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현혜 나찰이다"

초혜의 모습을 발견한 사도연이 이 같이 외치자 천룡객잔 이층은 한순간 조용해졌다. 허나 잠시 후 철무륵의 호탕한 웃음 소리를 시작으로 마치 전염이라도 된 듯 사람들에게 웃음이 전파되며 퍼져 나가더니 급기야 천룡객잔의 이층은 사람들의 웃음 소리에 파묻히고 말았다.

"크하하하"
"호호호"
"크크큭" (사도연의 웃음 소리)
"허허허"
"허허허"

한편 자신의 등장과 함께 사람들이 너무도 즐거워 하며 웃음을 터트리자 초혜는 '뭔 일이래?'하는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 보았다. 허나 객잔 이층 어디에서도 웃음을 유발하는 원인을 찾아 볼 수 없었다. 이에 엄지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는 것과 동시에 입 모양으로 '나?' 라는 말을 하며 설지를 바라 보는 초혜였다. 그러자 설지 대신 옆에 앉은 사도연이 맹렬하게 위,아래로 고개를 끄덕였다. 덕분에 객잔 이층의 웃음 소리는 더욱 커져만 갔다.

"흠, 다들 왜 그러세요? 제 얼굴에 뭐가 묻었어요?"
"호호호, 그게 아냐"
"응? 아니라고? 그런데 다들 왜 그래?"
"헤헤헤. 별거 아닌게 맞아. 그보다 초혜 언니 수고했어"

대충 얼버무리며 깜찍한 표정으로 수고했다고 인사를 건네 오는 사도연의 모습을 보면서 초혜는 '뭔가 있는데'라는 표정을 지우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초혜의 시선이 일성 도장 옆에 앉아서 자신을 바라 보며 숨죽여 큭큭거리는 현진 도사의 모습을 발견하고 나자 불현듯 좀전에 자신을 향해 사도연이 무슨 나찰이라고 했던 것이 생각났다.

"가만, 그러고 보니 연이가 나보고 무슨 나찰이라고 했던 것 같던데... 연이 너!"

초혜의 시선이 다시 자신을 향하자 황급히 양손바닥을 들어 올려 보이며 좌우로 흔들던 사도연의 입에서 뜻밖의 말이 흘러 나왔다.

"아,아냐! 초혜 언니, 도사 할아버지가 언니에게 현혜라는 도명을 지어 주셨다는 이야기야"
"엉? 뭐라고?"
"사실이야..."

한참 동안 웃음을 터트리던 설지가 서서히 웃음을 그치면서 눈꼬리에 매달린 눈물 한방울을 뽀얀 손으로 훔쳐 내었다. 그리고 자신들의 도명에 대한 자초지종을 간략하게 초혜에게 설명해 주었다.

"어머! 정말이야? 우와! 고맙습니다. 도사 할아버지"
"허허허, 오냐"
"가만, 그러고 보니 연이 너 이 자식 좀전에 나보고 현혜 나찰이라고 불렀었구나"

"크하하하"

"호호호"
"허허허"

"어휴! 내가 못살아"
"헤헤헤, 초혜 언니 그런데 함께 갔던 초록이 아저씨는 왜 안보여?"

후환이 두렵기 때문인지 슬며시 말꼬리를 다른 방향으로 돌리는 영악한 사도연이었다.

"응? 요 녀석이! 아무래도 연이 너 엉덩이 속에 꼬리를 한 아홉개 정도 숨겨 두고 있는거지? 맞지? 그렇지?"
"응? 아닌데, 나 여우 아냐"
"호호호, 그럼, 그럼, 우리 연이는 여우가 절대로 아니예요"


말리는 시누이 아니 사부 설지를 곱게 한번 째려봐준 초혜가 다시 입을 열었다.

"초록이 아저씨는 끌고 온 파락호들의 마혈을 제압한다고 밑에 있어"
"응? 설마 정현 지부에 있던 놈들을 전부 다 끌고 온게냐?"
"예! 거지 할아버지, 이왕 걸음한 김에 한꺼번에 모조리 끌고 오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켈켈켈, 그 놈들 제대로 나찰을 만났구만"
"거지 할아버지!!"
"켈켈켈"

"크하하하"
"허허허"
"큭큭큭" (현진 도사의 웃음 소리)
"호호호"

파락호들을 전부 다 끌고 왔다는 이야기를 들은 사도연이 창가로 쪼르르 달려가 고개를 내밀고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그런 사도연의 눈에 수십명의 파락호들이 객잔 입구에 줄지어서 일부는 꿇어 앉아 있고 일부는 서있는 모습이 보였다. 아울러 두자성이 지나가면서 한사람씩 마혈을 제압할 때 마다 줄지어 서있던 파락호들이 꿇어 앉는 자세로 바뀌는 모습이 사도연의 시선에 들어 오고 있었다.

"하나, 둘, 셋, 넷... 우와! 오십명이 넘어."

손가락으로 파락호들의 숫자를 세어 나가던 사도연의 탄성(?)을 들으면서 일성 도장이 설지를 향해 입을 열었다.

"그래, 이제 어찌할 셈이냐?"
"음식도 다 먹었고 하니 우선 내려가 보죠, 혜아 저 사람들 데리고 내려와"
"응! 알았어"


객잔 이층의 한쪽 구석에 꿇어 앉아있던 파락호 두 사람을 가리키며 입을 뗀 설지가 맨 먼저 자리에서 일어 났다. 그러자 사도연이 냉큼 설지의 옆으로 다가와 손을 잡았으며 나머지 사람들도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이층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단 셋만은 계단이 아닌 창을 이용하여 빠져 나가고 있었다. 그들은 바로 호아와 백아, 그리고 비아였다.

일층으로 내려온 일행들은 금자 한닢을 쥐어 주는 설지의 호의에 감격하여 극진히 인사하는 왕소금을 뒤로 하고 천룡객잔을 벗어 났다. 그런 일행들의 눈 앞에 고개를 뻣뻣이 든채 무릎이 꿇려져 있는 파락호들의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허! 저 놈들은 뭘 잘했다고 고개를 빳빳이 들고들 있는게야"
"거지 할아버지, 그게 아니라 마혈을 제압당해 있잖아요"
"이 놈아, 아무리 마혈을 제압당했더라도 지은 죄가 있는 놈들이라면 의지로 고개를 숙여야 하는게야"
"그게 지금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그럼! 안될건 또 뭐냐?" 

전혀 쓸데없는 시비로 툭탁거리는 호걸개와 초혜를 대동한 설지가 다가가자 파락호들의 마혈 제압을 막 끝낸 두자성이 정중히 포권하며 입을 열었다.

"설지 아가씨, 소인 막내 아가씨 모시고 다녀왔습니다요"
"수고하셨어요. 이 사람들이 전부인가요?" 
"예. 아가씨! 정현 지부에 있던 놈들은 모조리 끌고 왔습니다요"
 "그렇군요. 혜아! 그 사람들 이리 데려 와"
"응, 설지 언니"

 사달을 일으킨 세 파락호들이 마침내 설지 바로 앞으로 끌려와 무릎이 꿇려졌다. 그런 세 파락호들을 바라보는 설지의 시선에서는 평소의 진소청 못지 않은 냉랭함이 흘러 나오고 있었다. 

"지금 부터 세 분은 본녀가 묻는대로 한치의 거짓도 없이 대답하셔야 합니다. 아시겠어요?"
"예,예!"
"아,알겠습니다"
"예. 하문하십시요"
"파락호 놈들에게 세 분은 무슨..."

호걸개의 타박을 뒤로 하고 설지가 다시 입을 열었다.

"묻겠어요. 여기 있는 두 아이들이 성수의가의 가솔들이라고 밝혔다던데 그게 맞나요?"
"예, 마,맞습니다"
"허면 성수의가의 가솔들임을 인지했으면서도 위해를 가했다는 거예요?"

"그,그것이 거짓말인줄 알고 그만...사,살려 주십시요"
"걱정 마세요. 살려는 드릴거예요. 다시 묻죠. 정현에서 본가의 가솔들이라고 사칭하는 사람들을 만났던 적이 있었나요?"
"어,없었습니다."

"없었다라... 그런데도 우리 식솔들에게 위해를 가했다는 이야기군요. 더불어 이제 겨우 여섯살 밖에 되지 않은 본녀의 제자에게도 위해를 가했다는 것은 성수의가와 척을 지겠다는 이야기인가요?"
"아,아닙니다. 절대로 그런게 아닙니다. 몰랐습니다. 정말 몰랐습니다."

"그게 지금 변명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평소에도 다른 사람들의 말에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으니까 이런 사달이 빚어진 것 같네요"
"요,용서해 주십시요."
"용서해 주십시요"
"사,살려 주십시요"

눈물, 콧물 까지 흘려 가면서 사정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손이 발이 되도록 빌고 있는 파락호들을 싸늘한 눈으로 바라 보는 설지의 얼굴에서는 한겹 서리가 내려 앉은 듯 찬 기운 마저 느껴지고 있었다. 이로 말미암아 설지가 속으로 삭히고 있는 분노의 크기가 상상 이상으로 크다는 것을 지켜 보는 이들은 짐작할 수 있었다.

"성수의가에서는 정사마를 가리지 않고 병자에게는 모두 똑 같은 인술을 베풀고 있습니다. 하지만 본가에 대한 공격을 시도하는 방파나 무리들에게 까지 베풀 자비심은 본가에 없습니다. 이는 저를 포함해서 본가 모든 가솔들의 공통된 생각이기도 합니다. 하기에 본가의 가솔들을 폭행하고 본녀의 제자에게 까지 폭행을 가한 세 분을 생각하면 중원에서 흑사방을 완전히 지워 버려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세 분이 무기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을 감안해서 그렇게 까지는 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니 스스로에게 감사하다는 생각들을 하세요"

"허,허면, 저희를 용서해 주시는 것 입니까?"
"예. 용서는 해드리죠. 단 그에 따른 합당한 처분은 있어야겠죠. 혜아! 이리 와서 연이 눈 가려"
"응, 설지 언니"
"싫어!"

설지의 손을 잡고 가만히 지켜 보고 서있던 사도연이 눈을 가리라는 말에 어느 새 설지의 손을 놓고 철무륵에게 달려가 안기고 있었다. 그렇게 철무륵에게 안겨든 사도연이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나도 지켜 볼거야!"

일견 단호하게 느껴지는 사도연의 기세를 읽은 철무륵이 품에 안아든 사도연에게 고개를 끄덕여 주며 설지를 바라 보았다. 
 
"그렇게 하거라. 연이가 어려도 네 제자가 아니더냐. 그리고 성수의가의 단호한 일면을 지금 부터 연이도 알아야하지 않겠느냐?"

철무륵의 말을 듣고 잠시 고심하던 설지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음... 알았어, 연이가 안봤으면 했는데 철숙부 말을 들어 보니 그렇기도 하네."

그렇게 말하면서 시선을 돌린 설지가 다시 파락호들을 향해 시선을 고정했다. 잔뜩 겁에 질린 파락호들이 안절부절 하는 것이 표정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었다. 그런 파락호들을 향해 싸늘한 시선을 보내던 설지가 잠시 후 시선을 거두더니 고개를 돌려 꿇어 앉혀진 오십여명의 파락호들을 향해 시선을 옮겨 갔다. 그리고 이어지는 설지의 말에서는 살기라고 해도 부족하지 않을 섬뜩한 기운이 감지되고 있었다.

"모두들 잘 들으세요. 당신들이 평소에 무슨 짓들을 하고 다녔는지는 저는 모릅니다. 하지만 무공을 익히고 있으면서 그 무공으로 힘없는 양민들을 괴롭히고 그런 과정에서 성수의가의 가솔들에게 까지 위해를 가한 죄는 본가에서 무공을 폐하고 사지근맥을 자르는 것으로 묻고 있습니다. 이렇게 말이죠"

그렇게 말하면서 설지가 손을 휘젓자 손이 발이 되게 빌고 있던 세 명의 파락호가 자신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몸이 일으켜지는가 싶더니 어느 사이엔가 허공으로 둥실 떠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설지의 손짓에 따라 세 명의 파락호들에게서 퍽퍽하는 작은 소음이 발생하는가 싶더니 곧바로 억눌린 비명을 토해내고 있었다. 세 명의 파락호들이 한결 같이 단전 쪽을 양손으로 움켜 쥐고 피를 꿀럭꿀럭 토해내고 있는 것으로 보아 어떤 방법을 사용했는지는 모르지만 손짓 한번에 단전이 모조리 파괴된 것으로 보였다.


마혈이 제압당한 채 뻣뻣이 고개를 들고 설지가 하는 행동을 지켜 보고 있던 파락호들의 안색이 하나,둘 하얗게 질리기 시작했다. 자신들의 운명도 저 빌어먹을 세 놈들과 다르지 않으리라는 짐작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런 파락호들을 지켜 보고 있던 철무륵이 누군가를 발견하고 부터는 연신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파락호들에게는 천만다행으로 여겨지는 순간이 그렇게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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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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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freaking.tistory.com BlogIcon 전포 2014.03.06 05: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보고 갑니다~ 추천 누르고 갈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