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화산파 장문인 유도옥을 비롯한 중인들의 눈이 반짝 반짝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왜 아니 그렇겠는가? 무릇 강호를 질타하는 이들에게는 내력과 초식도 중요하지만 그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무기인바 검을 사용하는 무인에게 있어서 명검의 존재는 쉽사리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었던 것이다.

"이.이게 정말 한빙검이라는 말씀입니까요?"
"어르신께서도 그렇다는 것을 보니 틀림없는 것 같다"
"허,허, 이히히히"

너무 놀라서 더듬거리는가 싶던 초록이 두자성이 끝내는 득의양양한 표정과 함께 요상한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는 한참 부상자들을 살펴 보느라 여념이 없는 진소청을 향해 커다란 목소리를 토해냈다.

"큰 아가씨! 큰 아가씨!"

초혜와 함께 정신없이 부상자들을 수습하느라 장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진소청이 두자성의 목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다.

"왜 그러세요?'
"이히히히, 큰 아가씨, 이거 보세요. 한빙검입니다요! 한빙검!"
"한빙검이요?"
"예. 큰 아가씨"

그렇게 대답하며 걸음을 옮긴 두자성이 진소청에게 한빙검을 내밀면서 다시 입을 열었다.

"받으십시요. 제가 큰 아가씨께 드리는 선물입니다요"
"예? 제가 그걸 어찌..."
"제가 주운거니까 괜찮습니다요."
"주워요?"

그렇게 말하며 당혹한 표정을 떠올린 진소청이 뒤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철무륵을 바라 보았다. 그런 진소청의 시선을 느낀 철무륵이 고개를 아래 위로 끄덕이며 얼른 받으라는 손짓을 해보였다.

"크하하! 뭐 하느냐? 어서 받지 않고?"
"하지만, 철대숙!"
"크하하하, 네가 무슨 걱정하는지 다 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말거라. 초록이 놈이 줍는 순간 그 한빙검은 초록이 놈의 소유가 된 것이다. 그건 녹림 총표파자인 내가 보증하마"

마화수송단의 일행들 뿐만 아니라 지켜 보고 있는 신검문도들 모두에게 들으라는 듯 우렁우렁한 목소리를 토해내는 철무륵이었다. 이전 까지는 몰라도 지금 부터는 한빙검의 소유자가 진소청이라는 선언과 다름 아니었다. 철무륵의 말을 들은 진소청은 결국 손을 내밀고 한빙검을 받아 들었다. 그런데 검집에 진소청이 손이 닿는 순간 갑자기 한빙검이 미약한 진동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이에 깜짝 놀란 두자성이 황급히 손을 떼자 진소청은 마치 한빙검을 달래려는 듯이 몇차례 검집을 쓰다듬어 준 후 검파(손잡이)를 잡고 검을 빼들었다. 시리듯 시린 백색의 검신이 진소청에 의해 다시 모습을 드러내자 조금전 두자성이 검을 빼들었을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한기가 주변을 몰아쳤다.

마치 빙산 하나가 통째로 한빙검의 검신으로 옮겨진 듯 했다. 그리고 그런 한기와 함께 나직하고 서늘한 울음이 한빙검에서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분명 한기가 느껴지는 울음 소리였건만 그 울음 소리에는 한가닥 온기가 포함되어 있었다. 마치 오랫동안 헤어져 있었던 주인을 다시 만나 기쁘다는 듯...


그렇게 한빙검이 새 주인을 만나 나직한 울음 소리를 토해는 그 순간 설지의 치료도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었다. 추대주의 손상된 장기들을 자연지기를 이용하여 어느 정도 복구하는 일을 마칠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추대주 처럼 장기의 손상이 심한 병자의 경우 천의무봉한 경지에 이르러 고치지 못하는 병이 없었다고 전설 처럼 전해져 내려 오고 있는 의선이 당장 재림한다고 하더라도 일시에 치료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기에 설지가 치료를 마쳤다고는 하나 손상된 장기들이 제자리를 잡고 건강한 상태로 호전되기 위해서는 시일이 필요한 것이다. 즉 이제 부터 추대주는 손상된 장기들이 건강해질 때 까지 자리보전을 하고 안정을 취해야만 하는 것이다.

"휴~"
"어떻소? 끝났소이까?"

치료를 마치고 손을 떼는 설지가 나직히 한숨을 불어내며 이마로 흘러내리는 땀을 훔치는 사이 혁련필이 다시 끼어 들었다.

"아! 예. 교주 할아버지, 얼추 끝난 것 같아요"
"얼추? 얼추 끝났다면?"
"예. 우선 손상된 장기들은 모두 다스렸습니다. 허나 건강한 상태로 자리를 잡기 까지는 시간이 필요해요. 그리고 장기가 완전히 건강을 되찾으면 그때 기맥을 다스릴까 해요."

"허허. 그렇구려. 신녀의 의술을 내 익히 들은바 있으나 직접 보니 명불허전이구려. 왜 중원의 모든 의원들이 성수의가를 그토록 따르는지 내 이제서야 확연히 알겠소이다."
"과찬이세요. 아! 그리고 추대주 아저씨는 절대 안정을 취해야 하니까 그렇게 아세요"
"염려 마시오. 내 아이들에게 단단히 당부해놓겠소이다. 그러면 이제 저 놈들만 처리하면 되는건가..."

그렇게 말하는 혁련필의 시야로 마공을 잃으면서 제 모습을 찾은 위하성을 비롯한 신검문도 여섯명이 쓰러진 채 신음성을 흘리며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이 다가들고 있었다.

"무량수불! 설지야, 추대주의 치료는 마무리가 된 것이더냐?"
"예. 도사 할아버지. 완전히 회복할려면 시일이 조금 걸리겠지만 별 탈은 없을거예요"
"허허허, 수고했다. 수고했어. 이제 네 의술이 숙부인 성수신의를 뛰어 넘는 것 같구나."
"호호호, 그렇지는 않아요."
"녀석! 겸양은... 그러면 이제 나머지 일을 처결하자꾸나. 저 자들은 어떻게 하려느냐?"

일성 도장의 손가락을 따라 설지의 시선이 옮겨 갔다. 혁련필의 시선이 같이 머물고 있는 그곳에는 역혈마공을 익혔던 이들이 무공을 폐지당하고 쓰러져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음... 우선 대충 치료를 해주고 나서 소림사로 압송해서 심문을 하는 것으로 하면 어떨까요?"
"심문?"
"예. 아무리 생각해도 뭔가 이상해요. 그동안 봐왔던 중소문파의 후기지수들이 마공을 익혔던 것도 그렇고..."
"흠. 하긴 그렇기는 하구나. 그럼 그렇게 하도록 하자."

"청청 언니!"
"예! 아가씨"
"흑룡대 아저씨들은 어때?"

"예. 이제 웬만큼 수습을 했어요"
"그래? 그럼 저기 저 아저씨들도 좀 봐줘"
"예? 저들은 마공을 익혔던 이들이 아닙니까?"

"응! 맞아. 우선은 저들을 치료해주고 나서 소림사로 데려갈거야"
"아! 예. 혜아야. 이리와서 도와줘"
"응! 청청 언니, 가만, 그런데 우리가 처음 만났던 역혈마공을 익힌 사람은 어디 있는거야?"

두자성이 끌고 온 수레에 차곡차곡 쌓여 있던 신검문도들이 모두 안으로 옮겨진 후 썰렁하게 비어버린 수레를 바라보며 초혜가 말했다.

"응? 그러고 보니? 초록이 아저씨!"
"옙! 설지 아가씨. 하명하십시요"
"호호호. 하명이라니요. 그냥 여쭤볼게 있어서요"

"옙. 말씀하십쇼"
"호호호. 다른게 아니라 우리가 처음 만났던 마공을 익힌 사람은 어디 있는가 해서요?"
"아! 그 놈이라면 저기 밍밍이와 비아가 지키고 있습니다요."
"예? 밍밍이와 비아가요?"

두자성은 말과 함께 사람들의 뒷쪽을 향해 손가락을 가리켰다. 그러자 의아하게 생각하던 설지와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이들이 모두 뒤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밍밍이가 지키고 있다는 두자성의 말은 더도덜도 안보탠 엄연한 사실이었다. 고개를 돌린 사람들의 시야로 밍밍이가 보였으며 그 밍밍의 발 아래로는 역혈마공을 익혔던 이가 엎드린 자세로 쓰러져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이수일인이 펼쳐 보이고 있는 광경이 조금 묘했다. 쓰러진 이의 머리 뒤통수에는 비아가 두 발을 턱하니 올려 놓은 채 자리잡고 있었으며 허리 부위에는 밍밍의 앞발 하나가 올져려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허리에 올려진 밍밍의 앞발에서 힘이 들어가고 있는 것인지 허리를 밟힌 이로 부터 가끔씩 괴로워하는 신음성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으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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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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