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후 계단 쪽에서 머리 부분을 시작으로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기시작한 파락호들과 두자성의 모습이 객잔 이층 입구에서 완전히 그 모습을 드러내자 이층에 앉아 있던 사람들의 이목이 동시에 집중되었다. 그리고 현진 도사와 소홍과 애향을 마지막으로 더이상 이층으로 올라오는 발걸음 소리는 들려 오지 않았다.

"사부님 다녀왔습니다"
"허허, 현진이구나. 그래 숙영지에서는 별일이 없었느냐?"
"예. 사부님, 사질들 께서 잘 알아서 하시니 별다른 문제는 없었습니다."
"그래, 수고했구나."
"아미타불! 두시주, 함께 온 그 시주들은 뉘시오?"
"아! 예. 대사님, 정현에 뿌리내리고 있는 흑도 조무래기들입니다요."
"흑도?"
"아주 나쁜 아저씨들이예요."

설지 곁에 앉아서 오물거리며 말린 과일을 먹고 있던 사도연이 불쑥 끼어 들었다. 그리고 매섭게 파락호들을 쏘아 보는 사도연의 눈에서는 마치 강기가 금방이라도 뿜어져 나올 것만 같았다.

"맞습니다. 대사님, 작은 아가씨 말씀 처럼 이 놈들은 아주 질 나쁜 놈들입니다. 흑도 연합 세력인 흑사방의 정현 지부 소속이라고 했습니다요."
"흑사방이라..."

초록이 두자성으로 부터 흑사방이라는 이야기를 듣고나자 소홍과 애향, 그리고 사도연의 행색을 보건데 저잣거리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충분히 짐작이 가는 사람들이었다. 자뭇 심각한 표정으로 말린 과일을 우물거리며 두자성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초혜가 갑자기 뭔가가 떠오른 듯 불쑥 끼어들며 입을 열었다.

"잠시만요. 소홍 언니, 애향 언니, 저 사람들 한테 언니들이 성수의가의 가솔들이라고 이야기하지 않았어요? 이상하네?"

그랬다. 아무리 근본없고 파렴치한 흑도라고 하더라도 결코 건드려서는 안되는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일정 수준 이상의 무공을 익히고 있는 무림인들이 그러하며 의가이지만 강호에서의 영향력이 어느 대문파 못지 않은 성수의가는 말할 필요 조차도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초혜의 말마따나 성수의가의 가솔들이라고 밝혔음에도 위해를 가했다면 이는 단순하게 처리하고 넘어갈 문제가 절대 아니었다. 초헤의 말을 들은 파락호들의 신형이 바르르 떨리는 것 처럼 보였다.

"아니예요, 막내 아가씨. 저희들은 분명히 저 사람들에게 성수의가에서 왔다고 이야기 했었어요"
"그래요?"
"예. 막내 아가씨, 헌데 저들 중에 한사람이 너희가 성수의가에서 왔으면 나는 마교, 아,아니 신교 교주다 라면서 믿지 않았어요"

소홍이 어찌된 영문인지 간략히 밝히자 갑자기 이층 객잔이 조용해졌다. 소홍이 마교 교주라고 말하려다 다급히 신교 교주라고 바꿔 말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지금 객잔 이층에는 호걸개 옆에 천마신교 교주 혁련필이 편안한 자세로 앉아 있었던 것이다. 마교인들의 성향으로 볼때 자신을 사칭한 파락호들을 그대로 내버려둘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잠시후 객잔 이층의 한 곳에서 느닷없이 너털 웃음이 흘러 나오기 시작했다.

"허허허"

웃음 소리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혁련필이었다.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허탈하게 웃는 혁련필이었다. 그러자 전염이라도 된 듯 호걸개의 웃음 소리를 시작으로 객잔 이층이 순식간에 웃음 소리에 파묻혔다.

"켈켈켈"
"허허허"
"크하하"
"허허허"

"호호호"

한편 자신들이 보기에도 그 내력들이 심상치 않은 사람들이 갑자기 커다랗게 웃음을 터트리자 파락호들은 서로를 돌아보면서 어리둥절한 표정을 떠올리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라면 자신들이 저지른 일도 왠지 무난하게 마무리될 듯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르고 그랬다는데 저희들이 아무리 성수의가라고 해도 어쩔 것이냐 라는 간 큰 생각이 사람들의 웃음 소리에 힘입어 슬며시 떠오르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에 파락호들의 얼굴에도 다소 어색한 미소가 감돌기 시작했다. 내심으로 안도하며 어색한 미소를 지워 보이는 파락호들을 보며 정작 두자성은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웃는 이유를 알게 되면 이 놈들의 표정이 어떻게 변하게 될지 갑자기 그것이 몹시도 궁금해지는 두자성이었다.

"켈켈켈, 그러니까 소홍이 네 말은 이 놈들 중에 한놈이 신교 교주라고 했단 말이냐?"
"예. 어르신"
"그래? 대관절 그 잘난 놈이 누구더냐?"
"예. 바로 저 사람입니다."

소홍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파락호에게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갑자기 지목당한 파락호가 당황해서 어쩔줄 몰라하며 뒷머리를 긁적이는 모습이 사람들의 시야에 들어 왔다.

"혁련 교주, 아니 도대체 언제 저 놈에게 교주 자리를 물려 주셨소?"
"허허허, 글쎄올시다. 내 기억에는 없는데...."
"켈켈켈"
"허허허"


호걸개와 혁련필의 대화를 듣고 있던 파락호들은 갑자기 헉하고 숨을 들이켰다. 아니 갑자기 교주라니?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것도 아니고 갑자기 교주란 말이 거기서 왜 나오냔 말이다. 눈치 빠르기로 소문난 흑도답게 설마 아니겠지 하는 표정으로 두 사람의 기색을 살펴 보던 파락호들은 설마가 사람 잡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갑자기 무럭무럭 샘솟는 것을 깨달으며 눈 앞이 아득해지는 경험을 지금 겪고 있었다.

"켈켈켈, 저 놈들의 표정을 보아하니 눈치를 챈것 같구만, 혹시라도 설마하고 있다면 네 놈들의 가슴에 비수를 제대로 박아주마. 그 설마가 맞다, 이 놈들아. 여기 계신 이 분이 네 놈이 말한 바로 그 천마신교의 교주시니라. 켈켈켈"

"헉!"

세 사람의 입에서 거의 동시에 들려오는 소리였다. 당연히 그 세 사람은 혼이 나간 듯한 표정의 파락호들이었다.

"어쩌시겠소?"
"허허, 저놈들의 몫은 내가 아니라 신녀 같소이다만'
"켈켈켈, 설지야, 저 물건들은 여전히 네몫이로구나"

사도연의 앞에서 가만히 파락호들을 지켜 보고 있던 설지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예, 거지 할아버지"
"설지 언니 어떻게 할거야?"
"흑사방 정현 지부라고 했지?"
"응! 설지 언니"
"그렇단말이지, 연이야 지금 부터 이 언니가 하는 말 잘듣고 항상 기억해야 해, 알았지?"
"응! 설지 언니, 뭔데?"
"내가 몇번이나 이야기했지만 우리는 의원이란다. 그러니 양민들 뿐만 아니라 무인들을 대할 때도 정사마 구분없이 늘 한결 같은 마음으로 대해야 하는거야, 알고 있지?"
"응! 언니"
"그래. 잘 기억하고 있구나. 그런데 딱 하나 예외가 있단다"
"예외? 예외라고?"
"그래, 예외, 그 예외가 뭐냐하면 바로 우리 의가를 적대시하는 경우에는 절대로 물러서지 말아야 하며 또한 절대로 용서해서도 안된다는 것이야. 알겠지?"
"응! 응! 언니, 알았어"

작고 귀여운 두 주먹을 꼭 쥐며 야무지게 대답하는 사도연이었다. 설지의 말이 꽤나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 그런 사도연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준 설지가 초록이 두자성을 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초록이 아저씨"
"옙, 아가씨"

설지의 단호한 말에 압도당한 초록이가 자신도 모르게 큰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런 두자성의 얼굴에는 설지를 향한 무한한 존경심이 마구 생겨나고 있었다. 그런데 그걸 그냥 두고 볼 철무륵이 아니었다. 엉겁결에 큰 목소리로 대답하는 두자성의 뒷통수를 가볍게(?) 타격하며 두 눈을 부라렸던 것이다.

"이 자식이! 총표파자는 설지가 아니고 나다, 이 놈아"
"크윽, 죄,죄송합니다. 총표파자님"
"이 놈에게 뭔 일을 시킬려고?"

뒷통수에 닿은 철무륵의 손바닥에서 전해지는 가벼운(?) 충격을 쉽게 해소하지 못한 두자성이 뒷통수를 문지르며 정신을 수습하는 사이에 철무륵이 두자성을 대신하여 질문을 했다. 한차례 더 두자성을 향해 눈을 부라리면서...

"응, 철숙부, 정현 지부장이라는 사람을 잡아 올려고"
"옙, 아가씨 소인이 당장 가서 잡아 오겠습니다요"
"부탁해요. 아! 그리고 혼자 가지 말고..."
"제가 갈게요, 아가씨"

설지의 말을 끊으면서 진소청이 앞으로 나섰다. 그런데 그런 진소청을 보면서 현진 도사와 초혜가 거의 동시에 양 손을 휘휘 저으며 반대했다.

"안돼!"
"안됩니다."

그렇게 거의 동시에 나선 두 사람이 서로를 돌아 보았다.

"응? 꼬맹이 넌 왜 그래?"
"그러는 초혜 사저는 왜 그러십니까?"
"그야. 청청 언니가 가면 보나마나 지옥도가 펼쳐질거 아냐? 정현 지부의 파락호들이 죄다 팔,다리 중에서 하나는 사라진 신세로 뒹굴 것을 생각하면...아휴, 그건 생각만해도 지옥도야, 지옥도!"

짐짓 몸까지 부르르 떨어가면서 연신 지옥도를 부르짓는 초혜를 바라 보며 현진 도사가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을 했다. 그리고 그 표정의 한쪽 끝에는 '얼씨구 놀고 있네'라는 의미의 표정도 함께 자리하고 있었다.

"나원 참, 그런 지옥도 속에서 좋다고 팔랑거리며 뛰어다니신 분이 있는데 그게 누구시더라?"
"뭣? 이 자식이"

초혜의 얼굴을 똑 바로 바라 보며 말을 하던 현진 도사는 초혜가 주먹을 들어 보이자 황급히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아항! 그래서 나찰이로구나"

뭔가 제대로 알았다는 듯 고개 까지 끄덕여 가며 말하는 사도연이었다.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대충은 알겠다는 사도연을 바라 보던 초혜의 고개가 빠르게 현진 도사 쪽으로 향하였다. 그리고 '너 때문이잖아' 하는 표정으로 다시 한번 주먹을 들어 보이는 초혜였다.

"음, 꼬맹이랑 혜아 말대로 청청 언니는 그냥 있는게 좋겠어, 대신 초록이 아저씨랑 혜아가 함께 좀 다녀 와, 부탁해"
"응! 알았어!"
"옙, 아가씨"

뭐가 그리 좋은지 자신의 오른 주먹을 왼손바닥으로 문지르며 큰 목소리로 대답하는 초혜였다. 그리고 곧바로 파락호 중의 하나를 데리고 두자성과 함께 흑사방의 정현 지부로 향하려던 초혜의 발걸음이 우뚝 멈추어졌다. 뒷쪽에서 소홍의 이런 목소리가 발길을 붙잡았기 때문이다.

"설지 아가씨, 소녀들에게도 무공을 가르쳐 주세요"

갑자기 무공을 배우고 싶다는 소홍이었다. 그리고 그 옆에 있던 애향 역시도 소홍의 말에 동조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설지를 향해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2014년 말띠 해를 맞아 성수의가 출연자들이 보내온 새해 인사를 대신 전해드립니다.

밍밍 : 푸르릉, 푸릉, 푸르르릉...
나설지 : 호호, 말띠 해라고 밍밍이가 먼저 인사하고 싶다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일성 도장 : 무량수불! 청마의 해를 맞아 원하시는 모든 일이 성사되도록 축원하겠소이다.
혜명 대사 : 아미타불! 갑오년 새해에도 좋은 일만 가득한 한해가 되길 부처님의 이름으로 기원하겠소이다
철무륵 : 크하하! 올 한해 소원 성취하시구려.
진소청 : 갑오년 새해 복많이 받으시길...
초혜 : 헤헤, 모든 분들 새해에도 저 초혜를 많이 사랑해주시고 복도 많이 받으세요.
까만자전거 :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하시는 모든 일들도 순탄하게 흘러가길 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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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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