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지 언니! 왜 그래?"
"응? 아! 저기 밍밍이를 누가 쫓아 오나 봐"

그랬다. 뿌연 먼지를 휘날리며 빠른 속도로 설지 일행을 향해 달려 오는 것은 바로 설지의 애마인 밍밍이었다. 헌데 안력을 높여 달려 오는 밍밍의 모습을 관찰하던 설지와 초혜의 표정이 갑자기 다급하게 변했다. 무슨 일로 쫓기는가 싶어 밍밍의 모습을 바라 보던 설지와 초혜 두 사람의 시선 속으로 도검에 의해 생겨난 상처 자국을 안고 달려 오는 밍밍의 모습이 아프도록 다가 왔던 것이다. 그리고 그 모습을 뒤늦게 인지한 설지가 비명을 지르며 그대로 바닥에 주저 앉았다.

"꺅!"

어린 시절의 기억 때문에 그동안 의식적으로 비명을 지르지 않으려고 노렸해왔었던 설지였다. 그런데 그런 설지가 얼굴 가득 두려움을 안고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주저 앉는 모습은 철무륵에게도 무척이나 생소한 것이었다. 자연지기를 마음먹은대로 운용하며 절대고수들 조차 지닌 바 일신 내력의 측정이 거의 불가능한 설지가 비명을 지를 일이 어디 있었겠는가?

하지만 간간히 선혈을 뒤로 흩날리며 달려 오는 밍밍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자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충격을 받음과 동시에 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 설지의 모습에 화들짝 놀란 철무륵이 서둘러 주저 앉은 설지에게 다가가 등뒤 허리 부근의 명문혈에 장심을 얹고 내기를 주입하여 흔들리고 있는 설지의 기운을 다잡아 주기 시작했다.

"초혜와 소정이는 지금 뭘 하는게야? 서둘러 밍밍이를 살펴 보지 못하겠느냐?"

이 날 까지 단 한번도 설지는 물론이고 초혜와 진소청에게 큰 소리를 내지 않았던 철무륵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설지가 보여 주는 의외의 모습에 놀란 진소청과 초혜가 멍하니 서있는 것을 발견한 철무륵이 커다란 목소리로 호통을 쳤던 것이다. 그러자 그 호통 소리에 정신을 수습한 두 사람이 달려 오는 밍밍이를 향해 쏜살 같이 튀어 나갔다. 그런데 그런 두 사람 보다 먼저 밍밍에게 달려 가고 있는 이들이 있었다. 바로 백아와 호아 그리고 비아였다.

"크아악"
"크윽!"

전방을 향해 달려 나간 백아와 호아가 밍밍을 스치듯 지나쳤다. 그리고 곧바로 밍밍을 쫓아오던 이들을 향해 짓쳐 나아가는 것과 동시에 비명 소리가 사방을 울려대기 시작했다. 한편 백아와 호아에 비해 한날개(?) 늦게 밍밍에게 도착한 비아는 아쉽게도 날개 타작을 할 대상을 찾지 못한 채 밍밍의 머리 위에서 선회하며 날카로운 시선으로 주변을 살펴 보는 것에 만족해야만 했다. 그리고 뒤늦게 도착한 진소청과 초혜에 의해서 놀란 밍밍의 발걸음이 서서히 멈춰지기 시작했다.

"밍밍! 괜찮아?"
"괜찮니? 어디 봐"

몸통 여기저기에 도검에 의한 것으로 보이는 상처를 잔뜩 입고 선혈을 뚝뚝 흘리는 밍밍의 모습은 지금 당장 숨이 넘어간다 해도 하등 이상하게 여겨지지 않을 정도로 처참했다. 물론 겉보기에만 그렇다는 말이다. 설지가 엄마의 분신으로 여기며 지극정성으로 보살핀 탓에 보령환은 물론이고 공청석유까지 넙죽넙죽 받아 먹으며 컸던 밍밍이가 도검에 의한 상처를 입고 생명이 위독할 정도가 된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면 이상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했다. 그런 밍밍의 몸통 여기저기에 도검에 의한 상처라니? 도강은 몰라도 도기에 의한 공격 정도로는 작은 생채기 조차도 내기 힘든 것이 현재 밍밍의 몸 상태였다. 그런데 그런 밍밍의 몸에 겉으로 보이는 것에 불과하지만 이처럼 흉악할 정도로 상처를 낸다는 것은 절대고수라고 하더라도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마음껏 공격하슈' 하며 기다려 줄 밍밍이 결코 아닌 것이다.

"청청 언니, 이게 무슨 일이야? 어떻게 밍밍의 몸에 이런 상처를 낼 수 있지?"
"그러게, 아무래도 아가씨가 직접 보셔야 할 것 같아, 아가씨는?'
"아! 저기 오네"

철무륵 덕분에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설지가 그제서야 허겁지겁 밍밍이 있는 곳으로 달려 오고 있었다. 헌데 평소 같으면 눈 한번 깜빡할 시간에 도착할 거리를 종종 걸음으로 달려 오는 것을 보면 설지의 지금 상태가 그리 정상적으로 보이지는 않고 있었다. 왜 그렇지 않겠는가? 밍밍의 몸에서 흘러 내리는 선혈 때문에 조마조마하는 심정으로 달려오는 설지의 심정이 그렇게 진소청과 초혜에게 전이되고 있었다.

"어떄? 괜찮아?"
"응! 괜찮은 것 같은데 설지 언니가 자세히 한번 살펴 봐"

당황했던 설지가 초혜의 괜찮다는 말에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선혈을 흘리고 있는 밍밍에게 다가 갔다. 그런 설지의 양 어깨가 아래 위로 조금씩 흔들리고 있는 것으로 보아 가까스로 울음을 참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아울러 밍밍의 콧잔등을 쓸어 주기 위해 뻗은 손도 조금씩 떨리고 있었다.


한편 설지가 정신을 수습하고 밍밍의 상처를 살펴 보기 시작한 바로 그 순간 장내를 떨어 울리는 커다란 비명 소리 하나가 터져 나왔다. 그리고 그 비명성을 마지막으로 더이상의 비명은 들려 오지 않고 있었다. 대신 호아와 백아에 의해 공격당한 것으로 보이는 무인 십여명 전부가 자신들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팔,다리가 기이한 각도로 꺾인 채 바닥에 널부러져 간간히 신음성을 입밖으로 흘려내고 있었다.  

"크으으"
"으으으"

그런데 그런 무인들의 복장이 백색 일색으로 통일된 것으로 보아 같은 문파에 소속된 무인들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자신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기이한 각도로 꺾인 팔,다리를 부여잡고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리고 있는 무인들을 살펴보던 호걸개가 혼잣말로 일행들에게 그들의 정체를 알려 주고 있었다.

"이 놈들 이제 보니까 정현에 있는 신검문의 문도들이로군"
"거지 할아버지!"

신검문이라는 소리를 들은 초혜가 호걸개를 불렀다. 처음 듣는 문파였기 때문이다.

"왜 그러느냐?"
"신검문이라뇨?"
"응? 아! 켈켈, 그런 놈들이 있다. 한 오십여년 전에 생긴 문파인데 자파의 무공 단련 보다는 신병이기 수집에 혈안을 올리는 그런 문파니라"

"아! 그래서 밍밍의 몸에..."
"아마도 그럴게다. 내가 알기로도 밍밍 녀석의 몸에 저런 정도의 상처를 낼려면 신병이기의 힘을 빌려야 하지 않겠느냐?"
"그러면..."

그렇게 말한 초혜가 고개를 돌려 설지의 표정을 살펴 보기 시작했다. 신병이기에 의한 상처라면 겉으로 보이는 것 보다 내부에 더 심각한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켜보는 철무륵의 생각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어떠냐? 밍밍 녀석의 몸에 난 상처들이 아무래도 신병이기에 의한 것 같은데"
"휴! 괜찮아, 다행히 겉으로 난 상처가 전부야"
"다행이로구나. 다행이야."

그랬다. 천만다행하게도 겉보기에 흉흉하긴 하지만 밍밍의 몸에 생겨난 상처들은 그리 깊지 않은 외상들이 전부였던 것이다. 그런 밍밍을 바라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쉰 철무륵이 콧잔등을 쥐어 박으며 타박했다.

"이 놈아, 놀랐지 않느냐. 그러게 왜 그리 혼자 빨빨거리며 돌아다니는게야?"
"푸르릉, 푸릉"

무인들에게 칼침 맞고 철무륵에 한대 쥐어 터진 밍밍이 억울하다는 듯 콧김을 뿜어내며 머리로 자신의 몸 여기저기를 가리켰다. 마치 '여기도 아프고, 저기도 아프고, 온 몸이 다 아파요' 하는 것만 같았다.

"쯧쯧, 엄살은... 그나저나 대관절 어떤 놈들이기에 너를 공격한 것이냐? 초록이!"
"옙! 총표파자님"

다른 어느 때 보다 더 우렁찬 대답이 초록이 두자성의 입에서 박력있게 흘러 나왔다. 그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설지 못지 않게 자신들의 총표파자인 철무륵 역시 밍밍을 대단히 아끼고 있다는 것을...

"저 놈들 모조리 이리로 끌어 모으거라. 아! 사정 봐주지 말고"

"옙, 맡겨 주십시오"

그리고 그 때 부터 다시 장내에는 커다란 비명성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바닥에 나딩구는 무인들을 초록이 두자성이 대단히 거칠게 다루며 한자리에 끌어 모았던 것이다. 그 과정에서 부러진 팔,다리가 한번 더 부러지는 이들도 나왔으며 무심결(?)에 살포시 내지른 두자성의 발에 단전이 아예 망가져 버리는 이들 까지 생겨나고 있었다. 허나 장내에 있던 그 누구도 그런 두자성의 손속이 과하다며 말리고 나서는 이가 없었다.

밍밍의 상처가 다행히도 가벼웠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어떤 일이 빚어졌을지 상상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밍밍과 설지의 관계를 익히 알고 있던 이들의 입장에서는 그만하기가 다행이라는 생각 때문에 신검문의 문도들이 폐인이 되던 말던 전혀 상관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크으윽, 우,우린 신검문의 문도들이요. 왜 이러는거요?"
"신검문? 신검문인지 지랄문인지 모르겠지만 이야기 해보거라, 무엇 때문에 저 당나귀를 공격한 것이냐?"
"크으윽, 그 당나귀는 우리 신검문에서 먼저 발견한 것이오. 그러니 우리 신검문의 행사를 방해하지 마시오"

"뭐라? 크하하하, 이런 미친 놈들 보게"
"귀하는 누군데 우릴 이처럼 대하는 것이오?"
"나? 크하하, 오냐 내가 누군지 한자 한자 또박또박 일러주마, 귀 씻고 듣기나 하거라, 본좌는 철, 무, 륵이다"
"철무륵? 철... 아! 녹림?"

"크하하하, 그 놈 귀는 제대로 뚫려 있나 보구나"
"크으으, 녹림에서 왜 우릴 공격한 것이오?"
"응? 이 놈 이거 미친 놈 아냐, 녹림이 니들을 언제 공격했어. 저기 있는 영수들이 그랬지"

"크으윽, 그거나 저거나 진배없는 것이 아니오?"
"엥? 크하하, 하긴 상관 없으려나, 하지만 똑똑히 잘 새겨 듣거라, 신검문을 향한 행사의 주체는 우리 녹림이 아니라 바로 성수의가니라"
"서,성수의가? 성수의가에서 왜?"

성수의가라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는 신검문 문도의 얼굴이 순식간에 핼쑥하게 변했다. 자신들이 숨기고 있는 비밀이 혹여 들통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응? 왜 그리 놀라는 것이냐? 이 놈들 이거 상당히 수상한데..."
"누,누가 수상하다는 것이오? 헌데 성수의가에서 무엇 때문에 정파인 우리 신검문의 행사를 방해하는 것이오?"
"응? 이 놈 이제 보니까 머리도 무척 나쁘구만, 진정 우리가 왜 이러는 것인지 아직도 모르겠느냐?"

"그,그것이 무슨 말이오, 진정 녹림과 성수의가는 정파와 척을 지려는 것이오?"
"이씨. 이 아저씨가 뭔 소리하는거야. 밍밍이를 저렇게 해놓고 되려 큰 소리야, 맞을래요?"

철무륵과 신검문도의 말을 듣고 있던 초혜가 답답한지 불쑥 주먹을 내밀며 끼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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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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