 돌아다니기 시작했고 비아는 숲 속을 향해 날아 올랐다. 그리고 설지는 근처에 있던 일성 도장을 향해 다가가 입을 열었다.
"도사 할아버지!"
"그래. 회의는 끝났느냐?"
"응, 응! 도사 할아버지. 내일 부터 색마를 잡으러 다닐거니까 할아버지도 도와 주셔야 해요."
"나도 말이냐?"
"예. 도사 할아버지는 내일 부터 진가장의 노복으로 나랑 함께 다니게 될거예요"
"진가장의 노복? 그런데 진가장이 어디 있는 진가장이냐?"
"아이 참. 여기가 바로 진가장이잖아요"

말을 하며 설지가 가리킨 곳은 진소청 모녀가 기거하고 있는 천막이었다.
"응? 허허허. 그렇구나. 진가장. 허허. 그래 그럼 나는 노복 행세를 하며 따라 다니면 되는게냐?"
"응, 응! 잘 하셔야 해요."
"그래. 알았다. 허허"
"그럼, 전 개방의 거지 아저씨들에게 갔다 올게요."
"개방에서도 할일이 있더냐?'
"예. 거지 아저씨들은 무지하게 중요한 소문 내는 일을 해야 해요."
"허허허, 소문이라. 무슨 일을 꾸미는지는 모르겠다만 재미있을 것 같구나. 그래. 알았다."

일성 도장과 대화를 끝낸 설지는 백아와 호아를 앞장 세우고는 개방의 거지들이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널브러져 있는 곳을 향해 다가 갔다. 개방의 육결 제자 취걸개 방융을 포함한 개방 사룡과 개방의 거지들은 늘 마차들이 늘어서 있는 주위에서 진을 치고 있었는데 오늘도 변함없이 마차들의 근처 여기 저기에서 거지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개방의 거지 중에서 방융을 찾아 여기 저기 두리번 거리던 설지는 개방 사룡과 함께 늘어져 있는 방융을 발견하고 큰소리로 방융을 외쳐 부르며 그에게 다가 갔다.
"취걸개 아저씨!"

한껏 널브러져 있던 방융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한쪽 눈만을 뜨고 소리의 근원을 찾다가 설지의 모습을 발견하고 느린 속도로 자리에서 일어나 커다란 입을 벌리며 하품을 한차례 한 후 입을 열어 말했다.
"응? 설지구나. 그래 무슨 일이냐?"
"응, 응! 부탁이 있어서 왔어요."
"부탁? 거지에게 무슨 부탁?"
"아이 참. 취걸개 아저씨. 그게 그러니까..."

설지의 설명을 다 듣고 난 방융은 게슴츠레 뜬 눈으로 설지를 바라 보며 입을 열어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네 말은 진가장의 금지옥엽이 상직현을 구경하러 오는데 그 미모가 가히 침어낙안이라더라 라는 소문을 내달라는거냐?"
"응, 응! 맞아요"
"그거야. 뭐 어려운 일도 아니다만 진가장은 어디있는 장이고 침어낙안이라는 금지옥엽은 누구냐?"
방융의 이 말이 끝나자 설지는 엄지 손가락을 들어 자신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여기 있잖아요. 침어낙안의 미녀. 헤헤"
"응? 네가... 하하하. 그래 그건 그렇다치고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이야?"
"씨. 침어낙안 맞다니까 그러네. 색마를 잡기 위한 미끼예요. 미끼."
"미끼? 오호라... 그러니까 네가 미끼가 되어서 색마를 유인해서 잡겠다는 것이구나. 그런데 위험하지 않겠느냐?"
"아니예요. 전혀, 전혀, 절대로 안 위험해요. 헤헤"
"그래? 그렇다면 알았다. 지금 부터 소문을 내면 되는거냐?"
"응, 응! 그러니까 내일 아침 부터 내가 여기 저기 돌아 다니며 색마를 유인할거예요."
"알았다. 지금 당장 아이들을 풀어서 시끌벅적하게 소문을 내주마."
"헤헤. 그럼 부탁할게요. 백아, 호아 가자"

방융을 향해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대신한 설지가 자리에서 떠나자 그때까지 늘브러져 있던 개방 사룡을 포함한 개방의 거지들이 빠르게 한자리에 모여 무언가를 주고 받더니 개방 사룡을 제외한 개방의 모든 거지들이 성수의가의 숙영지를 벗어나 사방으로 뿔뿔이 흩어져 갔다. 내일 아침이면 상직현에서 진가장의 금지옥엽이 상직현을 방문한다는 소문을 모르는 사람들은 아마도 없을 것이었다.

'창작 연재 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협 연재] 성수의가 57  (0) 2012.01.15
[무협 연재] 성수의가 56  (0) 2012.01.08
[무협 연재] 성수의가 55  (0) 2012.01.01
[무협 연재] 성수의가 54  (0) 2011.12.25
[무협 연재] 성수의가 53  (0) 2011.12.18
[무협 연재] 성수의가 52  (0) 2011.12.11
Posted by 까만자전거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