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ephyr - St. James Infirmary

제퍼 (Zephyr) : 1968년 미국 콜로라도주 볼더(Boulder)에서 결성

캔디 기븐스 (Candy Givens, 보컬, 하모니카) : 1947년 미국 출생, 1984년 1월 29일 사망
토미 볼린 (Tommy Bolin , 기타) : 1951년 8월 1일 미국 수시티(Sioux City) 출생, 1976년 12월 4일 사망
데이빗 기븐스 (David Givens, 베이스) : 1949년 미국 출생
존 패리스 (John Faris, 키보드, 플루트) :
로비 챔벌린 (Robbie Chamberlin, 드럼) :

갈래 : 하드 록(Hard Rock), 블루스 록(Blues Rock)
공식 웹 사이트 : 없음
노래 감상하기 : http://youtu.be/AgvIwbYmB68

사전을 찾아보면 우리말로 <매우 뛰어남>으로 순화해서 사용하기를 권장하고 있는 <불세출(不世出)>이라는 단어가 있다. 이 말이 가진 의미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뜻 그대로 '좀처럼 세상에 나타나지 아니할 만큼 뛰어남'으로 풀이되는데 우리 주변을 돌아 보면 자주는 아니지만 간혹 이러한 <불세출의 천재>라는 말이 정말 잘 어울리는 이가 갑자기 불쑥하고 등장하였다가 어느날 갑자기 조용히 사라지는 일을 목격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하나의 밴드에 두 명이나 되는 불세출의 천재가 함께 존재하고 있거나 존재했었다면 그 밴드는 어떤 모습일까? 여기 그런 밴드가 하나 있다. 불세출의 기타 연주자 <토미 볼린>과 마성이라고 표현해야 할 정도로 강력한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 불세출의 가수 <캔디 기븐스>가 함께 활동했었던 미국의 록 밴드 <제퍼>가 그 주인공이다. 블루스를 기반으로 한 록 밴드인 제퍼는 음악적 동료이자 연인으로 시작하여 결혼에 까지 이른 캔디 기븐스와 <데이빗 기븐스>의 우연한 만남에서 비롯되었다.

단풍이 곱게 물들어 가던 1967년의 어느 가을날 콜로라도(Colorado)주 아스펜(Aspen)의 한 거리에서 무명 밴드 하나가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있었다. 특히 하모니카를 불면서 노래를 하는 <캔디 래미(Candy Ramey)>라는 여성이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었는데 그런 그녀의 공연 모습을 지켜보는 이들 중에는 데이빗 기븐스도 포함되어 있었다. 사실 데이빗 기븐스가 그 자리에 있게 된 것은 당시 함께 살던 그의 애인이 거리에서 공연하는 캔디 래미의 모습을 본 후 상당한 감명을 받고 엄청난 가수가 있다며 그에게 한번 가서 보라고 권유했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장담대로 캔디 래미는 엄청나다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로 대단히 충격적인 모습으로 데이빗 기븐스에게 다가 왔다. 이 날의 일방통행적인 첫 만남 이후 같은 지역에서 활동하고 직장을 다니는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서로를 알게 되고 서로를 향한 호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물론 두 사람이 이렇게 까지 발전하게 된 배경에는 아스펜의 한 회사에 다니고 있던 데이빗 기븐스의 '우연을 가장한 만남'이 반복된 결과라는 것 쯤은 충분히 짐작이 가능한 일이다.

문제는 당시 서로에게 애인이 있었다는 것인데 결국 그 이유 때문에 두 사람의 뜨뜻미지근한 관계는 오래 지속되지 못하고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하지만 1968년 2월 29일의 밤에 이루어진 우연한 두번째 만남에서는 상황이 달랐다. 밤거리를 걷다가 우연히 마주친 두 사람은 근처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서 커피와 음식을 시켜 놓고 음악과 밴드 그리고 인생에 관한 진솔한 이야기들을 나누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리고 한밤중의 데이트 이후 두 사람은 급속도로 가까워져 사랑에 빠졌으며 자연스럽게 결혼에 까지 이르게 된다. 당시 데이빗 기븐스는 열아홉살이었으며 결혼 이후 캔디 기븐스가 된 캔디 래미는 스물 한살이었다.

결혼 후 1968년 가을에 부부는 길거리 밴드와 함께 콜로라도주 볼더(Boulder)로 연주 여행을 떠나게 되는데 여기서 운명적인 만남이 이루어지게 된다. <존 패리스>와 함께 <이더리얼 제퍼(Ethereal Zephyr)>라는 이름의 밴드에서 활동하고 있던 당시 열일곱살의 불세출의 천재 <토미 볼린>을 만났던 것이다. 운명적이고 극적인 만남 이후 볼더에서 활동하며 음악적 교류를 나누었던 네 사람은 1969년에 함께 새로운 밴드를 출범시키게 되는데 그 밴드가 바로 제퍼인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결성된 제퍼는 같은 해에 음반 <Zephyr>를 발표하면서 데뷔하게 된다.

데이빗 기븐스에 의하면 캔디 기븐스의 할아버지가 열차 강도와 도박꾼으로 유명했던 무법자였다고 한다. 아마도 그렇기 때문에 그녀의 목소리에서 거칠고 마력적인 분위기가 감지되는 것은 아니었을까? 하여간 자주 <제니스 조플린(Janis Joplin)>과 비교가 되기도 하는 캔디 기븐스와 열여덟살의 천재 기타 연주자가 음반을 통해서 들려 주는 음악은 상상 이상의 마력으로 듣는 이에게 다가 오고 있다.

특히 작자 미상의 미국 전승 민요를 재즈 연주자인 <어빙 밀스(Irving Mills)>가 <조 프림로즈(Joe Primrose)>라는 가명으로 정리하여 발표한 <St. James Infirmary>에서 두 사람은 하늘이 무너질 것 같은 절망감과 슬픔을 처절하게 표현해내고 있다. 상당히 많은 가수와 연주자들에 의해서 불려지고 연주되었던 이 곡은 세인트 제임스 병원에서 사랑하는 사람이 죽어가고 있는 모습을 본 이의 처철한 심정을 내용으로 하고 있는 곡으로 캔디 기븐스가 무언가를 쥐어짜는 듯한 느낌이 드는 강력하고 마력적인 목소리로 혼신의 힘을 다해서 가슴 저미는 아픔을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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