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저럴수가!"
"허! 이 무슨..."

마기가 설지에게 흘러 들어가고 그런 설지의 팔목 부근에서 갑자기 강렬한 밝은 빛이 뿜어 지더니 커다란 방패 모양의 강막이 허공 중에 생겨나자 자리한 중인들의 입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터져 나왔다. 대부분 놀랍다는 반응이었으나 일부 중인들에게서는 다른 이들과 다른 반응이 나타나기도 했다. 그들은 바로 무당파와 소림사의 인물들이었다. 성수지환이 가지고 있는 공능을 익히 경험해 보았던 두 문파의 인물들이었기에 단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신했던 것이다.

"무량수불! 설지야 괜찮은게냐?"
"응? 예! 도사 할아버지. 저는 괜찮아요. 그런데 이 녀석에게 이런 공능이 숨겨져 있었네요."
"뭐라? 그럼 너도 몰랐다는 말이냐?"
"예. 여태껏 잠잠히 있기만 하던 녀석이예요. 그저 그러려니 하고 팔목에서 풀지 않고 있었는데 아마도 마기를 많이 받아 들일 수록 숨겨진 공능이 나타나나 봐요"
"허! 그런 일이..."

한편 방패 모양의 강막을 갈무리한 설지와 일성 도장이 나누는 이야기를 듣고 있던 중인들은 두 사람이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 몰라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어야 했다. 그리고는 주변의 사람들을 둘러 보며 답을 구하고자 했다. 하지만 자리한 대부분의 중인들 역시 영문을 모르기는 마찬가지였다. 결국 답을 구하지 못한 중인들로 인해 장내가 조금 소란스러워지려 할 때 중후한 도호 소리가 중인들을 환기시켰다. 무당파의 장문인인 현허 도장이었다.

"무량수불! 자리하신 분들 모두가 방금 일어난 일에 대해서 궁금해 하시는 것 같구료."
"흠흠, 그렇소이다. 장문인! 성수신녀와 검선 께서 나누시는 말씀이 잘 이해가 되지 않는구료"
"무량수불! 허허, 그러실테지요.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다들 보셨듯이 조금전 마화에서 흘러 나온 마기는 저기 앉아 계시는 성수신녀께 흘러 들어갔습니다. 정확하게는 팔목에 패용하고 계시는...."
"성수지환이예요!"

말을 이어가던 현허 도장이 천마 지존환의 명칭에 대해서 어떻게 설명할까 잠시 망설이는 사이 설지가 재빨리 끼어 들어 현허 도장의 고민을 들어 주었다.

"예. 성수지환, 성수지환으로 흘러 들어 갔습니다. 즉, 마화의 마기를 신녀께서 패용하고 계시는 성수지환이 모두 흡수했다는 이야기입니다. 무량수불!"
"장문인, 내 다시 묻겠소이다."
"예. 하문하시지요"
"허면 대관절 성수지환의 연유가 어떻게 되길래 마기를 흡수한다는 말씀이시오""
 
화산파 장문인 유도옥이 중인들을 대신하여 이렇게 물어 오자 잠시 말을 끊었던 현허 도장은 일성 도장과 설지를 차례대로 바라보며 동의를 구한 후 다시 입을 열었다.

"예. 거기에 대해 말씀드리지요. 이미 아시듯이 소림사의 탑림 깊은 곳에 숨겨져 있던 만마관이 십년전에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소이다. 그렇게 된 과정에는 여기 계신 성수신녀의 재지가 커다란 힘이 되었지요. 이는 소림사에서도 인정하는 일입니다. 그렇게 세상에 드러난 만마관은 도합 서른 여섯개의 기관으로 완벽하게 보호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만마관이 어떤 분에 의해 모두 파훼되었지요. 그리고 만마관의 마지막 관문인 서른 여섯번째 관문이 끝나는 지점에서는 하나의 비환이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당시 그 서른 여섯개의 기관 모두를 아무런 훼손 없이 파훼하신 분이 바로 여기 게신 성수신녀이십니다. 그리고 숨겨져 있던 그 비환은 지금 성수신녀께서 팔목에 패용하고 계시지요."
"허! 그랬구료. 허면 그 비환의 진실한 정체는 알려지지 않은 것이오?"
"무량수불! 그렇지 않습니다. 그 비환의 안쪽에는 천마라는 두 글씨가 뚜렷하게 새겨져 있었소이다."
"천마!"
"이럴 수가, 천마라니..."
"천마, 천마지존환..."

현허 도장의 입에서 천마라는 소리가 나오자 장내는 삽시간에 소란스러워졌다. 장내에 자리한 중인들 모두가 당금 강호의 명숙들이거나 각 문파를 대표하는 이들이었기에 천마지존환에 대해서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보시오! 장문인!"
"예. 말씀하시지요"
"허면 지금 성수신녀의 팔목에 천마지존환이 채워져 있다는 그 말씀이신게요?"
"예. 그렇습니다"
"허, 어찌 이런 일이... 천마지존환이라면 마교의 절대자이자 초대 교주인 천마의 신물을 일컬음이 아니오?"
"그렇지요"
"허면 그 천마지존환을 차고 있다 보면 마기에 영향을 받아서 비환을 차고 있는 사람의 심성에 문제가 생기거나 마인으로 바뀌는 것은 아니오이까?"
"무량수불! 다들 보셔서 아시겠지만 그렇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자리한 성수신녀께 한점의 마기라도 보이는지요?"
"흠, 흠, 내가 보기에도 그렇지는 않은 것 같소이다."
"예. 그렇습니다. 마기에 잠식당한다거나 심성에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는 것 같으니 그 점은 안심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한편 현허 도장과 화산파 장문인 유도옥이 성수지환을 놓고 설왕설래를 하고 있을 즈음 일성 도장과 설지 일행은 장내의 분위기와는 상관없이 성수지환의 공능을 살펴 보기에 여념이 없었다.

"설지 언니! 좀 전에 만들었던 그 방패 다시 한번 만들어 봐"
"응? 호호. 신기한가 보구나. 하긴 나도 무척 놀랐으니까... 어디 다시 한번 만들어볼까"

그러면서 설지가 다시 성수지환에 일푼도 안되는 내력을 밀어 넣어 자극하자 이내 설지 일행의 눈 앞에 커다란 방패 하나가 생겨났다. 그 모습이 신기했던지 설지에게 안겨 있던 백아가 설지의 품에서 벗어나 방패 바깥 쪽 허공으로 걸어간 후 오른 쪽 알발을 들어 방패를 후려 갈겼다. 하지만 어지간한 고수조차 한방에 나가 떨어지는 백아의 앞발 공격에도 성수지환에 의해서 만들어진 방패는 작은 유동 조차 없었다.

몇차례 더 백아가 앞발 후려치기 공격을 해보았으나 마찬가지였다. 몇번의 공격에도 별다른 소득이 없자 이내 시큰둥해진 백아는 허공을 껑충 뛰어 방패를 타 넘은 후 다시 설지의 품으로 안겨 들었다. 절대고수가 시전하는 호신강기에 비견되는 위력을 방패가 가지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물론 백아가 전력을 다해서 방패를 후려치면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지만...

"허허, 그 강막의 효용이 실로 대단한 것 같구나"
"그런 것 같아요. 도사 할아버지!"
"지금 내공은 멀마나 불어 넣고 있는 것이더냐?"
"예? 내공이요? 전혀요"
"엉? 전혀라니, 그럼 지금 내공의 운용도 없이 그런 커다란 강막을 만들었다는 말이냐?"
"예. 일푼 정도의 미약한 힘으로 자극만 했을 뿐이예요"
"허허, 천고의 기물이로구나. 기물이야."

그랬다. 성수지환이 만들어내는 방패는 시전자의 내공을 일푼도 필요로 하지 않았다. 이는 바꿔 말하면 시전자의 내공이 소진된 상태에서도 성수지환의 힘을 빌리면 호신강기에 비견되는 강막으로 자신의 몸을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이니 무인이라면 누구나 탐낼 절대기물인 셈이었다. 아마도 이러한 사실이 강호로 흘러 들어가면 한차례 소동이 빚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아가씨! 혹시라도 다른 공능은 없는지 확인해 보세요"
"응? 다른 공능?"
"맞아, 설지 언니! 커다란 방패도 만드는데 다른 것도 만들수 있는지 확인해 봐"
"허허, 확인해 보려무나"
"음, 다른 공능이라... 그럼 어디..."

진소청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일행 모두가 이렇게 이야기 하자 설지는 혹시라도 모를 숨겨진 성수지환의 또다른 공능을 찾아 보기 위해 성수지환에 작은 진기를 흘려 넣어 가며 살펴 보기 시작했다. 허나 아무리 살펴 봐도 별다른 비밀은 찾을 수 없었다.

"흠, 없는 것 같은데... 아! 초아가 있었지. 초아, 나 좀 도와줘"

불현듯 초아를 떠올린 설지는 초아의 도움을 받아서 다시 성수지환의 내부를 관조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전과는 다른 것들이 조금씩 감지되기 시작했다. 마기를 포함해서 모든 자연지기를 포용하는 초아의 능력이 다시 한번 발휘되는 순간이었다.

"어라! 이거 무지하게 신기한 놈이네. 보자..."

초아의 도움으로 성수지환의 내부를 관조하던 설지는 성수지환에 숨겨진 또 다른 효능 하나를 발견하고 초아의 인도에 따라서 살포시 진기의 흐름을 조정해 보았다. 그러자 이번에는 성수지환에서 방패 대신 작은 단검 모양의 강기 백여개가 일시에 그 모습을 허공에 드러내었다.


"헉! 저, 저...."
"우와! 설지 언니!"
"저, 저..."

갑자기 장내에 불쑥 모습을 드러낸 작은 단검 모양의 강기 백여개가 미친 파장은 상상외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감탄사를 터트린 초혜 외에는 장내에 자리한 모든 이들의 입에서 경악성이 흘러 나왔던 것이다. 이는 당연한 일이었다. 한 눈에 보기에도 선명한 단검 모양의 강기 백여개라니... 저 강기 백여개가 일시에 쏟아진다면 장내에 자리한 그 누구도 쉽사리 피하지 못할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모골이 송연해진 중인들의 입에서 경악성이 터져 나온 것은 당연했던 것이다.

"호호! 이 녀석 이거 정말 물건이네. 우리 의가의 검법과 비슷한 것 같애"

그랬다. 허공 중에 선명하게 떠올라 있는 백여개의 강기 다발은 바로 성수의가의 나운학이 혈사교를 징치하는 과정에서 보여 주었던 삼재검법과 많이 닮아 있었다. 물론 현재의 설지도 석년의 나운학이 보여 주었던 위력 만큼의 삼재검법을 시전하는 것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아마도 이런 사실을 장내에 자리한 중인들이 알게 되면 또 다시 경악성이 장내를 휩쓸고 지나갈 것은 자명했다.

"허허, 설지야, 이제 그만 갈무리 하거라"
"어머! 내 정신 좀 봐. 헤헤, 죄송합니다"

혓바닥을 쏙 내밀며 귀엽게 말한 설지가 그제서야 허공 중에 생겨 났던 강기 다발을 회수하자 장내를 덥쳤던 긴장감이 비로소 해소되기 시작했다. 넓지 않은 태청관 내에서 강기 다발이 휩쓸고 지나간다는 상상만으로도 바짝 긴장했었던 중인들 몇몇의 입에서는 안도의 긴 한숨이 토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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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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