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니 그것이..."
"허허허, 별일 아니니 다들 앉으시게"

자신들을 멀뚱멀뚱 바라 보는 초혜와 '왠 호들갑이야' 라는 표정으로 자신들을 바라 보는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더욱 어리둥절해 하고 있던 매화검수들을 구해준 것은 일성도장의 담담하고 편안한 한마디 말이었다. 그에 머쓱한 표정들을 서둘러 지우며 자리를 정리한 매화검수들이 다시 자리에 앉자 화산파 장문인 유도옥이 매화검수들을 대신해서 일성도장을 향해 입을 열었다.

"원시천존! 어떻게 된 일인지요?"
'허허허, 다들 이 아이들의 장난에 놀랐나 보구려. 별일 아니외다. 설지 저 녀석은 어릴 때 부터 워낙 매운걸 싫어해서 매운 음식만 만나면 늘 저렇게 '화독이다'라며 엄살을 부린다오"
"아! 허허허, 그런거였군요"

일성 도장의 설명을 듣고 나서야 세 여인들이 장난을 쳤다는 것을 알게 된 화산파 문도들이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사도연은 설지의 품 속에서 은침 하나를 꺼내들고 탁자 위에 놓인 요리들의 여기저기를 푹푹 찔러대며 돌아 다니느라 정신이 없었다.

"연아, 지금 뭐하니?"
"응? 아! 헤헤, 독이 들어 있다고 해서 언니에게 배운대로 확인해 보는거야, 근데 은침 색이 그대로야, 이것 봐"
"호호호, 그냥 이리 와서 앉아, 요리에는 독이 안 들어 있어"
"방금 화독이라는 독이 들어 있다고 안그랬어?"

"호호호, 그건 음식이 맵다는 소리야"
"응? 그런거야?"
"그래, 우리 연이도 앞으로 매운 음식을 먹게 되면 언니들 처럼 화독이다 라고 하면 돼, 알았지?"
"응! 응! 알았어, 헤헤"

"쯧쯧, 잘 가르친다, 설지 넌 언제 철들래"
"흥! 철숙부나 잘해"

철무륵의 핀잔을 콧바람으로 가볍게 무시한 설지의 옷자락을 잡아 흔들며 사도연이 다시 말을 걸었다.

"언니, 언니, 설지 언니!"
"응? 왜 그러니 연아"
"설지 언니는 음식에 독이 들어 있는지 안들어 있는지 그냥 보기만 해도 알 수 있는거야?"

"그럼, 이 언니에게 배우면 우리 연이도 나중에 그렇게 될거야"
"정말?"
"그렇다니까. 지금 한번 보여줄까?"
"응, 응!"
"호호, 그러자꾸나. 설아 이리 나와 봐"

독을 감지하는 것을 어떻게 보여 주겠다는 것인지 궁금했던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설지가 메고 있다가 옆에 내려 놓은 가방으로 향했다. 가방의 입구 쪽으로 보석 같은 영롱한 빛의 눈을 가진 하얀 설아가 오랜만에 사람들에게 그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가방에서 빠져 나온 설아는 이내 허공을 날아 가듯이 훌쩍 뛰어 설지의 앞으로 날아 내렸다. 그런 설아에게 작은 접시 하나를 가져다 주며 설지가 다시 입을 열었다.

"설아! 침 조금만 뱉어 봐"
"카악!"

설지의 말에 입 속에서 굴리고 있던 적실영과를 발 앞에 곱게 내려 놓은 설아가 낮은 기성과 함께 입을 벌렸다. 그러자 설아의 입에서 무색 투명한 침 한방울이 작은 접시 위에 떨어져 내렸다. 겉보기에는 그냥 깨끗한 침 한방울 처럼 보였지만 지금 작은 접시에 담겨져 있는 것은 맹독 중에 맹독이었다.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설아의 침에 닿은 부위 부터 작은 접시가 빠른 속도로 녹아 내리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 모습을 바라 보던 사람들이 경악할만한 독성에 흠칫할 무렵 설지가 접시를 향해 한차례 손짓을 했다. 그러자 그때 까지 녹아내리던 접시의 부위가 그 상태 그대로 보존된 것 처럼 별다른 변화를 보이지 않으며 굳어 버렸다. 

"어때? 보이지?"


설아의 침에 의해 맹렬히 녹아 내리던 접시의 부식을 잠시 멈추게 한 설지는 한 손으로 사도연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 그리고 그 손을 통해 자신만의 독특한 진기를 사도연의 몸 속으로 흘려 넣기 시작했다. 자신이 어떻게 독을 구분하는지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우와! 신기하다. 설지 언니, 설아의 침이 검고 짙은 녹색으로 변했어"
"호호호, 그렇지? 독이 강할 수록 지금 보는 것 처럼 그렇게 짙은 색으로 보이는거야"
"응? 지금 설아의 침이 변한게 아냐?"

"그래! 침 색깔이 변한게 아니고 언니가 흘려 넣어준 진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그렇게 보이는거야"
"아! 그렇구나. 그럼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여전히 하얗게 보이겠네?"
"그렇지. 어때? 이제 언니 말 이해하겠지?"
"네~"
"호호호"

사도연에게 독의 구별 방법을 잠시 보여준 설지가 다시 접시를 향해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그때 까지 탁자에 놓여 있던 접시가 허공에 둥실 떠오르는 것과 동시에 불이 확 붙는 것 같더니 순식간에 사람들의 눈 앞에서 먼지 한톨 남기지 않고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는 엄청난 삼매진화였다.

이에 경악한 매화검수들과 화산파 장문인 유도옥은 입으로 터져 나오려는 경악성을 급급히 삼켜야만 했다. 하지만 그런 화산파 문도들의 반응에는 아랑곳 없이 그동안 궁금하게 여겼던 의문을 풀려는 듯 철무륵이 설지를 향해 입을 열었다.

"설지야, 설아 저 녀석은 볼때 마다 적실영관지 뭔지를 저렇게 입에 넣고 있던데 왜 그러는거냐?"
"응? 아! 그건 적실영과의 영기가 설아의 기분을 좋게 하나 봐"
"뭐야? 그럼 사람으로 치자면 앵속과 비슷한 뭐 그러거란 말이냐?"
"철숙부는 말을 해도 어떻게 앵속과 비교를 해"

"응? 흠흠, 뭐 하여간 그렇다는 이야기 아니냐?"
"맞아!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가 운기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돼"
"운기? 허면 저 녀석이 적실영과를 입 안에서 굴리며 내공을 쌓고 있다는 이야기냐?"
"맞아! 그런 셈이지"
"허허, 그 참"

철무륵의 탄식과 닮은 헛웃음을 뒤로 하고 설아에게 시선을 맞춘 설지가 다시 입을 열었다.

"설아도 뭐 먹을래? 아님 그냥 들어갈거야?"
"캬옹"
"호호! 알았어"

설아가 뭐라고 했는지는 모르지만 새로운 접시 하나에 음식을 담는 것으로 봐서 설아의 선택은 가방 속으로 다시 들어 가는 대신 음식을 먹는 것으로 결정한 모양이었다. 작은 접시 하나에 소복히 음식을 담아서 이미 포식을 하고 있는 용아와 호아 그리고 백아의 옆 자리에 접시를 놓아 주자 냉큼 자리를 옮긴 설아가 접시물에 코를 박듯이 머리를 접시에 박고 서둘러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한편 성수의가 귀빈들의 수발을 맡기 위해 자리를 지키고 있던 천룡객잔 점소이 칠복이는 지금 이 순간 화등잔 처럼 커진 눈으로 영수들의 식탐을 망연히 바라 보고 있었다. 점소이 생활 칠년째로 접어드는 칠복이였지만 맹세컨데 그 긴 시간 동안 지금 눈 앞에서 일어나는 것과 같은 기사는 단 한번도 본적이 없었던 것이다. 설아의 합류에 이어 비아 까지 창턱으로 턱 날아들어 식탐 대열에 동참하는 것은 더 이상 놀랍지도 않았다.

"도사 할아버지!"
"왜 그러느냐?"

사람들과 떠들썩한 만찬을 즐기던 설지가 문득 일성 도장을 불렀다. 이런 자리에는 반드시 빠지지 않았던 사람 하나가 안보였기 때문이다.

"거지 할아버지는요?"
"허허, 그 사람은 아이들 단속하고 온다고 했으니 아마 곧 올게다"
"교주 할아버지도 안보이는데요?"
"호걸개 그 사람과 함께 갔느니라"

빠른 속도로 줄어드는 음식들을 보면서 호걸개가 안타까워 하는 장면을 머리 속에 떠올린 설지가 살풋 미소를 지을 때 옆 자리의 서도연이 자신의 옷자락을 잡아 흔들었다.

"왜 그러니?"
"설지 언니! 나 배 불러"
"많이 먹었나 보구나. 어디 보자. 호호호, 우리 연이 배가 꼭 올챙이 배 같구나"

그랬다. 설지의 말대로 자마한 체구를 가진 사도연의 배가 볼록하니 튀어 나온 것이 올챙이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고 있었다. 그런 귀여운 사도연의 모습을 보며 사람들은 커다랗게 웃음을 터트렸다.

"설지 언니, 나 당과가 먹고 싶어"
"응? 당과?"
"응! 배가 부를 때는 당과를 먹어야 돼"
"호호호, 녀석도, 오면서 당과 파는 가게를 유심히 보는 것 같더라니"
"헤헤헤"
"언니랑 함께 가자꾸나"
"아냐, 아냐, 혼자 갈래, 혼자 갔다 올 수 있어"
"응? 혼자?"

혼자 다녀 오겠다는 사도연의 말을 듣고 잠시 생각하던 설지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객잔 인근에 당과 가게가 있기도 하거니와 백주에 무슨 일이 있을까 싶은 생각 때문이기도 했다.

"그럼, 그렇게 하려무나. 자 여기 이 돈 가지고 가거라"

그렇게 말하며 전낭을 꺼내든 설지가 사도연의 손에 쥐여준 것은 어처구니 없게도 작은 금자 하나였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철무륵이 기막혀 하며 끼어 들었다.

"이 놈아! 아직 어린 아이에게 금자를 쥐어 주면 어떻게 하느냐"
"응? 왜? 안돼?"
"나 참, 이 녀석아, 다른 것도 아니고 기껏 당과 하나 사먹겠다고 금자를 가져 가면 거스름 돈은 어쩌고? 쯧쯧"
"아! 호호호, 그렇구나"
"호호호는, 야, 점소이!"

그때 까지도 영수들의 식탐 전쟁을 바라 보며 멍청하게 서있던 칠복이는 철무륵의 커다란 목소리 덕분에 화들짝 놀라기는 했으나 떠나가려던 정신을 황급히 다시 붙잡아 놓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때문에 점소이 특유의 빠른 걸음과 점소이로서 보여줄 수 있는 최상의 몸짓이 가능해져 부름에 재빨리 응답할 수 있었다.

"부,부르셨습니까요?"
"그래, 이 아이와 함께 주인장에게 가서 철전 몇개를 넉넉히 쥐어주란다고 전하거라, 계산은 이따가 한꺼번에 할테니"
"예. 알겠습니다요. 소공녀 가시죠"
"네~"

씩씩하게 대답하고 점소이를 따라서 걸음을 옮기던 사도연은 계단 입구에서 익숙한 얼굴의 두 사람을 발견하고 반가운 목소리를 토해냈다. 그 두 사람은 여기저기 기운 탓에 멀쩡한 부위라고는 찾아 보기 힘든 남루한 경장을 걸친 노인 하나와 온통 검은색의 긴 장포를 걸친 인자한 모습의 노인으로 바로 호걸개와 천마신교 교주 혁련필이었다.

"앗! 거지 할아버지, 교주 할아버지"
"응? 연이 아니냐? 어디가는게냐?"
"예, 당과사러 가요. 거지 할아버지도 하나 사 드릴까요?"
"켈켈켈, 되었다. 너나 많이 먹고 오너라. 근데 혼자 가는게냐?"
"네~"

호걸개의 말에 귀엽게 고개를 까닥이며 대답한 사도연이 두 사람을 지나쳐 빠른 걸음으로 계단을 내려갔다. 뒤로는 이런 말을 남기고...

"다녀올게요"

성탄절을 맞아 성수의가 출연자들이 보내온 축하 인사를 대신 전해드립니다.

일성 도장 : 무량수불! 원시천존께서 행복한 성탄절이 되도록 보살펴 주실거외다
헤명 대사 : 아미타불! 온누리에 사랑과 행복이 가득한 성탄절이 되길 부처님의 이름으로 기원하겠소이다
철무륵 : 크하하! 잘 먹고 잘 노는 성탄절 되시구려. 헌데 설지야, 성탄절이 뭐냐?
나설지 : 아휴! 철숙부는... 서구의 공자님이 탄생한 날이라잖아
철무륵 : 아 참! 그랬지. 크하하!
나설지 : 호호호, 사랑과 따뜻한 정이 함께 하는 성탄절 보내세요
진소청 : 따뜻한 성탄절 보내시길...
초혜 : 청청 언니, 그게 뭐야? 앞에서 좋은 말씀들 다 하셨으니까, 전 다들 즐~ 153회에서 뵐게요. 헤헤
까만자전거 : 응? 혜아야, 다들 즐~ 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니?
초혜 : 아이 참! 흑거 숙부는 다들 즐거운 성탄절 보내세요 라는 말이잖아
까만자전거 : 아! 그렇구나. 하하하, 혜아, 아니 초혜의 말 처럼 다들 행복하고 따뜻한 성탄절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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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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