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밍, 밍밍이라니? 밍밍이가 대체 누군데 그러시는거요?"
"응? 이 자식 봐라, 너 눈치가 없는거냐? 아니면 맹한거냐?"
"그,그게 무슨 말이오? 눈치가 없다니?"

"나원! 이런 미친 놈, 그래 좋다. 좋아. 그럼 내 한가지만 물어 보자"
"마,말씀하시오"
"저기 피 흘리고 있는 저 당나귀는 도대체 왜 공격한 것이냐?"
"그야..."

"그야? 그래, 그야 뭐?"
"그,그러니까 저 당나귀를 발견한건 우리 신검문이 먼저요. 그러니 권리 행사도 우리에게 있소이다."
"허, 미친 놈, 그래, 그렇다치고, 그래서?"

"그러니까 우리 신검문은 중원 각지에 흩어져 있는 모든 신병이기들을 한군데 모으는 것을 사명으로 하고 있소이다. 헌데 우연히 주인없이 떠도는 저 당나귀를 발견하고 안장을 살펴 보니 명검으로 보이는 검 한자루가 꼽혀 있었소이다. 그래서 사문의 사명에 따라 검을 회수하려 했으나 저 당나귀가 갑자기 도망치는 바람에 이리 된 것이오. 그러니 저 명검은 우리 신검문의 것이외다"

"뭐? 크하하하, 이런 미친 놈이 있나. 누가 그러더냐? 저 당나귀에게 주인이 없다고?"
"그,그게 무슨 소리요? 허면 저 당나귀에게 주인이라도 있다는 이야기요?"
"나참! 웃기는 아저씨네, 이봐요 저 당나귀가 바로 밍밍이예요. 우리 설지 언니가 피붙이 처럼 여기는 애마이기도 하고요"

"들었느냐? 니들이 지금 무슨 짓을 했는지 이제 좀 감이 오는게냐? 미친 놈들! 정파라는 놈들이 하는 짓거리하고는..."
"지,진정 저 당나귀가 설지라는 분의 애마라는 것이요?"
"응? 이 놈 이거 이제 보니 맹한게 맞구만, 이 놈아 설지라는 이름을 들으면 뭐 떠오르는게 없느냐?"

아직도 제대로 상황 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는 사내를 본 철무륵이 혀를 차며 말을 이었다.

"아마도 네 놈이 여기 이 놈들의 수장인가 본데 너를 보니 다른 놈들도 맹하기는 마찬가지일 것 같구나. 내 특별히 너 같은 맹한 놈들을 위해서 천천히 설명해주마. 그러니까 저 당나귀는 밍밍이란 녀석이고 성수의가의 성수신녀가 피붙이 처럼 여기는 애마이니라. 그리고 네 놈들이 눈독 들였다는 그 검은 성수신녀의 애검으로 묵혼이라고 부르는 명검이다. 이제 되었느냐?"
"그,그런..."

자신의 입에서 나온 긴 설명을 듣자마자 갑자기 맥이 탁 풀리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신검문도를 보며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여준 철무륵이 막 밍밍의 상처를 수습하고 다가오는 설지를 바라 봤다. 한편 설지에게 상처를 치료 받고 한결 나아진 모습을 보이는 밍밍은 콧잔등을 쓰다듬어 주는 사도연의 손길에 기분이 좋다는 듯 낮은 콧바람을 불어 내고 있었다.

"괜찮은게냐?"
"응! 철숙부, 이제 괜찮아. 그보다 왜 그랬데?"
"그게 말이다. 제 놈들 말로는 주인 없는 당나귀를 발견하고 그 당나귀의 등에 걸린 보검을 탐하다 발생한 일이라고 하는구나. 명색이 정파라는 놈들이 주인 잃은 당나귀를 보면 주인을 찾아줄 생각을 해야지. 보검을 탐해 말 못하는 짐승이라고 다짜고짜 칼질이라니...쯧"

"그러니까, 이 사람들이 정파라는 말이야?"
"그래. 그렇다는구나. 여기 정현에 있는 신검문의 문도들이라는데"
"그런데 왜 마기가 느껴지지?"

"응? 마기라고? 그게 정말이냐?"
"그렇다니까. 이걸 봐"
"아미타불! 사실이외까?"
"예. 스님 할아버지. 성수지환이 반응을 보이고 있어요"

설지의 말 그대로였다. 설지가 앞으로 내민 손목에 채워진 성수지환이 마기와 가까이 접촉했을 때와 같은 반응인 가벼운 진동을 일으키고 있었던 것이다. 더불어 은색이던 성수지환에 검은 색이 물결 무늬 처럼 스며 들면서 가까운 곳에 마기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정말이로구나. 허면 이 놈들이 마공을 익혔다는 이야긴데..."


철무륵이 그렇게 이야기할 때였다. 갑자기 쓰러져 있던 신검문도들 중에서 수장으로 보이는 자가 괴소를 터트리기 시작했다. 

"크크크. 이왕 이리 된 것, 네 놈들을 모두 죽여주마"

그리고 다음 순간 그 수장의 몸이 기묘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부러져 제대로 운신 조차 하지 못하던 다리가 스스로 움직여 제 자리를 찾아 가는가 싶더니 눈으로 보이는 몸 여기저기에서 무언가가 밖으로 빠져 나오려는 것 처럼 울룩불룩 움직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아미타불! 저건 설마!"
"원시천존, 저건 역혈마공이 아니외까?"
"그렇소이다. 역혈마공이 분명한 것 같소이다. 그리고 보이는 바로는 이미 대성을 이룬 것 처럼 보이는구려"
"이런 미친 새끼가 있나, 역혈마공이라니..."

화급, 폭급, 다급의 대명사인 철무륵이 역혈마공신체로 변하고 있는 신검문도를 공격하기 위해 가장 먼저 자신의 애도인 단혼을 빼들었다. 허나 이미 한발 늦고 말았다. 머리 양쪽으로 뿔이 하나씩 달려 있으며 칠척 거한의 두배 정도는 되어 보이는 괴수의 모습으로 완전히 변신한 신검문도가 진득한 마기를 흩뿌리며 섬뜩한 미소를 지어 보이고 있었던 것이다.

"크크크"

다음 순간 철무륵의 단혼에서 거대한 도강이 빠져 나와 그대로 괴수로 변한 신검문도를 직격했다. 철무륵이 날린 도강을 바라 보는 사람들은 철무륵의 저 한 수에 의해 괴수로 변한 신검문도가 당연히 치명상을 입을 것이라 짐작했다. 허나 결과는 전혀 아니었다. 도강에 가슴 부위를 격중 당한 신검문도가 마치 날파리가 앉은 것을 쫓아 내듯이 오른 손을 들어 가슴팍을 툭툭 털어내는 동작만을 보여 주며 멀쩡했던 것이다.

 

당연히 신검문도의 가슴팍에서 도강의 흔적 따위는 찾아 볼래야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이에 놀랍기도 하고 짜증이 날대로 난 철무륵이 재차 도강을 날리기 시작했다. 무려 다섯차례에 걸친 연이는 도강 공격이었다. 그 결과 괴수로 변한 신검문도의 몸에 변화가 있었다. 연이은 도강에 격중당한 부위가 검게 그을려 있었던 것이다. 

허나 그뿐이었다. 마치 먼지를 털어내듯이 혹은 날파리를 쫓듯이 다시 한번 가슴팍을 툭툭 털어낸 신검문도가 철무륵을 향해 거대한 주먹을 휘둘렀다. 단순하게 휘두른 동작이었지만 그 주먹에 담긴 파괴지력은 상상이었다. 주먹에 맞서 단혼으로 대항했던 철무륵이 깊은 족적을 남기며 무려 다섯 걸음이나 뒤로 비척거리며 밀려난 것이다.

경악할만한 일이었다. 현 중원 무림에서 무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이들 중에서 과연 누가 있어 철무륵으로 하여금 다섯 걸음이나 물러서게 할 수 있을 것인가? 헌데 괴수로 변한 신검문도는 그리 만들었다. 역혈마공의 가공할만한 위력이 새삼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철숙부! 괜찮아?"

"총표파자님 괜찮으십니까요?"
"그,그래, 이런 제길, 이런 개망신이 있나, 비키거라. 내 오늘 저 놈을..."

"안돼. 뒤로 물러나"
"응, 왜 그러느냐?"
"철숙부 지금 내기가 심하게 흔들렸어. 한번 더 격돌하면 심한 내상을 입을거야. 그러니 내게 맡겨 둬"

"그,그야. 이런 젠장, 별 미친 놈 때문에 이게 무슨 망신이냐"

투덜거리면서도 뒤로 물러나는 철무륵을 보면서 설지가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가볍게 손을 젓자 밍밍의 등에 다소곳하게 자리하고 있던 묵혼이 검집째 날아 들었다. 동시에 묵혼을 빼든 설지가 괴수로 변한 신검문도를 향해 위에서 아래로 검을 내리 그었다. 일견하기에 단순한 동작으로 보였지만 결과는 그렇지가 않았다. 묵혼의 움직임에 따라 십여개의 커다란 검강이 형성되어 전방의 괴수를 향해 날아 들었던 것이다.

성수의가의 그 유명한 삼재검법 일초식인 태산압정의 진정한 발현이었다.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산압정에 격중당한 괴수의 몸에서는 별다른 변화가 보이지 않았다. 괴수로 변한 몸이 얼마나 단단하기에 십여개의 검강을 동시에 두드려 맞고도 겉보기에 멀쩡할 수 있는지 의문이었다. 허나 그것은 겉보기만 그럴 뿐이었다. 괴수로 변한 신검문도의 내부는 지금 무너져 가고 있었다.

그런 기척을 눈치챈 설지가 이번에는 성수지환을 들어 보였다. 그러자 이제껏 괴수의 몸에서 떨어지지 않고 맴돌고 있던 강력한 마기가 서서히 성수지환으로 흡수되기 시작했다. 괴수의 내부가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견고했던 역혈마공 자체가 파훼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 맞춰 성수지환에 숨겨진 또 다른 공능 하나가 마침내 그 모습을 드러내려 하고 있었다.

"크아악"

처음에는 서서히 흡수되던 마기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빠른 속도로 마기를 흡수하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역혈마공신체로 변했던 신검문도의 모습도 처절한 비명과 함께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철무륵 조차 물러나게 만들었던 역혈마공이었지만 성수의가의 삼재검법과 성수지환의 공능이 결합한 공격에는 배겨날 수 없었던 것이다.

 

"아미타불!"
"원시천존!"
"크하하하"

경악과 감탄 그리고 속 시원하다는 반응이 지켜 보는 사람들 사이에서 제각기 터져 나오고 있었다.

"크하하. 수고했다. 수고했어. 이 숙부의 속이 다 시원해지는구나"
"수고는 무슨, 철숙부! 그것 보다 산적떼 아저씨들 전부 불러"
"응? 갑자기 아이들은 왜?"

"신검문을 찾아가 봐야겠어"
"신검문을?"
"응! 아무래도 이상해, 이 사람이 역혈마공을 대성했다면 다른 문도들도 그러지 말라는 법이 없잖아"

"아! 그래. 알았다. 초록이!"
"옙! 총표파자님"
"들었지? 지금 즉시 숙영지로 가서 아이들을 데려 오너라"
"옙! 알겠습니다."

대답과 동시에 횡하니 사라져 가는 두자성의 뒷 모습을 쫏고 있던 철무륵의 시선에 문득 특이한 것이 하나 잡혀 들어 왔다. 그것은 화산의 홍매화를 연상케하는 은은한 붉은 빛을 띤 검갑을 하고 있는 검 한자루였다. 괴수로 변했던 신검문도가 지니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검 한자루가 바닥에서 나딩굴다가 우연히 고개를 돌린 철무륵의 시선을 그렇게 사로잡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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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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