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땅바닥에 주저앉아서 가쁜 숨을 내쉬고 있는 현진 도사는 물론이고 일성 도장도 한가지 모르는게 있었다. 용아가 만든 먹구름에서 사납게 떨어지는 뇌전을 피하기 위해 이리저리 도망 다니는 와중에 현진 도사의 내력이 조금이나마 늘어 났다는 사실을... 이는 설지도 미처 짐작하지 못했던 것인데 용아의 호풍환우가 불러온 뜻밖의 기연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일이 발생한 것은 용아가 인위적으로 주위의 자연지기를 끌어 모은 것에서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끊김없이 비를 내리게 하고 뇌전을 내리치게 만드는 작은 먹구름을 만들기 위해서 용아는 주위의 자연지기를 평소 보다 더욱 많이 끌어 들이고 응축시켜야 했으며 그 덕분에 먹구름을 통해서 떨어지는 빗방울과 뇌전에서는 격체전력의 기운이 내포되어 있었던 것이다.

당연히 용아가 만든 먹구름에 사로잡혀서 이리 뛰고 저리 뛰어야 했던 현진 도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추궁과혈에 버금가는 기운에 의해 전신 세맥이 끊임없이 자극받아 짧은 시간에 내공 증진이라는 예상 밖의 효과가 나타났던 것이다. 아마도 한숨을 돌린 현진 도사가 기의 조절을 다스리기 위해 운기행공을 하다 보면 예상 밖의 내공 증진에 깜짝 놀라게 될 것이었다.

한편 화산파 장문인 유도옥은 한쪽 구석에서 진소청과 초혜의 애마들과 어울려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던 밍밍을 불러 안장에 넣어 두었던 성수의가의 깃발을 꺼내 들고 청진 도사에게 달려 가는 설지의 뒷모습을 기이한 눈빛으로 바라 보며 혜명 대사를 향해 입을 열었다.

"대사! 내 대사에게 물어볼 것이 있소이다"
"아미타불! 하문하시지요."
"용아가 전설에나 나오는 진짜 용이라고 하셨는데 그럼 저기 있는 두 마리의 아기 호랑이도 설마 영수인게요?"
"허허허, 아기 호랑이라... 그렇소이다. 아기 호랑이가 아니라 천년마령호라는 영수이지요"
"허, 천년마령호라... 어찌 인세에 보기 드문 저런 영수들이 모두 성수신녀와 연을 맺고 있는지 신기하기만 하구료"

"아미타불! 장문인께서도 성수신녀를 며칠 지켜 보시면 자연히 아시게 될 것 입니다."
"그래요? 자연히 알게 된다라... 허면 대사께서 영수와 성수신녀의 관계에 대해서 잘 알고 계시는 것은..."
"아미타불! 짐작하시는대로 입니다. 본승과 제자들이 십년전에 성수신녀와 연을 맺으면서 알게 된 것이지요"
"그리고 우리가 모르는 어떤 기연도 얻었겠소이다?"
"허허허! 그런 셈이지요. 우리 소림 뿐 아니라 무당도 비슷한 처지라고만 말씀드리지요. 이번 이송단에서는 화산에 그 기연이 닿기를 바라겠소이다. 아미타불!"
"허허허, 기연이라... 그렇게 된다면 더없이 좋겠지요. 고맙소이다. 대사! 어떤 기연이 우리 화산을 찾아줄지 몹시 기대되는구료"

화산파 장문인 유도옥과 혜명 대사가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그 순간에 현진 도사는 일성 도장이 지켜 보는 가운데 가부좌를 틀고 운기행공을 막 시작하고 있었다. 헌데 운기행공을 시작하고 일주천을 시도했었던 현진 도사는 이전과는 다른 자신의 신체 변화에 몹시도 당혹해 하고 있었다. 단전을 채우고 있는 내공의 양이 늘어났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갑작스런 내공의 증가에 놀랄법도 하지만 현진 도사는 자신의 몸상태를 파악한 즉시 연유를 캐기 전에 늘어난 내공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일주천을 거듭해서 반복하기 시작했다.

지켜 보던 일성 도장 역시도 현진 도사의 변화를 감지하고 혹시라도 모를 미연에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조금은 긴장된 시선으로 자신의 막내 제자를 살펴 보기에 여념이 없었다. 하지만 무당의 기재로 소문나 있는 자신의 막내 제자는 사부의 걱정어린 우려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어려움 없이 무사히 십이주천을 모두 마치고는 가부좌를 풀고 자리에서 일어 섰다. 그리고는 기쁨에 찬 탄성을 사부인 일성 도장을 향해 토해 내었다.

"사부님! 제 내공이 갑자기 늘어났어요."
"허허. 그래 내 보기에도 그런 것 같더구나? 어떻게 된 것이더냐?"
"음, 글쎄요? 뇌전을 피하기 위해 뛰어 다닌 것 말고는 마땅히 한게 없어요"
"허허허, 그래? 그렇다면 설지 녀석이 무슨 조화를 부렸나 보구나."
"신녀께서요?"
"그래. 그렇지 않다면 지금 내 몸의 상태를 설명할 길이 없잖느냐"

"예. 그렇긴한데..."
"되었다. 그것도 기연이라면 기연일터 그저 순순히 받아 들이면 되느리라. 네 몸에 대한 것은 내가 설지에게 물어보마"
"예. 사부님"

"허허, 되었다. 가자꾸나."


너털 웃음을 터트린 일성 도장과 현진 도사는 옆으로 나란히 서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설지가 달려간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한편 혜명 대사와 함께 그 뒤를 따르고 있던 화산파 장문인 유도옥은 두 사제간의 대화를 귀를 쫑긋 세워 가며 들은 후 열망어린 시선을 설지가 달려간 방향을 향해서 던지고 있었다. 단순히 신법만을 펼치고 있는 대상에게 내력 증진을 가져 오게 만들었다는 성수신녀의 능력이 새삼 다가 왔던 것이다.

"보표 아저씨!"
"무량수불! 예. 말씀하시지요."
"이거 마차에 꽂으라고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셨어요"

이렇게 말하며 설지가 건네는 물건을 받아든 청진 도사는 이내 그 물건이 성수의가의 독문표기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건 성수의가의 표기 아닙니까?'
"예. 맞아요. 할아버지 께서 화산파 장문인 할아버지와 스님 할아버지랑 이야기 하셨는데 이송단의 행렬을 성수의가의 행렬로 위장한다고 하셨어요"
"아! 그렇군요. 허면 알겠습니다."

'예, 부탁해요. 보표 아저씨"

이렇게 해서 마화 이송단의 행렬은 균현을 벗어나기 직전에 성수의가의 행렬로 다급하게 위장하고 다시 길을 재촉했다. 이전과 달라진 점이라면 행렬의 선두 어림에 자리하고 있는 설지 일행의 주위로 사람들이 조금 많아졌다는 것 정도였다. 소림과 무당 그리고 화산파의 주요 인물들이 모두 설지 일행의 근처로 모여 들었기 때문이었다. 성수의가의 행렬에서 성수신녀의 주위에 사람이 많은 것은 외부인들의 시선에서 보자면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성수의가의 행렬로 위장한 마화 이송단은 별다른 난관 없이 길을 재촉하여 어느덧 무당산이 있는 호북성과 숭산이 있는 하남성의 접경에 다다르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행렬을 반겨 주는 것은 산의 이름에서 부터 왠지 모를 귀기가 물씬 풍기는 귀둔산의 산자락이었다. 예로 부터 귀신들이 자주 출몰한다고 하여 여러 사람이 모이지 않으면 절대로 산을 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는 그 귀둔산이 마화 이송단의 지척에 닿아 있었던 것이다.


"우와! 설지 언니, 저 산 좀 봐! 귀신이 막 튀어나올 것 처럼 으시시해"
"그러게. 산의 기운이 몸시 흉악하네. 정말 귀신이라도 살고 있으려나"
"으악! 설지 언니, 그런 말 하지마, 무섭단말이야"
"호호호. 얘는 무섭긴 뭐가 무섭니."
"그럼 언니는 안 무서워?"
"응! 전혀 안 무서워"

설지의 대답을 듣고 주위를 둘러 본 초혜의 시선에 자신들을 주시하고 있는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이에 내심으로 득의의 미소를 베어 문 초혜가 다시 입을 열었다'

"진짜 안 무서워?"

"그렇다니까"
"음. 그럼 설지 언니 혼자 먼저 가도 되겠네? 그렇지?"
"응? 으응! 그, 그렇지 뭐"

화들짝 놀라며 답하는 설지의 말을 들은 초혜가 마지막 치명타를 날렸다.

"그럼 설지 언니가 먼저 가서 귀신이 있나 없나 봐 줘. 그럴거지?"
"응? 으응! 그, 그게..."

머뭇거리며 얼버무리는 설지의 모습에 웃음을 베어 문 초혜가 다시 재촉했다.

"응? 뭐라고 잘 안들려"
"아유, 요게, 그래 무섭다, 무서워. 됐냐? 됐어?"
"헤헤헤"
"허허허"
'하하하"

설지와 초혜의 작은 소동에 웃음을 터트리며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들의 시선 속으로 어느 사이엔가 귀둔산의 정경이 더욱 가깝게 다가 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일행들이 다가선 귀둔산의 초입에는 커다란 바위 위에 붉은 색의 글씨로 써 내려간 경고문이 자리하고 있었다.

<혼자서는 절대 산을 오르지 마시오! 일행이 있더라도 해가 떨어지고 나면 절대 산을 오르지 마시오!>

불길함이 잔뜩 내포된 경고문을 읽은 초혜가 몸을 부르르 떨며 입으로는 연신 무서워를 반복하고 있었고 그런 초혜를 바라 보는 설지 역시도 편치 않은 시선으로 귀둔산을 바라 보고 있었다.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분명 무언가가 귀둔산에 있다는 것이 기감으로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정확하게 감지할 수 없지만 설지는 자신의 기감을 자극하는 정체불명의 대상으로 부터 문득 오한이 드는 것을 깨닫고 소름이 돋은 팔을 두어차례 쓸어 내려야 했다.

"도사 할아버지! 오늘은 여기서 자고 내일 아침에 산을 오르기로 해요!"
"아직은 해가 중천인데 왜 그러느냐?"
"음, 뭐라고 말씀드리지 못하겠는데 이 산에 무언가 있어요."
"응? 무언가 있다니 그게 무슨 말이냐" 혹시 마인들이라도 숨어 있다는 것이냐?"

일성 도장이 이렇게 묻자 그 이야기를 들은 주위에 자리한 구파일방의 젊은 후기지수들은 호승심이 동해 자리를 떨쳐 나갈 것 같은 표정으로 설지의 다음 말에 주의를 기울였다.

"그건 아니예요. 사람은 아니예요. 그런데 몹시도 기분을 나쁘게 만드는 존재인 것만은 확실해요.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 내일 아침에 산을 오르는게 좋을 것 같아요"
"그래? 네 말이 그렇다면 그렇게 하도록 하자꾸나. 어떻소 두 분도 그렇게 하시겠소?"
"아미타불! 신녀의 말씀대로 내일 아침에 오르는 것으로 하시지요"

"흠, 빈도도 같은 생각이오이다."

혜명 대사와 화산파 장문인 유도옥에게 의견을 물었던 일성 도장은 두 사람이 동의하자 청진 도사를 손짓으로  불렀다.

"무량수불! 부르셨는지요?"
"그래. 너도 들었겠지만 오늘은 여기서 묵어야겠다. 마침 주변 공간이 제법 넓으니 야숙하기에 무리가 없을 듯 하구나. 그리 알고 처리하거라"
"예, 알겠습니다."
"무량수불! 그건 그렇고 헌데 설지야!"
"예. 할아버지"
"이 산에 무언가가 있다면 미리 살펴 보고 대응해야 하지 않겠느냐?"
"안돼요! 절대 안돼!"
"응? 아니 왜?"
"위험해요. 뭔지는 모르지만 대단히 위험한 존재인건 분명하니까 호아와 백아 더러 살펴 보라고 할게요"
"응? 그렇게나 위험하다는 말이냐?"
"예! 확실해요. 그러니 괜히 나섰다가 다치는 사람들이 없게 단속이나 잘 해주세요"
"그래. 알았다. 내 그리 조치하마"

설지의 말을 듣고 있던 혜명 대사 역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으나 화산파 장문인 유도옥만은 설지의 그런 말을 듣고도 반신반의하는 심정으로 묵묵부답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화산파 장문인 유도옥은 설지의 능력은 물론이거니와 호아와 백아의 능력에 대해서도 전혀 짐작 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유도옥을 자켜 보는 혜명 대사는 자신의 능력을 일시에 모두 쏟아 낸다고 해도 호아와 백아의 그림자 조차 밟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화산파 장문인 유도옥의 표정이 어떻게 변하게 될지 몹시도 궁금해 하며 작은 미소를 얼굴에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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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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