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자신이 말년에 거둔 귀여운 제자를 대연무장으로 내려 보냈던 일성 도장은 자신의 제자가 잘하고 있는지 살펴 보기 위해 거처에서 벗어나 느긋한 걸음으로 주변의 풍광을 돌아 보며 하산하고 있었다. 그런데 중간 쯤 내려 왔을 때 갑자기 무당산 전체를 아우르는 날카로운 고성 하나가 귀를 자극했다. 분명 어디선가 들어 보았던 것 같은 소리에 놀란 일성 도장은 그 자리에 멈춰서서 소리의 출처를 생각하며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자신의 귀를 날카롭게 자극했던 고성의 정체가 바로 매의 울음 소리였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보통 매의 울음 소리가 아니라 자신이 아는한 성수의가의 비아 정도 되는 영성을 가진 매의 날카로운 고성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비아가 무당산에 올 까닭이 없질 않은가? 더불어 자신이 알기로 비아는 단 한번도 무당산에 와 본적이 없었다. 아무리 영성이 강한 매라고는 하나 한번도 와 본적 없는 무당산을 그리 쉽게 찾아 올수 있을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던 것이다.

허면 방금 전의 그 매는 필시 설지와 함께 온 비아이거나 비아에 버금가는 또 다른 영수라는 이야기일 것이다. 여기 까지 생각이 미친 일성 도장은 여때 까지의 느긋한 발걸음에서 벗어나 극성에 이른 제운종을 시전하여 순식간에 대연무장이 있는 전각 근처로 내려 서고 있었다. 그런 일성 도장의 눈에 장내의 기이한 광경이 들어 온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일성 도장의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쫓고 쫓기는 일수일인에 의해 거의 아수라장으로 변해버린 대연무장의 모습이었다. 일수일인 가운데 앞서서 오대제자들 사이로 도망 다니는 일인은 분명 자신의 귀여운 제자 현진이었고 그런 현진의 엉덩이를 날카로운 부리를 이용해서 집중적으로 공격하며 따라다니는 일수는 분명 비아였다. 그 모습을 보며 반가운 마음에 흐뭇한 미소를 얼굴 가득 새겨 넣은 일성 도장은 낭패한 표정으로 일수일인의 발자취를 쫓고 있는 장문인 일행을 향해 다가 갔다.

"무량수불! 왜 이리 시끄러운게냐?"
"무량수불! 사숙 나오셨습니까?"
"무량수불! 사숙조님을 뵙습니다."
"장문인, 이 무슨일인가?"
"예. 사숙, 그게..."
"허! 무슨일이길래 그러시는가? 그러고 보니 저기 저놈은 비아 같은데? 맞는가?"
"예. 사숙, 저도 오늘 처음 보지만 비아가 틀림없습니다."
"허허. 그래? 그럼, 설지 이 놈은 어디있는게요?"
"무량수불! 성수신녀께서는 아직 오시지 않았습니다."
"아직이라고? 그럼 오고 있다는 이야기인게요?"
"예. 사숙, 비아가 보낸 서찰에 의하면 무당산으로 오는 도중에 강시의 습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 과정에서 강시를 이끌고 있던 두 사람을 생포했는데 그들의 압송을 도와 달라고 비아를 통해서 서찰을 보내왔습니다."
"뭣이! 지금 강시라고 하셨소?"
"예. 사숙, 열두구의 강시가 습격을 해왔는데 모두 제거하고 강시를 이끌고 있던 귀혈쌍사를 생포했다고 합니다."
"귀혈쌍사? 그 흉악한 놈들이 습격에 포함되어 있었단 말이요?"
"예. 그렇습니다."

"허면 설지가 나왔다면 당연히 그 아이들도 함께 나왔을 것인데 다친 사람은 없다고 하였소?"
"예. 그런 말씀은 없으셨습니다."
"하긴 소청이 그 녀석이 태극혜검을 십이성 까지 깨우친 것이 벌써 몇해전이니... 허허허"
"예. 사숙. 강시가 제 아무리 무적이라고는 하나 설마 태극헤검에 견뎌내겠습니까?"
"허허. 그렇구려. 내 공연한 걱정을 한 듯 싶소이다. 헌데 저 놈은 왜 저리 쫓겨 다니고 있는게요?"
"무량수불! 그것이 사제가 비아을 앞에 두고 구워 먹으면 맛있겠다고 하는 바람에...."
"뭐라? 허허허"

장문인의 말을 들은 일성 도장이 기가 막힌다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호탕한 웃음 소리를 터트렸다. 그리 크지 않은 웃음 소리였지만 웃음 소리가 만든 파동은 몹시도 기이했다. 일성 도장 주변에서 시작된 웃음 소리의 파동이 잔잔하게 흘러나가는가 싶더니 이내 대연무장 전체를 아우르며 흘러 나가 쫓고 쫓기는 일수일인의 발걸음을 붙들었던 것이다. 그 덕분에 현진 도사의 엉덩이는 거덜나기 바로 직전에 비아의 공격권에서 무사히 벗어날 수 있었다.

"으악! 사부님. 도와주세요."

그야말로 극성에 도달한 제운종을 보는 듯 했다. 기이한 파동을 감지하고 걸음을 멈추었던 현진 도사가 일성 도장을 발견하고 젖 먹던 힘까지 다 지어 짜낸 혼신의 힘으로 일성 도장 쪽을 향해 제운종을 펼친 결과였다. 허나 그것도 잠시, 금방 따라 붙은 비아에 의해 이번에는 뒤통수를 강력한 날개에 가격당하고 말았다.

그 덕분에 발이 꼬인 현진 도사가 넘어지지 않기 위해 몸을 뒤틀 무렵, 날개로 가볍게 현진 도사의 뒤통수를 후려 갈긴 비아는 일성 도장의 발 아래에 내려 서며 양 날개를 벌려 퍼득거렸다. 비아로써는 반갑다는 표시였지만 사람들이 보기에는 제자의 잘못을 그 사부에게 따지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래. 그래. 비아로구나. 나도 반갑구나."

비아의 모습에 흐뭇한 미소를 지었던 일성 도장은 자신의 앞으로 다가온 비아의 머리를 손으로 쓰다듬어 주며 반가움을 대신 표현했다. 한편 가까스로 넘어질 위기에서 빠져 나온 현진 도사는 불퉁거리는 표정을 한 채 일성 도장과 비아의 모습을 보며 입을 삐죽거렸다. 사실 자신은 비아가 사람의 말을 알아 들을 것이라고는 전혀 짐작 조차 하지 못하고 장내의 무거운 분위기를 풀기 위해 구워 먹으면 맛있겠다는 말을 했던 것 뿐이었다. 그런데 결과는 양쪽 엉덩이의 수난으로 드러난 것이다. 반가운 모습으로 해후하는 자신의 사부와 비아의 모습에 현진 도사의 입이 삐죽거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장문인! 그럼 저희는 이만 다녀오겠습니다."
"그렇게 하게"
"사숙조님. 잠시 다녀오겠습니다."
"설지를 데리러 가는 것이더냐?"
"예. 그렇습니다."
"그래. 알았다. 서둘러 가보거라"
"예. 그럼"


포권으로 인사를 대신 한 청진이 멀어져 가는 모습을 지켜 보던 일성 도장이 장문인을 향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 이번 회합 준비는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소?"
'예. 사숙. 소림에서는 이미 하루 거리에 당도해 있고 나머지 문파도 속속 당도할 것입니다."
"그렇구료. 그런데 설지 이 놈은 이번 회합을 알고 오는 것이요?"
"흠, 글쎄요. 그렇지는 않을 것 입니다. 성수의가에는 이번 회합을 알리지 않았으니 말 입니다."
"허, 그럼 우연히 무당산을 방문한다는거로군. 그것도 마화의 수송을 위한 구파일방의 대회합에... 참으로 공교롭구만"
"예. 사숙! 저도 마침 그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성수신녀가 함께 한다면 도움이 되었으면 되었지 해가 되지는 않을테니 말 입니다."
"그건 그렇지만 운영 그 사람과 명화 공주 께서 또 곱지 않은 눈으로 이 말코를 보겠구먼. 허허허"
"무량수불!"
"장문인께서는 청진이 가고 있다는 전갈을 비아를 통해서 설지에게 전달하시구려. 허허,그 놈들 이젠 제법 어엿한 규수로 성장해 있겠구먼. 좋을때지. 암, 좋을때야. 허허허"

무당 장문인 현허 도장과 무당 검선 일성 도장이 한가로운 대화를 나누고 있을 그 무렵 귀혈쌍사를 대동한 설지 일행은 느린 걸음으로 무당산을 향하고 있었다. 일행에게는 밍밍을 포함해서 말이 세필 밖에 없었기에 귀혈쌍사의 발걸음에 보조를 맞추느라 자연 걸음이 더딜 수밖에 없었다.


"설지 언니! 비아 녀석은 무사히 도착했을까?"
"아마 그럴걸. 벌써 도착해서 푸득거리며 먼지를 피워 올리고 있을거야."
"호호호"
"아가씨. 이 상태로 가다간 또 다시 노숙을 해야할 것 같은데 괜찮으시겠습니까?"
"응? 괜찮아, 괜찮아. 여지껏 노숙하면서도 잘 왔는데 뭘"
"그렇긴 하지만 이번에는 귀혈쌍사 저 놈들이 함께 있어서 불편하지 않으시겠어요" 
"응? 아! 그렇네. 흠... 뭐 불편하면 수혈을 콱 짚어서 재워 버려. 그럼 되지 뭐, 안 그래?"

"호호. 설지 언니 말이 맞아. 청청 언니. 이따가 저 할아버지들 수혈 짚는건 내가 할게. 아주 콱콱 짚어주면 되지, 뭘"
"호호호"
"호호호"

그리고 그 날 밤이 되기전에 비아와 용아가 무당파의 장문이 보낸 서찰과 함께 무사히 돌아 왔으며 밤이 되자 귀혈쌍사는 초혜의 무식한(?) 손길에 의해 강제로 수혈을 제압당해 의도치 않은 깊은 수면에 빠져 들어야 했다. 그리고 낮에는 개 끌려 가듯이 포승 줄에 묶여서 끌려 가고 밤에는 자신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수혈을 짚여 가며 무당산을 향해 나아가야 했던 귀혈쌍사는 사흘째 되던 날 아침에 두 눈에서 형형한 신광이 뿜어져 나오는 무당파의 도사 십여명을 맞이해야 했다. 사흘전 무당산을 빠져 나온 청진 도사 일행으로 강호에서는 이들을 가리켜 무당십이검으로 부르고 있었다.

"앗! 보표 아저씨. 오랜만이예요."
"무량수불! 무당십이검의 청진이 성수신녀를 뵙습니다."
"헤헤. 반가워요. 다른 보표 아저씨들도 반가워요"
"무량수불!"

손을 살랑 살랑 흔들며 해맑은 미소로 반갑게 인사하는 설지의 모습은 말 그대로 화용월태였다. 이미 십년전에 설지를 만났었던 무당십이검은 너무도 아름다운 자태를 가진 여인으로 성숙해버린 설지의 모습을 확인하고 깊은 숨을 들이키며 흔들리는 마음을 고정시켜야 했다. 도문에 적을 둔 자신들이 이럴진데 무당파로 모여들고 있는 각 파의 무인들이 설지를 보고난 후의 반응이 눈 앞에 그대로 그려지는 듯 했다.

더구나 설지 뿐 아니라 함께 있는 진소청과 초혜 역시 결코 설지에 뒤지지 않는 화용월태의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아마도 이대로 무당산으로 향하면 한 차례 거친 풍파가 몰아치리라. 이 같은 생각을 떠올린 무당십이검 모두의 얼굴에서 흐뭇한 미소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마치 오랜만에 만난 사랑스러운 가족을 보는 듯한 눈빛과 함께...

"보표 아저씨. 저기 저 귀혈쌍사라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무량수불! 빈도가 생각하기에는 관에 넘기는 것과 무당산의 뇌옥에 감금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허나 강시들의 공격과 저들이 연관되어 있는 듯 하니 관에 넘길수는 없겠고 무당산으로 곧바로 압송해 가는게 최선인 것 같습니다"
"음... 그럼, 그렇게 해요. 아참 할아버지는 잘 계시죠?"
"예. 사숙조 께서는 무탈하십니다. 요즈음은 소사숙의 무공을 봐주시느라 바쁘십니다."
"소사숙?"
"예. 사숙조께서 4년전에 귀양의 객잔 근처에서 발견하시고 제자로 들이신 현진 사숙을 저희 무당에서는 소사숙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아! 맞어. 그때 할아버지가 때가 꼬질꼬질한 꼬맹이 하나를 주워 들고 와서는 그 다음날 무당으로 데리고 가셨었지. 그럼 그때 그 꼬맹이가 할아버지의 제자가 된거예요"
"예. 공녀님. 맞습니다."
"호호호. 이제 보니 청청 언니와 초혜에게 귀여운 사제가 있었네."
"그러게. 설지 언니. 청청 언니는 알고 있었어?"
"아니, 나도 모르고 있었어."
"그 녀석 얼마나 컸을지 궁금하네. 보표 아저씨, 그 녀석 무공 수준은 어때요?"
'예. 제가 알기로는 이미 상당수의 무당파 무공을 수습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만..."
"응? 다만이라니요?"
"예. 다만 아직 지닌바 내공이 일천하여 수습한 무공들이 제대로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음, 음, 내공이 부족하다라... 음, 그거라면 뭐... 헤헤. 암튼 빨리 가요"

그렇게 말하는 설지의 모습에서 무당십이검 모두는 한가닥 기대를 품을수 있었다. 자신들이 아는한 부족한 내공을 단시간에 채워줄 수 있는 이 가운데 설지만한 인물이 중원에는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후대 무당 검선의 탄생을 위한 준비가 무당산에서 사흘 거리인 관도에서 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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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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