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no Donaggio - The Shower (Theme From Dressed To Kill)

삐노 도나죠 (Pino Donaggio) : 1941년 10월 24일 이탈리아 부라노섬(Burano) 출생

갈래 : 영화 음악(Film Score), 사운드트랙(Soundtrack), 스테이지 앤 스크린(Stage & Screen)
공식 웹 사이트 : 없음
추천 곡 감상하기 : http://youtu.be/LPIpKYdzcBw

우리가 매일 같이 일상으로 듣는 노래들에는 그 노래가 만들어질 당시의 사회 모습이 조금이나마 반영되어 있기 마련이며 이는 종합예술이라고 이야기하는 <영화>의 경우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1980년대는 <한국 영화>와 <에로 영화>가 같은 말로 취급되던 시절이었다. 국민들의 눈과 귀를 막아 버리기 위한 정책이자 통치의 수단으로 영화와 스포츠가 적극 활용되기 시작한 시절이었던 것이다.

당연히 당시 개봉한 영화들에서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 좀더 자극적인 장면 연출이 요구되었고 여기에는 당대의 최고 인기 여배우들이 누가 얼마나 더 많이 벗어 던졌는지가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했다. 오죽했으면 과다 노출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졌던 당시에 많은 사람들이 한국 영화를 두고 헐벗은 남녀 주인공 두 사람과 카메라 한대만 있으면 영화 한편을 찍을 수 있을것 같다는 자조섞인 푸념들을 했을까.

그런데 이러한 암울한 시대상을 반영하듯이 한국 에로 영화의 전성시기인 1984년에 제목 마저도 이상야릇하게 다가오는 영화 한편이 개봉되어 에로 영화의 경쟁에 새롭게 뛰어 들었다. 그 영화는 다름아닌 <안성기>와 <이보희>가 주연으로 출연했던 <이장호> 감독의 <무릎과 무릎 사이>였다. 제목이 그래서였을까? 영화의 홍보 수단 중 하나인 <무릎과 무릎 사이>의 포스터를 보면 주연 배우인 이보희가 늘씬한 각선미를 자랑하는 양쪽 다리와 무릎을 강조하는 모습으로 등장하고 있다.

영화의 줄거리를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 영화 포스터라는 정의에 정말 잘 어울리는 포스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문득 여성의 양쪽 다리가 강조된 영화 포스터는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이 떠올라 검색을 해보았다. 그런데 고맙게도 아래 사진에서 볼 수 있는 것 처럼 누군가가 벌써 깔끔하게 한장으로 정리를 해놓았다. 우리나라 텔레비전 프로그램인 <연예가 중계>에서 다루는 것과 비슷한 성격의 소식들을 주로 다루는 웹사이트인 <업록스(Uproxx) >에 올려진 것인데 십여가지 이상의 다른 분류도 한장으로 볼 수 있게 올려져 있으니 관심있는 이는 위의 링크를 클릭해서 방문하면 되겠다.

하여간 위의 포스터 중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늘씬한 여성의 다리가 강조되어 있는 또 한장의 인상적인 영화 포스터를 꼽자면 <알프레드 히치콕(Alfred Hitchcock)> 감독에게 많은 영향을 받은 <브라이언 드 팔마(Brian De Palma)> 감독의 1980년 영화 <드레스드 투 킬(Dressed To Kill)>도 빠트릴 수 없을 것이다. 영화의 내용은 거의 기억나지 않지만 영화 포스터만은 선명한 기억으로 남아 오래도록 유지되는 일이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있었던 경험을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내게는 영화 <드레스드 투 킬>의 포스터가 바로 그런 류에 해당하는 포스터이다.

영화 <드레스드 투 킬>의 갈래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사이코패스가 등장하는 <에로틱 범죄 스릴러>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스릴러 영화에 이탈리아 부라노섬에서 태어난 <삐노 도나죠(본명: Giuseppe "Pino" Donaggio)>가 작곡하고 삽입한 영화 음악은 뜻밖에도 공포심이나 두려움을 자극하기 보다는 서정적인 아름다움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난 삐노 도나죠는 열살 무렵 부터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했으며 베니스(Venice)의 베네데토 마르첼로 음악학교(Benedetto Marcello Conservatory)를 거쳐 밀라노(Milan)에 있는 주세페 베르디 음악학교(Giuseppe Verdi Conservatory )에서 음악 교육을 받았다. 더불어 열네살이 되던 해에는 이탈리아의 라디오 방송에 출연하여 비발디(Antonio Vivaldi)의 곡을 연주하는 것으로 솔로 데뷔를 하기도 했다. 이처럼 천재성을 발휘했던 그가 클래식이 아닌 록 음악을 처음 접한 것은 1959년의 어느 여름날이었다.

그리고 이 날 이후 삐노 도나죠는 자신이 직접 노래를 만들기 시작했으며 1961년에는 직접 만든 노래인 <Come Sinfonia>를 들고 산레모 페스티벌(Sanremo Festival)에 참가 하기도 했었다. 그리고 1965년에 발표한 <Io Che Non Vivo (senza te)>로 전세계에 걸쳐 6천만장이 넘는 판매 기록을 남기며 엄청난 성공을 거두기도 했었다. 또한 이 곡은 <You Don't Have to Say You Love Me>라는 제목의 영어 가사로 번안이 되어 <더스티 스프링필드(Dusty Springfield)>와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가 1966년과 1970년에 각각 발표하여 큰 성공을 거두기도 했었다.

가수로써 큰 성공을 거둔 삐노 도나죠가 처음으로 영화 음악 작업에 참여한 것은 1973년 10월 16일에 개봉했었던 <니콜라스 로그(Nicolas Roeg)> 감독의 <Don't Look Now>였다. 그 이후 몇편의 공포 영화 음악을 더 만들었던 삐노 도나죠는 1970년대 중반 부터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과 함께 일련의 작품 활동을 계속하게 되는데 그 첫번째 작품이 졸업 무도회장 무대에서 여자 주인공이 피를 뒤집어 쓰는 충격적인 샤워신(?)으로 유명한 1976년 영화 <캐리(Carrie)>였다.

삐노 도나죠는 캐리 이후 1980년 4월 10일에 이탈리아에서 개봉했었던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독립 영화 <Home Movies>에서 다시 영화 음악을 담당했었으며 같은 해 7월 25일에 미국에서 개봉된 드레스드 투 킬에서도 영화 음악을 맡으면서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과의 작업을 계속 이어나가게 된다. 앞서 잠시 언급했듯이 삐노 도나죠가 작곡하고 <나탈리 마사라(Natale Massara)>가 관현악단 지휘를 담당한 드레스드 투 킬의 영화 음악은 서정적인 아름다움이 가득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특히 히치콕 감독의 1960년 영화 <사이코(Psycho)>에서 영향받아 자주 자신의 영화에 변형된 샤워 장면을 등장시켰던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이 드레스드 투 킬의 도입부를 통해 다시 등장시킨 예의 샤워 장면에서 따뜻한 물줄기와 나신을 따라가며 배경으로 흐르는 <The Shower (Theme From Dressed To Kill)>는 서정적이고 아름답다는 말이 가진 의미의 폭을 넓혀주는 효과로 다가오고 있다. 스릴러 영화의 영화 음악도 이처럼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새삼 증명하는 곡인 것이다.

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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