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보면 사이 좋은 조손이 도란 도란 정감어린 대화를 나누며 걸어 가는 듯 보이겠지만 일성 도장의 입에서 나오는 이야기는 두 사람의 분위기와 달리 사뭇 무거웠다.

"그러니까 말이다. 피와 살육만이 횡행했던 삼백년전 절대 마교 시대의 초대 천마에 대해서는 이미 들어서 잘 알고 있을 것이야"
"아! 이 비환의 전대 주인이라는 그 천마 할아버지요?"

설지가 제 팔목에 차고 있는 비환을 가리키며 이렇게 이야기하자 고개를 한차례 주억거린 일성 도장은 설지에 의해 잠시 끊겼던 이야기를 다시 이어 갔다.

"그래! 그 천마지존환은 원래 초대 천마의 신물이었지"
"음.. 그런데 할아버지, 이 비환의 이름은 이제 천마지존한이 아니라 성수지환이라고 해요"
"응? 성수지환? 허허허, 천마지존환이 좋은 이름을 얻었구나."
"그렇죠? 다 나의 탁월한 작명 솜씨 덕이죠. 호호호"

"그래. 그렇구나. 허허허. 다시 이야기로 돌아가자꾸나. 그러니까 그 절대마교 시대의 초대 천마에게 전무림이 숨을 죽이고 살던 시절에 강호 무림의 한쪽에선 초대 천마를 제거하기 위한 은밀한 작업이 소림과. 무당, 그리고 화산파를 중심으로 시작되고 있었다더구나"
"음. 그럼 삼 파의 장문인들이나 전대 고수들이 모두 동원되는 커다란 사건이었겠군요."
"그래. 당연하겠지. 그렇게 세 명의 장문인들과 은거한 자파의 전대 고수들이 모두 참여했던 전대 미문의 천마 제거 작업은 모산파가 합류하면서 좀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되었다더구나."

"응? 할아버지, 모산파라면 술법을 전문적으로 연구하여 계승 발전시켜 오고 있다는 그 문파 아니예요?"
"그래, 초혜가 잘 알고 있구나. 그 모산파에서 뛰어난 술법 능력을 갖추었다고 평가 받았던 몇명의 술법가들이 참여하면서 천마 제거 작업은 본격적으로 활기를 띠기 시작했지"
"그럼, 무공이 아닌 술법에 의해서 천마 할아버지가 제거된 것인가요?"

"그래. 본파의 기록에 의하면 그렇다고 하더구나. 삼 파의 장문인들과 전대 고수들이 외유에 나선 천마를 좁은 협곡으로 유인하여 합공으로 지치게 한 후 마지막 순간에 모산파의 술법가들이 지친 천마를 초상화 속으로 봉인해 버렸다고 하더구나. 그 날의 일로 소림과 무당 그리고 화산파는 장문인을 비롯해서 전대 고수 대부분을 잃어야 했단다"
"응? 그럼 천마 할아버지를 봉인한 초상화는 어떻게 되었어요?"

"다행히 본파의 전대 고수 한 분과 화산의 전대 고수 한 분이 천마의 손속에서 무사히 벗어나 모산파의 술법가들과 함께 천마가 봉인된 초상화를 모처로 옮기기 위해 지체없이 자리를 떠났다고 하더구나. 하지만 마교의 눈을 완전히 피할 수 없어서 결국 천마의 호위대인 아수라파천대에게 뒷덜미를 잡히고 말았다고 하는구나"
"그래서요?"

"그래서 살아 남은 두분의 전대 고수들이 천마가 봉인된 초상화를 지키기 위해 악전고투를 벌였지만 결국 역부족으로 초상화를 빼앗기게 되었지. 하지만 원시천존의 도움이신지 초상화를 강탈당하는 그 순간에 사력을 다한 본파의 전대 고수께서 초상화의 일부분이나마 회수할 수 있었다고 하더구나."
"응? 그렇다고 해도 아수라파천대는 어쩌고요?"
"허허허, 그러니까 원시천존의 도움이라고 하지 않더냐. 때 마침 정파의 지원 고수들이 당도하여 아수라파천대는훼손된 초상화만을 지니고 자리를 떠야 했다는구나. 하지만 천마의 초상화는 결국 마교로 돌아가지 못했지"


"응? 아니, 왜요"
"추격에 나선 정파 고수들에 의해 아수라파천대가 모두 제거 되고 초상화를 지니고 있었던 마지막 일인 까지 천길 벼랑 아래로 떨어지는 바람에 그리 되었다는구나"
"벼랑 아래로 내려 가서 찾아 보지는 않았대요?"
"웬걸, 샅샅이 수색했지. 장장 열흘을 뒤진 끝에 아수라파천대 마지막 일인의 시신을 찾아내는데는 성공했지만 그때는 이미 초상화가 사라지고 없었다고 하는구나"


"이야. 흥미진진하네. 그럼 사라진 초상화 말고 무당파의 전대 고수 할아버지가 회수한 초상화의 일부분은 어떻게 되었어요?"
"허허허. 그것 역시 당시 현장에서 사라져 버렸다고 하는구나"
"응?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허허, 그러니까 그게 어떻게 된거냐 하면 말이다. 본파의 전대 고수 께서 마지막 순간에 사력을 다해서 초상화의 일부분이나마 회수한 것은 분명했지만 정파 고수들이 도착하고 아수라파천대와 격돌을 벌이는 과정에서 사라져 버렸다고 하는구나. 미처 초상화의 일부분을 회수했다는 것을 이야기 하지 못하고 전대 고수 께서는 눈을 감으셨고 아수라파천대를 모두 제거하고 나서 전대 고수 분의 손에 쥐고 있던 초상화의 이야기를 들은 정파 고수들이 뒤늦게 찾아 보았지만 사라져 버렸다고 하는구나"
 
"음, 그럼 뭐야. 천마 할아버지가 봉인된 초상화 두 장이 모두 사라져 버렸다는거 아냐"
"허허허. 얼마전 까지는 그랬지."
"응? 얼마전 까지 라고 하시면 지금은초상화가 있다는거에요?
 "그래. 이 역시 원시천존의 도움이신지 무당파의 전대 고수 꼐서 회수했던 초상화의 일부분일 것으로 짐작되는 초상화가 최근 화산파 근처 동굴에서 발견되었다고 하는구나"
"화산에서요?"

"그래. 약초꾼들에 의해서 발견이 되었다는구나"
"약초꾼들이요? 그분들이 그 초상화가 무엇인지 어떻게 아시고요?"
"허허. 약초꾼들 사이에는 가까이 가기만 하면 몸을 움츠리게 만드는 으시시한 기운 흘러나와서 금지 아닌 금지가 되어 버린 동굴 하나가 화산에 있다더구나. 어느 날 화산파의 제자 두명이 유독 그 동굴이 있는 지역을 피해 다니는 약초꾼들이 이상하여 연유를 물어 보니 무서운 기운이 흘러 나오는 동굴 이야기를 했다더구나"
"그래서요."

이야기가 점점 흥미로워지자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설지가 이야기를 재촉했다.

"허허, 녀석도, 그래 내 빨리 이야기 해주마. 약초꾼들로 부터 그런 이야기를 들은 화산파의 제자 두명은 문제의 동굴을 직접 확인해 보기 위해 동굴 쪽으로 걸음을 옮겼겠지. 그런데 말이다. 약초꾼들이 말했던 으시시한 기운이라는게 다름아닌 마기라는 것을 확인한 화산의 제자들은 황급히 그 사실을 장문인께 알렸다는구나. 그 이후 화산파에서는 동굴을 정밀 수색하여 마침내 문제의 마기를 발산하는 초상화를 동굴 깊숙한 곳 벽면에서 찾아 냈다더구나"
"음, 그럼 그 초상화가 바로 마화겠군요?"

"그렇지. 화산파에서 회수한 문제의 초상화는 얼굴 윗 부분은 없고 입 아래 쪽 일부분만 남아 있는 것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마기가 그 마화에서 흘러 나오고 있다는구나"

"그럼 화산파에서 회수한 그 입 아래 쪽만 남은 마화가 천마할아버지가 봉인된 초상화의 일부분이라는거예요?"
"아니다. 단정할 수는 없는 일이지. 하지만 전대의 기록과 마기 등을 종합해 보건데 화산파에서 회수한 그 마화가 아마도 천마가 봉인된 초상화의 일부분이 아닌가 하는 의견이 오가고 있단다"
"아! 그래서 이번 회합의 목적이..."

"그래. 네 짐작대로 이번 회합의 목적은 첫번째가 마화의 진위 여부를 가리는 것이고 두번째는 마화가 진본이라면 그 미화를 소림사로 이송하기 위한 절차를 논의하기 위한 것이야"
"흠, 하긴 이 사실이 마교로 흘러 들어가면 초상화를 회수하기 위해서 마교도들이 눈에 불을 키겠군요"
"그렇겠지, 그래서 조금 은밀하게 대회합을 준비중인게야"
"흠, 할아버지, 그럼 저도 그 마화라는걸 볼 수 있을까요?"
"별 다른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볼 수 있을게다."
"헤헤. 그 마화라는게 마기가 강하다고 하니까 성수지환이 무척 좋아할거예요"
"응? 아! 그렇구나, 마기에 반응하는 비환이니까 마화를 접하고 나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이 할애비도 궁금하구나. 허허허"

그렇게 일성 도장과 설지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일행은 어느 틈에 태청관에 당도해 있었다. 그리고 분주한 태청관에서 설지 일행은 반가운 얼굴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창작 연재 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협 연재] 성수의가 99  (0) 2012.11.25
[무협 연재] 성수의가 98  (0) 2012.11.18
[무협 연재] 성수의가 97  (0) 2012.11.11
[무협 연재] 성수의가 96  (0) 2012.11.04
[무협 연재] 성수의가 95  (0) 2012.10.28
[무협 연재] 성수의가 94  (0) 2012.10.21
Posted by 까만자전거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