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시각, 꽃같은 세명의 미녀에게 포위당한채 어쩔줄 몰라하며 곤혹을 치르고 있는 무당파의 어린 제자를 멀리서 지켜보며 잔잔한 미소를 얼굴에 그리고 있는 몇 사람들이 있었다. 해검지를 지키고 있던 제자로 부터 성수신녀 일행의 도착을 통보받은 무당파의 장문인 현허 도장과 무당 검선 일성 도장 일행이었다. 태청관에서 분주하게 무당산을 찾은 구파일방의 무인들을 맞이하고 있던 현허 도장과 일성 도장이 설지 일행이 당도했다는 소식을 전해듣자 마자 만사를 내팽겨치듯 제쳐 놓고 서둘러 진무관으로 걸음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진무관의 모퉁이를 돌아 대연무장이 보이는 곳에 당도했을때는 설지의 양손에 의해 현진 도사의 양볼이 마구 늘어나고 있던 시점이었다. 한편 현진 도사는 지금 굉장히 당황스러운 형편에 놓여 있었다.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다운 자태를 그린 듯 드러내고 있는 세명의 미녀도 미녀지만 그 보다 더 그를 당황케 한 것은 바로 이 세 여인의 손길이었다.

사부인 일성 도장으로 부터 무당파에서 대대로 전승되어 전해지고 있는 상당수의 무공을 수습하고 소사숙이라는 이름으로 무당파 제자들의 기대와 흠모의 대상이 되고 있는 자신이 세 여인들의 간단한 손 동작 조차 피해내지 못했다는 것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양볼과 엉덩이 그리고 머리가 세 여인들에 의해 수난을 당하면서도 현진 도사는 지금의 상황에 대해서 곰곰히 다시 생각해 보았지만 지금의 상황이 이해되지 않기는 매한가지였다.

하지만 현진 도사가 모르는 것 한가지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설지가 일으킨 의지에 의해서 주변 삼장 공간의 자연지기가 온전히 설지의 영향력 아래 놓여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내기를 단전에 축척하고 있는 무인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었다. 이렇다 보니 현진 도사는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제압당해 세 여인들의 손길을 피할 수 없는 처지에 놓여 버린 것이다.

한편 설지 일행에 의해 수난을 당하고 있는 자신의 귀여운 제자가 현재 처한 상황을 한눈에 파악한 일성 도장이 너털 웃음을 터트리며 주위를 환기시켰다.

"허허허! 설지 이놈! 왔으면 할애비에게 먼저 인사를 와야지. 왜 애꿎은 아이는 괴롭히고 있는 것이냐?"
"앗! 도사 할아버지!"
"허허허. 그래. 그래. 할애비다"

현진 도사의 양볼을 쭉쭉 늘려가며 괴롭히던 설지는 너무도 친숙한 너털 웃음이 들려오자 급하게 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는 자신의 짐작대로 일성 도장이 환한 미소를 얼굴에 떠올린채 고개를 끄덕이며 서 있었다. 일성 도장을 발견한 설지 역시 고운 얼굴에 더할수 없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큰 소리로 일성 도장을 외쳐 불렀다. 그리고 자신의 양손에 잡혀 있던 현진 도사의 양볼을 놓아주고 한걸음에 일성 도장의 앞으로 달려가 품에 안겨 들었다.

"할아버지! 오랜만이예요. 그동안 건강하셨죠?"
"허허허, 오냐. 오냐. 너도 잘 지냈느냐?"
"할아버지!"
"할아버님!"
"허허허, 그래, 그래, 소청이와 혜아도 그동안 잘 지냈더냐?" 못본 사이에 어른들이 다 되었구나. 허허허"
"헤헤"

한편 설지 일행이 일성 도장과 시끌벅적한 회포를 풀고 있을 무렵 현진 도사는 이상하다는 듯 연신 고개를 갸우뚱하며 자신의 사부에게 안겨 있는 세 미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사부인 일성 도장이 있는 방향을 향해 걸음을 옮기며 생각에 잠겨 들었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자신의 양볼을 잡고 있던 설지가 사부에게 달려가고 난 후 분명 주변 환경에서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일천한 내공을 보유한 현진 도사가 설지가 일으킨 자연지기를 깨닫기에는 아직은 무리가 있었다. 단지 워낙 기감이 뛰어나다 보니 무슨 일인가가 벌어졌다는 것을 짐작만 할 뿐이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는 대단한 일이었다. 절정에 달한 고수라고 하더라도 설지의 자연지기를 그리 쉽게 감지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허허, 이 놈들아. 이 할애비 허리 부러지겠다. 그만 떨어지고 장문인께 인사드리거라"
"어머! 남자는 허리 다치면 안된다고 하던데 이를 어째. 호호호."
"뭐라?"
"호호호"
"허허허"
"헤헤헤"

설지가 실없는 농담으로 장내의 분위기를 더욱 화기애애하게 만든 후 무당파의 장문인 현허 도장을 향해 깊숙히 포권하며 인사를 건넸다.

"성수의가의 나설지가 무당파의 장문인을 뵙습니다."
"성수의가의 진소청이 무당파의 장문인을 뵙습니다."
"초혜가 무당파의 장문인을 뵙습니다."
"무량수불! 반갑소이다. 현 무당을 이끌고 있는 현허라고 하오이다. 빈도가 무당파를 대신하여 세분의 방문을 환영합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초혜의 감사 인사를 끝으로 무당 장문인과 설지 일행의 통성명이 막 끝날 무렵 여전히 모르겠다는 표정을 얼굴 가득 떠올린 현진 도사가 터덜 터덜 걸어서 일성 도장의 곁으로 다가와 섰다. 그리고 불퉁한 얼굴로 일성 도장을 올려다 보았다. 그런 현진 도사의 모습을 본 일성 도장은 무슨 영문인지도 모르고 횡액(?)을 당한 제자의 심정을 잘 안다는 듯 따뜻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허허. 네 녀석은 무에 그리 불만인게야?"
"예? 아! 그것이... 사부님. 제자가 잠시전 묘한 경험을 한 것 같은데 그것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아서요"
"묘한 경험? 이해가되지 않는다라..."
"예. 사부님 왜 저분들의 손길을 피할 수 없었는지 그게 궁금해서요."
"그래? 그럼 네가 따로 느낀건 있더냐?"
"예. 제자가 느끼기에는 저분 소저께서 사부님께 달려 가시고 난 후 주변의 환경이 미묘하게 변했던 것 같습니다."
"호! 그래? 녀석 제법이로구나"
"예? 그것이 무슨 말씀이신지요?"
"허허허. 네가 이 아이들에게 양볼과 엉덩이를 공격 당한건 다 여기 있는 설지가 자연지기를 이용해서 네 손발을 너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잠시지간 묶어 두었기 때문이니라"
"예? 자,자연지기라고요?"
"그래. 아직은 너의 내공 화후가 부족하기에 미처 제대로 반응하지 못한 것이니라"
"아! 그런 것이군요. 허면 단순히 내공만 증진되면 아까의 그런 현상들을 쉽게 감지할 수 있는 것 입니까?"
"허허허. 그렇지는 않단다. 되었다. 무당에 귀빈들이 찾아 왔으니 오늘은 여기 까지만 하고 차후에 다시 이야기하자꾸나."
"예. 사부님!"

다시 무슨 말인가를 하려던 현진 도사는 일성 도장의 말에 뒷말을 꿀꺽 삼키고는 조용히 일성 도장 옆에 시립했다. 한편 사제간의 대화를 흥미있게 지켜 보던 설지는 대화를 마무리한 일성 도장을 향해 장난끼 가득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할아버지, 그러니까 요 녀석이 그때 할아버지께서 들고 튄 그 아이라는 말씀이시죠?"
"응? 들고 튀어? 예끼. 이 놈. 허허허"
"호호호"
"참. 너희들 정식으로 인사는 나누었느냐? 안했으면 현진 너 부터 인사하거라."
"예. 사부님. 무당파의 현진이 성수의가의 세분 공녀님들을 뵙습니다."
"호호호. 반가워. 난 설지야. 나설지. 남들은 날 성수신녀라고 부르지. 호호"
"헤헤, 난 초혜라고 해"
"반갑구나. 진소청이라고 한단다"

현진 도사와 설지 일행의 정식 인사가 끝나자 일성 도장이 부언했다.

"현진 너는 여기 소청이와 초혜를 대할 때에는 사저의 예로써 대해야 할 것이다. 두 사람이 무당의 정식 속가 제자는 아니나 나에게 무공을 배운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니 말이다. 알겠느냐?"
"예. 사부님. 사제가 두분 사저님을 뵙습니다."
"호호호. 반가워 사제"
"헤헤. 나도 반가워 사제"
"할아버지, 그런데 무당파에 무슨 일이 있어요?"
"응? 왜 그런 것을 묻는 것이냐?"
"올라 오다가 보표 아저씨께 들은 이야긴데 무당파에서 구파일방의 대회합이 있다면서요?"
"흠. 그래. 그렇지 않아도 긴히 그 이야기를 나누어야 할 것 같으니 자리를 옮기자꾸나"

일성 도장의 말을 끝으로 장내의 인물들이 천천히 걸음을 옮겨 태청관 쪽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한편 일성 도장 옆에 딱 붙어 서서 걸음을 옮기던 현진 도사는 연신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무엇인가를 찾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초혜가 의아했는지 현진 도사를 향해 입을 열었다.

"현진 사제, 왜 그러는거야?"
"아! 예. 사저. 아까 성수신녀께서 보표 아저씨라고 하셔서 그 보표라는 분을 찾아 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은잠술이 대단하셔서 아직껏 찾지 못했습니다."
"응? 호호호"
"허허허"

은잠해 있는 보표를 찾고 있다는 현진 도사의 말에 가장 먼저 초혜가 웃음을 터트렸고 뒤를 이어서 일성 도장이 너털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나머지 장내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도 가볍게 웃음 소리를 겉으로 흘려 보냈다.

"허허. 보표를 찾는다고 했느냐?"
"예. 사부님"
"저기 있지 않느냐"
"예? 어디에...."

얼굴 가득 웃음을 떠올린 일성 도장의 손 끝을 따라간 현진 도사는 마침내 사부가 이야기하는 보표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일성 도장의 손가락 끝에 걸린 인물은 자신도 잘 아는 인물이었다. 바로 자신의 사질이자 무당십이검의 수좌인 청진 도사가 일성 도장이 가리킨 손가락 끝 지점에서 걸어 오고 있었던 것이다.

"사부님! 하지만 저 분은 제 사질인 청진 도사 아닙니까?"
"허허허. 청진 맞느니라. 또 설지의 보표이기도 하지."
"예?"

여전히 알 수 없다는 표정을 한 현진 도사가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을 때 일성 도장의 옆에서 걷고 있던 설지가 아까 부터 궁금했던 것을 다시 묻기 시작했다.

"할아버지! 그러니까 이번에 구파일방이 대회합을 하는 이면에는 겉으로 드러나서는 안되는 큰일이 있는 것이로군요. 그렇죠? 내말이 맞죠?"
"허허허. 녀석도. 그래 네 말이 맞다. 이번 대회합은 마화를 소림사로 옮기는 일을 논의하기 위함이야."
"예? 마화라고요? 그게 뭐예요?"
"그래. 그 마화가 무엇인가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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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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