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 호호호"
"설지 언니, 왜 그래?"

사도연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설지가 소곤거리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웃음을 터트리자 그 모습을 지켜 보고 있던 초혜가 몹시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질문을 했다.

"호호호, 요 녀석이 정현으로 들어올 때 엉덩이가 아팠다고 그러네. 호호호"
"응? 엉덩이가 아팠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청청 언니는?"

"음, 글쎄요. 관도 바닥이 고르지 않아서 그렇다는 이야기 같긴한데..."
"호호호, 그 말이 맞아, 연아의 말로는 마차를 타고 오는데 길이 울퉁불퉁해서 엉덩이가 아팠다는거야."
"아! 그게 그 말이었구나"

"호호호, 연아, 그럼 그렇게 결정한거야?"
"응! 설지 언니"
"크하하"

귀여운 모습으로 야무지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는 사도연의 모습이 대견하다는 듯 설지의 표정에서는 따뜻한 미소가 피어 오르고 있었다. 더불어 그런 둘을 곁에서 지켜보며 참으로 아이다운 순수한 생각을 했다는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던 철무륵의 입에서도 커다란 웃음소리가 흘러 나왔다. 물론 그런 사도연을 지켜 보던 파락호들은 속으로나마 안도의 한숨을 불어내고 있었다.

"다들 들으셨죠? 연이가 관도의 정비를 하길 원하네요"
"예. 최선을 다해 말끔히 단장해놓겠습니다"

경동각의 재빠른 대답에 설지가 다짐을 하듯 말을 받았다.

"그래야 할거예요. 아! 그리고 관도 정비는 양쪽 십리 까지 하세요"
"양쪽이라 하시면..."
"정현으로 들고 나는 양쪽 관도를 말함이예요"
"아! 예. 잘 알겠습니다."

"초록이 아저씨!"
"옙! 설지 아가씨"
"어쭈! 이 자식 봐라, 이거, 어떻게 된 놈이 총표파자인 나보다 설지가 부를 때 대답 소리가 더 커냐. 너 녹림 맞냐?"

"그,그것이... 죄송합니다"
"빌어먹을 놈 같으니..."
"응? 철대숙, 초록이 아저씨는 개방 문도가 아닌데"

"초혜 넌 또 그게 뭔 밍밍이 하품하는 소리냐?"
"그렇잖아요, 철대숙 말대로라면 초록이 아저씨가 빌어먹는다면서요. 빌어먹는건 개방 문도들이고 녹림은 등쳐먹는거 아닌가?"

"호호호"
"허허허"
"끄응, 초혜 너 이 녀석"
"헤헤헤"

개방과 녹림의 규정을 확실히 지어주는 초혜 덕분에 사람들 사이에서 웃음 소리가 흘러 나왔다.

"초록이 아저씨. 이 사람들 혈도를 풀어주세요"
"옙! 설지 아가씨"
"저,저 놈이 또"

"죄,죄송합니다. 총표파자님"
"끙, 내가 말을 말아야지. 제압당한 혈도나 얼른 풀어주거라, 오래 놔두면 반송장이 될 수도 있으니까"
"옙, 총표파자님"

"응? 철대숙 그게 무슨소리예요? 반송장이라니?"
"흐흐, 그런게 있다. 설지에게 배운 점혈법을 조금 발전시켜서 아이들에게 가르쳐준 것인데 해혈을 해주지 않고 오래 놔두었더니 제대로 운신을 하지 못하더구나. 그런데 그런 상태가 계속해서 쭉 이어진다는게 문제지"

"뭐야? 그런 악독한 점혈법을 녹림에서 지금 사용하고 있다는거야? 철숙부!!"

"헛, 아,아니다. 그건 정말 나쁜 놈들에게만 사용하라고 내가 신신당부를 해두었다. 그리고 저 놈들이 바로 그런 놈들이고"

"나 참, 하여간 철숙부는 이상한 방향으로만 머리가 잘돌아가는 것 같아"
"흐흐흐, 초혜나 설지 네 말대로 우린 산적아니더냐? 산적이면 산적답게 독한 구석도 있어야 하는 법이니라. 우리가 소림이나 무당 같은 명문정파 흉내를 내면 사람들이 뭐라고 하겠느냐?"


"그건 그렇기도 하지만... 하여간 그 점혈법은 유의해서 사용해, 할아버지가 아시면 경을 칠거야"
"걱정말거라. 내 이미 말하지 않았더냐, 나쁜 놈들 전용 점혈법이라고..."
"응? 나쁜 놈들 전용 점혈법? 호호호"
"응? 크하하하"


말을 해놓고 나서 보니 자신도 우스웠던지 호탕한 웃음을 터트리는 철무륵이었다. 그렇게 두 사람이 웃음을 터트리는 사이 점혈이 되어 있던 파락호들을 차례대로 해혈해 나가던 두자성의 재빠른 손놀림은 이미 마지막 파락호의 아혈에 닿고 있었다.

"설지아가씨. 다 끝났습니다요"
"수고하셨어요. 지부장 아저씨!"
"예. 신녀님, 말씀하시지요"

"이제 데리고 가셔서 관도 작업을 하세요. 감시는 따로 붙여두지 않을거예요. 행여나 작업을 거부하거나 도망가려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냥 내버려 두세요. 그런 사람들은 반드시 찾아내서 사지근맥을 잘라 버릴테니까"
"걱정마십시오. 제가 잘 단속하겠습니다."

"모두 잘들으셨죠? 이미 지부장 아저씨께 말씀드렸듯이 작업을 거부하거나 도망가는 사람은 성수의가의 이름을 걸고 단호하게 대처할거예요. 그러니 알아서들 하세요"
"예!"

설지의 단호한 목소리에 주눅든 파락호들이 거의 동시에 우렁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오십여명에 이르는 장정들이 한꺼번에 대답하는 목소리는 저잣거리를 진동시키기에 충분했으며 지켜보는 시전 상인들로 하여금 설지에 대한 감탄성을 불러 일으키게 하고 있었다.

"흑사방은 이제 됐고, 그만 숙영지로 돌아가죠"
"그러자꾸나, 아 참, 동각이 너는 오늘 밤에 우리 숙영지로 좀 오너라, 오랜만에 술이나 한잔하면서 밀린 이야기나 하자꾸나"
"알았어, 륵아 형"
"륵아 형 , 이제 그만 가시죠"

경동각이 녹림 총표파자를 향해 륵아 형이라고 부르는 것이 우스웠던지 초혜가 한 손을 쭉 앞으로 내미는 동작을 하며 하는 말이었다.

"응? 크하하, 초혜 네 녀석마저 륵아 형이라고 부르니까 어린 시절로 다시 돌아간 것 같구나."

철무륵의 즐거운 웃음 소리와 함께 점혈당해 있던 파락호들이 관도 정비 작업을 위해 사라져 가자 설지와 일행들도 숙영지로 돌아가기 위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청청 언니!"
"응? 왜 그러니?"
"나 다리 아파, 안아 줘"
"호호, 녀석, 이리와"
"헤헤헤"

설지의 손을 잡고 몇걸음 옮기던 사도연이 옆에서 함께 걷고 있던 진소청을 향해 어리광을 부렸다. 아마도 여러 일들을 겪느라 제딴에는 피곤이 몰려왔던 듯 했다.

"그런데 저 녀석은 왜 설지 네가 아닌 소청이에게 안겨서 가는 걸 좋아하는거냐?"

철무륵이 진소청에게 안겨드는 사도연을 보며 문득 궁금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그러자 대답은 설지가 아닌 사도연에게서 흘러 나왔다.

"설지 언니 보다 청청 언니 가슴이 더 크고 부드러워"
"여,연아!"
"응? 그런... 큭큭큭, 크하하하"

별다른 생각 없이 불쑥 내뱉은 사도연의 말이 끝나자 당황하여 화산의 홍매화 처럼 볼을 붉히는 진소청과 달리 설지의 가슴을 흘깃 한번 스치듯 바라보았던 철무륵은 큭큭거리는가 싶더니 기어코 호탕하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그리고 그 웃음은 다른 사람에게도 고스란히 전파되어 민망한 헛기침과 낮은 웃음 소리가 일행들 사이에서 흘러 나왔다.

"철숙부!!"
"큭큭큭, 미,미안하다. 크하하하"
"정말, 계속 그럴거야?"

그렇게 말하면서 뒷쪽의 일행들에게 고개를 돌린 설지의 시선에 억지로 웃음을 참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그런 모습을 발견한 설지가 오른손을 들어 올려 손바닥으로 아랫턱을 받치며 이렇게 이야기했다.

"잘 봐요! 여자예요"
"크하하하"
"큭큭큭" (이건 초혜)
"키득 키득" (이건 현진 도사)
"허허허"
"하하하"

어떻게든 수습해보려고 했던 설지의 말이 오히려 도화선이 되어 결국 모든 사람들의 대소를 이끌어내고 말았다. 하지만 진소청의 가슴에 안긴 원인제공자 사도연은 그런 사람들의 반응을 보며 '다들 왜 저래?'라는 표정을 짓고 있을 뿐이었다. 한편 수습에 실패한 설지가 씩씩거리면서 걸음을 옮기다 채 몇걸음도 걷지 못하고 멈춰선 자리에서 사람들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뜻밖의 상황과 부딪치고 말았다. 걸음을 멈춘 설지가 바라보는 전방에서 무언가가 뿌연 먼지를 휘날리며 빠른 속도로 달려 오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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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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