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온데 마마! 그 놈들이 쉽게 걸려 들겠습니까?"
"그러니까 그 놈들이 마각을 드러내도록 포석을 잘 해야겠죠"
"포석을 잘한다 하오시면..."
"그 놈들이 좋아하고 원하는 자리를 마련해 주는거죠. 그러기 위해서는 오늘 부터 은밀히 소문 하나를 퍼트려야 해요"
"소문이라면 어떤..."
"장포두 아저씨 일행은 대외적으로 사천에서 오신거로 되어 있죠? 맞죠?"
"예. 마마, 그러하옵니다."
"잘 됐어. 그렇다면 혜아는 오늘 부터 사천에서 온 약초 채집상 행세를 하는거야. 할 수 있지?"
"응! 걱정마 설지 언니. 잘 할 수 있어"
"그래! 그리고 사천에서 온 약재상들 중에는 화용월태의 미소녀가 한명 포함되어 있다는 소문을 은밀히 퍼트리는거야."
"아! 그렇다면..."
"맞아요. 장포두 아저씨. 그렇게 은밀히 소문을 퍼트리고 때 맞춰서 초혜가 그들의 눈에 뜨이도록 행동하면 그 놈들이 반드시 어떤 행동을 취하게 될거예요. 그럼 그때 가서 싸그리 잡아들이는거죠."
"역시 마마시옵니다. 그렇게 하면 되겠군요."
"당장 지금 부터 은밀하게 소문을 퍼트리세요. 그 놈들의 귀에 까지 소문이 당도하려면 서둘러야 해요. 그리고 혜아는 그 옷부터 바꿔 입고"

초혜의 옷매무새를 힐끗 살펴본 설지가 이렇게 이야기 하자 초혜는 자신의 옷에 무언가가 묻었냐는 듯 여기저기 살펴 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애초 부터 깨끗했던 비단 경장에 무언가가 묻어 있을리 만무했다. 결국 이리 저리 살펴 보아도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한 초혜가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설지를 향해 입을 열었다.

"응? 내 옷이 어때서 그러는거야?"
"요런 맹추! 너 지금 입고 있는게 비단 경장이지?"

설지가 오른 손을 들어 올려 초혜의 이마를 겨냥해 알밤 한대를 살짝 먹이며 이렇게 이야기 했다. 그러자 예기치 못한 갑작스런 상황에서 이마를 공격 당한 초혜는 공격 당한 부위를 두손으로 어루만지며 고운 아미를 살짝 찡그려야 했다.

"응, 맞아."
"그러니까 바꿔 입으라는거지. 약초 채집과 비단 경장이 어울린다고 생각하니?"
"아! 그렇구나. 헤헤, 그런데 어떤 옷을 입어야 하는거야?"
"음... 가만 있어보자... 마의! 그래 허름한 마의가 좋겠다."
"마의라고? 마의가 어디있어?"
"없어?"
"당연히 없지. 봐봐! 설지 언니랑 청청 언니도 모두 나 처럼 비단 경장 차림이잖아"
"음..."
"마마, 소신이 저자 거리에 나가 마의 한벌을 구해오겠나이다."
"아! 그렇게 해주시겠어요?"

설지와 초혜가 이렇게 마의 타령을 하고 있는 그 순간 운공 삼매에 들어가 있던 철무륵의 전신에서도 서서히 그 변화가 마무리 되어 가고 있었다. 강한 바람에 부딪힌 나뭇 가지가 힘을 잃고 부러지는 듯한 소리를 포함하여 기괴한 소리를 동반했던 철무륵의 전신이 차츰 안정화 되어 가고 있었던 것이다. 두번의 환골탈태 과정을 거친 철무륵은 무공 시전에 더 없이 완벽한 신체를 가지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외견상으로 보이는 모습에서도 반로환동을 반쯤은 거친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환골탈태를 한번 거치면서 십여년은 젊어졌던 철무륵이 다시 환골탈태를 거치게 되자 이십대 후반 나이의 젊은 청년 모습으로 바뀌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환골탈태를 무사히 마치고 부공삼매에서 깨어나 눈을 뜬 철무륵의 시선에서는 날카로운 신광이 한차례 번뜩이다 사라져 갔다.  

"크하하!"
"총표파자! 감축드립니다."
"그래. 그래, 수고했다. 응? 그런데 설지는 어디간게냐?'
"예. 아가씨 께서는 찾아온 손님들과 함께 저쪽 천막에 들어가 계십니다."
"응? 손님이라고? 누구라고 하더냐?"
"글쎄요. 잘은 모르지만 사천에서 온 약재상들이라는 것 같았습니다."
"약재상?"

자신이 운공 삼매에 빠져 있던 순간에 당도한 손님들에 대한 이야기를 초록이로 부터 듣고 있던 철무륵은 설지가 들어가 있다는 천막 쪽을 향해 시선을 고정하며 고개를 갸우뚱 했다. 약재상들을 굳이 외부의 시선이 차단된 천막 안에서 맞이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흠, 가보면 알게 되겠지. 가자!"
"예? 아! 예, 예"

천막 쪽을 향해 성큼 성큼 걸음을 내딛는 철무륵과 그 뒤를 황급히 따르는 초록이의 모습을 쫓는 몇몇 시선들에서는 부러움이 가득 담겨져 있었다. 한편 그 시각 개방의 박산현 분타에서는 초특급으로 전달된 서신 한장을 앞에 놓고 분타주를 비롯한 분타의 주요 인물 몇몇이 서로 이마를 맞대고 심각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허면 이게 사실이란 말이냐?"
"아! 글쎄 그렇다니까요. 몇번을 이야기 해야 됩니까. 그리고 거기 적혀 있잖아요. 총타에서 지급으로 전달한다고..."
"흠. 그렇기는 한데 당최 믿기질 않아서 말이다" 
"아휴! 답답해. 이미 인근의 다른 분타에도 죄다 이것과 똑같은 서신이 전달되었다니까요"
"휴! 내가 그걸 몰라서 하는 말이겠냐? 갑작스럽게 오대세가의 가주가 한날 한시에 모두 바뀌다니.. 허! 그것 참"
"그뿐이 아니라니까요. 우리 개방과 소림사, 그리고 무당파를 제외한 다른 구파일방에서도 한날 한시에 비슷한 일이 일어났답니다. 화산파 장문인을 비롯해서 여기 박산현에 머무르고 있는 분들은 화를 면했지만 말입니다."
"내 이럴 때가 아니지. 앞장서거라. 서둘러야겠다"

황급히 자리를 털고 일어나 밖으로 향하는 박산현의 개방 분타주와 분타원들이 떠난 빈자리에는 반쯤 구겨진 서신 한장만이 덩그러니 남아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그리고 막 바람에 날려 가기 직전인 그 서신에서는 이런 글귀가 언뜻 보이고 있었다.

'오대세가의 가주들이 방계 세력의 공격을 받아 모두 제압 당함'

그리고 꽁지에 불 붙은 망아지 마냥 화급하게 걸음을 재촉하는 박산현의 개방 분타원들이 향하는 곳은 마화 수송단이 자리하고 있는 곳이었다.

"크하하! 설지야. 예 있는게냐?'

호탕한 웃음 소리와 함께 천막 앞을 가리고 있는 천을 거두고 천막 안으로 들어 오는 철무륵의 눈에서는 한순간 이채가 번뜩이다 사라졌다. 천막 앞을 가리고 있던 천을 거두는 그 짧은 순간에 실내에 있는 장표두와 왕포쾌를 알아 보았던 것이다.

"응? 누구세요?"
"뭐라? 누구냐니. 이 녀석아 숙부다 숙부"

짐짓 호탕하게 가슴을 탕탕 두드리는 모습에서 호기가 묻어 나오는 철무륵의 모습을 일별한 설지는 피식하고 웃음을 터트리며 다시 입을 열었다.

"내가 설지인건 맞는데 그 쪽은 누구세요"
"응? 내 모습이 이상하게 변했나. 이봐 초록이, 네가 봐도 내 모습이 이상하냐?"
"아, 아닙니다. 총표파자"
"호호호. 농담이야. 농담. 철숙부! 굉장히 멋있어졌어. 최고야 최고"

고운 손으로 엄지 손가락을 꼽으며 말하는 설지의 모습에서 그제서야 장난을 쳤다는 것을 깨달은 철무륵이 다시 호탕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크하하. 그렇지? 이 숙부가 멋지긴 멋지지, 그렇지?"
"응! 그렇다니까"
"크하하"
"허허허. 축하하네"
"총표파자 축하드리오."
"축하드리오"

일성 도장을 비롯한 여러명으로 부터 축하 인사를 건네 받는 철무륵의 헤벌쭉 벌어진 입에서는 연신 웃음 소리가 흘러 나오고 있었다.

"철대협! 오랜만에 뵙겠소이다."
"크하하! 장포두 반갑소이다. 우리 한 십년만이지요?"
"예. 벌써 그렇게 되었군요."
"크하하 반갑소이다. 그러고 보니 장표두의 신색도 훤한걸 보니 출세하셨나 보오이다."

"하하.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이 모두가 마마의 은덕입지요"

"크하하. 그렇구려"

급박하게 돌아가는 바깥 세상과 달리 이렇듯 축하를 하고 축하를 받으며 화기애애한 풍경을 만들어 나가는 천막 속에서는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는 어떤 기운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두번째 환골탈태라는 기연을 경험한 철무륵과 그를 축하하는 사람들이 그려 나가던 천막 속의 화기애애한 풍경은 급작스러운 발걸음 소리와 함께 삽시간에 깨어져 버렸다. 구파일방의 변고와 더불어 오대세가에서 일어났던 변고에 대한 소식을 가지고 온 박산현의 개방 분타주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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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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