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er Gabriel - Here Comes The Flood

피터 가브리엘 (Peter Gabriel) : 1950년 영국 서리(Surrey)주 초범(Chobham) 출생

갈래 : 프로그레시브 록(Progressive Rock), 아트 록(Art Rock)
공식 웹 사이트 : http://www.petergabriel.com/
노래 감상하기 : http://youtu.be/vb7htoJAK7g / http://youtu.be/1_uFrox2igo (실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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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성인이 된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릴 적 어머니로 부터 <편식하지 마라>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을 것이다. 먹기 싫은 음식을 억지로 씹어 삼켜야만 하는 아이의 입장에서는 전혀 이해도 안되고 수긍하기도 힘든 말이지만 이 말 속에는 자식이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라는 어머니의 사랑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성장하고나서야 비로소 깨닫게 된다. 그렇다면 취미 생활의 하나로 음악 감상을 즐기는 이들은 음악을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하는 것일까?

아마도 대부분의 음악 애호가들은 예전에 누군가가 쓴 <음악은 가리지 말고 골고루 들어야 한다>는 취지의 글을 어디서든 한번쯤은 읽어 보았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전적으로 동의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세상의 모든 음악을 이것 저것 골고루 편식하지 않고 섭취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때문에 음악을 소개하는 글을 통해서 내 입맛에 비교적 맞는 음악을 고르는 편식 행위는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음악을 먼저 경험한 사람의 글을 통해서 검증된 음악을 비교하여 고를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간적, 경제적 낭비가 줄어든다는 이런 이유와 가급적 다양한 갈래의 음악을 소개해서 선택의 다양성을 제공하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음악 이야기를 주로 다루는 이 블로그에서는 갈래를 제한하지 않고 음악을 소개하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그러다 보면 예기치 못한 난관에 부딪치는 경우가 가끔 발생하기도 한다. 소개하고 싶은 음악을 고르고나면 응당 해당 가수나 밴드의 정보를 찾아 나서게 마련인데 아무리 인터넷을 뒤져 보아도 단 한줄의 정보도 찾을 수 없을 뿐더러 음반의 내지에도 달랑 이름만 적혀 있는 난감한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그렇다고 내 멋대로 소설쓰듯이 각색해서 음악 경력을 써내려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니 이럴 때는 어쩔 수 없이 다음을 기약하기 마련이다. 오늘도 원래 소개하기로 예정하고 있던 음악은 1969년에 <The Medium>이라는 제목을 가진 단 한장의 음반만을 남기고 조용히 사라져 간 캐나다의 사이키델릭 록 밴드 <미디엄(The Medium)>의 <My Lady Lies Forever>였다. 흔히들 괴물 같은 사이키델릭 록 음반이라고 표현하는 미디엄의 유일작은 <사이키델릭 록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라는 듯 완벽하게 정형화된 사이키델릭 록을 들려 주고 있기도 한데 아쉽게도 밴드의 정보를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었다.

<만만한 게 홍어 거시기>라고 이런 경험이 벌써 몇차례나 거듭되다 보니 그때마다 차선책으로 늘 가장 편안하게 글을 쓸 수 있는 유명한 프로그레시브 록을 선택하는 것이 일반화가 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블로그에 올려지는 음악 이야기를 두고 <일반화의 오류>라는 거창한 말 까지 들먹이는 이는 없을 것이 아닌가 말이다. 영국을 대표하는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 가운데 하나인(우리나라에서는 많은 사랑을 받지 못했지만) <제네시스(Genesis)>에서 보컬을 담당하며 환상적인 무대 연출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 잡았었던 <피터 가브리엘>은 1975년에 제네시스를 탈퇴하고 솔로 활동의 길을 택하게 된다.

피터 가브리엘은 1974년 11월 18일에 발표된 제네시스의 통산 여섯번째 음반 <The Lamb Lies Down on Broadway>의 순회 공연에서 구성원들과 음악적 견해 차이를 드러내면서 충돌을 빚었었다. 결국 자신이 생각하는 독자적인 색깔의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과감히 제네시스에서 탈퇴를 선언한 피터 가브리엘은 1976년 7월 부터 이듬해인 1977년 1월 까지 캐나다 토론토와 영국 런던의 녹음실을 오가면서 한장의 음반을 만들어내게 된다.

바로 이 음반이 1977년 2월 25일에 발표된 피터 가브리엘의 솔로 데뷔 음반 <Peter Gabriel>이었다. 참고로 피터 가브리엘은 데뷔 음반을 포함하여 1982년에 발표된 네번째 음반 까지 음반의 제목을 별달리 채택하지 않고 모두 동일하게 <Peter Gabriel>로만 표기하고 있다. 때문에 사람들은 혼돈을 방지하기 위해 음반 표지의 특색을 따서 음반을 달리 부르고 있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자동차(Car)가 등장하는 데뷔 음반은 흔히 <Car>라는 제목으로 불리기도 한다.

캐나다의 음반 제작자인 <밥 에즈린(Bob Ezrin)>이 제작을 담당하고 <킹 크림슨(King Crimson)>의 <로버트 프립(Robert Fripp)>이 기타 연주를 담당한 피터 가브리엘의 데뷔 음반에는 모두 아홉 곡이 수록되어 있는데 <The Lamb Lies Down on Broadway> 음반의 영향이 느껴지는 곡인 <Moribund the Burgermeister>과 세련된 팝적 감각의 <Solsbury Hill>, 그리고 재즈와 블루스의 분위기를 모두 담고 있는 <Waiting For The Big One> 등이 수록되어 있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음반의 전체적인 음악 색깔은 단일화되지 못하고 아직은 조금 혼란스러운 양상을 띠고 있다.

제네시스에서 탁월한 재능을 발휘했었던 피터 가브리엘이었지만 솔로 데뷔 음반 부터 자신만의 색깔을 온전히 담아낸 음악을 만들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던 것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음반의 마지막에 자리하고 있는 아름다운 록 발라드 <Here Comes The Flood>는 단연 명곡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완성도 높은 곡으로 진한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잔잔한 피아노 연주와 진한 호소력을 담은 목소리, 그리고 웅장함을 연출하는 코러스 까지 모두 포함하고 있는 이 곡은 <역시 피터 가브리엘!>이라는 찬사를 받기에 충분한 구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이문세>가 1987년에 발표했었던 명곡 <그녀의 웃음 소리뿐>이 연상되기도 하는 곡이 바로  <Here Comes The Flood>이기도 하다.

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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