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그런 초혜의 모습을 지켜 보고 있던 철무륵과 현진 도사의 입에서도 사도연과 거의 동시에 비명과 같은 부르짖음이 터져 나왔다.

"초혜야!"
"초사저!"

경악성을 토해낸 사도연과 더불어 전혀 예상치 못했던 초혜의 모습에 놀라 부르짖었던 철무륵과 현진 도사가 다급히 초혜가 쓰러진 쪽을 향해 달려 갔다. 잔뜩 굳은 표정의 철무륵과 다소 겁에 질린 듯한 표정의 사도연과는 달리 조금은 태연한 표정을 하고 있는 현진 도사가 서둘러 달려간 쪽에서는 밭은기침을 두어 차례 뱉어낸 초혜가 투덜거리면서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쿨럭,쿨럭, 젠장"

"괜찮은게냐?"
"초혜 언니, 많이 아파?"
"초사저, 괜찮죠?"

곱게 차려 입은 비단 경장과 천잠사로 만들어진 배자(조끼)에 잔뜩 묻은 흙먼지를 털어 내고 있던 초혜는 괜찮을거라고 단정적으로 말하는 현진 도사를 한번 째려봐준 후 철무륵과 사도연에게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했다.

"윽! 아파라, 전 괜찮아요. 헤헤"
"휴! 십년감수했다. 인석아 조심해야지"
"헤헤. 죄송해요. 그런데 꼬맹이 넌 표정이 왜 그러냐?"

초혜의 멀쩡한 모습을 보며 '그러면 그렇지, 천하의 소요나찰이 한대 맞았다고 다치기야 했겠어'라고 생각하고 있던 현진 도사는 삐딱한 표정을 한 채 자신을 바라보는 초혜의 모습에 내심을 들킨 것 같아 화들짝 놀라며 더듬거렸다.

"제 표,표정이 어때서요?"
"저 봐, 저 봐, 아무래도 수상한데, 너 혹시 속으로 고소하다고 생각하고 있는거 아냐?"
"아,아닙니다. 절대 아닙니다."

"어쭈, 펄쩍 뛰는걸 보니 더~욱 수상한데?"
"아니라니까요. 그 보다 신교도들을 도와야 하는 것 아닙니까?
"아 참!  내가 지금 이럴 때가 아니지. 이 빌어먹을 괴물 자식이 감히 내게 강기를 날려? 너 오늘 죽었다고 복창햇"

잔향을 남기듯이 흐릿한 형체 하나를 뒤에 남겨 놓은 초혜가 땅바닥에 처박힐 때와는 비교도 안되는 속도로 전방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그리고 자신을 향해 강기를 날렸던 괴수를 향해 화룡검을 내리 그었다. 그러자 화룡검에서 끼이잉하는 괴음향이 잠시 울려 퍼지는가 싶더니 무려 십여마리의 커다란 적룡이 현신하여 괴수를 향해 폭사되어 나아갔다.

그리고 다음 순간 콰콰쾅하는 귀를 얼얼하게 하는 엄청난 폭음과 함께 십여마리의 적룡이 인정사정없이 괴수의 몸통 여기저기를 후려 갈겼다. 초혜가 자신이 가진 일신 내력 전부를 동원해 펼쳐 보인 성수의가의 삼재검법 일초식인 태산압정의 위력은 실로 엄청났다.

더구나 거기에 신병이기인 화룡검의 공능 까지 더해지니 아무리 무서운 역혈마공이라 할지라도 배겨날 수가 없었다. 결국 적룡에 직격 당한 괴수의 몸통 여기저기가 터져 나가기 시작했으며 그로인해 역혈마공을 시전했던 신검문도는 본래의 모습을 되찾는 것과 동시에 더이상은 전투가 불가능한 상태로 무너져 내렸다.

하지만 전력을 다한 초혜의 상태도 그리 좋지 못했다. 무적강시공과 천잠사로 만든 배자로 몸을 보호하고 있긴 했으나 무방비 상태에서 괴수가 날린 강기에 가슴을 직격당하여 약간의 내상을 입고 말았던 것이다. 그런데 그런 초혜가 화가 잔뜩 난 상태에서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무리하게 전 내력을 일시에 방출하였기에 내상은 더욱 심해지고 말았다. 이는 초혜의 실전 경험 부족에서 일어난 현상이었다. 천마신교의 흑룡대와 연일 끊이지 않는 비무를 갖기는 했으나 비무와 생사를 오가는 실전의 차이가 그만큼 컸던 것이다.

결국 입가로 한줄기 혈흔을 내비친 초혜가 그 자리에 풀썩 쓰러지고 말았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멀리 떨어져서 지켜 보고 있던 철무륵이 장내에 스르륵하고 나타나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초혜를 안아 들고 뒤로 물러났다. 자신이 괴수를 상대하면서 이미 한번 겪어 봤기에 초혜의 지금 상태가 썩 좋지 않은 것을 짐작하고 있던 철무륵이었다.

그렇기에 전방으로 뛰어든 초혜의 모습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가 쓰러지는 순간 전력을 다한 경공과 보법으로 초혜를 무사히 전장에서 빼내올 수 있었던 것이다. 한편 초혜가 쓰러지는 모습과 그런 초혜를 철무륵이 구해오는 모습을 끝까지 두 눈 부릅뜨고 지켜 보고 있던 사도연은 급기야 커다랗게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철무륵의 품에 안겨 돌아온 초혜의 모습을 보는 순간 기식이 엄엄해서 곧 죽을 것 처럼 보였던 것이다.

"으아앙! 어떡해, 초혜 언니가 죽으려나 봐. 으아앙"
"초사저"


철무륵이 조심스럽게 바닥에 내려 놓는 초혜의 모습을 불안한 시선으로 따라 가고 있던 현진 도사도 사도연이 울음을 터트리자 설마하면서도 다급한 심정이 되어 초혜를 소리쳐 불렀다.

"괜찮다. 괜찮아. 초혜 녀석은 기력이 다해 혼절한 것이니 잠시 쉬면 괜찮아질게다, 그러니 그만 울거라"
"정말이세요?"
"그럼, 정말이지, 그러니 너무 걱정말거라"

철무륵이 등을 토닥여 주며 이야기 하자 그제서야 안심이 된 사도연이 혼절한 초혜의 모습을 새삼 뜯어 보았다. 그러자 아닌게 아니라 초혜의 표정은 너무도 편안해 보여 마치 잠을 자는 듯 하였다. 이에 뾰루퉁한 표정을 지어 보인 사도연이 철무륵에게 안겨 들며 혼절중인 초혜을 향해 일격을 날려 보냈다.

"초혜 언니, 미워!"

그러자 혼절중이면서도 마치 그 말을 고스란히 들었다는 듯 움찔 하는 것 같은 초혜였다.

"무량수불! 어떤가? 괜찮은겐가?"
"예. 어르신. 잠시 혼절한 것 뿐입니다"

어느새 다가온 일성 도장이 누워 있는 초혜를 바라보며 근심어린 목소리로 물어 오고 있었다. 한편 전장에선 설지와 진소청을 중심으로 치열한 공방이 계속 펼쳐지고 있었다. 초혜가 하나를 처치하는 바람에 이제 다섯만 남게 된 괴수들은 더욱 큰 흉성을 드러내며 길길이 날뛰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괴수들을 제압하기 위해서 설지도 상당히 고심하고 있었다. 

하나,둘도 아니고 다섯이나 되는 괴수들이 날뛰고 있으니 흑룡대를 보호해 가면서 제압한다는 것이 그리 쉽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해답은 괴수들을 하나씩 차례대로 제압하는 수밖에 없었다.

"청청 언니! 이 상태론 안되겠어, 하나씩 제압해야 될 것 같으니까 뒤로 물러나 주위를 살펴 줘"
"예. 아가씨!"

그렇게 대답한 진소청이 설지 곁에서 한걸음 물러나자 설지는 곧바로 괴수 하나를 정해 묵혼을 내리 그었다. 그러자 예의 삼재검법이 펼쳐지면서 스무개가 넘는 강기가 일시에 괴수를 향해 짓쳐들었다. 그리고 마치 폭죽 터지듯이 터져 나가는 강기와 함께 괴수의 몸도 함께 터져나가며 역혈마공이 깨어지기 시작했다. 곧바로 성수지환을 들어 올린 설지가 역혈마공의 마기를 흡수하려는 순간이었다. 

갑자기 또 다른 괴수 하나가 설지의 뒤를 순식간에 점하며 손을 들어 올리고 있었다. 괴수의 손이 내려지는 것과 동시에 매서운 강기의 공격이 이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사실이었다.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 갑자기 싸늘한 냉기가 일어나는 것과 함께 괴수의 들어 올린 팔이 순식간에 깨끗하게 잘려나가는 모습이 중인들의 시야에 들어 왔다.

하지만 팔이 잘려 나갔음에도 괴수는 고통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듯 잘려 나간 팔을 바라 보며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었다. 성수지환을 이용해서 마기를 흡수하고 있었기에 조금 늦게 상황을 알아차린 설지가 그 순간 고개를 돌려 미소를 지으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청청 언니 고마워"
"아니예요. 아가씨"

그랬다. 싸늘한 냉기의 주인공은 바로 진소청이었다. 괴수들을 견제하면서 설지를 돕고 있던 진소청이 설지를 공격하려는 괴수를 향해 십이성에 이르는 태극헤검을 펼쳐 팔 하나를 겨우 잘라내는데 성공한 것이었다. 지켜 보는 이들에게는 너무도 쉽게 괴수의 팔을 잘라 버린 것 같았지만 실상은 전력을 다한 십이성의 태극헤검으로도 겨우 괴수의 팔 하나에 만족해야 했다는 것은 경악할만한 일이었다.

이 사실은 곧 역혈마공이 무적에 가깝다는 의미이며 인성을 상실한 역혈마공체가 무인들이나 양민들에게 얼마나 큰 위협이 되는지 능히 짐작이 가고도 남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천마신교내에서도 인성을 상실하게 되는 역혈마공을 금지된 무공으로 산정하고 엄격히 분류하여 철저히 통제하고 있었던 것이다. 헌데 그런 역혈마공이 어떻게 강호로 유출되있는지 모르고 있는 혁련필의 심정은 착잡하기만 했다.

한편 하나를 제거하고 나자 그 다음 부터 설지는 조금 더 쉽게 괴수들을 제압해 나갈 수 있었다. 적재적소에서 자신을 도와 주는 진소청과 흑룡대 덕분에 상당히 수월하게(?) 모든 괴수들을 제압하는데 성공했던 것이다. 물론 맨 마지막 까지 설쳐댄 위하성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조그만 생채기 몇개를 얻었으며 비단 경장의 소매 부분이 조금 찢겨져 나가기도 했지만 그 정도 쯤은 충분히 감수할만한 일이었다.

"설지 언니"

전투가 끝나자 가장 먼저 설지에게 달려와 안긴 것은 사도연이었다.

"우리 연이는 어디 다친데 없지?"
"응! 응! 근데 초혜 언니가 다쳤어. 처음엔 죽는줄 알고 깜짝 놀랐어"
"호호, 그랬어? 근데 주먹 대장은 몸이 튼튼해서 쉽게 안죽으니까 걱정하지마"
"몸이 튼튼해?"
"그럼, 아주 튼튼해서 조금만 쉬고나면 다시 팔딱팔딱 뛰어 다닐 걸"

사도연을 안심시키기 위해 그렇게 말하면서도 설지는 기를 운용하여 혼절해 있는 초헤를 살피고 있었다. 초헤가 괴수의 강기에 격중당해 뒤로 내팽겨쳐지듯이 날아갈 때는 자신도 깜짝 놀랐었다. 허나 다행히도 약간의 내상만 감지될 뿐 별다른 부상이 느껴지질 않아 내심 안도를 했었는데 바보 같이 무리한 공격을 퍼붓는 바람메 내상이 커지고 기력이 쇠해 혼절하고 만 것이다.

어쩌면 지극히 초혜다운 행동이기도 했지만 말이다. 하여간 사도연을 안아 들고 혼절한 초혜 곁으로 다가간 설지는 시선을 내려 천천히 초혜의 전신을 살펴 보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내상이 조금 커진 것 외에는 안정적인 몸상태를 보여 주고 있는 것 같았다. 

"연이는 잠시 내려 있거라. 혜아를 좀 살펴봐야 겠구나"
"응"

사도연을 내려 준 설지는 초혜의 옆에 쪼그려 앉아 혼절한 초혜의 손을 가만히 잡았다. 그리고 기를 흘려 넣으면서 내기를 안정시키는 것과 동시에 내상을 치료하기 시작했다. 허나 기감을 이용하여 눈으로 확인했던 것 보다 손을 잡고 직접 기를 흘려 넣어 가면서 확인해 본 내상이 더욱 크다는 것을 깨달은 설지는 잡낭(가방) 속의 설아를 불렀다.

"설아!"

그러자 잡낭 속에서 편안하게 누운 채 입안으로는 적실영과를 열심히 굴리고 있던 설아의 머리가 조용히 솟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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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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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anunmankm.tistory.com BlogIcon 버크하우스 2014.05.25 11: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