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헉! 뭐, 뭐냐?"
"흐흐흐, 처얼 수욱 부우, 나는 강시야아"
"에라! 요녀석아!"

설지의 행동에 짐짓 놀란 척 했던 철무륵이 설지의 머리에 알밤 한대를 먹이는 그 순간이었다. 오른 손을 들어 설지의 머리에 가볍게 알밤을 먹였던 철무륵의 입에서 억눌린 비명과도 같은 신음 소리가 터져 나오는 것이 장내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았다.

"윽! 이, 이게 뭐야?"
"응? 으응?"

한편 철무륵으로 부터 알밤 한대를 맞고 머리를 쓱쓱 문지르려던 설지 역시도 무언가 이상함을 깨닫고 고개를 갸우뚱 하며 자신의 머리로 손을 가져 갔다. 그리고 마치 수박 통을 두드리듯이 작은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몇번 두들겨 보았다. 그러던 설지는 이내 경탄성과 함께 희색만면한 표정으로 철무륵을 보며 입을 열었다.

"우와! 철숙부, 하나도 안 아파. 우와, 신기해, 신기해"

연신 자신의 머리를 쥐어 박으면서 경탄을 발하는 설지의 모습에 실소를 발한 나운학은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들며 설지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런 나운학의 발걸음을 지켜 보는 일성 도장과 혜명 대사의 모습은 진중하기 그지 없었다. 그렇게 설지 곁으로 다가간 나운학이 막 설지의 손을 잡고 진기를 흘려 넣어서 몸 상태를 확인하려 할 때였다.

"숙부! 난 괜찮아. 이거 무지 신기해. 헤헤"
"정말 괜찮은것이냐?"
"응, 응! 정말 괜찮다니까. 그것 보다 이...음. 그러니까...그래, 강시공, 무적강시공이 좋겠다. 헤헤."
"무적강시공?"
"응, 응! 설지의 무적강시공! 우헤헤. 무적강시공이 무지 신기해. 때려도 하나도 안아파! 봐봐"

그러면서 제법 굵은 나뭇가지 하나를 주워든 설지가 자신의 팔뚝을 나뭇가지로 내려 쳤다. 그러자 사람의 살갗과 나뭇가지가 부딪치면서 나는 소리라고는 전혀 생각되지 않는 생경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띵, 띵!

몇번 자신의 팔을 나뭇가지로 두들겨 보던 설지가 신이 나는지 박자를 맞춰 가며 두드려대자 춤이라도 춰야 할 것 같은 묘한 음향이 사람들의 귀를 사로잡기 시작했다.
띵띠띵, 띵띵!
"헤헤! 봐! 하나도 안 아퍼."

재미난 장난감을 발견한 듯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이야기하는 설지의 모습에 다시 한번 실소를 발한 나운학이 입을 열었다.
"그 무적강시공이라는게 저기 강시들을 흉내낸 것이더냐?"
"응, 응! 저 강시들의 몸속에 있는 진기가 이상하게 흐르고 있어서 그 진기를 따라 가면서 살펴 보았더니 특이한 내공심법 같은 형태를 취하고 있었어. 그래서 나도 해본거지 뭐. 헤헤"
"녀석. 그러다 잘못되면 어쩔려고 그러느냐?"
"헤헤. 걱정마. 걱정마. 초아가 있잖아. 잘못될 것 같았으면 초아가 미리 말렸을거야"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 나운학이 일성 도장과 혜명 대사에게 시선을 한번 준 후 다시 입을 열었다.
"설지야, 그럼 무적강시공에도 조문이 있는 것이냐?"
나운학이 이런 말을 하는 것은 혹여 무적강시공을 탐내는 이가 있을까 싶어 조문이 존재하고 있음을 확실히 해두려는 것이었다.

"응, 응, 조문이 있어. 그런데 난 견정혈이 아니야."
"응? 그럼 어디가 조문이더냐?"
"헤헤. 엉덩이"

그렇게 말한 설지가 작은 엉덩이를 불쑥 나운학을 향해 내밀었다. 설지의 어처구니 없지만 귀여운 행동에 다시 한번 웃음을 터트린 나운학은 문득 무언가를 떠올린 듯 다시 설지를 향해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조문이 있기는 있는데 네 마음대로 움직일 수가 있다는 그 말이더냐?"
"응, 응! 그런데 이건 비밀로 하는게 좋을거 같아. 그리고...음...아냐, 아냐"

무언가 더 할말이 있는 듯 하던 설지가 이내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입을 닫아 버렸다. 그러자 지켜보던 철무륵이 애가 타는지 한발 나서며 설지를 향해 입을 열었다.
"요놈아! 뭐가 아니라는거냐? 잔뜩 사람 궁금하게 만들어 놓고는 입을 닫아 버리면 어쩌자는 것이냐?"
철무륵이 이렇게 말하도 설지는 입을 꼭 닫은 채 고개를 좌우로 살레 살레 흔들 뿐이었다.

"설지야 그럼 조문을 자극하면 어떻게 될것 같으냐?"
나운학의 질문을 받은 설지가 백아 쪽을 향해 엉덩이를 돌렸다.
"백아! 엉덩이 눌러봐"

설지의 말을 들은 백아가 작은 앞발을 들어 올려 설지의 양쪽 엉덩이를 꾸욱 누르자 그때 까지 뿌옇게 변해 있던 설지의 살색이 순식간에 원래의 색으로 돌아오는 모습이 사람들의 시야에 들어 왔다. 설지는 원래의 살색으로 돌아온 자신의 몸을 한번 살펴 본 뒤 오른 손을 들어 올려 자신의 머리 통을 한대 쥐어 박아 보았다.
"윽! 아퍼"

무적강시공을 온 몸에 두르고 있던 설지가 순식간에 원래의 신색으로 돌아오는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설령 누군가 무적강시공을 운용하고 있더라도 조문만 알게 되면 그리 어렵지 않게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이 사람들에 의해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허나 사람들은 설지가 아까 하려던 말이 무엇인지 알았다면 경악해 마지 않았을 것이었다. 설지가 하려던 말은 다름 아닌 조문을 없앨 수 있다는 말이었으니...

원래의 신색으로 돌아온 설지가 제일 먼저 한 일은 반짝이는 눈망울로 사람들을 쭈욱 돌아 보는 것이었다. 그런 설지의 눈망울에 포함된 것은 어쩔 수 없는 장난끼였다. 그렇게 사람들을 살펴 보던 설지의 눈이 잠시 멈춘 곳은 소림사의 승려들 쪽이었다. 그리고 두번째로 설지의 눈동자가 멈춘 곳은 녹림 이십사절객이 있는 방향이었다.

"철숙부! 스님 할아버지!"
"응? 왜그러느냐?"
"아미타불! 소공녀, 왜 그러시는지요?"
"응, 응! 헤헤. 산적떼 아저씨들이랑 저기 스님들을 강시로 만들면 안되나 해서요?"
"응? 강시로 만들다니, 가만 그러니까 네 말은 네가 말한 무적강시공을 녹림과 소림에 전해주겠다는 것이냐?"

철무륵의 이 같은 말에 고개를 끄덕인 설지가 잔뜩 기대어린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철무륵과 혜명 대사를 바라볼 때 였다. 철무륵이 호탕한 웃음 소리와 함께 이렇게 말하며 설지의 기대를 충족시켜 주었다.

"크하하. 이 놈들아. 모두 강시가 될 준비들 하거라."
"허허허, 아미타불. 소림에서도 준비하거라"
"참! 그 전에 저 놈들을 깨워서 정체를 밝히는 것이 먼저겠구나"

철무륵이 이렇게 말하며 혈도를 제압당한 채 강시들 곁에 누워 있는 세 사람을 향해 다가갔다. 그제서야 나머지 사람들도 설지의 무적강시공 때문에 잠시 잊고 있었던 세 사람을 떠올리고는 그들을 향해 시선을 고정시켰다. 철무륵은 점혈당한채 누워 있는 세 사람에게 다가가 몇번 손을 휘저어 깨운후 으르릉거리는 듯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네 놈들의 정체가 무엇이냐? 좋은 말로 할때 순순히 부는 것이 좋을 것이다"

하지만 철무륵의 그런 협박에도 불구하고 금방 깨어나서 잠시 어리둥절해 했던 세 사람의 입은 꼭 닫힌채 열릴 줄을 몰랐다. 그런 세 사람의 모습에 분기탱천한 철무륵이 세 사람을 후려 패려다가 설지가 지켜 보고 있음에 간신히 화를 내리 누를때 개방의 취걸개 방융이 철무륵에게 다가서며 이렇게 말했다.

"총표파자! 저 세놈은 우리 개방에 맡겨 주시오. 저 놈들의 굳게 닫힌 입을 여는 것은 우리 개방이 맡도록 하겠소이다."
"흠. 개방에서 그렇게 말하니 맡겨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소만, 어르신, 그리고 혜명 대사의 생각은 어떠시오?"
"그렇게 하도록 하게. 개방에는 비전의 수법이 있으니 그리 어렵지 않을게야"
"아미타불, 빈승도 개방이 맡는 것에 동의하오이다."
"그럼. 그렇게 결정하지요. 취걸개 잘 부탁하오"
"염려 놓으십시오. 총표파자."

그렇게 말한 개방의 취걸개가 개방의 거지들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자 몇명의 거지들이 빠르게 다가와 점혈당한 세 사람을 떠메고는 순식간에 복이산 쪽으로 사라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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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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