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림사로 향하고 있는 마화 이송단의 일정도 이제 거의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었다. 지금 까지의 이동 속도를 그대로 유지한다면 천년고찰 소림사가 자리하고 있는 숭산 까지는 이제 달포 정도만 더 가면 되는 지근 거리인 남양과 평정산의 경계 부근에 마화 이송단이 당도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달포 이내에 소림사에 당도할 수 있다고는 마화이송단의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었다. 전혀 서두르지 않고 아주 느린 속도로 소림사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이유는 무림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는 현상황이 너무도 심상치 않다는 것과 성수신녀 나설지가 새로 제자(?)를 거두었다는 것 때문이었다. 즉, 마화이송단을 구성하고 있는 소림과 무당을 포함한 구파일방의 수뇌부들이 현상황을 지켜보면서 나름대로 대비책을 마련하기 위해 서두르지 않고 있음이 첫번째 이유였으며 두번째 이유는 이상한 관계 설정의 사부와 제자 사이인 설지와 사도연의 행보 때문이었다.

무공을 가르치는 설지와 그 무공을 받아들이는 사도연이 시도때도 없이 죽치고(?) 앉아 행렬의 속도를 늦추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두 사람을 마화이송단의 그 누구도 힐난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자신들이 설지가 제자가 되지 못한 것을 대단히 아쉬워하는 후기지수들이 많은 실정이었다. 지금도 그랬다. 하남성의 남양을 막 벗어나 평정산으로 접어들기 시작한 행렬의 걸음이 설지에 의헤서 지체되고 있었는데 그 이유가 사도연의 벌모세수 때문이었던 것이다.

"설지 언니! 이게 뭐야?"
"이건 성수보령환이야. 몸에 좋으니까 얼른 먹어"
"웃! 냄새가 무지하게 좋다"
"호호! 이건 비밀인데 그 환단 속에는 공청석유가 배합되어 있단다"

설지가 자기의 입으로 비밀이라고 했다. 하지만 성수보령환에 공청석유의 공능이 포홤되어 있다는 것을 마화이송단의 수뇌부들은 말할 것도 없고 후기지수들 까지 거의 대부분 알고 있었다. 혹시 이런 사실을 설지 혼자만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야! 그 공청석유라는거 영약이잖아?"
"그럼! 아주 좋은거야. 예전에 용아가 소중하게 지키고 있던 것을 퍼온거거든"
"용아가?"
"응! 원래 영약이나 영초에는 영수들을 끌어 들이는 신비한 힘이 있거든"
"이유가 뭐야?"
"조금만 생각해 보렴. 연아라면 금방 알 수 있을거야"

"음...음... 아! 혹시 자기를 지켜달라는거야?"
"호호호! 맞았어! 우리 연아는 똑똑하기도 하지. 영약이나 영초는 자신의 영기를 영수에게 나누어 주는 대신 그 댓가로 자신을 지키게 하는 신비한 힘이 있는 것 같아. 그래서 예전에 용아도 공청석유 곁에서 머물렀던 것이고"
"그렇구나. 그럼 이제 먹을까?"

"응! 빨리 먹어. 그리고 이 언니가 인도하는데로 진기를 운용하면서 다스려. 할 수 있겠지?"
"응! 응! 설지 언니가 가르쳐 줘서 나 이제 진기 운용은 잘해"

"호호호. 그럼 되었다. 어서 복용하고 침착하게 내가 이끄는데로 따라 오렴"
"응! 설지 언니!'

씩씩하게 대답한 사도연이 성수보령환 한알을 까서 입안에 톡 털어 넣었다. 그리고 그때 부터 무려 한시진 가까이가 지나서야 사도연에게 행해진 일종의 벌모세수가 모두 끝이났다. 사도연과 설지가 들어가 있는 천막의 바깥으로 가끔씩 서기를 머금은 밝은 빛이 스며 나오는 것을 지켜 보는 사람들은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궁금했으나 직접 들어가 볼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저 부러운 시선으로 지켜 보는 것 밖에... 그러다 보니 이미 진즉에 출발했어야 할 마화이송단의 걸음은 오늘도 어쩔 수 없이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었다.

"허허! 어쩌면 당대에 새로운 무후의 출현을 이 말코의 눈으로 보게 될지도 모르겠구나. 무량수불"

"아미타불! 그러게나 말이외다. 이렇게 되면 사도연 저 아이가 신녀를 만나게 된 것이 전화위복이라고 할 수 있겠소이다"
"무량수불! 사도청 그 아이는 요즘 어떻소이까?"
"켈켈켈! 말코야. 그 아이는 걱정마라. 설지 저 녀석이 소림사의 장경각에 굴러 다니던 무서들을 참고해서 새로 만든 그 이름도 요상한 무서가 큰 도움이 되고 있는 듯 하니까"

"그런가? 허허. 두 아이에게는 그나마 다행이로구만"
"그렇지. 켈켈켈. 그나저나 설지 저 녀석은 무공 이름을 왜 그렇게 지은 것인지...원"

"허허허. 그러고 보니 그 무공의 이름이 아마 성수비마무공이라고 했던가?"
"그렇다네. 비마라는건 보나마나 제 놈 당나귀인 밍밍을 가르키는 것일테고 거기다 무공의 무자는 없을 무자가 아니던가?"
"허허허! 그러고 보니 그 뜻이 참으로 알쏭달쏭하구만"
"관두게. 그 뜻을 짐작하자면 몇가닥 남지 않은 이 거지의 머리카락이 다 빠져 버릴 것만 같다네"

"허허허"
"아미타불"


설지와 사도연이 들어가 있는 천막을 멀찌감치서 지켜 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는 세 사람은 바로 혜명 대사와 일성 도장 그리고 호걸개였다. 설지의 작명 실력(?)이 온전히 드러나는 요상한 이름의 무공서 이야기로 한바탕 웃음을 터트린 세 사람은 자리를 옮겨 마화이송단의 출발 준비를 서두르게 했다. 사도연의 벌모세수가 막바지에 다다른 듯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마화이송단이 막 출발 준비를 끝낼 즈음 설지가 들어가 있던 천막을 가린 천이 펄럭이더니 설지를 시작으로 두 여인과 어린 소녀 하나가 걸어 나오고 있었다.

 

"허허! 어떻게 되었느냐? 연아를 보니 성공했는 것 같다만"

"호호! 맞아요, 도사 할아버지. 이제 연아도 생사현관이 타통되어서 막힙없는 진기 운용은 물론이고 빠른 시간에 많은 내공을 쌓을 수 있게 되었어요'
"호! 생사현관의 타통이라... 연아는 좋겠구나. 이 할애비가 축하하마'
"고맙습니다. 도사 할아버지"
"그래, 그래. 허허허"

야무지게 포권하며 인사를 건네는 사도연의 모습은 생사현관이 타통되기 이전 보다 더 귀여워 보였다. 그러다 보니 지켜 보는 사람들의 얼굴에서 미소가 떠날 줄을 몰랐다.

"크하하! 연아야, 이 산적 숙부도 축하하마"
"예. 고맙습니다.철숙부님!"
"허면 이제 출발해도 되겠느냐?"

"어머! 도사 할아버지, 죄송해요. 저희 때문에 또 걸음이 지체되었네요. 이제 출발하면 될 것 같아요"

"그래? 그럼 천막을 속히 걷고 출발하도록 하자"

"예. 도사 할아버지"

막 출발 준비가 끝난 마화이송단의 걸음을 더는 지체할 수 없었던 세 여인들이 현진 도사를 비롯한 후기지수들의 도움(?)을 받아 천막을 걷어내고 나자 그제서야 마화이송단은 출발을 할 수 있었다. 이윽고 마화가 봉인된 채 실려 있는 검은 색의 육중한 마차 한대를 중심으로 십여대의 마차가 앞뒤로 나란히 늘어서서 달려 가기 시작했다. 가장 선두에서 달려가고 있는 마차 내부의 한쪽에는 사도연이 설지 곁에 찰싹 달라 붙어 앉아 있었으며 맞은 편에는 진소청과 초혜가 자리하고 있었다.

사실 설지를 비롯해서 진소청과 초혜는 마차 보다는 말을 이용해서 이동하고 싶었지만 아직은 어린 사도연 때문에 부득이 마차를 이용하기로 한 것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마차를 이용한 여행이 줄곧 따분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이동하는 내내 웃음꽃을 터트리며 말 대신 마차를 이용하는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런 그녀들의 웃음 소리를 멈추게 하는 일이 발생했다.

출발한지 겨우 반시진 정도 흘렀을 때 마차 바로 곁에서 말을 타고 따라 오던 현진 도사가 무슨 일 때문인지 설지를 찾았던 것이다. 현진 도사의 목소리로 인해 터트리던 웃음을 잠시 그쳐야만 했던 여인들 중에서 초혜가 대표로 달리는 마차의 창밖으로 고개를 쑥 내민 후 현진 도사를 향해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야?"
"예. 초사저! 누군가 행렬을 가로 막으려는 듯 길 한가운데에 서 있습니다."
"응? 행렬을 가로 막아? 몇명이나?'
"예. 한명입니다"
"어라? 한명? 한명이 이 행렬을 가로 막는다고?"
"예. 그래서 청진 사질을 포함한 무당십이검이 무슨 연유인지 알아 보기 위해 앞서 나갔습니다."

그렇게 초혜와 현진 도사가 말을 주고 받는 사이에 설지 일행이 탄 마차가 서서히 속도를 늦추는가 싶더니 결국 그 자리에 멈춰 섰다. 마차가 멈추자 가장 먼저 초혜가 마차에서 폴짝 뛰어 내려 앞으로 달려 나갔으며 뒤이어 진소청도 초혜의 뒤를 따라 앞으로 달려 나갔다. 초혜가 달려 나간 것은 자신들을 가로막은 사람의 정체가 궁금했기에 그러 했던 것이고 진소청은 그런 초혜가 걱정되어서 따라 붙은 것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앞서 달려나간 초혜의 눈에 관도의 한가운데에 서서 길을 가로 막고 있는 흑의인 한사람의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그런데 그 흑의인의 모습이 조금 특이했다. 등에 장대 처럼 보이는 무언가를 메고 있었는데 그 장대의 가장 높은 곳에는 커다랗고 하얀 천이 걸려 있었던 것이다.

"응? 저 아저씨 뭐야? 등에 저건 또 뭐고?"
"음, 아마도 공격할 의사가 없으니 대화를 나누자는 의미로 하얀 천을 내걸은 것 같은데"

혼자서 중얼거리며 의문을 표하던 초혜의 말에 대답한 것은 뒤 따라 온 진소청이었다.

"응? 청청 언니, 그게 무슨 말이야? 그럼 저 사람이 적이라도 된다는거야?"
"글쎄? 잘은 모르겠지만 저 사람이 가진 기운이 정파 쪽하고는 좀 다른 것 같지 않니?"
"어라? 정말 그러네. 청청 언니 우리 가까이 다가 가서 보기로 해"

진소청이 뭐라고 대답하기도 전에 이미 저만큼 앞서 달려 가는 초헤였다. 그런 초혜의 모습에 픽하고 웃음을 터트린 진소청도 뒤질새라 초혜를 향해 달려갔다. 두 사람이 흑의인의 바로 곁에 도착하는 그 순간 청진 도사의 입에서 이런 소리가 흘러 나왔다.

"무량수불! 십만대산에서 나오셨다고 하셨소?"

십만대산, 달리 천산이라고도 불리며 광동성과 광서성에 경계에 자리하고 있는 이 험산은 천마신교, 즉 마교의 본거지가 위치해 있는 곳이기도 했다. 그런데 십만대산과 마교를 금방 연관지을 수 없었던 초혜가 큰 소리로 진소청에게 물었다.

"청청 언니! 십만대산이 어디야?"
"천마신교가 있는 곳이야"
"응? 천마신교? 마교? 어멋! 그럼 저 아저씨가 마인이라는거네?"
"그래. 천마신교에서 나오셨다고 하니까 마인이 맞을거야"
"그렇단 말이지. 호호. 설지 언니! 여기 마인 아저씨가 계셔. 십만대산에서 오셨대"

마인이 맞을거라는 말을 듣자 뭐가 그리 좋은지 배시시 웃으며 뒤를 돌아 보는 초혜였다. 그리고 그렇게 웃음을 베어 물은 초혜가 곧이어 뒤에 있는 설지에게 커다란 목소리로 마인의 존재를 알리기 시작했다. 그 순간 초헤의 얼굴에 떠올라 있다 사라진 의미 모를 미소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초혜가 외치는 소리를 듣고  달려 오는 설지의 발걸음 소리가 왠지 모르지만 방정 맞게 들린다고 청진 도사는 그 순간 생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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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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