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후 마교의 무인들이 은신해 있다는 백여장 떨어진 숲 속 근처 까지 순식간에 다가 온 설지 일행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은연 중에 경계를 서고 있는 듯한 몇명의 마인들이었다.

"나다. 성수의가의 신녀를 모시고 왔으니 교주님께 아뢰거라"
"예! 대주님"

흑룡대주 추자의와 경계를 서고 있던 흑룡대원 중 하나가 간단한 말로 서로의 신분을 확인한 후 흑룡대원이 사라지자 설지 일행은 부상을 당했다는 마교주에게 곧바로 인도 되었다. 그 와중에 생기발랄한 초혜가 두 눈을 커다랗게 뜨고 연신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도저히 못 참겠다는 듯 입을 열었다.

"이야! 온통 마인들이네. 신기해. 신기해"
"풋. 뭐가 그리 신기한데?"
"엉? 설지 언니는 신기하지 않아? 마인들이 이렇게 많이 모여 있는 곳은 언니도 처음일텐데?"
"호호호. 그렇기는 하구나. 하지만 너무 티나게 마인이라고 부르지는 마."
"왜?"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설지를 바라 보며 초혜가 의문을 표시했다.

"생각해 봐, 마공을 익힌 마인이라고 하더라도 누가 마인, 마인 그렇게 부르면 좋아할 사람이 누가 있겠어?"
"아! 난, 또 무슨 말이라고. 알았어. 그러지 뭐, 아휴, 마인을 마인이라고 부르지 못하는 더러운 이 세상"

끝내 한마디를 덧붙이는 초혜 때문에 뒤를 따르는 철무륵과 무당십이검은 기어코 억눌린 웃음 소리를 흘려 내고 말았다. 덕분에 숲속에는 겨울 한파 같은 싸늘함이 한차례 휩쓸고 지나갔다. 짐짓 한차례 몸을 부르르 떨어 보인 초혜가 다시 입을 열었다.

"어라? 왜 이렇게 싸늘하지? 갑자기 겨울이 찾아 왔나? 이상하네??"

별로 재미도 없고 쓸모도 없는 말로 분위기를 전환하려던 초혜의 시도에도 불구하고 숲속으로 들어 올 때 부터 간간히 자신들을 향해 날아 오던 살기는 사라질 줄 몰랐다. 아니 오히려 초혜가 마인이라는 소리를 하는 순간 부터 조금씩 증폭되던 살기가 철무륵과 무당십이검이 억눌린 웃음을 터트리는 그 순간을 기해 노골적으로 적의를 드러내는 마인들에 의해 더욱 짙어지기 시작했던 것다.

자칫 하면 충돌이 일어날까 저어되는 순간이었다. 이에 흑룡대주와 철무륵이 무언가를 이야기하려고 입을 열려는 순간 두 사람 보다 먼저 싸늘한 음성 하나가 냉기를 잔뜩 안고 숲 전체로 퍼져 나갔다. 그 덕분에 숲을 이루고 있는 거목들에 붙어 있던 잎사귀들이 갑자기 찾아온 냉기에 한순간 바르르 떨어대는 것 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살기를 모두 거두세요. 본녀는 성수의가의 진소청이라고 합니다. 본녀를 비롯해서 성수신녀 께서는 귀교의 초청을 받고 온 것 입니다. 우리에게 살기를 드러냄은 곧 성수의가를 적대시 하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저희 가주님께서는 성수의가를 적대시하는 자들 까지 아우르려고는 하지 않으십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여러분들이 상상하는 이상일 것 입니다."

여기 까지 말한 진소청이 싸늘한 시선으로 냉기를 풀풀 날리며 천천히 주위를 돌아 보기 시작하던 그 순간 거짓말 처럼 자신들을 향하고 있던 살기가 씻은 듯이 사라져 버렸다. 비록 미지의 세력에게 일패도지하여 쫓겨 다니는 마교인들이라고는 하나 이 처럼 당당하게 마교인들을 향해 추상 같은 협박(?)을 할 수 있는 아마 전 무림을 통털어서도 몇 되지 않을 것이었다.

"햐! 청청 언니, 대단한데. 그렇지? 설지 언니"

마교도와 자신들이 일촉즉발의 상황에 놓여 있거나 말거나 전혀 신경 쓰지않고 여전히 신기한 표정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초혜였다.

"가만! 이상한데? 설지 언니!"
"응? 왜 그러니?'
"그거 말야. 왜 아무런 반응이 없는거야?"

초혜가 오른 손 검지 손가락을 들어 가리키는 곳은 설지의 오른쪽 손목이었다. 거기에는 은은한 광채를 드러내고 있는 은색의 비환 하나가 채워져 있었다. 설지에 의해서 성수지환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은 바로 그 천마지존환이었다. 그러고 보니 진소청도 궁금하다는 듯 보조를 맞추어 걸으면서 설지의 팔목을 들여다 보았다. 이 처럼 마인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에서도 성수지환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이 조금 이상했던 것이다.

"아! 이거. 이젠 조절이 가능해서 그래"
"조절이 가능하다고? 그럼 뭐야. 언제든 설지 언니가 원할 때만 마기를 흡수한다는거야?"
"응! 그렇지. 마화에서 마기를 흡수한 뒤 부터 갑자기 그게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는데 오늘 보니 정말 조절이 가능한 것 같아"
"그럼 지금 설지 언니의 의지로 성수지환을 통제하고 있다는거야?"
"응! 그렇지"
"햐! 신기하네. 신기해. 신기해. 정말 신기해."


한편 마교주가 있는 곳으로 다가 가면서 설지와 초혜가 나누는 대화를 듣고 있던 추자의는 두 여인이 나누는 대화를 도시 당최 이해할 수 없었다.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등장하는 마기는 자신들과 같은 마공을 익힌 무인들이 가진 기운을 일컬음이 확실한 것 같은데 마화라는 말은 난생 처음 듣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기를 흡수한다니 그건 또 무슨 뜻이란 말인가?

이 처럼 추자의의 머리 속이 온통 흥클어지기 시작할 무렵 철무륵과 무당십이검을 포함한 설지 일행 모두는 마침내 부상당한 마교주 앞으로 인도되었다. 사전에 추자의와 흑룡대원들간에 어떤 교감이 있었던지 마교 측에서 철무륵과 무당십이검의 발걸음을 제지하지 않았기에 마교주의 앞이라고 하나 아까 처럼 팽팽한 긴장감은 서로간에 느껴볼 수 없었다. 하지만 은연 중에 마교주를 호위하는 이들은 형형한 눈빛으로 설지 일행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성수의가의 나설지가 천마신교의 교주님을 뵙습니다."

무릇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했던가? 지금 까지는 다소 가벼워만 보이던 설지가 정중하게 포권하며 일행을 대신해서 자리를 보전하고 누워 있는 마교주에게 자신을 소개했다. 그러자 그때까지 미동도 없이 눈을 감고 누워만 있던 마교주의 눈이 스르르 뜨이는가 싶더니 힘없는 목소리가 마교주의 입에서 흘러 나왔다.

"어서오시게. 반갑네. 내 처지가 이러해서 누워서 맞음을 이해하시게"
"아니예요. 별 말씀을 다 하십니다."
"그렇게 이해해 주면 고맙고. 허허허"

한편 여기 저기 천으로 감싼 몸에서 핏자국이 희미하게 비치는 모습으로 힘겹게 입을 여는 마교주를 보고 있던 초혜가 그새를 못 참고 다시 진소청을 향해 입을 열었다.

"청청 언니. 마교의 교주라고 해서 삼두육비의 괴물인 줄 알았는데 아니네? 꼭 이웃 집 할아버지 같으셔"

제 딴에는 조그마하게 소근거린다고 생각하며 이야기 했지만 이 자리에서 초혜의 그 말을 알아듣지 못할 이는 아무도 없었다. 당연히 지금은 자리를 보전하고 누워 지내는 신세지만 일대종사인 마교주가 그 말을 듣지 못했을 까닭이 없었다.

"허허허. 그대는 또 뉘신가? 아무래도 성수신녀의 일행 같으이'
"아! 헤헤. 교주 할아버지. 전 성수의가의 초혜라고 해요."
"처음 뵙겠습니다. 성수의가의 진소청이라고 합니다"
"오호! 그러고 보니 그대들이 바로 그 소문의 성수삼령이로구만? 반갑네들 반가워. 허허허"

다 죽어가는 신색으로 무엇이 그리 좋은지 너털 웃음 까지 터트리는 마교주였다. 그도 그럴 것이 당대 천마인 마교주 혁련필에게는 살갑게 다가와서 할아버지라고 불러 주는 이가 여태 까지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처음 보는 초혜가 스스럼 없이 자신을 할아버지라고 부르자 마치 친손녀를 대한 듯한 반가움이 마음 속에서 불현듯 일어 자신도 모르게 너털 웃음 까지 터트렸던 것이다.

"쿨럭 쿨럭"

하지만 그 댓가로 이내 기침과 함께 한줌 피를 토해내는 혁련필이었다. 그런데 혁련필이 토한 한줌의 피 색깔이 시커멓게 죽어 있는 것으로 보아 진맥하지 않더라도 한 눈에 심각한 내상을 입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입 주위에 묻은 피를 무명천으로 천천히 닦아내면서 자신의 입으로 성수삼령이라고 했던 세 여인들을 바라 보던 혁련필의 눈이 한 순간 이채를 발했다. 성수신녀에게서는 그다지 높은 무위가 감지되지 않는데 비해 진소청과 초혜에게서는 상당한 무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진소청이라고 했던가?"
"예. 교주님."
"자네 상당한 경지에 올라 있구먼. 내가 멀쩡했어도 장담할 수 없을 것 같네. 허허"
"과찬이십니다."
"아냐, 아냐. 과찬이라니, 그래 무슨 무공을 익히고 있나?"
"예. 무당의 태극혜검을 조금 익히고 있습니다."
"호! 그랬군. 그랬어. 허허. 이제 보니 태극혜검을 대성했나 보군"

천마신교의 당대 천마인 혁련필의 입에서 놀랄만란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다. 이제 불과 약관을 갓 넘긴 진소청의 무위가 당대 천마와 견줄만 하다는 이야기를 누가 믿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혁련필이 자신의 입으로 한 말이기에 믿지 않을 도리도 없었다. 당대 천마와 비교되는 진소청의 이야기가 무림으로 흘러 나가면 그 파장은 아마도 엄청날 것이었다. 허나 이 순간 정파 쪽 인물들만 알고 있는 사실 하나를 천마 혁련필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바로 진소청의 무력이 거기 까지 당도하는데 가장 많은 도움을 주었던 이가 바로 성수신녀라는 것을 더불어 성수신녀가 가진 무위는 측정이 불가능 하다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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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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