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반야보리항마심공>이었다. 달마 대사가 직접 창안한 달마 삼검식과 달마 삼검식을 운용하기 위한 심공인 반야보리항마심공은 직전 제자인 혜가에게 이어 졌다. 그러나 달마 삼검식과 반야보리항마심공을 이어 받은 혜가는 초식과 심공의 결합으로 나타나는 달마 삼검식이 살기가 너무 짙다는 이유로 인해 달마 삼검식의 초식만을 제자들에게 전하고 반야보리항마심공은 절전시켜 버렸던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실전 되었던 반야보리항마심공이 작금에 이르러 설지의 입을 통해 세상에 드러나고 있으니 이를 지켜 보는 혜공 대사의 머리 속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었다.

한편 혜공 대사가 여러 가지 생각으로 경악해 하고 있는 그 순간에도 설지의 설명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초혜, 너 백회혈이 어딘줄은 알지?"

"응! 언니, 여기잖아"
누운채로 자신의 작은 머리를 가리키는 초혜의 손을 보며 미소를 띤 설지가 말을 이었다.
"맞아, 잘 봐봐. 내 손이 가리키는 하얀 색의 단청을 백회혈이라고 가정하는거야, 그리고..."

 

한참을 더 이어지는 설지의 설명을 들은 후에야 초혜 뿐 아니라 주위의 승려들과 무당의 제자들도 어렴풋이 천장에 그려진 단청이 평범한 사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예사로운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그렇게 설지가 초혜에게 설명을 해나가고 있을 무렵 갑자기 커다란 불호 소리가 장내를 흔들며 설지의 말을 끊었다.

"아미타불!"


갑자기 들려 온 커다란 불호 소리에 고개를 돌린 설지가 발견한 것은 경악과 흥분, 그리고 기쁨 같은 복잡 미묘한 감정 모두를 얼굴로 표현하고 있는 혜공 대사의 모습이었다.

"응? 방장 할아버지, 왜 그러세요?"

"아미타불, 그것이..."


불호로 설지의 말을 끊었던 혜공 대사는 짐짓 난처한 표정으로 말을 잇지 못하면서 힐끗 한쪽을 바라 보았다. 혜공 대사의 시선이 닿은 곳에는 무당 십이검이 호기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천장을 지켜 보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던 일성 도장은 뒤늦게 무언가를 깨달은 듯 나직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청진아 제자들을 잠시 와선당에서 물리거라. 소림의 무공이 만천하에 공개되어서는 곤란할게야"

"무량수불! 미처 제자들의 생각이 거기 까지는 닿지 못했습니다. 그럼 잠시 와선당에서 물러나 있겠습니다."

혜공 대사의 곤람함을 간파한 일성 도장에 의해서 분란 없이 무당 십이검이 와선당에서 물러나자 혜공 대사는 일성 도장을 향해 반장으로 감사의 인사를 대신하고 설지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불호에 의해 중단되었던 설지의 설명이 다시 이어지기 시작했다.
"언니, 언니, 그럼 저기 있는 심공을 익히면 나도 스님이 되는거야?"
"응? 스님이 돼? 호호호"

초혜의 엉뚱한 말에 가볍게 웃음을 터트린 설지가 옆에 누운 초혜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말을 이었다.
"스님이 되면 삭발을 해야 되는데 그래도 괜찮겠어?"

"아니! 절대 안돼"

"호호호, 걱정하지마, 저 심공을 익혀도 스님이 되지는 않을거니까"
"휴! 다행이다. 그럼, 저 심공을 운용하면 어떻게 되는거야?"
"글쎄, 초혜가 한번 해보겠니?"
"내가?"
"그래! 초아가 도와 줄테니까 한번 해 봐"

"알았어! 그런데 이대로 누워서 해도 되는거야?"
"그럴걸, 그러니까 여기 이름이 와선당이고 천장에 심공이 그려져 있겠지"
"알았어. 그럼 지금 부터 해볼래"

그렇게 말하며 초혜가 누운채 운공에 들어가자 초아의 부드러운 기운이 작은 초혜의 몸으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설지의 도움으로 어렵지 않게 일주천에 성공한 초아의 기운이 본격적으로 초혜의 작은 몸 속을 달려가기 시작할 무렵 설지는 또 다른 단청을 살피며 눈을 빛내기 시작했다. 자신이 발견한 심공 외에도 다른 무엇인가가 더 있을 것만 같은 생각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그런 설지의 생각과 똑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이가 한 사람 더 있었으니 바로 진소청이었다.

설지가 다른 단청을 향해 주의를 돌리기 이전에 이미 천장의 단청을 꼼꼼히 살펴 보고 있던 진소청은 설지가 막 다른 단청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할 무렵 무엇인가를 발견한 듯 작은 탄성을 발했다.
"아! 아가씨! 저기 좀 보세요. 아무래도 저건 초식을 그려 놓은 것 같아요"

진소청이 가리키는 곳의 단청은 다른 곳에 비해 유독 노란 색으로 칠해진 부분이 많은 곳이었다. 진소청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으로 시선을 준 설지의 눈이 더욱 빛을 뿌리기 시작했다. 한편 와선당에서 세 소녀의 모습을 지켜 보고 있는 소림사의 승려들은 황당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 보느라 여념이 없었다.

초혜에게 설명하는 설지의 말을 모두 들었음에도 그들의 눈으로는 단청이 가리키는 특이함을 도저히 찾지 못했던 것이다. 이는 혜공 대사와 혜명 대사를 비롯하여 일성 도장과 철무륵도 마찬가지였다. 하긴 그렇게 쉽게 발견될 것 같았으면 반야보리항마심공이 그리 오랜 세월을 절전된 상태로 내려 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편, 한식경 동안 천장의 단청을 살피고만 있던 설지의 입에서 드디어 탄성이 토해지며 장내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청청 언니 말이 맞아. 저건 심공으로 펼칠 수 있는 초식의 운용법인 것 같아, 그런데 대충 보기에도 제법 위력이 있을 것 같은데 왜 저기에 숨겨 놓았지?"

설지가 의문 섞인 말을 하는 사이 옆에 누워서 반야보리항마심공을 운용하고 있던 초혜의 몸에서 작은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은은한 서기 같은 것이 초혜의 몸을 감싸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잠시 후 작은 눈을 반짝 뜬 초혜의 눈에서는 빛 무리가 한아름 쏟아지는 듯한 착각이 지켜 보는 사람들의 눈을 찔러 왔다.


"우와, 설지 언니, 이 심공 무지하게 좋은 것 같아"
"응? 무지하게 좋은것 같다고? 왜?"
"응, 그러니까 이 심공을 운용하니까 마음이 무지하게 편안해 지고 따뜻한 느낌이 마구 마구 가슴 속으로 들어와"

"그래? 그럼 이 언니가 가르쳐 주는 초식을 심공으로 시전해 봐"

"응, 알았어. 어떻게 하는거야?"

"자, 내 손을 잘 봐, 이렇게 주먹을 뻗으면서 여기서 이렇게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힘있게 뻗는거야. 그리고... 어때? 할 수 있겠어?"

"응, 언니, 그럼 해볼께."
"어,어, 그냥 하면 안돼. 천장의 단청이 파손될지도 모르잖아"
"아! 그렇구나, 그럼 어떻게 해?"

"헤헤, 걱정마, 우리에겐 용아가 있잖아. 용아! 저기 위로 올라가서 준비해"

 

그때 까지 호아와 함께 편안하게 드러 누워서 천장을 지켜 보고 있던 용아는 설지의 부탁에 꿈틀하고 용틀임을 한번 하더니 스르륵 날라 올라서 천장과 탁자의 중간 쯤 되는 허공에 자리를 잡았다. 용아가 자리를 잡고 나자 초혜의 손에서는 방금 설지로 부터 배운 어슬픈 초식이 누운채 시전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누구도 그 동작이 어슬프다고 웃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초혜의 주먹에서는 중간 중간 허공을 격하고 날아가는 작지만 선연한 강기의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날아간 강기는 모두 용아에 의해서 허공에서 저지되었다. 때로는 머리로 때로는 꼬리로 날아오는 강기를 후려쳐서 와해시켜 버렸던 것이다.

영수와 어린 소녀가 만들어내는 기행을 지켜보는 이들은 하나 같이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소림사의 방장인 혜공 대사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리고 혜공 대사는 잠시전에 왜 사제인 혜명이 설지의 행동을 저지하려는 자신을 말렸던 것인지를 지금에서야 확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소림사에 기연이 찾아 온 날의 와선당 풍경이었다. 그리고 다음날 부터 와선당에서 누워 있는 승려들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우와! 여기가 장경각이예요"

설지가 탄성을 발하고 선 곳은 소림사의 장경각 입구였다. 혜공 대사와 혜명 대사. 그리고 장경각주 등이 몰려 서 있는 한켠에서 장경각의 내부를 빼꼼히 살펴 보던 설지가 소림사의 방장인 혜공 대사를 향해 입을 열었다.


"방장 할아버지! 매일 와서 구경해도 되죠?"
"아미타불! 소공녀께서 원하시는 만큼 마음껏 둘러 보셔도 되오이다. 단, 와선당에서 발견하신 심공 처럼 불민한 땡중들이 미처 헤아리지 못한 것을 찾으신다면 꼭 알려 주셔야 합니다. 아울러 장경각에서 얻으신 심득은 소공녀를 비롯한 두분 소저들 외에 다른 사람들에게는 반드시 비밀로 하셔야 하오이다."
"헤헤, 걱정마세요. 저도 그 정도는 알아요. 그럼 들어가 볼까. 청청 언니, 초혜야 진격!"


설지의 한 소리 외침과 함께 세 소녀는 부리나케 장경각으로 사라져 갔다. 그리고 그때 부터 설지와 두 소녀의 숨겨진 소림사 무공 찾기 및 소림사 절기 닥치는대로 습득하기가 시작되었다. 매일 점심 무렵이면 옥패를 척 내보이며 산문을 통과하는 세 소녀의 발 걸음이 일주일째 접어드는 어느 날이었다.

오늘도 변함없이 점심 공양 시간에 맞추어 소림사의 산문을 통과한 설지와 철무륵, 그리고 일성 도장 등이 식사를 마치고 와선당에서 차를 마시며 한담을 나누고 있을 때 갑자기 설지가 부산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늘 어깨에 둘러메고 있던 가방에서 무언가를 찾는 듯 가방 안 여기 저기를 뒤적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설지 언니, 뭐 해?"
"응? 아! 비아 간식줄려고 찾고 있어"
"비아! 아! 그 커다란 참새말야?"

"응? 호호호, 참새라니 매야 매!"
"크하하하"
"허허허"

"헤헤, 참새 아니야? 그렇구나"

"비아가 들으면 섭섭해하니까 참새라고 하면 안돼. 알았지?"

 

초혜에게 말을 하면서도 연신 가방 안을 뒤적이던 설지가 마침내 찾고자 했던 것을 찾았는지 가방에서 손을 뺐다. 그런 설지의 손에 들린 것은 밀랍에 싸인 커다란 환단이었다. 환단의 정체는 비아에게 먹이기 위해 설지가 할아버지인 나운영을 졸라서 특별히 만들었던 공청석유로 빚은 바로 그 보령환이었다.
"비아! 이리 와! 비아!"

 

설지의 커다란 외침의 여운이 끝나기도 전에 와선당에서 마주 보이는 숭산 자락의 숲속에서 커다란 물체가 천공을 향해 날아 올랐다. 비아였다. 커다란 날개를 활짝 펼치고 날아 오른 비아는 허공에서 몇 바퀴 선회 비행을 한 후 곧 바로 설지가 있는 와선당을 향해 내려 앉기 시작했다. 하지만 비아의 엄청난 크기로 인해 와선당을 비롯한 소림사 경내 여기 저기에서는 일대 소동이 빚어질 수밖에 없었다.

엄청난 크기의 매에 놀란 승려들이 하던 일을 멈춘채 입을 딱 벌리고 천공을 향해 손가락질을 해대느라 소란스러워졌던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런 승려들의 모습에 전혀 관심이 없는 비아는 그저 설지가 있는 쪽을 향해 날아 내릴 뿐이었다. 사방에 먼지를 폴폴 날리며 떨어져 내린 비아가 설지를 향해 뒤뚱거리며 다가가 반갑다는 듯 부리를 비벼대는 모습을 지켜 보던 혜공 대사 역시 놀란 음성으로 사제인 혜명을 향해 입을 열었다.

 

"허! 사제, 대관절 저게 무언가?"
"허허, 놀라셨소이까? 소공녀의 애조인 비아입니다."
"아미타불! 얼핏 보기에 매 같은데 어떻게 저런 거대한 매가 있을 수 있는가?"
"허허, 그 비밀의 열쇠는 바로 소공녀의 손에 들린 저 환단에 있습니다"
"환단에 있다고?"
"예. 사형, 소공녀의 손에 들린 환단이 성수보령환인데 좀 특이한 보령환입니다."
"특이하다고?"
"예. 공청석유로 빚은 보령환이니 특이할 수밖에요"

"뭐, 공청석유!"

"놀라셨습니까? 소공녀의 능력이면 공청석유를 얻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허, 그런가?"

혜공과 혜명, 사형제간의 대화가 여기까지 이어지고 있을 즈음 설지는 손에 들고 있던 보령환의 밀랍을 벗기고 비아의 부리 속에 넣어 주고 있었다. 비아의 목을 부드럽게 쓸어주며 보령환을 잘 넘어가게 도와준 설지가 비아의 볼을 쓰다듬으며 진한 애정을 표시할 때였다.

 

갑자기 비아의 몸이 한차례 부르르 진동하는 것 같더니 이상한 현상이 비아의 몸에서 시작되었다. 먼저 날개에 달린 털들이 빠져 나와 땅에 떨어지더니 이윽고 전신으로 번져가기 시작한 것이다. 비아의 그런 모습에 깜짝 놀란 설지가 다급히 일성 도장을 향해 입을 떼었다.


"도사 할아버지! 비아가 갑자기 왜 저래요?"

"허허, 녀석, 수선떨 것 없다. 짐작이긴 하다만 비아의 내부를 한번 살펴보려무나"

일성 도장의 말을 들은 설지는 초아의 도움으로 비아의 내부를 다급히 살펴 본 후에야 비로소 잘못된게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떠냐? 내 짐작이 맞는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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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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