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사 할아버지! 꼬맹이는 어디 갔어요?"
"응? 현진말이더냐?"
"예! 여기에 꼬맹이가 그 꼬맹이말고 누가 더 있어요? 호호"
"원 녀석도 무당파의 장문인과 같은 항렬더러 꼬맹이라고 하는 놈은 설지 너 밖에 없을거다."
"호호호, 귀여운걸 어떡해요. 근데 어디 갔어요?"
"글쎄다. 방금 까지 여기....아! 저기 오는구나"

일성 도장의 말대로 설지가 꼬맹이라고 부르는 현진 도사가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을 향해 다가 오고 있었다. 그런 현진을 발견한 설지의 손이 어깨에 메고 있던 가방 속으로 들어가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설아가 기껏 정리해 놓은 모든 것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한꺼번에 뒤죽박죽이 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가방 속에서 빠져 나온 설지의 섬섬옥수에는 빛깔 자체만으로도 범상치 않아 보이는 커다란 환단 하나가 들려 있었다.

"응? 그건 성수보령환 아니더냐?"
"맞아요. 그런데 조금 센 보령환이예요. 일테면 특수 목적용이라고 할 수 있어요"
"특수 목적용? 그게 무엇이더냐?"
"호호호. 그런게 있어요. 우리 의가의 영업 비밀이예요. 영업 비밀!"
"끙! 원 녀석, 가만 소청이 에게 물어 보면 되겠구나. 소청아 설지가 말하는 특수 목적용이 무슨 말이더냐?"
"앗! 반칙! 반칙!"
"허허허"
"헤헤헤"
"호호호, 예. 할아버님. 구체적인건 아가씨 말씀대로 비밀이기 때문에 말씀드릴수 없습니다. 다만 공청석유의 양이 일반적인 보령환 보다 조금 더 많이 들어 갔다는 정도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호오! 그렇다면 소림의 대환단이나 무당의 태청단 못지 않겠구나?"
"단순히 환단의 약효만을 놓고 보자면 그렇겠지만 복용을 한 이가 아가씨의 도움을 받게 된다면 단언하건데 대환단이나 태청단이 가진 공능을 뛰어 넘을거예요. 이는 성수의가의 이름으로 자신있게 말할 수 있어요"
"그래? 네가 이렇게 까지 자신하는걸 보니 약효가 정말 대단한 환단인가 보구나"
"그럼요! 청청 언니 말대로 무지하게 센 보령환이라니까요"
"그래, 알았다. 그런데 그 환단으로 무얼하려고 그러누?"
"저 꼬맹이 먹일려구요"
"응? 허! 고맙구나. 허허허"
"그렇죠? 무지하게 고마우시죠? 호호호"

한편 잠시 용변을 보기 위해 장내를 벗어났던 현진 도사는 자신을 보면서 무슨 말인가를 나누는 일성 도장과 설지의 모습에서 왠지 모를 불길함과 함께 등골이 서늘해지는 묘한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현진 도사의 불안함은 설지가 준 커다란 환단 하나를 받아 먹고 나서 현실로 다가 오고 있었다. 설지가 준 커다란 환단 하나를 손에 들고 입에 넣을 때 까지만 하더라도 말할 수 없이 청아한 향에 이끌려 절로 입맛이 다셔지더니 입에 털어 넣고 삼키는 순간 부터는 마치 불구슬을 삼킨듯한 극심한 고통이 전신으로 퍼져 나가기 시작했던 것이다.

순식간에 찾아온 엄청난 고통을 참다 못한  현진 도사가 막 정신을 놓기 직전이었다. 혼절하기 직전의 몽롱한 상태에 있던 현진 도사의 정신을 어디선가 부터 시작된 청량한 기운 하나가 되돌려 주기 시작했다. 얼핏 생각하기에 등 뒤에서 부터 시작된 듯한 그 기운은 삽시간에 불구슬을 삼킨듯한 뜨거운 기운을 다스려 나가기 시작하더니 환단으로 인해 격발된 잠력을 혈도를 통해 전신 세맥 곳곳으로 퍼져 나가게 하여 자리잡게 만들고 있었다.

정작 현진 도사는 모르고 있었지만 현진 도사의 몸 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은 이러했다. 특수 목적용 보령환의 약효에 더해 초아의 도움을 받은 설지의 진기도인으로 인해 막혔던 혈맥들이 모두 타통되고 있었으며 동시에 전신 구석 구석에 퍼져 있는 세맥 까지 포함해서 인체의 모든 혈도가 진기 순환에 적합하도록 탈바꿈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외견상으로는 멀쩡했지만 무인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환골탈태가 내부에서 부터 이루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임독양맥의 타통 까지도 가능한 엄청난 기연이 현진 도사에게 찾아 오고 있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더 지난 후 현진 도사는 머리 속에서 울리는 커다란 굉음과 함께 임독양맥이 타통되면서 편안한 표정으로 정신을 잃고 잠속으로 빠져 들었다.

"이런! 괜찮은게냐?"


성수보령환을 복용하고 설지의 도움을 받아 진기도인을 하고 있던 제자가 갑자기 쓰러져 버리자 지켜 보고 있던 일성 도장은 깜짝 놀라 다가서려 했다. 허나 설지의 제지로 걸음을 멈춘 일성 도장은 눈으로 보고도 믿어지지 않는 제자의 환골탈태 모습을 지켜 볼 수 있었다. 임독양맥을 타통하는 순간 언제 극심한 고통을 겪었는가 싶게 너무도 편안한 순간이 찾아와서 자신도 모르게 쓰러져 잠이 들어 버렸던 현진 도사의 몸에서 뼈끼리 부딪히는 듯한 기이한 소음이 일어나는가 싶더니 전신 모공을 통해서 검은 색의 노폐물이 빠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노폐물이 모두 빠져 나와 더럽혀져 있던 피부는 껍질이 벗겨 지면서 드러나기 시작한 뽀얀 속살에 자리를 내어 주기 시작했다. 한편 현진 도사가 성수보령환을 복용하던 순간 부터 말없이 지켜 보고만 있던 화산파 장문인 유도옥은 지금 이 순간 엄청난 충격에 사로 잡혀 있었다. 성수보령환이 대환단과 태청단에 버금가는 약효를 지녔다고 하는 대화를 듣기는 했지만 과장된 면이 없지 않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기에 지금 눈 앞에서 벌어지는 현상이 믿기지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분명히 환단 한알로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지켜본 유도옥은 자신의 눈을 부정할 수 없었다. 그리고 이는 어쩔 수 없는 부러움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한편 현진 도사가 설지와 초아의 도움을 받아서 환골탈태를 하고 있는 그 순간 귀둔산 자락에 올라가 있던 백아 일행은 눈 앞으로 펼쳐지는 새로운 현상과 마주하고 있었다. 일그러진 공간 속에서 잠자리 날개 같은 속이 훤히 비치는 얇은 옷을 걸친 절색의 미녀 하나가 손에 비파를 들고 빠져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녀의 발걸음이 어딘가 이상했다. 일그러진 공간 속에서 빠져 나오고 있는 그 미녀의 몸이 마치 물 흐르는 듯 앞으로 쑤욱 빠져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이는 당연한 일이었다. 그녀는 지금 바닥을 밟지 않고 허공을 가로질러 잠자리 날개 같은 옷을 펄럭이며 날아 오고 있었던 것이다. 백아 일행이 아닌 사람들이 이 모습을 보았더라면 그 환상적인 자태에 선녀가 강림한 것이 아닌가 하고 여겨 넋을 빼앗겼을 것이나 다가 오는 미녀에게는 불행하게도 자신을 지켜 보고 있는 이들은 사람이 아니라 영수들이었다.

그리고 그녀가 선녀가 아니라는 것은 즉각적으로 터져 나온 호아의 커다란 포효로 증명이 되고 있었다. 온산이 찌르르하고 울릴 정도로 커다란 포효를 토해내는 호아의 모습에서 흐트러짐 없이 우아한 자태를 취하고 있던 그녀가 당황한 듯 한순간 비틀거렸던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 환상적인 자태에 가려져 있던 음습한 사기가 뭉클 뭉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자 지켜 보고 있던 설아가 쒹하고 소리를 내며 다가가더니 미녀에게서 뿜어지는 사기를 맛있는 음식이라도 되는 양 마구 삼키기 시작했다.

이렇게 되자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한 미녀는 잠시 백아 일행을 무서운 눈초리로 노려 보는가 싶더니 손에 들고 있던 비파를 가만히 퉁기기 시작했다. 공간을 격해 날아드는 비파 음은 무서운 살상력을 갖춘듯 했지만 백아 일행에게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했다. 난데없이 불쑥 나타나 좋지 않은 의도를 드러내고 있는 그녀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백아가 이번에는 호아 대신 커다란 포효를 토해내며 비파 음을 산산히 부숴 버렸다.

그 순간에도 거침없이 사기를 마구 삼키고 있는 설아의 배는 어느 덧 통통하게 부풀어 있었다. 신기하게도 사기를 삼키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마치 음식을 삼켰을 때 처럼 배가 불러 오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더 이상은 배가 불러서 삼키지를 못하겠다는 듯 제자리에 멈춰서서 포만감을 보이는 설아의 몸통이 이상하게도 조금 붉은 빛을 띠기 시작했다. 이는 무인이 공청석유를 통해서 환골탈태를 경험하듯이 설아 역시 사기의 흡입을 통해서 일종의 환골탈태 같은 과정을 밟고 있었기에 일어나는 현상이었다.

은은한 붉은 빛을 온 몸에 두른 설아와 자신의 공격이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두 마리 백호를 아쉽다는 듯 잠시 지켜 보던 미녀는 주저없이 몸을 돌리더니 순식간에 자신이 빠져 나왔던 공간 속으로 다시 들어가 버렸다. 그 모습을 지켜 보고 있던 백아와 호아는 무엇이 불만인 듯 앞 발 한쪽을 들어 올려 진각을 울리듯 쿵하고 내려 놓았다. 그러자 적지 않은 파장이 미녀가 사라진 공간 쪽을 향해 퍼져 나갔다.

하지만 그뿐 공간을 빠져 나왔던 미녀도 백아와 호아도 서로가 서로에게 해을 입히지 못한다는 것은 너무도 잘알고 있었다. 백아와 호아가 영수라면 공간을 빠져 나왔던 존재는 사람이 아니라 영적인 존재였기 때문이었다. 단지 설아만 배 터지게 사기를 흡입하고 기분 좋은 표정으로 배를 두들기고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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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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