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밍밍, 수고했어!"
"푸르릉"

용아가 만년흑마령석을 가져 오기 위해 머나먼 심해를 향해 날아가는 사이에 설지는 만년흑마령석을 주워온 밍밍이 기특하다는 듯 콧잔등을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며 칭찬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이에 기분 좋은 콧바람으로 응답하는 밍밍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던 설지가 무언가 보상이라도 해줘야겠다는 생각에 입을 열었다.

"밍밍! 혹시 뭐 먹고 싶은거라도 있어? 아참! 술은 절대 안돼!"

설지의 입에서 '먹고 싶은거'라는 말이 나오는 그 순간 밍밍은 가장 먼저 술을 떠올렸었다. 하지만 이어지는 설지의 뒷말을 듣고 실망한 밍밍은 콧바람을 한차례 푸릉 뱉어내고는 미련없이 살찐 엉덩이를 돌려 어딘가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미소를 떠올린 설지가 밍밍의 엉덩이를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

"호호! 밍밍, 먹고 싶은거 있음 언제라도 이야기 해, 알았지?"

살찐 엉덩이를 실룩거리며 걸어가던 밍밍은 설지가 다시 한번 이렇게 큰 소리로 외치자 가던 걸음을 멈추고 고개만 살짝 뒤로 돌려 설지를 노려 보면서 '나 삐쳤어'라는 듯이 콧방귀를 다시 한차례 푸릉하고 뀌었다. 그리고 걸음을 옮겨 어디론가 걸어가는 밍밍이었다. 사실 지금 밍밍이 향하는 곳은 임시로 사람들이 만들어둔 제단이 있는 곳이었다.

마화이송단의 구성원이 구파일방 소속 무인들로 전원 구성되어 있다보니 당연히 승려와 도인들이 절대 다수를 차지할 수밖에 없었고 특히 소림을 제외한 나머지 문파의 대다수 구성원들은 도인들이었다. 그러다 보니 임시로 원시천존을 모시는 이동식 제단 하나를 차려 놓게 되었고 거기에는 항상 싱싱한 과일들과 한잔의 술이 제물로 올려져 있었다. 그리고 이동식이다 보니 제단의 높이도 그리 높지 않아 밍밍이 선채로 제물들을 쓸쩍 훔쳐 먹기에 딱 좋은 높이를 하고 있었다.

맛있는 풀을 찾아서 여기저기 빨빨거리며 돌아다니던 밍밍이 우연히 그 제단을 발견하게 되었고 때마침 싱싱한 과일들과 술 한잔이 '어서 듭쇼'하면서 한상 곱게 차려져 있는 것을 발견한 후 부터 자주 애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제단을 관리하는 많은 도인들이 밍밍의 그런 행동을 모를리 없었다. 하지만 무위자연을 추구하는 도인들이었기에 그 또한 순리라는 생각으로 밍밍을 별달리 제지하지 않고 내버려 두고 있었던 것이다. 하여간 설지에게 삐친 밍밍은 항상 자신을 기다려 주는 제단을 향해 오늘도 엉덩이를 실룩거리며 걸어가고 있었다.

"설지 언니! 밍밍이 가져온 이 돌은 어떻게 할거야?"
"음... 글쎄.. 어떻게 한다? 청청 언니 뭐 좋은 생각 없어?"
"글쎄요. 음... 돌의 크기나 형태로 봐서 지환 정도는 만들수 있을 것 같기도 한데..."
"지환?"
"예. 아가씨. 지환 외에는 마땅히 생각나는게 없네요"
"지환이라... 혜아는 어때?"
"청청 언니 말에 무조건 찬성!"
"호호, 그럼 결정했다. 어디 보자. 이 정도 크기를 다듬으면 지환이 한 네개 정도는 나올 것 같은데..."

그렇게 중얼거린 설지가 밍밍이 주워온 만년흑마령석을 이리저리 살펴본 후 양손으로 가볍게 쥐었다. 그러자 다음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만년한철 보다 단단하다던 만년흑마령석이 마치 사과가 쪼개지듯이 정확히 반등분으로 나눠져 설지의 양손에 쥐어져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반등분으로 나눠진 만년흑마령석 두개는 다시 설지의 손에 의해서 정확히 4등분으로 최종 나눠졌다. 그렇게 만들어진 만년흑마령석 네개를 살펴 보며 만족한 미소를 떠올린 설지가 그중 하나를 손바닥 위에 올려 놓았다.

그리고 다음 순간 지켜보는 중인들을 더욱 놀라게 하는 기사가 설지의 손바닥 위에서 벌어지기 시작했다. 설지의 손바닥 위에 놓여 있던 만년흑마령석이 세치 정도 떠오르더니 느린 속도로 회전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회전만 한다면 기사라고 할 것도 없었을 것이다. 헌데 회전을 시작한 만년흑마령석이 어느 순간 부터 돌가루를 흩날리며 조금씩 깎여 나가기 시작했던 것이다. 외부에서 어떤 도구를 사용하는 것도 아니었지만 신기하게도 그리 빠르지 않은 속도로 회전하는 만년흑마령석은 마치 명장이 섬세한 손길로 세공이라도 하는 듯이 그렇게 깎여나가면서 점차 납작한 둥근 모양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초,총표파자님, 저,저게 무슨 일입니까요?"
"쯧! 방정맞게... 이놈아 낸들 알겠느냐. 군소리말고 지켜보거라"
"옙!"

초록이 두자성과 철무륵이 그렇게 쓸데없는 대화를 주고 받는 사이에 회전을 하던 만년흑마령석은 어느 사이엔가 가운데 구멍만 없을 뿐 완전한 지환 모양과 크기로 세공(?)되어 있었다.

"우와! 설지 언니, 그거 어떻게 하는거야?"
"호호호, 우리 연이가 신기한가 보구나"
"응! 무척 신기해. 나도, 나도 그거 배울래"
"호호호, 그렇게 하려무나"


묘한 사제지간인 설지와 사도연이 이 처럼 별 다른 생각없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지만 듣는 이들의 생각은 달랐다. 설지가 만년흑마령석을 깎으면서 보여준 비기는 말 그대로 비기였던 것이다. 만년흑마령석을 손바닥 위에서 세치 정도 띄우는 것은 이 자리에서 지켜 보는 대부분의 무인들도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설지가 방금 보여준 것 처럼 그런 방식으로 만년한철 보다 단단하다는 만년흑마령석을 깎아낼 자신은 없었던 것이다.

다시 말해 설지가 보인 비기는 내공도 내공이지만 그 내공을 바탕으로 진기를 운용하는 방법이 대단히 세말하지 않으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던 것이다. 더불어 그런 진기 운용법으로 암기를 다루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게 될까? 이런 생각만으로도 중인들은 경악성을 삼키며 새삼스러운 표정으로 설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지켜보는 중인들 대부분이 설지가 가진 내공이 미약해도 너무 미약하다는 것을 어렴풋하게나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설지 언니! 지환 구멍은 어떻게 할거야?"
"그것도 만들어야지. 혜아, 머리카락 한올만 뽑아서 줘 봐"
"응? 머리카락? 뭐 할려고?"
"쓸데가 있으니까 빨리 뽑아 줘"
"알았어... 윽, 따가워"

머리카락 한올을 뽑아든 초혜가 머리카락이 뽑혀든 쪽의 머리를 손으로 슬슬 문지르며 손가락에 잡고 있던 머리카락을 설지에게 내밀었다. 그러자 그 머리카락을 받아든 설지가 납작하고 둥글게 세공된 만년흑마령석에 초혜의 머리카락을 올려 놓았다. 그리고 잠시 후 또 다시 지켜보는 이들을 놀라게 만드는 일이 벌어졌다.

만년흑마령석에 놓여진 머리카락이 마치 솜에 물이 흡수되듯이 만년흑마령석으로 스르르 스며들었던 것이다. 너무 짧은 시간에 일어난 일이라 지켜 보는 이들 중에는 간혹 자신의 눈을 의심하는 이도 있었으나 탄성을 토하는 초혜와 사도연 덕분에 자신이 방금 보았던 것이 결코 환상이 아님을 자각할 수 있었다.

"우와!"
"이야! 신기해, 신기해. 어떻게 한거야?"
"호호호, 기다려 봐"

설지의 말대로 기사는 아직도 끝난 것이 아니었다. 초혜의 머리카락을 집어삼킨 만년흑마령석이 설지의 손에서 다시 한번 세치 정도 떠오르더니 빙글빙글 돌아가면서 돌 부스러기를 토해내기 시작했던 것이다. 당연히 지환 모양의 중심에서는 작은 구멍 하나가 생겨나더니 점차 그 크기를 넓혀 나가기 시작했으며 종내에는 완전한 형태의 지환 하나가 설지의 손 위에서 빙글빙글 돌아가며 자태를 뽐내기 시작했다.

"이야. 예쁘다"

초혜가 발하는 탄성만큼이나 설지의 손 위에서 빙글빙글 돌아가고 있던 지환은 서서히 회전을 멈추면서 대단히 아름다운 자태를 보여 주고 있었다. 회전하고 있을 때는 미처 파악하지 못했었지만 은은한 빛을 머금은 듯한 검은색의 지환에서는 말로 설명하기 힘든 고아함이 함께 풍겨 나오고 있어서 단순한 지환이라는 느낌 보다는 아주 귀중한 고대의 유물 같은 느낌 마저 전해주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런 지환을 흥미롭다는 시선으로 지켜 보고 있던 철무륵이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의문을 풀어주려는 듯이 서둘러 입을 열었다.

"설지야! 초혜의 머리카락은 어떻게 된거냐?"
"호호. 그건 말이야. 음... 짐작일 뿐인데... 일단 한번 만져 봐"

그렇게 말하며 설지가 건넨 것은 방금 회전을 멈춘 작은 지환이었다. 얼떨결에 설지가 건네는 지환을 받아 들었던 철무륵은 깜짝 놀라서 하마트면 지환을 바닥에 떨어뜨릴뻔 했다. 그만큼 작은 지환이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예상 외의 모습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작은 지환은 설지에게서 철무륵의 손으로 건너 오기가 무섭게 마치 철무륵의 손길을 거부하기라도 하는 듯이 작은 몸집을 부르르 떨어대며 요동치기 시작했던 것이다.

깜짝 놀란 철무륵이 내공을 운용하여 간신히 지환을 붙잡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철무륵의 손길에서 벗어나기 위해 작은 지환은 요동치는 것을 멈추지 않고 있었다. 

"이,이게 무슨 일이냐?"
"호호호, 성공이네. 그럼, 어디보자. 도사 할아버지, 도사 할아버지께서도 한번 살펴봐 주시겠어요?"
"무량수불! 그러자꾸나"

그렇게 철무륵에게서 일성 도장의 손으로 넘어간 작은 지환은 처음에는 별다른 반응이 없는 것 처럼 보였으나 이내 철무륵의 손에서와 같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차이점이 있다면 그 정도가 조금 약해 보인다는 것 정도였다.

"무량수불! 허허. 이것 참. 그러고 보니 이 놈이 주인을 가리는가 보구나?"
"호호호, 맞아요, 심해에서 작은 생명체들로 생성되어 영성을 지니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혹시나 가능하지 않을까 해서 시도해 본거예요"
"허허허, 그러니까 네말은 초혜의 머리카락을 흡수시켜서 주인을 인식하게 만들었다는거로구나"
"예. 그런 셈이죠. 될지 안될지는 확신하지 못했지만..."
"엑! 뭐야, 그럼 내 지환이 실험용이었다는 소리잖아"
"호호호. 그렇게 되나. 어디 이번에는 혜아가 한번 만져 봐"
"어디... 응? 이거 왜 이래?"

'창작 연재 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협 연재] 성수의가 148  (0) 2013.11.24
[무협 연재] 성수의가 147  (0) 2013.11.17
[무협 연재] 성수의가 146  (0) 2013.11.10
[무협 연재] 성수의가 145  (0) 2013.11.03
[무협 연재] 성수의가 144  (0) 2013.10.27
[무협 연재] 성수의가 143  (0) 2013.10.20
Posted by 까만자전거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