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 응! 아픈데는 없는 것 같아요. 그런데 왜 이러는거예요?"
"허허, 그건 아마도 네가 먹인 그 보령환 때문일거다"
"보령환이요?"

일성 도장의 말에 손에 들고 있던 밀랍을 바라보며 무언가를 생각하던 설지의 입에서 잠시 후 경탄성이 흘러 나왔다.

"아! 그럼, 비아가..."

"허허, 그래. 네가 짐작하는대로 지금 비아 저녀석의 몸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은 환골탈태의 과정 같구나"
"우와! 그럼 이제 비아도 도검불침 뭐 이런 체질이 되려는가봐요."

"허허, 글쎄다. 잠시 지켜 보기로 하자꾸나"

설지와 일성 도장이 말을 나누는 도중에도 비아의 몸에서는 끊임없는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전신을 감싸고 있던 윤기나는 깃털이 하나씩 빠지더니 급기야 전신의 털이 모두 빠져 버렸으며 깃털이 모두 빠진 뒤로는 뼈와 뼈가 맞부딪치는 듯한 소리와 함께 거대한 비아의 몸 여기저기가 울룩불룩하며 본격적인 환골탈태의 과정이 진행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뼈와 뼈들이 다시 맞춰지며 비행하기에 가장 좋은 새의 몸을 갖춰가는 비아의 몸통은 분명 깃털이 빠지기 전보다 작아지는 것 같았다. 몸통 여기저기에서 울룩불룩 나오고 들어갔던 뼈와 근육들이 제자리를 찾아가고 빠졌던 깃털들이 다시 자라기 시작하자 더욱 확연해진 비아의 크기는 분명 환골탈태 이전 보다 작아져 일반 매의 크기와 별반 다르지 않는 크기가 되어 있었다. 더불어 윤기나는 검붉은 깃털로 전신을 두른 비아의 외형도 일반 매와 거의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변해버렸다.

"크아악! 어떡해, 어떡해?"

무사히 환골탈태를 마친 비아를 지켜 보는 설지의 비명성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였다. 비아에게 공청석유가 들어간 보령환까지 먹이며 공을 들였던 것은 자신이 타고 다니기 위해서였는데 환골탈태를 거치며 평범한 매의 크기로 되돌아 가버렸으니 설지의 입장에서는 공든 탑이 한순간에 와르르하고 무너지는 느낌이었던 것이다. 

그런 설지의 모습을 보며 피식 실소를 터트린 철무륵이 환골탈태가 끝나고 어리둥절해 하고 있는 비아에게 다가가 이리 저리 살펴보았으나 자신의 눈으로는 환골탈태 이전과 별반 달라진 점을 찾을 수 없었다. 심지어는 날개를 쭉 펴서 만져 보기도 했으나 일반 매와 다른 점을 찾지 못했다. 한편 작아져 버린 비아 때문에 잠시 낙담했던 설지는 비아의 날개를 쭉잡아 당겨서 여기저기를 살펴 보는 철무륵의 모습을 발견하고 이내 자신도 비아에게 다가가 바뀐 비아의 몸을 살펴 보았다.

"비아! 반대 쪽 날개도 들어 봐"

한참 동안을 비아의 몸 여기 저기를 눌러 보거나 쓰다듬어 보기도 하고 내부의 장기들을 살펴 보았던 설지의 입에서 뒤늦게 만족한 미소가 그려지며 고개가 끄덕여지자 지켜 보던 일성 도장이 궁금해 하며 입을 열었다.


"그래, 어떠냐?"
"응! 응! 도사 할아버지. 비아 이녀석 몸상태가 무지하게 좋아졌어요. 얼핏 보면 이전과 다름없는 것 같지만 자세히 살펴 보니 어지간한 외부 충격에는 끄덕도 없을 것 같아요."

"그래? 그럼 네 말대로 정말 도검불침이 된게냐?"

"음, 음, 글쎄요. 거기까지는 모르겠지만...아! 시험해 보면 되겠네. 헤헤"

여기 까지 말한 설지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무언가를 찾기 시작할 때였다. 때마침 근처를 지나가던 불목하니의 모습이 설지의 시선을 강하게 잡아 끌었다. 설지의 시선이 지게를 지고 담을 따라 걸어가는 불목하니의 모습에서 좀체로 거두어지지 않자 급기야 혜공 대사와 혜명 대사를 비록한 장내 모든 이의 시선이 불목하니에게 고정되기에 이르렀다.

늘 다니던 담장 길을 따라 고개를 조금 숙인채 묵묵히 걸어가던 불목하니는 왠지 모를 따가운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들고 주위를 살펴 보다 방장 스님을 비롯한 많은 이들이 자신을 지켜 보고 있다는 것을 깨닫자 황급히 자세를 바로하고 반장을 하며 인사를 대신하고 가던 걸음을 계속 옮겨 갔다.

"사제! 저 아이가 누구의 제자인가?"
"예! 사형, 삼대 제자인 조일이 얼마전에 거둔 아이입니다. 마적들에게 부모를 잃고 세상을 헤매던 남매를 탁발을 나갔던 조일이 우연히 발견하고 남매의 처지가 가련하여 제자로 거둔 모양입니다. 하지만 남매를 떼어 놓을 수 없어 여동생과 같이 밥짓는 일이나 도우라며 불목하니를 맡겼다고 합니다."
"그런가? 흠... 소공녀!"

혜공 대사가 자신을 부르는 그때 까지도 불목하니에게서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던 설지는 혜공 대사가 자신을 부르자 그제서야 시선을 거두고 자신을 부른 헤공 대사를 바라 보았다.
"방장 할아저비, 왜 그러세요?"
"아미타불, 허허, 저 아이가 마음에 드시나 봅니다"
"아! 헤헤, 맞아요. 저 작은 스님이 정말 마음에 드는데 오늘 부터 저 스님이 우리를 안내하게 하면 안될까요?"

설지가 불목하니에게서 시선을 거두지 못하자 농으로 이야기 했던 혜공 대사는 진짜 설지가 불목하니를 마음에 든다고 하자 당황한 표정을 숨기지 못하며 사제를 돌아다 보았다. 한편 혜명 대사는 설지의 시선이 불목하니에게서 떨어질줄을 모르자 자신도 은밀히 불목하니를 살펴 보았으나 특이한 점을 찾지는 못했다.

하지만 설지가 저러는 것은 필유곡절이라는 것을 그동안의 동행으로 깨닫고 있던 혜명 대사는 설지의 입에서 불목하니가 마음에 든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다급히 사형인 혜공에게 전음을 날렸다. 하지만 그 전음 마저도 설지가 들을 수 있다는 것을 혜명 대사는 미처 짐작하지 못했다.

- 사형! 소공녀가 원하는 대로 불목하니로 하여금 소공녀 일행을 안내하게 하시지요. 아마도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 특이한 것을 불목하니에게서 느꼈나 봅니다.
- 우리가 모르는 특이한 점?
- 예! 사형, 소공녀의 시선을 잡아 끌었다면 필시 범상한 일은 아닐 것 입니다.
- 흠, 알겠네.

 

두 사형제간의 전음을 모두 듣고 있던 설지가 품에 안은 백아를 향해 깜찍한 미소를 베어물 때 전음을 마친 혜공 대사가 다시 입을 열었다.

"아미타불! 소공녀의 부탁이니 그렇게 하시지요. 사제는 저 불목하니를 부르게"
"예, 방장 사형"

대답을 마친 혜명 대사가 시선을 돌려 계율원의 제자 하나에게 고개를 끄덕이자 명을 받은 계율원의 제자가 재빠르게 막 담장을 왼쪽으로 끼고 돌며 사라지려는 불목하니의 뒤를 잰걸음을 쫓았다. 경공을 쓰면 편했겠으나 방장 대사와 계율원주가 지켜 보는 앞이기에 경공 대신 잰걸음을 택한 것이다. 그렇다고는 하나 무공을 익힌 승려의 발걸음이 불목하니의 걸음을 따라 잡는 것은 여반장이었다. 담장을 따라서 막 왼쪽으로 두어 걸음 옮겼던 불목하니는 자신을 부르는 계율원 승려의 목소리에 걸음을 멈추어야 했다.

"방장 스님께서 부르시니 따라 오거라"


올해 열두살인 불목하니 원각은 방장 스님이 부른다는 소리에 화급히 옷가짐을 단정히 하고 계율원 승려의 뒤를 따랐다. 방장 대사 뿐 아니라 계율원주와 도사 복장을 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에 당도한 원각은 영문을 몰랐지만 절로 긴장이 되는 것을 어쩔 수 없어 침을 한차례 꼴깍 삼켜야 했다.

한편 계율원의 승려에게 불려온 불목하니를 다시 한번 살펴 본 설지는 미소를 베어 불며 불목하니의 등에 지고 있는 지게로 시선을 돌렸다. 마침 그 지게에는 설지가 원하는 크기의 나무토막이 몇개 눈에 띄었다. 불목하니에게 다가간 설지가 지게에서 나무토막 하나를 골라 손에 쥐고는 몇걸음 떨어진 비아를 불렀다.

"비아! 이리와서 날개를 펴 봐"

이전 같았으면 뒤뚱거리며 다가 왔을 비아가 설지의 외침에 부드럽게 걸음을 떼어 설지의 앞으로 다가와 날개를 활짝 펼쳤다. 그러자 설지가 손에 든 나무토막으로 날개를 툭하고 건드려 보았다. 그리고는 조금씩 건드리는 강도를 올려 가며 날개를 두드리기 시작한 나무토막이 마침내 제법 매섭게 비아의 날개를 가격했다. 그러나 비아의 표정은 처음과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즉 나무토막의 가격에도 충격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 증명되었던 것이다.


"비아! 어때? 아파? 괜찮지?"

비아가 나무토막에 충격을 받지 않는다는 것에 자신감을 얻은 설지가 일성 도장을 향해 입을 열었다.
"도사 할아버지, 검 좀 빌려주세요."

"검을? 그러다 비아가 다치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러느냐?"
"헤헤, 걱정 마세요. 괜찮을거예요"

하지만 이 중에는 괜찮지 않은 이가 딱 하나 있었다. 바로 비아였다. 나무토막으로 내려 칠때만 하더라도 별반 반응을 보이지 않던 비아는 설지가 검을 찾자 화들짝 놀라며 날개를 접고 슬금 슬금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던 것이다.

"비아! 응? 이 녀석 어디 가? 이리 와. 괜찮을거야"

 

비아는 울며 겨자 먹는 심정으로 설지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걸음은 지극히 느려 누가 보더라도 설지 곁으로 다가서기를 싫어한다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런 비아의 모습을 보며 사람들이 미소를 지을 때 일성 도장에게 빌린 검을 들고 냉큼 비아에게 다가간 설지가 사악한 미소를 얼굴에 그리며 비아의 날개를 잡았다.

날개 하나 정도는 설지에게 준다는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날개를 맡긴 비아가 스르르 눈을 내려 감을 때 설지가 손에 든 검으로 살짝 날개를 찌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예의 강도를 높혀 가는 검의 공격에도 불구하고 비아의 날개는 잘려 지지 않고 변함없이 비아의 몸통에 그대로 달려 있었다. 이제 비아는 한쪽 눈을 살며시 뜨고 자신의 날개를 안마하고 있는 검을 지켜 보는 경지에 이르러 있었다.

환골탈태를 거친 비아가 설지의 짐작대로 도검불침이 되어 버린 것이다. 한편 설지의 황당한 모습을 지켜 보던 불목하니 원각은 경악한 표정으로 설지와 작은 매를 지켜 보고 있었다. 어찌 새의 날개가 날카로운 검의 공격에도 무사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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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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