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상했다. 허공을 날아서 돌아 오는 용아의 모습이 사람들의 시야에 들어 오는 순간 부터 무엇 때문인지 회랑 내부에 가득차 있던 마기가 극심한 요동을 치기 시작했던 것이다. 더불어 용아가 나타나자 마기들이 마치 무엇엔가 쫓기듯이 이리 저리 휩쓸리며 용아의 곁에서 조금이라도 떨어지기 위해 발버둥 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모여든 마기들의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용아가 지나 온 공간에서는 미처 피하지 못한 마기들이 급속히 힘을 잃고 사라져 가고 있는 것을 사람들은 지켜볼 수 있었다.

 

참으로 신기한 광경은 용아가 날아 오면서 계속 이어졌다. 미처 피하지 못한 마기 뿐 아니라 회랑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 치던 회랑 내의 모든 마기들이 무엇엔가 끌려가듯이 쭈욱하고 용아 쪽으로 빨려 가며 급속히 소멸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용아가 둥그런 물체 하나를 꼭 쥐고 설지의 눈 앞에 당도 했을때는 이미 사람들의 눈 앞에 뚜렷이 보이던 모든 마기들은 깡그리 사라져 버린 후 였다.

어떻게 된 것일까? 회랑내에서 무섭게 소용돌이 치던 마기들을 용아가 모두 삼켜 버린 것일까? 아니었다! 해답은 용아가 꼭 쥐고 있는 둥그런 물체가 가지고 있었다. 회랑 내에서 소용돌이 치며 빠져 나가기 위해 몸부림 치던 모든 마기를 그 작고 둥근 물체가 모두 흡입해 버렸던 것이다. 그 증거로 용아가 쥐고 있는 거무튀튀한 둥그런 물체에서는 탁한 기운이 끊임없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한편 탁한 기운을 발산하는 둥그런 물체를 꼭 쥐고 있으면서도 별다른 영향을 받는 것 같지 않은 용아는 설지의 눈 앞으로 날아 내리더니 설지의 손에 자신이 들고 왔던 검은 색의 환을 사뿐히 내려 놓고는 자신의 원래 자리인 설지의 어깨 위로 조용히 올라 갔다. 둥그런 환 하나가 설지의 손에 쥐어 질 때 까지 일련의 모든 과정을 지켜 보고 있던 사람들의 관심은 곧 바로 설지의 손 바닥에 놓여져 있는 환으로 집중되었다.

"어라? 이게 뭐야?

자신의 손바닥에 놓인 둥그런 환을 앞 뒤로 뒤집어 가며 살펴 보던 설지의 입에서 곧바로 감탄성이 터져 나왔다. 지켜 보고 있던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설지의 손에서 이리 저리 휘둘리던 거무튀튀한 환의 색이 점차 옅어 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처음에는 미묘한 변화라서 눈치 채지 못했던 이들도 어느 순간 부터는 확연하게 밝은 색으로 바뀌어 가는 환에서 눈을 떼지 못하며 감탄성을 터트렸다.

그렇게 변화를 보이던 환이 자신의 원래 색인 듯한 은색으로 완전히 바뀌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마기를 흡수함으로써 거무튀튀하게 변했던 환이 자신의 원래 색인 고풍스러운 은색을 되찾자 지켜 보고 있던 설지는 다시 환을 이러 저리 굴려 가며 세세히 살펴 보기 시작했다. 그러던 설지의 눈으로 환의 안쪽에 새겨진 글자 두개가 쏘아져 들어왔다. <마>라는 글자와 그 위로 보이는 또 다른 글자 <천>이 시리도록 뽀얀 속살을 드러내며 설지의 눈을 자극하고 있었던 것이다.

 

"마...천...??"

설지의 입에서 마와 천이라는 두 글자가 소리내어 읽히자 지켜 보고 있던 이들 중에서 일성 도장과 혜공 대사가 가장 먼저 거의 동시에 경악성을 토해내었으며 뒤이어 철무륵과 혜명 대사도 화들짝 놀란 표정으로 설지의 손에 들린 환을 향해 강렬한 시선을 던졌다.

 

"처, 천마지존환!"
"응? 천마? 아! 마천이 아니고 천마구나. 헤헤헤"

또 다시 글자를 거꾸로 읽은 설지를 보며 초혜는 어쩔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잘레 잘레 흔들었다. 초혜가 고개를 흔드는 그 순간 설지는 거꾸로 읽었던 글자를 다시 한번 유심히 살펴본 후 일성 도장을 향해 입을 열었다.

"도사 할아버지, 그런데 천마지존환이 뭐예요?"
"응? 으응! 아! 그건 말이다"

설지의 입에서 천마라는 두글자가 토해진 후 부터 혼비백산 했던 일성 도장은 설지의 말을 듣고 나서야 정신을 황급히 수습한 후 입을 떼었다.

"그건 말이다. 마교의 절대자이자 초대 교주인 천마의 신물이란다."

그랬다. <천마지존환!> 이는 피와 살육으로 강호를 횡행했던 마교의 초대 교주였던 천마의 신물로써 모든 마기를 제압하는 강력하고도 신비한 힘이 내제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는 비환이었다. 전무림이 고개 숙여 경배해야만 했던 절대 마교의 시대에 천마의 신물인 천마지존환은 무소불위의 힘을 상징하는 것이었으며 모든 마인들을 통제하는 도구로써도 사용되었다. 아무리 극악한 마기를 보유한 마인일지라도 천마지존환이 발휘하는 극마지력 앞에서는 사실상 대항이 불가능했기 때문이었다.

"우와! 그럼 이 비환이 그 예전의 천마 할아버지가 차고 다니던 비환이라는 말이죠? 그럼 이거 무지하게 비싼거 맞죠? 크헤헤헤"

방정맞은 웃음을 토해내는 설지를 보며 기막혀 하는 것은 일성 도장만이 아니었다. 마교 지존을 상징하는 천마지존환이 졸지에 값비싼 유물로 전락하는 순간이었고 피와 살육의 행진을 펼치며 전무림을 공포에 떨게 했던 천마가 졸지에 동네의 친근한 할아버지로 전락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선 자리에서 비환을 들고 통통 튀며 좋아 하던 설지가 어느 순간 유심히 비환을 살피기 시작하더니 어렵지 않게 숨겨져 있는 잠금 장치를 찾아내고는 빈틈없이 맞물려 있는 비환을 열어 젖혔다.

 

그리고는 거리낌 없이 천마지존환을 자신의 손목에 끼워 넣었다. 그러자 설지의 손목에 채워진 천마지존환에서 스르르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며 움직이더니 이내 설지의 손목에 딱 맞게 크기가 줄어들며 고정되어 버렸다. 분명 설지의 손목 보다 둘레가 컸던 비환이 신기하게도 설지의 손목에 맞추기라도 한듯이 크기가 줄어든 것이었다. 손목에 채워진 비환을 살펴 보며 팔을 이리저리 휘둘러 보던 설지가 경탄성을 발했다.

"우와! 이거 무지하게 신기하다. 무게가 전혀 안 느껴져"

설지의 감탄과는 달리 지켜보던 일성 도장은 우려가 섞인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괜찮은게냐? 비환에서 마기라든가 어떤 사악한 기운이 전해지지는 않는 것이냐?"

"응! 응! 도사 할아버지. 괜찮아요. 초아가 있잖아요. 그런데 이 비환은 사악한 기운 보다는 선한 기운이 서려 있는 것 같아요."
"선한 기운?"
"예. 아마도 선기가 아닌가 생각되는데 하여튼 특이한 기운이 조금씩 제게 전달되고 있기는 해요. 마치 나 살아있어 라고 하는 것 처럼요"
"그래? 하지만 조금이라도 이상하다 싶으면 바로 풀어 내도록 하거라."
"응! 응! 걱정마세요. 헤헤"


한편 손에 찬 비환을 바라보며 헤실 헤실 웃고 있는 설지를 바라보던 혜명 대사가 헤공 대사를 향해 입을 열어 질문을 했다. 혜명 대사의 입에서 나온 질문은 이 자리에 있는 모두의 의문점이기도 했기에 장내의 모든 인물들은 혜공 대사의 입을 향해 시선을 모았다.

"사형! 도대체 소림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천마지존환이 탑림 지하에 묻혀 있는 것이오?"
"아미타불! 글쎄다. 나도 무슨 영문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삼백년 전 쯤에 탑림이 한동안 금지로 화했던 적이 있었다고 전해지는데 아마도 그때 저 천마지존환이 탑림 지하에 봉인된 것 같구먼"
"삼백년 전이라고요?"

"그래, 그때 십년간 이 탑림 일대가 금지로 화했다고 전해지고 있다네."

"누가 무엇때문에 금지로 정한 것인지는 모르고 말이오이까?"

"그렇다네. 방장인 나도 모르는 일이니 아마도 그때 천마지존환을 봉인한 후에 그 사실마저도 봉인해 버렸던게 아닌가 생각되네"
"허허, 아미타불! 소림사의 경내에서 방장들도 모르는 봉인이라니..."
"그러게나 말일세. 아마도 알려지는 것이 소림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던 것이겠지"
"허면 저 천마지존환은 어쩌실 겁니까?"

"응? 어쩌다니, 무얼 말인가. 사제"
"다시 봉인해야 되는게 아닌가 해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허허. 그렇게 생각하는가? 나는 다르게 생각하네. 아마도 천마지존환이 이번에는 제대로 된 주인을 만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네. 그렇지 않다면 소공녀가 이곳 탑림에서 천마지존환을 발견하는 일도 없었을테지"
"아미타불!"

혜명 대사의 불호를 끝으로 천마지존환의 주인은 결정되었다. 하지만 애초에 설지는 천마지존환을 손목에 차면서 부터 완전히 자신의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혜공 대사의 배려는 쓸데없는 것이기도 했다. 자신의 손목에 채워진 비환을 다시 풀어 놓을 설지가 절대 아니었음을 혜공 대사는 몰랐던 것이다. 한편 천마지존환을 떡하니 손목에 찬 설지는 사람들의 이야기에는 관심이 없다는 듯 용아가 빠져 나온 회랑을 다시 살펴 보는 것에 여념이 없었다.

바닥과 천장 그리고 벽면을 유심히 살펴보던 설지는 겉으로 봐서는 모르겠는지 초아의 도움으로 진기를 운용하여 눈으로 보이지 않는 숨겨진 부분 까지 세세히 살피기 시작했다.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한동안 회랑 내부를 살펴 보던 설지가 무언가를 찾은 듯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발목 근처에서 느긋하게 퍼질러져 있는 호아를 향해 사악한 미소를 날렸다.

가끔 가다 입을 커다랗게 벌리며 하품 까지 하던 호아는 갑작스러운 서늘한 기운에 움찔 놀라며 주위를 둘러 보았다. 그리고 발견한 설지의 사악한 미소에 호아는 또 다시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아니나 다를까 설지의 입에서 호아를 기겁하게 만드는 이런 말이 툭하고 흘러 나왔다.

"호아! 저기 회랑으로 한번 들어가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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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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