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 저 녀석들이..."

그 모습을 바라 보며 어이없어 하는 설지의 음성과 갑자기 자신들을 향해 몰린 사람들의 시선에 놀란 비아와 밍밍이 잠시 움찔 하는 것 같았다. 뒤이어 슬며시 날개를 편 비아가 밍밍의 등위로 훌쩍 날아 올랐으며 밍밍은 쓰러진 무인의 허리께에 올려져 있던 발을 슬며시 내린 후 쓸데없이 바닥을 긁으며 딴청을 피우기 시작했다.

"밍밍, 비아, 사람을 괴롭히면 안된다고 내가 그랬지?"
"푸르릉!"
"삐익!"

설지의 타박하는 말을 들은 밍밍과 비아가 무언가 잔뜩 불만이 있다는 듯 곧바로 응답하고 있었다.

"아휴! 어서 떨어지지 못해"
"푸르릉!"
"삐익!"

다시 한번 콧바람과 날카로운 고성을 토해내는 밍밍과 비아였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 쓰러진 무인에게서 등을 돌린 밍밍이 설지를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렇게 돌아서는 와중에도 밍밍은 자신의 뒷발로 쓰러진 무인에게 한움큼의 흙세례를 선사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당연히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사도연과 초혜 그리고 철무륵의 입에서는 커다란 웃음 소리가 터져 나왔다.

"호호호"

"헤헤헤"
"크하하하"

한편 초록이 두자성의 언질을 받고 장내를 정리하고 있던 유장호를 비롯한 신검문도들은 지금 좌불안석의 심정이었다. 장내를 정리하기 위해서 빠르게 손을 놀리면서도 설지 일행 쪽을 향해 힐끔힐끔 시선을 던지는 것을 잊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왜 아니 그렇겠는가. 문주를 포함해서 밍밍이에게 제압(?) 당해있던 무인까지 도합 일곱명의 문도들이 금지된 마공인 역혈마공을 익히고 있었으니 강호 공적의 문파로 신검문이 낙인 찍힌다고 해도 변명의 여지가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불안불안한 마음으로 장내를 정리하던 신검문도들은 어느 정도 정리가 마무리되자 허리를 펴고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이심전심이라고 했던가? 서로를 바라보는 신검문도들의 표정은 대부분 대동소이했다. 달리 대화를 나누지 않더라도 모두의 표정에서 내심들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에 유장호가 신검문을 대표하여 설지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나소저! 잠시 뵐수 있겠소이까?"
"응? 누구세요?"
"예! 저는 신검문의 유장호라고 합니다만"

"아! 유대협이시군요. 성수의가의 나설지입니다."
"대,대협이라니요 가당치 않습니다."
"호호호, 아니예요. 헌데 무슨 일로...아!"

대답을 하던 설지의 머리 속으로 뭔가 퍼뜩하고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역혈마공을 익힌 무인이 무려 일곱명이나 있었던 신검문이었다. 당연히 그들의 입장에서는 뭐라고 할 말이 없겠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문파의 존립과 관련된 심각한 일이기에 마냥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었을 것이다. 여기 까지 생각이 미친 설지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앞으로 신검문은 어찌 되는지 그게 궁금한 것이죠?"
"그,그렇습니다."

금지된 마공을 익힌 문도가 한,둘도 아니고 문주를 포함해서 무려 일곱명이나 존재했다면 이는 문파 해체의 사유에 해당하는 일이라고 할 수도 있었다. 물론 명문대파에서는 자파에서 역혈마공을 익힌 이가 일곱명 이상이 나온다 하더라도 대충 덮고 무마하여 없었던 일로 할 수도 있을 것이나 중소문파는 그렇지가 못했다. 

중소문파이기에 겪는 서러움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우선 무인의 수와 무력에서 명문대파와 중소문파는 비교가 불가능 한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 신검문도들의 머리 속에서는 자신들의 문파가 이번 일로 정파에서 정리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들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음, 우선 신검문에 소속된 사람들을 전부 연무장에 모아 주세요"
"예? 갑자기 그 무슨..."
"혹시나 해서 말이죠. 그러니까 다른 문도들 중에서도 마공을 익힌 이가 있지 않나 싶어서 확인해 볼려고요."
"예? 그,그런..."
"부탁합니다."


정중하게 부탁을 하고는 있었지만 받아들이는 유장호 뿐만 아니라 신검문의 입장에서는 설지의 말이 조금 과한 면이 없지 않아 있었다. 아무리 은원이 얽혀 성수의가와 신검문도가 충돌을 일으켰다고는 하지만 문도들을 전부 한군데에 모으라고 하는 것은 이미 부탁의 경계를 넘어서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약자의 설움은 신검문이라고 해서 피해 갈수는 없는 법이었다. 다소 억울하고 불쾌하더라도 지금 당장은 설지의 요구을 따르는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

"아.알겠소이다"

당황스러움과 불쾌함 등이 모조리 포함된 복잡한 표정으로 대답한 유장호가 돌아서며 나머지 문도들에게 눈짓을 했다. 그러자 정문 앞에 모여 있던 신검호위대를 비롯한 신검문도들이 뒤로 돌아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런 그들의 어깨는 한없이 밑으로 축처져 있었다.

"철숙부!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돼?"
"응? 어떻게 하다니?"
"아이 참, 그러니까 역혈마공을 익힌 이가 일곱명이나 있었잖아"

"허허허, 그건 이 할애비가 알려주마"
"아! 도사 할아버지!"
"무량수불! 흔치 않은 경우이긴 하다만 대개 이럴 경우가 발생한다면 정도맹에 통보하고 처결을 기다리는 것이 원칙이라고 할 수 있을게다. 문파를 해체하든 존속시키든 혹은 정파에서 축출하든 정도맹의 원탁을 통한 논의를 통해서 이루어질테니까 말이야."

"그럼, 개방을 통해서 정도맹에 이 소식을 넣을까요?"
"아니, 아니야, 이번 경우에는 설지 네가 주관해도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이는구나. 성수의가와 신검문의 마찰에서 빚어진 일이기도 하거니와 네가 아니라면 역혈마공을 익힌 이들을 제압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 아니더냐. 아니지, 오히려 상당한 피해를 감수해야 했을 것이라는 것이 더 정확하겠구나. 그러니 무리가 없는 선에서 네가 처리를 하려무나"

"그렇게 해도 될까요?"
"허허허, 괜찮으니그렇게 하려무나"

중소문파라고는 하나 엄연히 한 문파인 신검문의 생사여탈권이 정도문파의 최고 어른인 일성자에 의해서 순식간에 설지의 손에 쥐어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나이어린 설지에게 너무 막중한 책임이 부여되었다고 생각하는 이는 장내에 거의 없었다. 무당파를 비롯해서 소림사와 화산파의 무인들이 일성 도장의 말을 듣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던 것이다.

한편 유장호를 비롯한 신검문도들이 안으로 들어선 신검문은 북새통이 따로 없었다. 두려움에 떠는 사람, 나직히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 황망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는 사람 등등이 한데 어울려 연무장으로 향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해서 연무장에 모인 신검문의 인원들은 모두 합해서 약 백여명 정도 되었다. 물론 모여든 이들 중에서 과반수 이상은 무공이라고는 전혀 모르는 식솔들이었다.

"다들 조용히, 조용히 하시오"

대충 사람들이 다 모인 것을 확인한 유장호가 큰 소리로 입을 열고 있었다. 그러자 당혹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던 이들 가운데서  늙수그레한 노인 하나가 힘없는 목소리로 가장 먼저 입을 열었다

"이, 이보게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인가? 누가 쳐들어오기라도 한 것인가"
"예, 어르신, 그렇긴 합니다만."
"뭐,뭐라고?"

"아니 그게 무슨 소리야? 누가 쳐들어 오다니.."
"뭔일이래?"
"이것 보시오, 상세히 말씀해보시오"

"이봐. 조용히 해. 안들려"
"어허! 이 사람이"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다 보니 작은 소란이 금새 큰 소란으로 바뀌어 전염병처럼 번져가고 있었다. 그것도 두려움이 가득한 소란으로...

 

"다들 조용히 하시오."
 
다시 유장호가 큰 소리로 입을 열어 소란을 잠재운 다음 신검문의 현상황을 모여든 이들에게 조목조목 설명해나가기 시작했다.

"뭐야? 당나귀?"
"역혈마공?"
"그게 뭔 소리야?"

"금지된 마공이라고? 누가 익혔다는 거야?"
"그럼 우린 어떻게 되는거야?"

"갑자기 이게 무슨 날벼락이야"
"문주님, 문주님은 어디 계시오?"

한동안 이어지든 소란이 문주를 찾는 누군가의 음성에 의해 잦아들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이상했다. 정작 이 자리에 나서서 문도들을 다독여야 할 문주가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이를 이상하게 생각한 사람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의문을 표시할 때 가장 먼저 입을 뗐던 노인이 소란 속에서 다시 입을 열었다.

"이,이보게! 문주님은? 문주님은 어디 계신가?"
"예. 어르신 그것이..."

청천벽력이었다. 사람 좋고 인자한 문주가 왜 금지된 마공을 익혔단 말인가?' 유장호의 설명을 들으면서도 사람들은 쉽게 믿으려 하지 않았다. 아니 반드시 무언가 오해가 있었을 것이라고 사람들은 부르짓고 있었다. 그리고 성수의가에서 왜 우리를 핍박하느냐는 외침도 간간히 터져 나오고 있었다. 바로 그 순간 연무장에 모여든 사람들의 소란스러움을 일시에 잠재우는 움직임이 감지되었다.

연무장의 입구로 들어서는 낯선 이들이 있었다. 눈이 번쩍 뜨일 만큼 아름다운 세 여인을 선두로 한눈에 보기에도 도력과 불력이 높아 보이는 도사들과 스님들 그리고 이 자리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거지들 까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 잡으며 차례 차례 들어서고 있었던 것이다. 무공을 익히지 않은 이가 보기에도 심상치 않아 보이는 무거운 기세를 흘리고 있는 그들을 발견한 순간 소란스러웠던 장내는 급격히 얼어 붙기 시작했다. 모여든 사람들이 저마다 숨을 죽이며 새로 등장하는 무인들을 지켜 보는 까닭이었다. 갑자기 장내가 긴장감으로 팽팽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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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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